우리집에 서식하고 있는 남동생은 21세로 전문대를 졸업한 뒤 야간 알바를 하며 올 가을에 군입대를 앞두고 있다.
나는 부모가 책을 읽으면 자식도 자연히 책을 읽게 된다는 주장을 믿지 않는데, 그 증거가 바로 내 동생이기 때문이다. 동생은 누나 둘이 틈만나면 책을 읽고 집에 책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어도 거들떠 보지도 않고, 프리메가리가, 유챔을 시청하며 LOL과 서든어택을 플레이 하는 이 시대 평균 20대 남성이었다. 일 년에 단 한 권의 책도 읽지 않는 놀랍지만 평범한 생물이었던 거다.
그런 동생이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아마 남아도는 시간을 주체할 수 없었던 모양이다) 얼마 전 도서관 이용 방법을 묻더니 도서관에서 책을 날라다 읽기 시작했다. 물론 나는 저 독서 초보자가 과연 무슨 책을 읽는지 흥미롭게 관찰했는데, 동생은 스티븐 잡스의 전기와 퍼거슨 옹의 전기, 헝거 게임 시리즈 세 권을 연이어 독파하더니 급기야는 도서관에 예약 신청을 하는 방법을 터득하여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메이즈 러너`시리즈를 예약한 뒤 빌려 읽기까지 했다.
도서관 이용 다음은 당연히 책 구입이다. 책에 언급 된 모든 사람들을 깐다는 흥미로운 책 `나는 즐라탄이다`와 동생이 나의 결혼 상대로 절실히 원했던 박지성의(미안하다 동생아, 난 그럴 능력이 없단다) `멈추지 않는 도전`과 `마이 스토리`, 도서관에서 빌려간 사람이 3개월째 반납하지 않고 있는 `메이즈 러너`를 구입하기 위해 가격을 알아보던 동생은 도서정가제와 현 정부를 테러와 관계된 용어를 써가며 매우 강하게 비판하기 시작했다.
결국 동생은 마일리지에 눈이 먼 나의 꾐으로 내 알라딘 계정으로 위의 책들을 구입했는데, 즐라탄과 마이스토리는 새 책으로, 멈추지 않는 도전과 메이즈 러너는 중고로 구입하는 나름의 경제적 타협을 시도했다. 도서정가제를 시행한 현정부에 대한 비판은 아직도 계속 되고 있다.
그나저나 나로서는 동생의 독서생활이 그닥 반갑지만은 않은데, 동생 방 책상 위에(이 책상이라는 물건도 최근에야 구입했다. 그 전엔 딱히 필요가 없었으니) 아담히 자리잡은 책들 사이에 내 책이 슬쩍 꽂혀 있는 것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독서에 맛을 들인 동생이 조만간 조금 먼 도서관의 책꽂이 보다 내 책꽂이를 탐하게 될 것은 불보듯 뻔한 일이다.
거기다 알라딘에 접속할 때마다 추천 마법사에`누구보다 첼시 전문가가 되고 싶다`가 뜨는 게 영 내키지 않는다. 전 맨유 팬입니다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