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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동그라미
일이 지음 / 봄름 / 2019년 10월
평점 :
절판

자신의 어린 시절 일화들과 일상 이야기들, 소장하고 있는 물건들에 대한 에피소드들을 읽다 보면 '나도!'라는 마음이 불쑥 튀어나오곤 하는데, 꼭 필요하진 않지만 소장해야 성이 차는 수집품, 초등학생(국민학교) 시절 지키지도 못할 생활계획표는 6년 꼬박 그렸어야 했고, 찬바람 부는 계절이 다가오면 손가락이 노랗게 물들 정도로 동생들과 경쟁하며 귤을 까먹기도 했다. 귤 한 박스면 일주일을 채 버티지 못했는데, 요즘은 귤 한 봉지를 사와도 물러서 버리는 게 더 많기도 하니... 나이 들어가며 변하는 건 성격이나 생활습관만은 아닌듯하다.
일상 속 동그라미를 이야기하는 짧은 에세이들은 글을 읽다가 고개를 들어 주변에 어떤 동그란 것들이 있는지 찾아보게 된다. 글을 읽다 책상을 둘러보니 호두, 텀블러, 가위 손잡이, 핸드크림 뚜껑, 빨대, 립스틱, 볼펜 등 물건 하나하나에 담긴 이야기들을 잠시 떠올려보니 짧은 몇 줄은 이야기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보게 되기도 했다. 그림을 그리는 '키미'와 따로 또 같이 작업하는 부부인 '키미앤일이'의 글 쓰는 '일이'가 단독으로 출간한 에세이 <안녕, 동그라미>는 단순히 형태를 지닌 '물건'이 아닌 하나의 감정과 추억이 담긴 소재로 바라볼 수도 있을것 같았다. '동그라미'를 조용히 소리 내어 읽어본다. 동글동글한 소리가 굴러 데굴데굴 모난 마음까지 동글동글해질 것만 같은 글이다.
6p.
잠시 책을 덮고 주위를 둘러보세요. 동그란 사물들이 보이시나요? 아마 당신의 일상 속에도 수많은 동그라미가 있을 것입니다. 무심코 지나쳤던 동그라미들을 천천히 들여다보세요. 그 동그라미 속에서 햇살처럼 빛나는 당신만의 이야기가 있을 거예요.
26~27p.
모든 것이 빠르게 변해가는 요즘, '버틴다'라는 말을 많이 듣곤 한다. 나 역시 요즘 들어 버티는 삶을 사는 듯한 기분이 든다. ... (중략)... 꿈을 위해 서건, 삶을 살아가기 위해 서건 무언가를 새롭게 시작할 때 어쩔 수 없이 '버틴다'라는 개념이 함께 따라온다. '버틴다'라는 것에 우리는 너무 익숙해져 당연하게 여기고 있는 듯하다. ... (중략)... "요즘 겨우겨우 버티고 있어"라는 말 대신 "지금은 미준시 중이야"라는 식으로 바꿔 말하니 그저 버티는 삶이 아닌 진짜 미래를 준비하는 시간처럼 느껴진다. 미약할지라도 말에는 분명 힘이 있으니까.
34p.
별것 아닌 일 앞에서 느꼈던 감정을 통해 나는 어떤 생각을 하면서 지냈고 지금은 어떠한가를 깨닫게 되었다. 아마도 그때의 나는 돈이 중요했고, 지금의 나는 시간이 소중한 모양이다. 돈이 시간이고, 시간이 돈이라는 말이 진짜인가 보다.
211~212p.
계획은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자신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 20년도 훌쩍 지나서야 이 사실을 깨달았다. 그 시절의 나에게 누군가가 이런 이야기를 해줬더라면 좋았을 텐데, 그랬더라면 계획대로 살지 않은 것에 대한 죄책감을 느끼지 않았을 텐데, 그랬더라면 적어도 지금보다는 나에 대한 믿음이 더 컸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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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