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일용할 고단함 - 때론 담담한 위로에, 더 눈물이 난다
전희주 지음 / 혜화동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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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맘껏 즐기고 싶은 분들을 위한 매뉴얼

1. 글을 읽기에 앞서 그림부터 들여다보기

2. 그림을 좀 더 찬찬히 보기

3. 이야기 읽기

4. 다시 그림으로 돌아가서 한 번 더 보기

우리의 일상은 평온한 행복보단 힘들고 고단하다는 생각이 더 앞서는 걸까? 길지 않은 삶을 살아왔지만 돌아보면 행복의 순간은 순간의 반짝임처럼 짧았던 것 같다. 나머지 삶은 그 반짝임을 위해 준비하는 시간들이었던 걸까? 앞으로 살아갈 날들 중 그러한 반짝임을 다시 만날 수 있는 날이 올까? '내 마음 같은 책', '내 마음 같은 문장'이란 무엇일까? 책을 읽으며 마음으로 건져올린 문장 속에서 담담한 위로와 위안을 받고 싶어서 일 것이다. 그렇게 주워 담은 문장들로부터 위로받은 마음으로 다시 생을 나아갈 힘을 얻게 되는 것 같다.

그림 한 점에, 짧은 소설 한편, 그림에 대한 간략한 해설 한편... 제목과 책표지에 이끌려 무작정 꺼내들었던 책이었다. 하지만... 그림도, 글도 집중이 되지 않아 몇 번이고 덮었다가 다시 펼쳤던 글이었다. 어쩌면 지금의 내 마음이 이 글과 그림을 받아들일 정도의 여유가 없어서 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간간이 마음이 가는 소설과 그림 몇 편을 감상했으니 그도 괜찮지 않을까 싶다.

7~8p.

이 그림이 무슨 뜻이냐는 질문은 잠시 접어 두고, 색깔이나 형태, 붓질이나 움직임에 집중해 보자. 그림들과 좀 더 천천히 놀다 보면 어느새 그들의 말을 들을 수 있게 된다. 내가 그랬다. 아는 거 없이 그냥, 그들과 놀았다. 내가 그림과 노는 방법은 이야기이다. 내 멋대로 그림 속 이야기를 상상하는 거다. ... (중략)... 여기에 실린 열일곱 편의 글은, 나를 잡아채 준 그림과 내가 함께 만들어 낸 이야기다. 그림에서 받은 느낌을 살려서 쓴 소설인 것이다. 화가의 의도를 담은 이야기나 나의 개인사를 담은 에세이는 아니라는 점.

#오늘도일용할고단함

#전희주

#혜화동

#에세이 #그림에세이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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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동그라미
일이 지음 / 봄름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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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어린 시절 일화들과 일상 이야기들, 소장하고 있는 물건들에 대한 에피소드들을 읽다 보면 '나도!'라는 마음이 불쑥 튀어나오곤 하는데, 꼭 필요하진 않지만 소장해야 성이 차는 수집품, 초등학생(국민학교) 시절 지키지도 못할 생활계획표는 6년 꼬박 그렸어야 했고, 찬바람 부는 계절이 다가오면 손가락이 노랗게 물들 정도로 동생들과 경쟁하며 귤을 까먹기도 했다. 귤 한 박스면 일주일을 채 버티지 못했는데, 요즘은 귤 한 봉지를 사와도 물러서 버리는 게 더 많기도 하니... 나이 들어가며 변하는 건 성격이나 생활습관만은 아닌듯하다.

일상 속 동그라미를 이야기하는 짧은 에세이들은 글을 읽다가 고개를 들어 주변에 어떤 동그란 것들이 있는지 찾아보게 된다. 글을 읽다 책상을 둘러보니 호두, 텀블러, 가위 손잡이, 핸드크림 뚜껑, 빨대, 립스틱, 볼펜 등 물건 하나하나에 담긴 이야기들을 잠시 떠올려보니 짧은 몇 줄은 이야기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보게 되기도 했다. 그림을 그리는 '키미'와 따로 또 같이 작업하는 부부인 '키미앤일이'의 글 쓰는 '일이'가 단독으로 출간한 에세이 <안녕, 동그라미>는 단순히 형태를 지닌 '물건'이 아닌 하나의 감정과 추억이 담긴 소재로 바라볼 수도 있을것 같았다. '동그라미'를 조용히 소리 내어 읽어본다. 동글동글한 소리가 굴러 데굴데굴 모난 마음까지 동글동글해질 것만 같은 글이다.

6p.

잠시 책을 덮고 주위를 둘러보세요. 동그란 사물들이 보이시나요? 아마 당신의 일상 속에도 수많은 동그라미가 있을 것입니다. 무심코 지나쳤던 동그라미들을 천천히 들여다보세요. 그 동그라미 속에서 햇살처럼 빛나는 당신만의 이야기가 있을 거예요.

26~27p.

모든 것이 빠르게 변해가는 요즘, '버틴다'라는 말을 많이 듣곤 한다. 나 역시 요즘 들어 버티는 삶을 사는 듯한 기분이 든다. ... (중략)... 꿈을 위해 서건, 삶을 살아가기 위해 서건 무언가를 새롭게 시작할 때 어쩔 수 없이 '버틴다'라는 개념이 함께 따라온다. '버틴다'라는 것에 우리는 너무 익숙해져 당연하게 여기고 있는 듯하다. ... (중략)... "요즘 겨우겨우 버티고 있어"라는 말 대신 "지금은 미준시 중이야"라는 식으로 바꿔 말하니 그저 버티는 삶이 아닌 진짜 미래를 준비하는 시간처럼 느껴진다. 미약할지라도 말에는 분명 힘이 있으니까.

34p.

별것 아닌 일 앞에서 느꼈던 감정을 통해 나는 어떤 생각을 하면서 지냈고 지금은 어떠한가를 깨닫게 되었다. 아마도 그때의 나는 돈이 중요했고, 지금의 나는 시간이 소중한 모양이다. 돈이 시간이고, 시간이 돈이라는 말이 진짜인가 보다.

211~212p.

계획은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자신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 20년도 훌쩍 지나서야 이 사실을 깨달았다. 그 시절의 나에게 누군가가 이런 이야기를 해줬더라면 좋았을 텐데, 그랬더라면 계획대로 살지 않은 것에 대한 죄책감을 느끼지 않았을 텐데, 그랬더라면 적어도 지금보다는 나에 대한 믿음이 더 컸을 텐데...

#안녕동그라미

#일이 #키미앤일이

#봄름

#에세이 #그림에세이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동그라미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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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대기 - 택배 상자 하나에 얽힌 수많은 이야기 보리 만화밥 9
이종철 지음 / 보리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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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가끔, 책 나눔을 하면서 꽤 많은 택배를 보내게 된다. 몇 십 권 되는 책들을 분류해 열 댓 개의 박스로 나누어 박스 포장을 해두고 택배 접수를 하며 기사님이 수거하러 오시는데, 아주 가끔... (요즘 어플로 택배 이동 현황을 확인할 수 있다.) 택배가 집하 상태에서 움직이지 않거나 시간이 이틀 이상 넘어가면 안달을하게 되곤 했다. 익일 배송이 너무도 익숙해진 요즘이라 더 조바심이 났던 것 같다. 문자로 왜 재촉하고, 다른 물건을 가져다주실 때 또 확인하고 했는데....

택배 상자 하나에 얽힌 수많은 이야기

택배는 사람들의 일상을 편리하게 하지만 그 뒤에는 고된 노동이 숨어 있다.

택배에 기대어 살아가는 살아가는 삶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우리나라 택배시스템은 잘 갖춰져 있다고 한다. 사용자의 입장에서만 보자면 빠르고 편리하고 어떤 물건이든 편하게 원하는 장소에서 받을 수 있으니 자주 애용하는 편이다. 택배 집하 시스템이 없을 땐 우체국까지 무거운 짐을 들고 가서 택배를 보내곤 했는데, 이젠 그러한 번거로움 없이도 집에서, 회사에서, 매장에서 원하는 곳에서 택배를 보낼 수 있다. 이러한 편리함 뒤엔 택배 노동자들이 기본적인 권리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침묵과 희생이 있었다. 왜 이런 힘겨운 삶은 약자의 몫이던가... 무료배송이 아니면 지급해야 하는 택배비가 아까운 돈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런 생각조차 미안해졌다.

이 책을 읽으며 택배 상자 하나가 내 손에 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이의 손을 거쳐왔는지를 진지하게 생각해볼 일이다.

10p.

가대기 ; 창고나 부두에서, 인부들이 쌀가마니 같은 무거운 짐을 갈고리로 찍어 당겨서 어깨에 메고 나르는 일, 또는 그 짐. (표준국어 대사전)

28p.

보통, 택배 기사들은 하루에 12시간 이상 노동을 한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듯이 쌓인 피로를 견디면서 하루하루 버틴다.

112~113p.

까대기 알바와 어떠한 계약서도 쓰지 않던 지점장은 새로 온 알바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쉽게 내쳤다.

시급제 알바는 그런 알바였다.

택배 기사들 또한 그랬다. 기사들은 더 나은 조건으로 말없이 일터를 옮기고는 했다.

기사들에게는 흔한 일이라고 했다.

122p.

당일 배송이 원칙이구요. 고객한테 불만 접수되면 벌점 매겨집니다.

배송 중에 분실, 파손은 기사 책임인 거 아시죠?

그래서 기사가 아프거나 사고가 나서 다치면?

그건 기사 사정이고, 배송을 못하거나 늦어지면?

계약 위반으로 기사 책임이 되는 거죠.

개인 사업자인데 개인 사업자의 자율성은 없고

노동자인데 노동자의 권리는 없는 게 바로 특수 고용직이죠.

280p.

그저 택배일 하는 '사람들이 좋아서' 택배 만화를 그리기로 했다. 가진 거라고는 자기 몸뚱어리와 택배 차가 전부인 택배 기사들에게 마음이 갔다. 그이들은 미련하다고 생각될 만큼 정직하게 돈을 벌었다.

#까대기

#이종철

#보리 #만화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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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이야기를 원한다 - 하버드 스토리텔링 강의
가오펑 지음, 전왕록 옮김 / 라이스메이커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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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과잉의 시대, 사람들은 제품의 광고만 보고 제품을 바로 구입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기업들은 어떠한 광고와 마케팅을 하고 있을까? 우린 어떤 광보를 보고 그 제품을 '구입하고 싶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가? 비슷비슷한 제품들을 제치고 반드시 사게 만드는 회사와 브랜드만 가진 '이야기 자본의 힘'을 이야기하는 <모두가 이야기를 원한다>는 저자 가오펑이 최근 몇 년 동안 유럽과 미국에서 유행하고 있는 스토리 마케팅을 연구, 조사한 결과물로 특히 하버드 MBA에서 인용된 여러 사례들을 비롯, 전 세계 기업 브랜드 스토리를 소개하고 있는 책이다.

마케팅을 위해서는 매력 있는 이야기 자본이 필요하다.

기업의 광고도 중요하지만, 실제 제품을 경험해본 사람들이 마케터가 되어 홍보하게 되는 제품의 인지도를 만들기까지의 힘은 브랜드에 담긴 '이야기'에 있다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실제로 책에 등장하는 도브 초콜릿, 루이 비통, 코카 콜라, 에비앙, 미키 마우스 등 오랫동안 사랑받은 브랜드들의 이야기 자본과 마케팅 전략의 이야기들을 읽다 보면 ' 좋은 이야기는 계획에서 나온다.'라는 저자의 이야기에 공감하게 된다. 오늘날 대다수의 기업들은 모두 이야기 자본에 대해 인식하고 자신만의 브랜드 스토리를 제작하고 연구하면서 기업에 더 큰 영향력과 가치를 가질 수 있게 노력하고 있다. 홍보를 통해 소비자들의 흥미를 높이고 제품과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며, 좋은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함이다. 이처럼 기업이 스토리를 만들어내고 홍보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결과적으론 이야기를 전파함으로써 자신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이윤을 창출하는 것이 최종 목표일 것이다.

책 표지는 뭔가 어려운 이야기를 할 것 같지만, 꽤 재미있는 마케팅, 브랜드, 이야기 자본에 대한 글들이었다. 1인 마케팅, 1인 브랜드의 시대인 요즘 한 번쯤 읽어보고 자신만의 이야기 자본을 만든다면 어떤 구체적인 계획을 세울 수 있을까? 생각해 볼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보았던 글이었다.

40~41p.

소재가 없는 이야기는 맛없는 음식과 같다. 따라서 당신의 이야기에 약간의 양념을 가미하고 맛이 있는 소재를 만들어내야 한다. 사람들은 소재가 있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기 마련이다. 자신을 홍보하고 최대한 관중의 시선을 끌어야 한다. 기업이 가진 이야기의 전파 경로를 변경하는 것도 분명 좋은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58~59p.

상황에 맞는 적절한 이야기는 상호 간의 거리를 좁혀줄 뿐만 아니라, 심지어 대립 관계에 있던 두 사람이 같은 곳을 마주 볼 수 있게도 해준다. 만약 당신이 장소나 대상을 고려하지 않은 채 단조롭고 재미없는 분석으로 상대를 타이르기만 한다면 결과가 어떨지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뻔하다. 그렇다면 어떤 스토리텔링 전략을 써야 두 사람 간의 거리를 좁힐 수 있을까? ... (중략)... 스토리텔링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를 좁혀준다. 하지만 이는 언제나 적용되는 말은 아니다.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 직접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해야 할 때도 많다. 이 경우 당신이 언급한 사실과 데이터가 바로 하나의 이야기가 될 수 있다.

67p.

"펼치고 3분 안에 당신의 관심을 끌지 못하는 책이라면 내려놓아라."

한 유명 작가가 한 말이다.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몇 분 안에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지 못하는 이야기는 실패한 것이다.

188p.

21세기는 마케팅 전쟁의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모든 브랜드와 기업은 기존의 생각을 타파하고 자신의 브랜드와 기업에 도움이 될 만한 마케팅 방안을 마련해야 생존할 수 있다.

212~213p.

모든 사람이 같은 이야기를 좋아하거나 싫어할 수는 없다. 각기 다른 사람에게는 서로 다른 스토리텔링을 해주어야만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

249p.

기업이 브랜드 스토리를 좀 더 차별화하고 싶다면 확고한 목표를 가져야 한다. 가능한 한 목표를 한 곳으로 집중시켜서 사람들과 교감을 쌓아나가야 한다.

#모두가이야기를원한다

#가오펑 지음

#전왕록 옮김

#마케팅 #경제경영

#라이스메이커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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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꽂이 투쟁기
김흥식 지음 / 그림씨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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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꽂이 투쟁기라니, 매일 퇴근해서 거실에 흘러넘친 책들과 방에도 들어차기 시작한 책들을 바라보는 내 마음 같은 제목, 그리고 책표지에 홀린 듯 구입해서 바로 페이지를 넘기기 시작했다.

"이리 재미있습니다. 그래서 출판하는 삶은 즐겁습니다.”

출판 인생 30년 김흥식의 책꽂이와 책에 관한 이야기는 책 외에도 음악과 영화 이야기로도 흘러간다. 직업인이자 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의 삶은 그의 인생에 어떤 책들을 남겼을까? 궁금한 마음에 넘기며 읽다 보니 그의 책꽂이와 도서에 관한 시대 흐름의 이야기가 흥미롭고 재미있다. 마흔세 살에 도서출판 서해문집을 세우고 30여 년 동안 천 여권의 책을 출판했다고 하니 그의 책에 대한 애정이 참으로 남다르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

출판 인생 30년 김흥식의 책꽂이 살펴보기

혹자는 고전을 읽어야 책 읽기를 하는 게 아닌가? 생각하거나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책도 개인 취향이 아니던가? 개개인의 취향이 다르듯, 개인의 책 읽기 취향도 다른게 당연한 것이라 이야기한다. 고전이라 꼭 읽어야 할 필요도 없으며 정독이 아니라 필요한 부분만 점프해 읽는 간독도 가끔은 할 수 있다고 이야기하는 저자의 글을 읽으며 앞으로의 책 읽기가 조금 더 즐거워질 것 같다는 생각도 해보게 됐다. 책을 좋아하는 이들에겐 그의 책에 관한 이야기가 흥미로울 것이고, 책에 관심이 없던 이들도 독특한 제본 방식과 책에 대한 저자의 다양한 이야기에 빠져들 것이다. 누군가에겐 종이뭉치에 불과할 책, 하지만 이 수많은 책들에 담긴 이야기를 알지 못하고 살아간다는 게 또한 얼마나 슬픈 일인지...."이리 재미있습니다. 책이...!"

012p.

책을 읽는 것은 결국 인간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해 가는 과정일 것이다. 본질적으로 책을 다루는 존재는 인간일 테니까. 그래서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인간이라는 존재의 복잡다기한 본성을 확인하게 된다. 물론 그러한 사실을 확인한다는 것이 살아가는 데 꼭 도움이 된다고 말하기는 힘들겠지만, 그렇다고 손해도 아닐 것이다. 우리의 삶 또한 결국은 나를 포함한 인간과의 끊임없는 교류와 이해일 테니까. 그래서 책이란 것이 읽으면 읽을수록 더 많은 책을 찾는다는 점에서 중독성이 있다.

183~184p.

내가 서양 헌책에 관심을 기울이는 까닭은 두 가지다. 하나는 책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우리 젊은이, 후손, 시민들에게 알려 주고 싶어서다. 무엇을?

"서양에서는 이런 책을 이 시대에 이렇게나 많이 읽었어요. 게다가 책의 수준을 보십시오. 결국 지금 우리가 경제적으로 세계 몇 대 강국이라고 떠벌린다고 해도 그건 말 그대로 경제적인 부문에 국한된 것일 수 있습니다. 저들이 지금 경제적으로 어려울지 모르지만 근대 문명의 전통은 우리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앞서 있습니다. 그러니 절대 그들을 우습게 보면 안 됩니다. 이제 우리 지갑도 웬만큼 두툼해졌으니 문명의 두께를 키우는 데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말 그대로 벼락부자일 뿐 지성과 품성, 철학과 사고 면에서 지성인이라고 자부하기는 어려울 테니까요."

263~264p.

그렇다면 중국은? 중국 서점에도 바구니가 있다. 그것도 한 종류가 아니라 휴대용부터 끌고 다니는 대형 카트까지 골고루 비치되어있다. 그래서 30권이 넘는 책을 골라도 아무 문제가 없다. 아! 그 많은 책을 골라 대형 카트에 실은 다음 끌고 다니다 계산대에 서서 계산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질투심과 착잡함을 동시에 느끼게 된다. 누군가는 말할 것이다.

"책 많이 읽는다고 나라가 발전하는 것도 아니요. 돈을 많이 버는 것도 아니다. 게다가 중국인들은 인구가 우리 30배 가까이 되지 않느냐 말이다. 그러니 그 정도 읽는 거야 당연한 것 아닌가?" 글쎄, 그러면 얼마나 좋을까?

272p.

고전은 암초가 되어서는 안 된다. 고전은 등대여야 한다. 고전을 읽지 않았다고 해서 열등감을 느낄 필요도 없고, 부담감을 느낄 필요도 없다. 고전은 필독서, 즉 반드시 읽어야 하는 책은 아니라는 말이다. 물론 고전을 읽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 또한 필독서라고 주장하는 것만큼이나 지적 폭력이다.

277p.

"고전이라고 해서 한 글자도 놓치면 안 된다는 부담감을 털어 내십시오. 바로 그 부담감 때문에 고전을 암초로 여기게 됩니다. 저는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를 이틀 만에 읽었지만 누군가에게 권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 책이 그토록 위대한 고전이라면 <돈키호테>에 숨어 있는 위대한 문명이 무엇인지 해석해 주는 책을 읽고 싶습니다. 저는 그곳에서 약간의 풍자와 시대정신은 찾을 수 있었지만 그 두꺼운 책에 담겨 있을 거라고 믿은 만큼의 무언가를 얻지는 못했습니다. 그 외에 무수히 많은 책들이 그랬습니다."

342p.

오늘날 책을 읽어야 할 까닭은 사막에서 바늘을 찾는 것만큼이나 귀한 반면, 책을 읽을 필요가 없는 까닭은 온 세상을 뒤덮고도 남을 만큼 넘친다. 그런데도 우리는 왜 책을 읽는가! 내 책꽂이가, 우리 책꽂이가, 나아가 인류 문명의 보관소이자 창조의 원천인 도서관 서가가 질문에 답해 줄 것이라 믿는다. 좁디좁은 곳에 파묻혀 자기 등조차 보여 주지 못한 채 꽂혀 있고 쌓여 있는 책들이 불쌍하다.

#책꽂이투쟁기

#김홍식

#서해문집

#그림씨

#인문 #책읽기

#도서에세이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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