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 포토 - 상상을 담는 창의적 사진 강의 노트
크리스 오르위그 지음, 추미란 옮김 / 정보문화사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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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사진을 찍는 방법은 중요치 않다!

당신의 사진은 누구에게, 어디서 영감을 받는가?

 

 

어린시절 집에 있던 수동 필름 카메라는 귀한 재산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우리 형제를 데리고 외출하실때면 꼭 카메라를 챙기셨던 아빠는 어디에서든 우리 형제들을 사진으로 남기는걸 좋아하셨고 우리가 다 장성한 지금은 앨범속 우리의 사진들을 가끔 들춰보시며 그 시절 이야기를 해주시곤 한다.   이렇게 카메라를 통해 남은 사진들은  지나간 시간, 그 시절의 모습들을 추억하며 이야기 할 수 있게 해준다.  전문가스럽진 않지만 아빠가 찍어주신 우리의 사진들은 사랑이 담겨있어서 인지 여느 전문가가 찍은 사진보다 더 마음에 들고 작품처럼 보이기도 한다. 

 

 

사진이 내게 가르쳐준 교훈이 하나 있다면 바로 인생이 짧다는 것이다.  나는 카메라를 이용해 인생 시간이라는 프레임을 늘리고 천천히 가게 한다. /p128

  

 

책의 저자인 '크리스 오르위그'는 사진의 시작은 남녀가 만나 결혼을 하면서부터 본격적인 관심을 가지게 된다고 한다.  둘이 만나 아이가 생기고 그 아이가 성장하는 모습을 담기 위해 '사진'만한 것이 있을까?  모 카메라 광고에도 카메라의 무게에 비해 추억을 담는건 지극히 가벼운 일이라고 이야기 한다.  조카도 있지만 아이가 성장하는 속도는 정말 하루가 다르고 그 순간들을 담기에 카메라의 성능이 조금 아쉬울때도 있다.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는 아이들을 이쁘게 담기엔 어느 정도의 기술이나 기능이 필요한 것 같다.)  휴대성이 용이한 포켓 카메라, 포켓 카메라와 DSLR의 기능을 모아 만든 미러리스, 그리고 DSLR 등 카메라의 종류도 다양해졌고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관심이 있는 이들은 한 두 종류 이상의 카메라를 보유하고 있기도 하다.  그만큼 사진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도 많아졌고 사진을 전문적으로 찍는 '사진작가'가 아니라 하더라도 느낌이있는, 또는 감성적인 사진을 찍는 사람들도 많아지게 되었다.   나도 일상적인 사진이나, 조카님 사진, 음식, 카페사진등등 일상속의 사진찍기를 즐기고 있기에 사진에 관련된 책에 관심이 많았다.  국내에도 해외 유명 작가들의 사진전이 자주 열리기도 하고, 국내 아마추어 사진작가들의 전시회도 크고 작게 이루어 지고 있는건 사진이 '작품'이기보다 우리곁에 가장 가까이 보고 느낄 수 있는 일상이기 때문이지 않을까?

 

 

"당신의 상상력을 넓히는 것이 무엇인지 스스로에게 물어보고 열심히 찾아본 수 더 적은 것으로 더 많은 것을 말하는 사진을 찍어보자."  /p24

 

아름다운 빛, 색깔, 내용은 모든 곳에 존재한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그것을 보지는 못한다.  /p64

 

여행은 우리에게 떠나 보낼것을 가르친다.  사실 여행 하나하나가 인생에서 중요한 것을 가르치는 훈련장이다.  /p233

 

 

 

단순히 사진에 대한 구도나, 테크닉을 설명하는 책일거라 생각했는데 사진에 대한 철학, 심상, 스토리, 삶 등을 이야기하듯 편하게 풀어가고 있다.  사진에 대한 전문 지식이 없어도 편하게 사진찍는 이의 이야기를 읽어가는 듯한 이야기 그리고 이야기와 함께 실린 사진들은 한 권의 사진 에세이를 읽는듯한 느낌이었다.  캘리포니아의 산타바바라에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사진학교인 Brooks Institute에서 학생들에게 강의 중이며 저명한 포토그래퍼이기도 한 저자는 사진작가라기보다 글을 쓰는 작가같다.  사진이 단순한 '기술'이 아니며 찍는 대상을 바라보는 창의적인 시선과 느낌을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그동안 카메라에 대한 불편만 해왔는데 나도 이런 생각을 하며 찍었던가?  그냥 사물을 카메라에 담는데만 급급했던건 아닌가? 하고 생각해보기도 했다. 

 

 

사진을 찍기에 앞서 기본적인 장비의 준비와 사진을 찍고자하는 대상에 대한 준비,마음가짐도 필요하다는걸 배우게 됐다.  필름카메라가 아닌 디지털카메라가 대중화되면서 많은 영상을 순식간에 담을 수 있지만 그 많은 자료중에서 마음에 드는 한 컷을 고르기위해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하는 것이다.  그보다 원하는 한 컷을 위해서 찍기전에 상상을 해보고 구도를 잡아보고 연구하는 자세가 필요한건 비단 전문가뿐이 아니라 사진을 즐기는 이들에게도 필요한 자세일것 같다.   책은 세개의 큰 챕터로 구분되어 있고 하나의 단락이 끝날 때마다 워크숍 과제란을 만들어 두어 사진에 대해 더 연구해보고 싶은 이들을 위해 상세한 사이트와 자료, 방법들을 이야기해주고 있다. 

 

 

복잡하고 다양한 테크닉보다 창의적인 시선이나 도구나 장비에 의존하지 않는 사진을 통해 바라보는 이의 시선에 따라 달라지는 사진이야기는 읽는동안 두근거리며 즐거웠던 시간이었다.  그동안 사진은 장비가 80%이상이라고 생각해왔지만 생각해보면 여행지나 일상에서 찍은 사진들은 작은 똑딱이 카메라였고 그 역할을 충실히 왔는데 장비가 좋으면 물로 좋겠지만 여건이 허락하지 않는다면 지금의 카메라도 충분하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동안 너무 내 개인적인 취향이나 관심사 위주로 사진을 찍었던건 아닐까?  어린시절 아빠가 우리 형제들을 기록으로 남겨주셨던 것처럼 나도 부모님 사진을 찍어드려야겠다.   사진을 찍으며 다양한 주변의 팁들을 이용해 촬영하는 가이드를 비롯 사진찍는걸 즐기는 이들, 또는 전문적인 사진찍기를 꿈꾸는 이들에게 좋은 가이드가 되어 줄 것 같은 책이었다.

 

 

우리는 뭔가를 아름답다고 생각하고 그 아름다움을 포착하고 싶기 때문에 사진을 찍는다.  하지만 사진에 찍히는 대상도 늘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은 쉽게 잊어버린다.  /p1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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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
이지혜.이지나 글 사진 / 나무수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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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짧은 시간이었지만 미서부 투어중 몇시간 머물렀던 샌프란시스코의 인상이 사진엽서의 한 장면들 처럼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나곤 한다.  여행중 가장 큰 비중을 두며 준비했던 곳이기도 했고 당시 초판본이었던 <샌프란시스코>를 들고 여행길에 올라 비행기에서 현지에서 즐거운 마음으로 포스트잇을 다닥 다닥 붙여가며 방문할 곳을 체크하기도 했지만 모두 둘러보기엔 터무니 없이 모자랐던 시간... 간신히 유람선 한 번 타고 금문교, 알카트라즈를 멀찌감치 감상했고 요트를 타며 주말을 즐기는 현지인들을 보는걸로 만족해야했다.  그곳을 떠나오며 언젠가 꼭 샌프란시스코에서만 시간을 보내러 다시 방문해야지 라는 다짐을 하고 떠나왔는데...  그녀들의 <샌프란시스코> 개정판 소식이 들려왔다.  출간후 3년.. 그동안 어떤 변화들이 있었을까?

 

 

샌프란시스코에 간다면 당신도 분명 그 이유를 찾을 수 있을 겁니다.  반복되는 일상이 지겨워진 어느날. 여행을 꿈꾸는 당신의 손에 이 책이 쥐여져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p23 by jina

 

제가 살고 있는 이곳, 샌프란시스코는 보면 볼수록 매력이 넘쳐납니다.  각 디스트릭마다 개성이 뚜렷하고 바쁜 도시이지만 느리게 가는 멋이 있는 곳이랍니다.  다른 곳에서는 절대 찾아볼 수 없는 아름다운 언덕들과 도시 안에서 만나는 바다.  이를 더 빛나게 해줄 눈부신 햇살과 푸른 하늘. 자유와 평화가 공존하는 이곳 샌프란 시스코는 자연과 어우러져 마음의 휴식을 갖고자 찾아오는 전 세계 사람들로 늘 북적입니다. /p25 by jihye

 

 

샌프란시스코 현지에서 요리사로 일하며 현지인으로 살아가며 느끼고 담은 샌프란,  그리고 동생인 지나가 여행자의 시선으로 바라본 샌프란의 느낌은 묘하게 잘 어우러진다고 할까?  현지인이 아니면 모르고 지나칠만한 것들을 지혜가, 여행자가 아니면 눈에 띄지 않을 만한 것을 지나가 서로 보완하며 더욱 알찬 내용으로 돌아왔다. 

특히 책의 시작과 마지막에 지나와 지혜의 Agenda는 여행을 하다 마주한 인상적인 장면을 저자들이 소개하는 샌프란시스코의 대표적인 공간들을 소개하고 있다.  여행에 빠질수 없는 먹거리, 쇼핑, 아티스트의 개성있는 작품이 모여있는 갤러리, 여행서가 빼곡한 서점등 아날로그적인 감성과 그들의 이야기가 담긴 책은 여행안내서가 아니라 샌프란시스코의 일상을 엿보는듯하다.  잠깐이지만 나도 머물렀던 그 장소를 오랜시간 현지인으로 또는 조금긴 여행자의 시선으로 바라본 그곳은 샌프란시스코를 찾는 이들이 왜 그곳을 사랑하게 되는지 마음을 쉬어가는 곳인지를 알게해주는것 같다.  커피와 책에 관심이 많다보니 관심사는 자연스레 그곳의 카페이야기나 서점들의 이야기에 집중하게 된다.  책의 크기에 비해 가볍고 읽기 편하게 정리되어있어 관심가는 어느 페이지부터 읽어도 잘 읽어지는 일것 같다.  책을 들고 다니며 읽는 중에도 주변지인들의 많은 관심을 받았던 책이고 꼭 여행을 떠나기 위해 읽는다기보다 책장에, 또는 손 잘가는 곳에 두고 한 번씩 펼쳐봐도 기분전환이 될 것 같았다.  

 

책을 읽으며 마음은 다시 샌프란시스코의 거리 어디쯤을 거닐고 있는듯 한 느낌이었다.  그녀들이 에피소드와 함께 소개한 장소들, 또는 맛집들, 갤러리들, 서점, 언덕들, 그리고 교통수단 등등 내가 직접 보고 체험한 장소는 일부였지만 그녀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상상력이 더해져 나도 그 곳을, 그 장소를 더 사랑하게 된 것만 같다.  그 곳을 떠나오며 아쉬운 마음에 '언젠가 꼭 다시 한 번 방문하리라' 하고 생각했던 마음을 다시금 떠올리게 했던 책.  지금 당장 떠날 수 없다면 이 책 한권으로 샌프란시스코의 낭만과 여유로움 아날로그적인 감성들을 만나보는건 어떨까?

 

 또 누군가는 "I left my heart in San Francisco" (나는 샌프란시스코에 나의 마음을 두고 왔습니다)라고 노래하기도 했죠.  샌프란시스코에 간다면 당신도 분명 그 이유를 찾을 수 있을 겁니다.  반복되는 일상이 지겨워진 어느날, 여행을 꿈꾸는 당신의 손에 이 책이 쥐여져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p23 by ji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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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에 말 걸기 - 명로진 쓰고, 정아 그리다
명로진 지음, 정아 그림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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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볍게 읽으려고 했으나 생각보다 심오했던 책이라고 인정해야겠다.  그동안 읽어왔던 그저 그런 연애지침서가 아니라 저자 본인의 이야기와 주변인의 이야기를 사례로 사랑, 연애, 아픔, 이별 등을 이야기하고 있다.   사랑의 모습들은 얼마나 다양한 모습들을 하고 있을까?  어쩌면 사랑에 빠진 그 순간 만큼은 모든 이들이 거의 비슷할지도 모른다.   서로만 보이고 주변의 이야기는 들리지 않으며 오직 그들만의 세계만 존재하는... 그동안 궁금했고 앞으로도 궁금할 이야기지만 연애의 결말이 진정 결혼일까?


 

 

결혼하지 않아도 충분히 행복하다.  이것이 환타의 생각이다.  연애의 결말은 뭘까? 결혼일까? 이별일까? 좋은 결과 가운데 하나가 결혼인 것은 사실이다.  좋지 않은 결과 가운데 하나가 이별인 것 또한 사실이다.  /p30 

 

 

저자는 주변인의 이야기와 본인의 경험담 생각등을 이야기하며 질문, 생각거리들을 던져준다.  행복하기 위해 연애를 하는 걸까 아니면 목표로 삼을 만한 그 무엇을 위해 이라는 걸 해야하는 걸까?  물론 이별도 빠질 수 없다.  결혼하지 않아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1인이기에 읽고 또 읽었던 구절 이었다.  부모님이나 지인들이 가끔 걱정을 해주시곤 한다.  지금이야 젊어 괜찮지만 나이들면 서글퍼진다고.   "나는 당신을 사랑하지만 나는 나를 더 사랑해" 모 영화의 대사처럼 살려고 노력중이다.  나를 사랑하고 아끼고 행복한데 서글퍼질 틈이 있을까?  그리고 아직 이렇다! 라고 단정 지어지지 않는 인생이기에 미리 걱정하진 않으려 한다.

 

 

이별의 변은 짧을수록 좋다.  이별의 순간은 간단할수록 좋다.  이별 후폭풍은 빨리 지나갈수록 좋다.  간단한 이별사가 버림받는 내게도 훨씬 덜 아프다.  울음이나 치욕감, 고뇌 같은 것은 혼자 감당해도 된다.  이제 돌아서서 남이 될 관계라면 굳이 그에게 내 뇌 속에 있는 징그러운 방울뱀의 모습을 보여줄 필요는 없다. /p143

 

 

십대에서 이십대 초반까지만 해도 남들처럼 평범하게 살고 있을거라 생각해왔다.  하지만 생각처럼 내 맘대로 되지 않는게 인생이고 또 '사랑'이라는 '감정'앞에 '이성'을 내세운답시고 낭패를 보기도 했었다.   누군가를 온마음을 다해 사랑해보기도 했고,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기도 했을 것이다.  내 마음이고 내 위주로 생각하게 되니 이별에 있어서도 옳고 그름이나 이별의 원인을 생각하면 내가 피해자라고 생각하곤 했는데 생각해보면 그건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닌 그냥 싫어지고, 마음이 떠난 문제이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글을 읽으며 "사랑은 가슴으로 하는것" 이라는 걸 생각해보게 되는 것 같다.  '사랑'을 하며 걱정이나 이별을 생각하는 순간은 '사랑'하지 않는 순간이라고 한다.  '가슴'이 하는 이야기에 충실했고 온 마음으로 최선을 다했다면 그 결과가 어찌 되었든 행복하지 않을까?  책을 읽으며 고개는 끄덕였지만 마음깊이 공감하지 못한 건 지금은 내 마음이 충전할 시간을  주어야 할 때라고 생각되는 시기였기에 소설이나 글을 읽듯이 읽어내려 가며 읽었기 때문이리라.... 어느 장을 펼쳐 읽어도  사랑을 하는 사람들, 이별에 아파하는 사람들, 또는 사랑을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친구가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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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나간마음을찾습니다>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집 나간 마음을 찾습니다 - <유희열의 스케치북> 정민선 작가가 그려낸 선연한 청춘의 순간들
정민선 지음 / 시공사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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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부터 라디오 작가들의 에세이 도서를 유심히 보기 시작했다.  일상에 가장 가까이서 마음속 꺼내 표현하지 못하는 이야기들을 생생하게 표현하는 그들의 글이 가끔은 얄미울 정도로 부럽기까지 했다.  겨울이가고 봄이 오려는 계절쯤이면 유독 에세이로 눈길이, 마음이 가곤한다.  아마도 겨우내 꽁꽁 얼었을지도 모를 마음에 따스한 글이라도 담아주고 싶어서 였을까?  제목도, 책표지도 유난히 눈길을 잡아 끌었던 <집나간 마음을 찾습니다> 그런데 책을 받아들고는 선뜻 책을 펼쳐보지 못했다. 왜 그랬을까?  이젠 청춘의 이야기들이 내 이야기처럼 느껴지지 않는다는 선입견이 생기게 되어서일까? 나이 들어감을 감지하고 있기 때문일까?  그러나 책장을 펼쳐 읽기 시작한 순간부터 책장을 덮는 순간까지 읽다가 멈추기를... 책에서 시선을 들어 시선이 닿는 곳을 멍하니 응시하며 생각해보기를 몇 차례나 했던지...

 

 

며칠 비워둔 방안에도 금세 먼지가 쌓이는데

돌보지 않은 마음 구석에야 더할 나위가 있을까.  /프롤로그

 

 

모든이들에게 똑같이 주어지는 하루, 한 달, 일 년...그리고 그런 시간들을 기록하고 시간이 흘러 뒤적여 볼 수 있는건 얼마나 마음을 덜어내고 비워내는 연습을 해야 가능한걸까?  생각해 보면 버리지 못하고 쥐고 있으려하는 마음이 크기에 그것을 조금도 덜어내지 못하고 있는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번에는 꼭 해봐야지 하면서도 자꾸만 안으로만 쌓으려하건 어쩌면 그렇게라도 지난 시간들을 기억하고 싶은 미련때문인걸까?  가끔은 내 마음속도 들여다보며 다독여주고 정리도 해줘야 다른 마음들이 들어설 자리도 생기는게 아닐까?  어른이 되어간다는건 감정을 숨기고, 슬퍼도 참아야하고, 아파도 웃어야 하는거라 하는데... 마음을 다스리는건 아직도 어렵기만 하다.  그리도 꿈에 그리던 스무살이 되었을 때, 성년되었다는 기분으로 세상 모든것을 가진듯한 기쁨은 얼마나 갔을까?  사회생활을 시작하며 어른으로서의 책임감을 요구하기 시작했고 '관계'의 혼란스러움에 빠지기 시작했다.  무엇이든 함께해야 진정한 우정이라고 생각했던 친구들 사이도 비밀이 생기면서  하나 둘 '서운함'이라는 감정이 비집고 들어와 '거리'를 두어야 한다는걸 알게 되었지만 그 '적당히'의 정도가 어느 만큼인지를 알 지 못해 과연 '사람사이의 거리'는 어느 정도가 적당한 것인지를 고민하기도 했다.  상황에 따라 변하는'관계',  적당한 '거리''는 지금도 어느 정도가 적절한건지 이어지고 있는 생각들이지만 이런 질문들에 정답이 있는걸까? 

 

 

하지만 세상은 살수록 복잡해졌고,

내게는 친구 말고도 챙겨야 할 관계들이 수두룩하게 늘어갔다.

어느새 우정이란 단어는 가끔 만나 수다를 떨며

삶의 무게들을 조금씩 덜어놓는 관계 정도로만 정의 내려졌다. /p166

 

 

기억하기 싫은 일들은 더욱 선명하게 남아 오래도록 문득 떠올라 몸과 마음을 힘들게 하지만 기뻤던 순간들은 순간처럼 지나가버려 아쉽기만하다.   내 곁에 남아주었으면 하는 것들은 내가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 스쳐지나가버리고 만다.  생각해보면 다 내 욕심에서 비롯되는 마음의 짐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가끔은 마음도 쉬어주어야하고 괜찮은지 들여다보고 다독여주기도 해야한다는 것을.. 괜찮다만 하면서 누르고만 있다보면 그 안에서 터지고 곪아 내게 더 큰 상처로 남을 수 있다는걸, 그리고 그 상처들이 꼭 나쁘지만은 않다는걸 자신의, 지인들의, 또는 작가로서의 글로서 조용히 전해주고 있다.  글로 사진으로 만나는 에세이의 이야기들이 눈을, 마음을 자꾸 그 곳에 머물게 해서 어느덧 책 여기저기에 붙기 시작한 포스트잇은 알록달록하기까지 하다. 



이 세상에 헛되게 흘러간 시간은 없다.

그 시절을 그렇게 보내지 않았더라면

지금의 견고한 나는 만들어지지 않았을 것.  /p247

 

 

어쩌면 살아온 시간보다 더 많은 시간을 실수하고, 후회하며 살아가게 될지도 모르겠지만 그 속에서 순간 순간 마주하는 기쁨들을 더크게 축복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어느 시간도 헛되게 흘려보내지 않았을거라는 작가의 말에.. 위로를 위안을 받는다.   정민선 작가의 글과 함께 실린 임초이 작가의 사진은 꼭 한사람의 작품처럼 너무도 잘 어울려 책의 분위기를 한껏 돋보이게 했던것 같다.  글을 읽고 사진을 감상하며 마음의 위로를 받는다.  어쩌면 누구한테도 이야기 하지 못한 내 마음속 이야기들을 책을 읽으며 글과함께 마음을 나누었는지도 모르겠다.  집 나간 마음을 찾는게 이런거라면 곁에 가까이두고 가끔씩 꺼내보고 싶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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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리스의 미궁호텔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26
야자키 아리미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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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나라의 앨리스』를 연상하게 하는 제목, 어른들을 위한 동화같은 책일까? 야자키 아리미의 시리즈 작품으로 돼지돼지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열 두번째 소설이라고 한다.  가벼운 마음으로 들었던 책이었는데... 정말 책표지처럼 배구공만한 분홍 돼지인형이 등장한다.  뭐지 이건?  정말 동화책인걸까?  이야기는 호텔에서 진행되는 벚꽃축제를 준비하기위한 연극을 중심으로 등장하는 인물들 위주로 진행된다.  호텔의 버틀러라는 직책을 가지고 있는 '미야자키 돼지돼지'씨는 그를 볼 수 있는 사람들 눈에만 보이게 되는데 신기하게도 그를 볼 수 있는 사람들은 현실의 무게에 지친 이들이다.

 

 

무슨 말을 들어도, 무슨 말을 해도 믿을 수 없고 믿을 마음이 나지 않는다.  결국은 그런 이야기다.  아무리 진심을 이야기해도 상대방을 믿을 수 없으면 깨지는 쪽으로 갈 수밖에 없다. /p185

 

 

한 가지 주제를 가지고 만난 이들은 저마다의 일상과 고민에 놓여있지만 호텔 버틀러인 '돼지돼지'씨를 만나게 되고 작은 변화들을 경험하게 된다.  그렇다고 돼지돼지가 특별한 초능력이나 다른 재능이 있는건 아니다.  그저 자상하고 따뜻한 마음과 관심, 그리고 성실함... 작은 봉제인형이 살아움직인다는  설정도 살짝 의아했지만 책을 읽으며 어느새 동화책을 읽는듯한 기분이었고 중반을 넘어서면서 부터는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기 시작했다. 

 

 

밉다기보다 무서웠다.  아무리 비열한 일을 해도 겉모습은 여전히 저렇게 귀엽다.  변함이 없다는 사실이 무서운 것이다.  /p198

 

 

세익스피어의 4대비극을 제대로 다 읽어보지 못했지만 이 책을 통해서 <오셀로>라는 작품에 대해 대략적으로 알게 되었고 호기심도 가지게 되었다.   오셀로의 악역인 '이아고'의 역할을 맡게된 돼지돼지씨를 보며 배구공만한 작은 봉제인형이 연극에 출연해서 그것도 비중있는 역할을? 했는데 음... 읽다보니 살짝 소름끼치거나 생각하게 하는 부분도 많았다.  분홍색의 작은 봉제인형 착하거나 선하게 보인다고 생각했던 이면에 감추어진 내면을 인형을 통해서 더욱 부각시킨듯하다고 할까?  어쩌면 우린 보고 싶은것만 보고, 듣고 싶은것만 들으며 내가 생각하고 편하고자 하는 대로만 생각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있는 그대로를 내보일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어쩌면 나도 그 무서운 이면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귀여운 돼지 인형을 등장시킴으로 그에 대한 대비를 더욱 명확하게 보여주고자 했던게 아닐까?

 

 

귀여워보이는 책표지와 봉제인형 돼지가 등장해서 동화같은 분위기를 연출했던...그리고 세익스피어의 4대비극중 하나인 <오셀로>를 압축적으로 등장인물들과 절묘하게 매칭시켜 진행한 이야기는 좋았지만   아마도 나랑은 좀 맞지 않았을까?  10년동안 장수시리즈로 이어온 ' '야마자키 돼지돼지'시리즈라고 하니 다른 책들이 궁금해지기도 했다.  앨리스의 미궁호텔 같은 장소나 돼지돼지씨가 버틀러로 있는 호텔이라면 한 번쯤 방문하고 싶어질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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