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우리 영혼은
켄트 하루프 지음, 김재성 옮김 / 뮤진트리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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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나하고 자러 우리 집에 올 생각이 있는지 궁금해요.

뭐라고요? 무슨 뜻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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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둘 다 혼자잖아요. 혼자 된 지도 너무 오래됐어요. 벌써 몇 년째예요. 난 외로워요. 당신도 그러지 않을까 싶고요. 그래서 밤에 나를 찾아와 함께 자줄 수 있을까 하는 거죠. 이야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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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호기심과 경계심이 섞인 눈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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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말이 없군요. 내가 말문을 막아버린 건가요? 그녀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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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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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스 이야기가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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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잖아도 궁금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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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섹스는 아니에요. 그런 생각은 아니고요. 나야 성욕을 잃은 지도 한참일 텐데요. 밤을 견뎌내는 걸, 누군가와 함께 따뜻한 침대에 누워 있는 걸 말하는 거예요. 나란히 누워 밤을 보내는 걸요. 밤이 가장 힘들잖아요. 그렇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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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요. 같은 생각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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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을 좀 자보려고 수면제를 먹거나 늦게까지 책을 읽는데 그러면 다음날 하루 종일 몸이 천근이에요. 나 자신에게는 물론이고 다른 사람에게도 아무 쓸모없게 돼버리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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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경험해봐서 알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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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침대에 누군가가 함께 있어준다면 잠을 잘 수 있을 것 같아요. 좋은 사람이, 가까이 있다는 것. 밤중에, 어둠 속에서, 대화를 나누는 것. 그녀가 말을 멈추고 기다렸다. 어떻게 생각해요?

🔖여기 오는 것에 대해서. 이제는 어떤 느낌인지. 여기서 밤을 보내는 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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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딜 만하게 됐어요. 이젠 정상으로 느껴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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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 그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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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과 좋은 시간을 보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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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는 줄 알아요. 진실을 말해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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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은, 이게 좋다는 것. 아주 좋다는 것. 이게 사라진다면 아쉬울 거라는 것. 당신은 어떤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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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좋아요. 그녀가 말했다. 기대했던 것보다 더요. 좀 신기해요. 여기 깃든 우정이 좋아요. 함께하는 시간이 좋고요. 밤의 어둠속에서 이렇게 함께 있는 것. 이야기를 나누는 것. 잠이 깼을 때 당신이 내 옆에서 숨 쉬는 소리를 듣는 것._9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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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은 나란히 누워 빗소리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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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둘 다 인생이 제대로, 뜻대로 살아지지 않은 거네요. 그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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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지금은, 이 순간은, 그냥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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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좋을 자격이 내게 있나 의심스러울 정도로요. 그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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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 당신도 행복할 자격 있어요. 그렇게 안 믿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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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두어 달, 그리된 것 같아요. 이유는 뭔지 몰라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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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얼마나 지속될지 여전히 회의적인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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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은 변하니까요._10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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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이게 우리의 마지막 밤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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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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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은 이층으로 올라갔다. 어둠속에서 침대에 누워 그들은 이야기를 조금 더 했다. 애디는 울었다. 그가 그녀의 몸에 팔을 둘러 끌어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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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좋은 시간을 보냈어요. 루이스가 말했다. 당신 덕에 나도 많이 변했고요. 고마운 마음이에요. 감사해요._16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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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ursoulsatnight #kentharu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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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키스먼저할까요 다시 볼까?

따뜻하고 애틋하고, 안타깝지만 그럼에도 너무도 멋지고 사랑스러워서

잠들기전 문장들을 다시 보게 되는 책,

진작 읽을걸...

종이책으로도 구입해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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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유주얼 an usual Magazine Vol.7 : Age 그럴 나이
이다혜 외 지음 / 언유주얼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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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요즘 이야기를 끌어안은 매거진 #언유주얼

밀레니얼 세대를 위한 원 앤 온리 매거진 AN USUAL

밀레니얼의 눈과 마음을 만족시키는 단 하나의 매거진, AN USUAL.

언유주얼 7호의 키워드 '나이'. 이 책을 펼치기 전부터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가 흥얼흥얼 흘러나왔던 건... 서른을 훌쩍 넘겼지만 왜 그렇게 서른이라는 나이가 그렇게 구슬프게 들렸는지, 지금 들어도 숫자로 보는 그 '서른'이 아닌 지금 내 나이대의 시기를 이야기하는 것만 같은지.... 이번호에서 '나이'에 대한 다양한 글, 사진, 그림 등의 형태로 읽어보고, 시각으로 확인할 수 있다.

한 해, 한 해 더해지는 숫자가 더 이상 즐거워지지 않았던 게 언제부터였는지도 기억이 가물가물한 '나이', 이제 그만 더해져도 될 것 같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는 나이. 지난 세월을 나이테처럼 모두 숫자에 새겨 기억하고 있는 나이. 실패로 얼룩진 과거, 삶에서 이룬 것도 딱히 없는 것 같고 새로운 한 살이 즐거울 나이는 지난 지가 한참이지만 그럼에도 괜찮은 '그럴나이'. 34인의 작가들이 이야기하는 '나이'에 대한 글은 이제 사는 게 뭔지 조금 알 것도 같다고 이야기하며 우리를 위로한다. 글과 글 사이 13인의 아티스트들의 사진과 일러스트로 나이와 어울리는 더욱 근사해진 언유주얼 7호 그럴나이.

타고나길 걱정 인간이지만, 경험이 쌓이면서 내가 해결할 수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나누고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는 법을 익혔다. 과거의 시행착오가 데이터가 되어 지금의 나를 돕는 셈이다. ... (중략)... 이 모두는 노화가 주는 선물이 아니다. 경험으로부터 배울 수 있는 사람만이 얻는 보상이다. 아무 일도 하지 않아도 하루하루 늙어가지만, 매 순간에 최선을 다하면 더 나은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나는 믿는다.

시간을 등 뒤에 쌓으며 알게 되었다. 시간은 한 방향으로만 흐르지만 또한 순환한다. 순환을 반복하며 죽음을 향해 굴러가는 이 삶에는, 언제나 새로운 꽃이 피고 새로운 비가 내리고 새로운 바람이 분다. 이 모든 '지금'안에 살아 있는 일이 무척 즐겁고 가치 있음을, 이제야 배워가는 중이다. 삶은 과거나 미래에 있지 않고 여기에 있다. _33p. #이다혜

"이 힘겨운 하루하루를 어떻게 이겨 나갈까 무섭기만" 한, "그 빛나는 젊음은 다시 올 수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되는, 그러니까 서른 후반과 마흔 이후의 날들.

이제는 그 나이까지도 모두 어린 나이였을 뿐이지 싶다. ... (중략)... 요즘 나는 나이를 세지 않는다. 지금의 내 나이를 무어라 불러야 할지 모르겠어 서다. 그동안 나이를 늙음 혹은 젊음으로만 표현했는데, 요즘은 고작 그 두 낱말 위에 이토록 무거운 생을 다 올려놓아도 되는 건가 싶다. 이제 나는 늙지도 젊지도 않다. 그저 멀게만 느껴지던 나이가 다가오고, 삶이 다 끝난 것 같던 나이는 멀어져 갈 뿐이다. _85p. #한지혜

지금, 우리에게 가장 중요하고 흥미로운 한 가지 집중하고,

그 한 가지에서 가지를 뻗어 인터뷰, 소설, 에세이, 시, 리뷰를 모아 만든 매거진.

평범해서 특별한 [an usual]

#언유주얼 #스튜디오봄봄 #카카오페이지

#anusual #anusualmagazine

#Vol7 #그럴나이 #나이알레르기 #오은 #김희라 #오진승 #김준경 #김하나 #김태경 #정세원 #정영욱 #황유미 #차소희

#문화교양지 #잡지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북스타그램 #책스타그램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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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의 언어 - 어떻게 살아야 부자가 되는지 묻는 아들에게 부자의 언어
존 소포릭 지음, 이한이 옮김 / 윌북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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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란 무엇인가? 단순히 '돈이 많은 사람'을 부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 책에 따르면 부자는 '경제적 자유를 얻은 사람'이다. 돈의 노예가 되기보다 돈을 다스리는 주인이 되고, 돈으로부터 인생을 속박당하지 않는 것, 이것이 부자가 되고 싶은 가장 정확하고도 유일한 이유이리라. _7p.

돈을 벌긴 어려운데, 쓰는 건 정말 쉽다. 지문등록, 카드 등록만 해두면 클릭 한 번으로 손쉽게 결제되는 세상. 돈을 쓰는 과정이 귀찮고 어려웠더라면 지출이 줄었을까? (그렇지도 않았을 테지만...) 오늘도 이것도, 저것도 필요하다는 생각에 신나게 카드 결제를 하고 누적 카드대금을 보니 이렇게 많이 썼나?라는 생각이 들어 움찔! (그리곤, 앉아서 이 책의 서평을 쓰자니 엄청 속이 쓰리네.)

화자인 부의 정원사와 그를 중심으로 농장 일을 하는 산투스, 소년원에서 인연을 맺게 된 지미, 이웃인 제러드와 그의 아들인 프레드가 정원사와 이야기하며 이끌어가는 이야기는 픽션과 논픽션의 적절한 조화로 '부를 가꾸는 과정'을 소설처럼 들려주고 있다. 이 이야기들이 더욱 생생하게 다가오는 건 저자의 실제 인생 경험에서 얻은 부의 원칙을 명료하게 정리해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인듯하다. 누구나 부를 축척하여 부자가 될 수는 없겠지만 수입과 지출,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들을 하며 '경제적 자유'를 얻는 만큼 탄력 있는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이 책은 어려운 경제에 대한 개념을 이야기하는 전문서적이 아니다. 부의 철학에 대한 우화? 이야기?라고 이야기해야 할까? 챕터 하나하나를 넘길 때마다 쉽게 이해가 되는 한편, 단순히 '돈'만을 바라는 게 아닌 삶 전반에 대한 열정, 경제관념, 소비습관, 투자에 대한 인식 부족 등을 생각해보게 된다. 생각에만 그치는 계획들, 현실에 안주하느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이젠 실패가 두려워 아예 도전할 생각조차 하지 않는 삶은 결국 '경제적 자유'를 얻지 못한 이들의 핑계를 늘어놓기에 바쁘진 않았던가? 빨리 읽을수록 단단한 삶을 준비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물고기 잡는 법'을 알려주는 부의 철학서. 자녀들과 함께 , 또는 공동의 관심사를 가진 이들과 읽고 등장인물들에 대해 이야기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책을 읽는 만큼 부자가 되면 참 좋겠네!)

우리는 늘 너무 바빠서 무언가 더 할 시간이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우리는 그냥 지금 상태를 유지할 수도 있고, 하고 있는 일을 바꿀 수도 있다. _35p.

만족감과 개인적 성장은 야망의 결과물이다. 삶의 조건에 좌절하고, 성장 배경이라는 덫에 걸리고 평범함을 참을 수 없어서 좌절감을 느낀다면, 야망을 가지고 태어난 걸 감사하게 여겨라. 그로 인한 고통은 최고의 삶을 살게 해주는 연료가 된다. 야망으로 인해 당신은 성장하게 될 것이다. _158p.

우리는 늘 '무엇'을 저지른 후에 '어떻게' 하는지를 알게 되는 듯하다. 해야 할 일이 까다로울수록, 우리의 능력도 그에 맞춰 커진다. 나는 '어떻게' 하느냐에 전념했다. _ 171p.

부자가 되고자 열망한다면, 부정적인 영향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말고 자신의 마음을 보호하라. 가장 탐나는 목표에 초점을 맞춰라. _ 180p.

자넨 생각이 너무 많아. 일이 일어나게 내버려 두고, 핑계를 만들어내. 모두가 바쁘고, 모두가 저마다 문제를 가지고 있어. 그건 그냥 삶의 한 부분이야. 삶은 문제의 연속이고, 그걸 받아들여야 성장해. 우리 모두 좌절을 해. 그리고 인생은 나만 특별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으면 훨씬 쉬워지지. 자네 문제도 다른 사람들과 같다는 걸 받아들이게나! _248p.

마지막 순간에 벌어지는 일에 대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어. 그런 순간에 직면했을 때, 우리는 비로소 지난 과오들조차 받아들이는 걸 배우게 되지. _290p.

#부자의언어 #존소포릭 #이한이 #윌북

#경제경영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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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에 따라 산다 - 차와 함께라면 사계절이 매일매일 좋은 날
모리시타 노리코 지음, 이유라 옮김 / 티라미수 더북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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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어느 날, 책장에서 낡은 노트 한 권을 꺼내어 펼쳐들었다. 그 안에는 십여 년 전에 적었던 짧은 글들이 담겨 있었다. 글을 적은 건 대개 일주일에 한 번, 다도 수업이 있던 날이었다. 처음에는 그날의 수업 내용이나 족자, 꽃, 다구, 과자 등을 기록해두었다. 그러다 점점 다도실에서 나눈 대화, 수업 중에 느낀 감정, 그날그날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를 적어나가게 되었다.

책장을 넘기다 보니 많은 계절이 보였다. 우리가 이 다도실에서 얼마나 중요한 시간을 보내왔는지도....

그중 일 년을 이곳에서 돌이켜보려고 한다. 그 노트에 나는 '호일 일기'라는 이름을 붙였다. _15p.

영화 <일일시호일>의 개봉에 맞추어, <계절에 따라 산다>를 집필하게 된 책이라고 한다. 오십 대 즈음의 몇 년 동안 적어온 노트가 이 책의 토대가 되었다고 하는데 이 책은 다도 수업의 기록인 동시에 계절의 순환에 대한 기록이라고 한다. 이전작인 책도 꽤 차분하게 빠져들어 좋은 기분으로 읽었던 기억이 있어 작년에 읽었던 책을 꺼내어보기도 했다.

"마음이 소란하고 지칠 때도

꽃이 피면 꽃을 보고

단풍 들면 고개 들어 그 빛깔을 봐야지."

"차 같은 건 너무 고루해."라고 생각하며 내키지 않는 기분으로 다니기 시작한 다도, 저자 모리시타 노리코는 걸어서 십분 거리에 있는 다케다 선생님댁으로 향하는 길을 언제나 무언가를 품은 채 걸었다고 이야기한다. 내가 좋아하는 무언가를 위해 발걸음 할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건... 살아가는데 큰 힘이 될 것만 같다. 일, 인간관계, 장래에 대한 불안이나 집안 문제, 마음의 상처 등 작은 일에도 일일이 상처받지만 살아가야 하기에 한숨을 쉬며 선생님댁으로 들어섰을 때의 느낌을 묘사한 글을 읽으며 조금 어수선했던 내 마음도 그 정경들을 상상하며 차분해짐을 경험하게 한다. 차와 함께 하는 순간 일상에서 벗어나 '다른 시간' 속에서 저자가 이야기하는 수업의 풍경, 그날의 족자, 감정, 계절, 과자 등의 이야기들을 읽으며 슬며시 미소가 지어지기도 한다. 수록된 일러스트 몇몇은 기존 사용되었던 이미지이고 나머지는 전부 새로 그린 그림이라고 한다. 사실 과자에 대한 일러스트를 보고 있으면 '이 과자는 어떤 맛일까?' 궁금해 질 정도로 정교하고 아름답다. 마음만 분주한 일상, 잠시 하던 일을 멈추고 온몸으로 맞이해보는 사계절. 「계절에 따라 산다」를 읽으며 흐름대로 살아가는 삶, 계절의 변화를 다시금 생각해보게 된다. 길다면 긴 시간이라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계절의 흐름을 만끽할 수 없는 조심스러운 봄, 천천히 우러나 천천히 스미는 날마다 좋은날, 모리시타 노리코의 책을 권해보고 싶다.

'이런 식으로 앞으로도 계속해나갈 수 있을까?'

어렸을 때는 부모님 말씀만 잘 들으면 안전이 보장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를 지켜주던 부모님의 등이 어느새 작아졌다. 이젠 내가 지키고 떠받쳐야 할 입장이 되고 보니 세상에 확실한 안전 같은 건 어디에도 없었다. _34p.

"슈ㅡㅡㅡㅡㅡㅡ."

가마에서 하얀 수증기가 올라오고, '솔바람'이 울린다.

유키노 씨가 툭, 중얼거렸다.

"고요함의 소리네...."

수증기가 은은히 피어오르는 따뜻한 방에 앉아 솔바람에 귀를 기울이고 있으면, 어느새 마음의 술렁거림도 머릿속의 소음도 차츰 잠잠해진다. 그 느낌이 너무나 좋다.

'그렇구나. 고요함이란 아무 소리도 없는 상태가 아니야. 이 소리는 고요함의 소리인 거야.' _52p.

봄이 되면 곳곳에 새싹이 나고 일제히 꽃이 핀다. 누구나 어릴 때부터 당연하게 여기며 살아간다.

하지만 어느 날, 눈부신 새싹을 보고 불현듯 깨닫는다. 우리가 이토록 신비한 일에 둘러싸여 있으면서도, 그걸 신비롭다고 생각하지도 못한 채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_94~95p.

십 대 소녀였을 때, 나에게 계절이란 배경으로 흐르는 단순한 '풍경'에 지나지 않았다. 계절의 순환 같은 건 내 인생에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심지어 가능하다면 일 년 내내 일정하게 쾌적한 온도 속에서 살고 싶었다.

하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느끼게 되었다...

우리는 계절을 앞질러 나아갈 수도, 같은 계절에 계속 머물 수도 없다. 언제나 계절과 함께 변화하며, 한순간의 빛이나 나무 사이로 부는 바람에 마음을 가다듬고, 쏟아지는 빗소리에 몸을 맡기며 자신을 치유하기도 한다. ... (중략)... 우리는 계절의 순환 밖이 아니라, 원래부터 그 안에 있다. 그러니 지칠 때는 흐름 속에 모든 것을 맡기면 되는 것이다.... _132~133p.

내가 선택한 길을 살아왔다. 그 점에는 일말의 후회도 없다. 눈앞에 주어진 일을 해나가다 보면 하루하루가 지나간다. 하지만 일이 끊길 때면 내가 얼마나 불안정한 장소에 서 있는지 깨닫고 소름이 돋는다. 그래도 젊을 때는 '정 안되면 뭐든지 해서 살아가면 돼'라고 생각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 젊지 않다.

'여기는 인생의 어디쯤일까? 건너편 기슭은 아직 멀었을까.....? 무사히 다다를 수 있을까.....?' 이내 불안해진다. _174p.

#계절에따라산다 #모리시타노리코 #이유라 #에세이 #티라미스더북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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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란 - 박연준 산문집
박연준 지음 / 난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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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란」은 '어림'을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 책입니다. '어림'에는 여림, 맑음, 유치, 투명, 슬픔, 위험, 열렬, 치졸, 두려움, 그리고 맹목의 사랑 따위가 쉽게 들러붙죠. 나이가 들수록 우리가 비껴 앉게 되는 것, 피하거나 못 본척하거나 떨어뜨려 두려고 하는 것들이요. 진짜 삶은 '어림'이 깃든 시절에 있는 줄도 모르고, 우리는 어림에서 멀어집니다. ... (중략)... 당신이 '어림의 시절'을 지나고 있다면, 모든 '어림'을 애틋해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돌보듯 읽을 수 있을 거예요. 어림을 돌보듯이. _9~10p.

소란한 봄을 맞이하고 있다. 5년 전 읽고 지인에게 다시 선물했던 책인데, 최근 개정판 출간 표지를 보고 다시 읽어야겠다는 생각에 책이 도착하자마자 읽어버렸다. 찬바람이 불면 유독, sns에서 많이 보이는 박연준 작가의 「소란」 2020년 읽은 소란에 공감한 문장들은 5년 전 읽었을 때의 문장들과는 꽤 달라져 있었다. 나의 내면이 조금은 성장한 걸까? 당시엔 저자의 글이 조금 어렵다는 생각이 들어 정체되는 구간이 많았던 걸로 기억하는데.... 이번 책 읽기는 이토록 한 개인의 삶을 농밀하게 드러내었던 글이었나?라는 생각이 드는 한 편, 문장이 마음이 콕콕 박혀 읽고 되짚어 읽기를 반복하게 된다.

소란 騷亂 ; 시끄럽고 어수선함. 소란 巢卵 ; 암탉이 알 낳을 자리를 바로 찾아들도록 둥지에 넣어두는 달걀. 밑알이라고도 함.

무슨 말이 필요할까, 다시 읽고 또 읽어도 좋은 책. 공감하는 문장은 많이 달라졌지만 그 시선의 변화를 느껴보는 것도 꽤 즐거운 책 읽기가 아닐까? 봄비 내리는 밤에 읽었지만, 봄바람 부는 날 읽어도 좋을 것 같다. 이렇게 좋은데, 읽어요 우리.

누가 사랑에 빠진 자를 말릴 수 있겠어요? 운명론자는 아니지만, 나는 사람마다 각자 경험하고 지나가야 할 일정량의 고유 경험치가 존재한다고 믿거든요. 다 겪지 못하면 다음으로 못 넘어가는 거죠. 당신을 사랑하고, 또 헤어지던 순간은 꼭 필요한 경험이었어요. 그 일을 나는 긍정합니다. _33p.

나는 생각한다. 내가 세상에 불쑥 돋아난 이후로, 내 생은 저 떨어지기 직전 '가을 나뭇잎의 소란' 같다고. _60p.

여전히 나는 작은 일에도 쉽게 화가 나 평정을 잃고 방방 뛸 때가 많지만 서른이 넘었으므로 이내 괜찮은 척, 기다리는 척한다. 마흔이 넘어서는 뭘 하는 척해야 하나? 쉰이 넘고 예순이 넘어서는? 중요한 건 생각은 갑자기 해서 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늘 무언가를 생각하고, 준비를 해야 어른인 ‘척’도 하고, 잘 사는 ‘척’도 하고, 사랑하는 이들을 안심시키는 ‘척’도 할 수 있을 테니까. 아무쪼록 잘 사는 일이란 마음이 머물고 싶어 하는 것에 대해, 순간의 시간을 온전히 할애해 주는 것일지 모른다. 시간을 ‘보내는 것’이 삶이라면 될 수 있는 한 ‘잘 대접해서’ 보내주고 싶다. _81p.

우리는 모른다. 사랑이 우리를 어디로 데려갈지. _149p.

내게 죽음은 유예되고, 유예되고, 유예되고, 한없이 유예 가능할 것 같은 무거운 숙제다. 물론 오겠지. 결국엔 올 것이다. 내게도, 다른 모든 살아 있는 것들에게도, 죽음을 기약하지 않고 사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내 침대 아래 죽음이 잠들어 있다. 죽은 듯이 잠들어 있는 죽음. 훗날 죽음이 눈을 뜨고 나를 바라보려 할 때, 피하지 않고 평온하게 받아들일 수 있기를 바란다. 후회 없이 살았고, 즐거웠다고. 사랑이 충만했다고 말하며 다 읽은 책을 덮듯이 삶을 탁, 닫고 싶다. 그다음 죽음의 손을 잡을 것이다. _20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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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란 #박연준 #박연준산문집 #난다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book #blanket #handmade #이밤이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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