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되긴 싫고
장혜현 지음 / 자화상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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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춘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데, 연일 되는 한파주의보에 움츠린 어깨는 펴지지가 않지만 출간되는 책들엔 봄이 오고 있는듯하다.   장혜현 작가의 전작인 <졸린데 자긴 싫고> 이후 두 번째 에세이. <어른이 되기 싫고> 첫번째 글과 다른 느낌에 같은 작가의 글이 맞나?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화사해졌다.  책표지만큼이나 그녀의 글도 조금은 더 깊어진 듯한 느낌을 많이 받았다.  시선을 끄는 책표지만큼이나 휴대하기 좋은 책 사이즈, 한 번에 읽기보다 조금씩 며칠에 나누어 읽어 생각하며 읽었던 그녀의 글은 여행과 책읽기, 글쓰기를 통해 시간이 흐른 만큼 그녀만의 내공을 다져서 돌아온듯했다.



나를 놓쳐버리는 순간 우리는 남을 찾게 된다. 
그러니 삶에서 중요한 건 ‘나’를 잊지 않는 것이다./p40
내 앞에 놓인 불안함이,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수많은 현실적 위험요소들이 더욱 누군가의 손을 잡고 싶게 하는 건지도.  그리고 우리는 그 마음을 사랑이라 착각하게 된 걸 수도 있다.  그러니 어쩌면 사람이 사랑에 빠지는 계기는 생각보다 아름다운 공기의 흐름은 아닐지도 모른다. /p60~61
속도를 줄이고 인생을 즐겨라 .
너무 빨리 가다 보면 놓치는 것은 주위 경관뿐이 아니다.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게 된다. - 에디 캔터 /p116

 

어른이 되어가는 성장통, 누구나 겪는 것일 테지만 유독 '나만'이라는 생각에 빠지기 쉬운 게 혼자 아파하면서 외로운 시간들이 아닐까?  그녀도 그런 시간들을 지나왔고 지나고 있으며 자신이 겪었던 그 시간들을 오롯하게 자신만의 색으로 세상에 내놓았다.  자신만의 속도로 살아가도 불안해하지 않을 수 있다는 걸 이야기해주는 장혜현 작가의 글은 어른이 되면 빨리 가는 게 답이 아닌 멈출 수 있음을 알아야 어른이 아닌걸까, 라고 제시하기도 한다.


행복해지고 싶다면 우선 머릿속 정리정돈을 시작해보자. 
그것이 바로 걱정의 과소비를 막고, 행복을 저축하는 방법일 테니. /p138
세상에 자기보다 더 큰 아픔이 있다는 걸 알면 그 순간 나의 아픔은 더 이상 꽁꽁 숨기지 않아도 되더라는 것. 
세상에 자기보다 더 큰 슬픔이 있다는 걸 알면 그 순간 나의 불행이 되게 별것도 아닌 일처럼 느껴진다는 것.
....<중략>....
슬픔은 모든 사람에게 존재한다.
치사하게 이 점이 우리르 또한 살아가게 한다.  /p156
"내 전부가 당신이라, 다행이에요.  당신의 전부가 될 수 있어서 행복해요.
내 꿈이 당신과 같이 걸어간다는 걸 기억할게요.  태어나 이 세상을 볼 수 있게 해줘서 고마워요."
'꿈'이 혼자 걸어가고 있지 않다는 걸 기억하자.
주위를 둘러보면 분명 나를 응원하며 같이 걸어가는 이가 있을 것이다.  /p185

어른이 되기 싫다는 건, 어른으로서 책임져야 할 많은 책임감들과 의무들 때문이 아닐까?  나의 내면은 아직 아이이고 어른으로서 살아가고 싶지 않은데 사회, 주변에서 요구하는 것들 때문에 떠밀려 살아가기 때문에 어른이 되기 싫은 것은 아닐까?  조금 더 풍성하고 다양해진 장혜현 작가의 에세이를 읽으며 어른으로 살아간다는 건, 살아가고 있음에 응원을 보내야 마땅한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게 한다.  '그대 오늘도 살아내느라 수고했다고.'  저자의 맺음말처럼 인생에 겁 하나쯤이 있어야 용기를 내어볼 기회를 갖게 되는 게 아닐까?  오늘도 어른이 되기 싫지만 어른으로 살아가는 이들에게 위로와 안부가 되어줄 봄 빛 같았던 어른이 되긴 싫고 였다.


인생에 겁 하나쯤 갖고 있는 건 참 유용한 일이다.
겁이 없었다면, 용기를 만나볼 기회조차 없었을 테니까 말이다.  /p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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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이 머무는 밤
현동경 지음 / 상상출판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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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흔 여섯 번의 밤, 현동경의 여행에세이는 길을 걸으며 낯설고 새로운 곳을 보고자 떠났지만 길 위에서 만난건 '사람'들이었다.  길을 걸으며 만난 사람과 여행에 관한 순간들의 이야기를 <기억이 머무는 밤> 에 오롯하게 담았다.  때론 누군가의 일기를 읽는듯 했고, 가슴이 탁 트이는 사진을 볼 때면 길 위에서 그 사진을 찍었을 순간이 궁금해지기도 했다. 



잔뜩 낡아 버린 신발과 헤진 옷들 사이 언제 꺼내 보아도 그대로일 것이라 믿었던 사진은 애석하게도 때때로 거짓말을 했다.  그러나 그 한 장에 녹아 있는 감정과 온도를 머금은 기억은 언제나 머물다 가는 것이기에 구태여 붙잡지 않기로, 의연한 척하며 글을 적어 갔다.  그렇게 쌓아 온 글에는 '사람'이란 말이 '여행'의 딱 곱절만큼 나온다.  이제는 습관처럼 네모난 세상을 들여다보거나 누군가에게 쉬이 떠남을 권하지 않고 그저 사람을 위한 여행을 한다.  이 책에는 그 여행길 위에서 언젠가 함께였던 시간을 위한 글들을 적고자 하는 마음을 담았다. / 프롤로그


그녀의 글에 담긴 주체는 모두 '사람'이었다.  여행을 이야기 하는것 같았지만 그녀는 '사람'을 이야기 하고 싶어하는것 같았다.  늦은밤, 고요한 새벽, 그녀의 글은 그렇게 조용한 시간 한글자 한글자 문장을 음미하고 짚어가며 읽고 싶어지는 글이기도 했다.  문장 사이 담긴 그녀의 사진들은, 문장과 함께 읽기에 더 없이 좋았고 문득 나도 무언가를 기록하고 남기고 싶어지는 충동을 일게 했다.  글을 적어간다는게 어렵게 생각되었는데, 조금씩 기록하고 남기다 보면 나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응원같았던 그녀의 글.   오래도록 사사로운 것에 흔들리고 무너지며 기꺼이 동요당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로 끝맺음 하는 그녀의 글은,  그녀의 다음 여행에세이도 기다려지게 한다. 



#더해 가는 일상 비워 가는 여행
그런데 왜인지 우리의 삶은 비워 내는 것이 더 어려운 것 같다. 순간의 관심을 얻는 것보다 헤어나는 것이 힘들고,배낭 가득 필요한 짐을 꾸리는 것보다 없어도 될 물건을 가리는 것이 어렵고, 추억을 만드는 것보다 잊는 것이 아파서 기껏 채워놓은 일상을 비워 내기 위해 떠난 여행길은 언제나 고되다.
그래서일까. 여전히 내 배낭은 무겁기만 하고 머릿속은 복잡하며 스치는 이의 시선을 마음에 두고 가슴 한편에 쉽사리 잊히지 않는 누군가가 있는 것만 같다. 고작 사흘남짓 떠나는 여행에도 온갖 것을 배낭에 욱여넣어 가며 잠깐의 불편함을 피하고자 하다가 결국엔 일상을 그대로 짊어지고 떠나게 돼 버린 나의 지난날 처럼 말이다.
그러다 문득 떠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줄어드는 내 배낭의 무게만큼 딱 그만큼 일상에서 한 걸음씩 벗어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 것은 불과 며칠 밤 사이의 일이다. 어쩌면 불편함을 감수하고 빼내어지는 배낭 속 무언가처럼 어지럽게 뒤엉킨 삶 속에서 나를 있는 그대로 뺄셈할 수 있을 때, 그때서야 비로소 일상에 돌아와 더 많은 것을 더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나는 앞으로 얼마나 덜어 내고 담아 가는 것을 반복하며 살아갈까. 그간 여러 수식어를 붙여 가며 나 자신을 여행에 그대로 가져가기 바빴던 나는 앞으로 내려놓는 것에 얼마나 과감할 수 있을까. 나는여전히 잘 모르겠다. /p24~27

#세상의 관심은 그리 크지 않다.
세상은 생각보다 나에게 관심이 없다. 많은 인파 속에서 왜 혼자 밥을 먹는지, 출근길 드라이가 잘 됐는지, 오늘 입은 옷이 내게 잘 어울리는지.... 우리의 방대한 걱정에 비해 세상은 내게 관심을 주지 않는다.  그런데 요즘은 나마저도 스스로에게 관심리 없다.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잘하는지 혹은 언제 행복한지, 하다못해 언제 스트레스를 받는지조차 모르고 살아간다. 누군가의 능력은 부러워하면서 내가 뭘 잘하는지는 알려고 노력하지 않고, 타인의 일에는 함께 슬퍼하고 함께 분노하지만 정작 나를 위한 위로는 없다.  오늘이 가면 내일이 오지만 내일이 오면 오늘은 지나간다. 이렇게나 매정한 하루 속에 온전히 나를 위한 시간은 얼마큼이었는가. 어쩌면 내가 지금 잘하고 있는지에 대한 고민의 답은 스스로에 대한 관심과 위로일지도 모른다./p91~93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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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니시 - 힘 빼고, 가볍게 해내는 끝내기의 기술
존 에이커프 지음, 임가영 옮김 / 다산북스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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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무술년 한 해가 시작된 지 딱 6일이 되었다.  새해가 되며 세운 계획들 버겁다고 생각돼서 벌써 수정하거나 포기하진 않았는가?  사실 올핸 책을 읽으며 수집한 문장 수집 노트를 적으리라 다짐했지만 며칠이 흐지부지 지나고 나니, 이걸 계속해야 할까? 포기할까? 하는 생각을 하던 차에 이 책을 함께 읽게 되었다.



결국 더 많이 노력하는 것은 정답이 아니었다.

더 많이 애를 쓰는 것도 해결책이 아니다.

연구 결과로 확인한 것처럼, 이제 우리는 끝까지 해낼 수 있다.

'만성 시작 환자'도 '꾸준한 성취자'가 될 수 있다!
<중략>

나는 이 책을 통해 시작만 하고 끝내지 못하는 당신에게 그 지름길에 대해 알려주고 싶다.   /p016~017  프롤로그


작심삼일도 반복하다 보면 계획하지 않는 것보다 낫다는 이야기를 하는 글도 있고,  목표치를 조금 높게 잡아야 더 노력하게 된다는 글도 있다.  하지만 너무 버거운 계획들은 시도하다 그 끝이 보이지 않거나 결과가 예측되는 순간 포기해버리는 쉬운 선택을 하게 된다.   제일 쉬운 예로, 주변에서 좋다고 추천하는 책들을 내 취향이 아니지만 읽으면 좋을 것 같아 구입해서 읽기 시작했는데, 서론도 몇 장 넘기지 못하고 결국 책장을 덮은 책들이 수두룩하다.  오기로 읽어보겠다고 붙들고 있다가 아예 책 읽기에 대한 흥미를 잃어본 적 있는가? (너무 많아서 헤아릴 수도 없다.)  그래서 찾은 개인적인 책 읽기에 대한 목표는 손이 가는 대로 읽어지는 대로 읽되 고전도 되도록 한달에 한 두 권은 읽자였다.  이렇게 기대치를 조금 낮추니 몇 년 전부터 한 해에 이백여 권 안팎의 책을 읽고 있다.  목표를 너무 높게 잡아서 시작 한지 얼마 안되 지레 포기하고 있진 않은가?  한 해의 계획도 거창하기 보단 몇 가지를 세워서 단기로 짧게 해서 목표를 달성했을때, 성취하는 기쁨을 누려보는건 어떨까?  '끝내지 못한 것들의 무덤'속에서 탈출 할 수 있는 방법!  나에게, 어쩌면 당신에게 꼭 필요했던 부족한 몇 프로, 따라하기 쉬운 조언들을 하나씩 실천하면서 성취의 통쾌함을 경험해보는건 어떨까?



한번 흐름이 끊기면 그 흐름을 다시 이어가기가 어렵다.  기록이 더 이상 완벽하지 않으니 다 포기해버리는 것이다.  이는 사람들이 실수를 대하는 놀랍도록 흔한 반응이기도 하다.  중도 포기한 사람들에게 그 이유를 물으면 대부분 비슷한 대답을 한다.

"뒤처져버렸어요.  다시 되돌릴 수가 없었죠."

"사는 게 바빠서 계획대로 할 수 없었습니다."

"다른 프로젝트가 갑자기 끼어드는 바람에, 되돌리기엔 이미 모든게 엉망이었죠."

표현은 다를지 모르겠으나 그들은 모두 정확히 같은 것에 대해 말했다.

"과정이 더 이상 완벽하지 않아서, 나도 더 이상 노력하지 않게 되었다." /p026


당신이 무언가를 정말 끝까지 해낼 생각이라면, 어떤 관계들은 잠시 쉬어가야 할 수도 있다.  그냥 거절하라.  긴 설명은 필요 없다.  사과도, 정당화도 필요 없다.  기억하자. 당신이 거절한 것에 대해 상대가 화를 낸다면, 그건 당신이 처음부터 그 사람을 거절했어야 한다는 사실의 반증일 뿐이다.  /p074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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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물 듯 저물지 않는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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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의 시작이 소설의 도입부로 시작해서, 어...? 하며 앞으로 넘어가 다시 읽어보고 시작했던 <저물 듯 저물지 않는>, 미노루가 소설과 현실을 오가며 진행되는 글은 소설 속에 머물다 현실로 돌아오는 미노루의 실상을 우리가 살아가는 삶도 소설 속의 그것과 별다르지 않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이유, 미노루는 생각에 잠긴다.  연애를 하는 것도 아니고 일 때문에 만나는 것도 아닌 경우, 사람이 누군가를 만나는 이유, 또는 만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p14

"당신에게서 하토를 빼앗겠다는 뜻이 아니야.  앞으로도 하토는 당신 딸이고, 지금까지 만나던 대로 만나면 돼."

그러나 미노루는 이해할 수 없었다.  왜 받아주지 않는 걸까.  돈이 좀 더 있다고 곤란한 것도 아니고 지금까지 받아왔던 것처럼 받아도 '아주 평범한 가족들이 다 그렇게 하는 것처럼' 살 수 있을 텐데.  지금까지 미노루에게는 양육비를 지불할 의무가 있었다.  그렇다면 지불할 권리도 있는 것이 아닐까.  아니면 그런 권리는 없는 것일까(이 점에 대해서는 오타케와 의논할 생각이고, 나기사에게도 그렇게 말하는 것으로 대답을 보류했다.) /p60


결혼은 하지 않았었지만 미노루와 나기사 사이엔 하토라는 딸이 있고 나기사는 다른 남자와 재혼을 해서 가정을 꾸렸지만 미노루에게 하토의 양육비를 받고 있었다.  미노루와 지금의 남편 사이에서 갈등했을 나기사의 현실은 미노루를 선택했어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을 것 같은데...라는 생각을 하게 하기도 한다.  집에 오자마자 TV를 켜는 남편, 어쨋든 딸과 남편이 있는 평범한 일상을 살면서 하토에게 동생이 생기면 가정에도 조금쯤은 변화가 생기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해본다.



그 어느 것이나 사야카는 조금도 원치 않는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어쩌면, 원하는 게 없어진다는 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만약 그렇다면, 안도해도 좋을지 어떨지 사야카는 판단이 서지 않는다.  원하는 게 많은 인생도 피곤하고 성가실 것 같지만, 그렇다고 하나도 없는 인생은 과연 어떨까. /p83

부부란 것은 참 그로테스크하다.  결혼한 후로 몇 번이나 했던 생각을 나기사는 지금 또 한다.  서로가 서로를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몰라도, 아니 상대가 귀찮게 여겨질 때조차, 밤이 되면 같이 자고, 아침이 밝으면 같은 식탁에 앉는다.  조그만 불쾌함도 말의 어긋남도, 무엇하나 해결되지 않은 채로 일상 속에 묻히고, 밤과 낮이 되풀이 되고, 부부가 아니면 누구와도 공유할 수 없는 무엇이 되고 만다.  세상에서는 그런 걸 인연이라고 하리라.  그러니 인연이라는 것은 나날의 조그만 불쾌함의 축적이다. /p268


다양한 등장인물들의 일상이 등장하지만, 미노루를 눈여겨보게 된다.  일상 이야기에서 읽던 소설로 넘어갔다가 벨 소리나, 누군가의 인기척에 다시 현실로 돌아오는, (책읽는 몰입도가 엄청난 사람인 듯 보여진다.) 그의 모습은 때론 혼란스럽기도 하다.  글 속에서 일상으로 돌아오는 시간이 꽤 더딜 때도 있으니...  '소설 속의 소설' 형태로 진행되는 글은 등장인물들의 뚜렷한 기승전결이 없어서 더없이 잔잔한 듯하면서도 뭔가 일어나길 바라는 심리가 조금씩 생기기도 한다.  '이야기가 시작되었고 끝났다'라는 뚜렷한 전개가 없이 진행되는 이야기는 우리가 살아가는 (지독히도 똑같은 매일매일을) 위로하는 글인 듯하기도 했다.  찬란했던 한 시절을 지나 저물어가는 중간 즈음에 있는 중년의 이야기.  나름의 즐거움으로 시간을 보내고 순간이지만 안정감을 찾아 의지하기도 한다.  인생은 꿈처럼 아름답기만 하지 않다는 걸 아는 사람들, 그래서 그들의 일상은 조금은 더 애틋하고 그들의 시간에 머물고 싶어지는 지도 모르겠다.   마지막 장에 미노루가 현실이 아닌 미처 다 읽지 못한 소설을 펼치는 것처럼, 우리도 어쩌면 현실을 잠시나마 잊기 위해 글을 읽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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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번리의 앤 허밍버드 클래식 9
루시 모드 몽고메리 지음, 김서령 옮김 / 허밍버드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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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스러웠던 빨강머리앤이 훌쩍 자라 열일곱살의  에이번리의 앤으로 돌아왔다.  학창시절 빨강머리앤 애니메이션도 꽤 많이 봤는데, 지금 딱 기억에 남는건 기차역에서 매튜와의 첫 만남, 매튜와 마차를 타고 마을로가며 가로수길에서 앤이 상상의 나래를 펼치던 장면, 그리고 마릴라와의 작은 사건 사고들, 그리고 매튜의 죽음.  앤은 여전히 성장중이고 그녀의 청춘은 더욱 푸르러지는듯하다.



앤은 한숨을 꾹 참았다.  다이애나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두 소녀는 둘도 없는 친구지만 상상의 세계로 들어갈 때에는 결국 혼자일 수밖에 없다는 걸 앤은 오래전에 깨달았다.  마법의 길로 접어들 때에는 아무리 친한 친구여도 함께할 방법이 없었다. /p33

"자, 이제 신경 쓰지 마.  오늘은 이미 지나갔고 내일은 또 다른 하루가 시작될 거야.  아직 실수를 한 개도 저지르지 않은 내일 말이야.  네가 늘 하던 소리잖아.  아래층으로 내려가 저녁이나 먹자.  향기 좋은 차 한잔이랑 오늘 구운 자두 파이를 좀 먹고 나면 기분이 다 풀릴걸."  /p163

"잘 모르겠어요.  마릴라 눈은 지금보다 나아지지 않을 거예요.  물론 더 나빠지지 않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할 일이지만요.  그리고 쌍둥이도 있잖아요.  아무래도 아이들 삼촌이 쌍둥이를 데려갈 것 같지 않아요.  저 길모퉁이만 돌면 대학이 있을지 모르지만, 전 아직 그 모퉁이에 다다른 것 같지 않아요.  괜히 속상해질까 봐 대학 생각은 잘 안하려는 중이에요." /p212


  캐나다 프린스에드워드섬, 에이번리 마을의 앤은 빨갛다기보다 적갈색의 머리가 되었고, 여전히 주근깨가 신경쓰여 레몬즙을 열심히 바르는 소녀다.  우정과 사랑 그 경계에 길버트에 대한 마음을 종잡을 수 없지만 작은 학교의 선생님이 되고 마릴라 아줌마의 팔촌 쌍둥이 아이들을 집에 들이면서 엄마가 된듯한 마음을 경험하기도 한다.  말썽꾸러기 데이비로 인해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지만 그래서 더 신경쓰이고 정이가는 아이이기도 한데, 이 아이가 어떻게 자랄지도 궁금했다.  작은 마을에서 소소한 이웃들의 이야기로 끊임 없이 이어지는 이야기는 앤이 대학 진로에 대해 결정하면서 십대 앤의 한 시절이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는  에이번리의 앤 에이번리를 떠나 대학진학후의 앤을 궁금하게 했다. 



"결국은 말예요.  정말 근사하고 행복한 나날이란 건, 막 멋지고 놀랍고 신나는 일들이 일어나는 게 아니라 진주알로 목걸이를 만드는 것처럼 소박하고 사소한 기쁨들이 조용히 이어지는 날들인 것 같아요." /p257

"그거 멋진데, 다이애나,  처음부터 이름이 예쁘진 않았더라도 자기 이름을 예쁘게 만들어 가는 거지.  사람들 마음속에 사랑스럽고 좋은 기억을 남겨서 이름 자체로만 기억되지 않도록 말야.  고마워, 다이애나." /p306


어제 이사후 책장 정리를 하다 빨간머리 앤을 두 권이나 발견했고 한정판 도서 한 세트와 DVD 10편 짜리를 발견했다.  어쩌면 에이번리의 앤을 읽으며 이런 책과 DVD가 눈에 띄었던 건, 열심히 성장중인 예쁜 여조카들에게도 좋은 추억을, 문장이 아름다운 글을 함께 읽고 상상하며 이야기 하고 싶어서 인 듯 하다.  2017년을 보내고 2018년을 시작하며 읽었던 에이번리의 앤은 올 한 해의 시작을 소녀감성으로 시작하게 해주었던 즐거운 글이었다.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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