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란 - 박연준 산문집
박연준 지음 / 난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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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란」은 '어림'을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 책입니다. '어림'에는 여림, 맑음, 유치, 투명, 슬픔, 위험, 열렬, 치졸, 두려움, 그리고 맹목의 사랑 따위가 쉽게 들러붙죠. 나이가 들수록 우리가 비껴 앉게 되는 것, 피하거나 못 본척하거나 떨어뜨려 두려고 하는 것들이요. 진짜 삶은 '어림'이 깃든 시절에 있는 줄도 모르고, 우리는 어림에서 멀어집니다. ... (중략)... 당신이 '어림의 시절'을 지나고 있다면, 모든 '어림'을 애틋해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돌보듯 읽을 수 있을 거예요. 어림을 돌보듯이. _9~10p.

소란한 봄을 맞이하고 있다. 5년 전 읽고 지인에게 다시 선물했던 책인데, 최근 개정판 출간 표지를 보고 다시 읽어야겠다는 생각에 책이 도착하자마자 읽어버렸다. 찬바람이 불면 유독, sns에서 많이 보이는 박연준 작가의 「소란」 2020년 읽은 소란에 공감한 문장들은 5년 전 읽었을 때의 문장들과는 꽤 달라져 있었다. 나의 내면이 조금은 성장한 걸까? 당시엔 저자의 글이 조금 어렵다는 생각이 들어 정체되는 구간이 많았던 걸로 기억하는데.... 이번 책 읽기는 이토록 한 개인의 삶을 농밀하게 드러내었던 글이었나?라는 생각이 드는 한 편, 문장이 마음이 콕콕 박혀 읽고 되짚어 읽기를 반복하게 된다.

소란 騷亂 ; 시끄럽고 어수선함. 소란 巢卵 ; 암탉이 알 낳을 자리를 바로 찾아들도록 둥지에 넣어두는 달걀. 밑알이라고도 함.

무슨 말이 필요할까, 다시 읽고 또 읽어도 좋은 책. 공감하는 문장은 많이 달라졌지만 그 시선의 변화를 느껴보는 것도 꽤 즐거운 책 읽기가 아닐까? 봄비 내리는 밤에 읽었지만, 봄바람 부는 날 읽어도 좋을 것 같다. 이렇게 좋은데, 읽어요 우리.

누가 사랑에 빠진 자를 말릴 수 있겠어요? 운명론자는 아니지만, 나는 사람마다 각자 경험하고 지나가야 할 일정량의 고유 경험치가 존재한다고 믿거든요. 다 겪지 못하면 다음으로 못 넘어가는 거죠. 당신을 사랑하고, 또 헤어지던 순간은 꼭 필요한 경험이었어요. 그 일을 나는 긍정합니다. _33p.

나는 생각한다. 내가 세상에 불쑥 돋아난 이후로, 내 생은 저 떨어지기 직전 '가을 나뭇잎의 소란' 같다고. _60p.

여전히 나는 작은 일에도 쉽게 화가 나 평정을 잃고 방방 뛸 때가 많지만 서른이 넘었으므로 이내 괜찮은 척, 기다리는 척한다. 마흔이 넘어서는 뭘 하는 척해야 하나? 쉰이 넘고 예순이 넘어서는? 중요한 건 생각은 갑자기 해서 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늘 무언가를 생각하고, 준비를 해야 어른인 ‘척’도 하고, 잘 사는 ‘척’도 하고, 사랑하는 이들을 안심시키는 ‘척’도 할 수 있을 테니까. 아무쪼록 잘 사는 일이란 마음이 머물고 싶어 하는 것에 대해, 순간의 시간을 온전히 할애해 주는 것일지 모른다. 시간을 ‘보내는 것’이 삶이라면 될 수 있는 한 ‘잘 대접해서’ 보내주고 싶다. _81p.

우리는 모른다. 사랑이 우리를 어디로 데려갈지. _149p.

내게 죽음은 유예되고, 유예되고, 유예되고, 한없이 유예 가능할 것 같은 무거운 숙제다. 물론 오겠지. 결국엔 올 것이다. 내게도, 다른 모든 살아 있는 것들에게도, 죽음을 기약하지 않고 사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내 침대 아래 죽음이 잠들어 있다. 죽은 듯이 잠들어 있는 죽음. 훗날 죽음이 눈을 뜨고 나를 바라보려 할 때, 피하지 않고 평온하게 받아들일 수 있기를 바란다. 후회 없이 살았고, 즐거웠다고. 사랑이 충만했다고 말하며 다 읽은 책을 덮듯이 삶을 탁, 닫고 싶다. 그다음 죽음의 손을 잡을 것이다. _20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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