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흘러넘쳐도 좋아요 - 혼자여서 즐거운 밤의 밑줄사용법
백영옥 지음 / arte(아르테) / 2018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언제부턴가 기다리게 되는 작가의 글.   누구도 만나고 싶지 않고, 누구와도 이야기 하고 싶지 않았던, 하지만  혼자이고 싶지 않은 수많은 날들을 책에 기대어 지나와 보기도 했기에 그녀가 혼자 그은 밑줄들이 더욱 궁금해졌다.  작가로서 그녀가 읽고, 지내온 시간들을 담은 글을 읽는다는 건 어쩌면 책을 읽는 사람만 알 수 있는 나만의 시간이기 때문이기 때문일 것이다.


​힘들어 죽겠는데, 쉬고 싶은데, 자꾸 힘내라고 말하는 사람이 미웠습니다. 도와주지도 않을 거면서 충고만 하는 사람도 원망스러웠어요. 그때의 저에게는 충고를 받아들일 여유가 없었습니다. 막막하고 답답한 시간이었어요.
그때 제 손을 잡아준 건 책이었습니다. 좋아했던 사람이 제 곁을 떠났고, 가장 친한 친구를 잃었지만, 책만은 외로운 저의 곁에 끝까지 남아줬어요. 지친 날, 침대로 기어가 스탠드를 켜면 머리맡의 책이 제게 속삭였습니다.
‘자. 이제 혼자 책 읽을 시간이야.’/p6

이사하면서 책장의 책들을 꽤 비웠다고 생각했는데, 8칸 책장과 장식장, 방 한켠에 들여놓은 책장까지 책들이 들어차기 시작했다.  출간되는 책들, 관심 가는 책들을 읽기에도 바빠 읽었던 책을 다시 읽는다는 건 그 당시의 마음뿐이었는데 최근 2,3년 전부터 읽었던 책을 소장할 책과 가지고 있지 않을 책으로 분류하고 소장하고 있는 책들 중에서 재독을 하는 책들도 한 두 권씩 늘고 있기도 하다.  읽다보면  놀랍게도 그 당시의 마음과 다시 읽는 감상은 크게 다르기도, 비슷하기도 하다.  아마도 책을 읽는 시기의 마음이 다르기 때문이겠지.  어쩌면 시작 글에 쉼보르스카의 '두 번은 없다'를 보고 본격적으로 책을 읽기 시작하기도 전에 그녀의 글을 좋아하기로 했던 것 같다.  몸도 마음도 너무나 휘청여서 어찌하지 못했던 시기, 우연히 읽게 된 이 시는 내가 제대로 살아갈 수 있게 해준 버팀목이 되어준 글이기도 했다.  휘청거리며 살아가고 있다.  그럴 때마다 현실을 바로 보고 그 시간들을 지나올 수 있었던 건 , 지나온 시간들을 함께 해준 책 들이었다.



우리에게는 마음을 뜻하는 말이 몇 개나 될까요?
마음속 풍경을 비출 수 있는 유리 같은 말을, 당신은 몇 개나 가지고 있나요? 시인은 사람에게 마음이
없었다면 유리 같은 건 만들지 않았을 거라고 말해요.
보여주면서 동시에 가리는 것. 그것이 유리의 성질입니다. 특유의 성질 때문에 유리로 된 용기는 일상생활에서도 많이 사용되죠. 약병, 화장품 용기, 물병과 술병들.... 어쩌면 유리는 삶의 아이러니를 재밌는 방식으로 보여주는 것 같아요. 가고 싶지만 가고 싶지 않은 마음, 말하고 싶지만 말하고 싶지 않은 마음, 가까이하고 싶지만 가까이하고 싶지 않은 마음./p18~19


아직 오래된 고전들을 깊이 있게 읽지 못하고, 문장이 잘 읽어지지 않는 책들은 읽다 덮어버리기도 한다.  그럼에도 줄기차게 에세이를 읽고 애정작가도 생기고 애정하는 책들도 늘어나고 있는건,  아마도 내 삶의 빈 공간들을 다른 이들의 일상을 읽으며 조금씩 채워보고자 함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그녀가 책 속에서 밑줄 그으며 건져올린 문장들을 읽으며 책 속의 책들을 건지기도 했다.  책과 영화, 일상을 넘나드는 이야기를 읽으며 책과 영화의 리스트들도 차곡차곡 담아보기도 했다.  책표지의 여유로움이 책을 읽기도 전부터 와닿기 시작해 글을 읽지 않고 책 속의 일러스트들부터 넘겨봐도 마음이 차분해지는 것을 이내 경험할 수 있었다.  아마도 한동안 눈에 잘띄는 곳에 두고 간간히 꺼내 읽게 될 책으로 살포시 꽂아둔다.  



우리는 살아가는 동안 온갖 군데서 돈을 최대한 짜내고 분초를 다투면서까지 시간을 빈틈없이 쓰려고 노력합니다.  하지만 우리에게 필요한 건 어쩌면 '멈추는 것'인지도 몰라요.  내면에서 흘러나오는 비명을 알아차려야 합니다.  절박한 몸이 내게 보내는 신호이니까요.

'내가 지금 뭘 해야 하지?'  이건 옳은 질문이 아니었어요.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 거지?' 이것이 옳은 질문이었습니다.

그건 바로 나와 지금 이 순간이 냅고 있는 관계에 대한 질문이었어요.  과거의 나와 끊임없이 경쟁하는 현재의 내가 아니라, 현재의 내가 만나는 지금 이 순간에 대한 질문이었습니다. 

이상신호를 감지하고 멈출 줄 아는 것.

좋은 신호를 얻기 위해 2분을 기다릴 줄 아는 것.

어쩌면 그 2분이 당신의 인생을 바꿀지도 모릅니다.  /p200~201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저 독신 아니에요, 지금은 강아지랑 살고 있어요 - 견생전반전 하나와 인생후반전 도도 씨의 괜찮은 일상
도도 시즈코 지음, 김수현 옮김 / 빌리버튼 / 2018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반려견, 반려묘와 함께 사는 독신들이 꽤 늘고 있는 요즘이다.  꽤 오래전, 우리 집에도 반려견들이 계속 있어왔다.  마당이 있던 집에 살던 시절엔 집 안이 아닌 마당에 개를 키웠었고,  마당이 없는 집에 살면서 집 안에서 푸들을 키웠는데, 실내에서 키우던 푸들이 계단 오르내리는 걸 배우더니 잠깐 문을 열어놓은 사이 집을 나가 두 달이 넘게 찾아다녔지만 결국 찾지 못하고 그때 마음의 상처가 커서 다시는 개는 키우지 않겠다고 했는데....



냉장고를 식재료로 꽉 채워 넣지 않는 삶은 묘하게 숨 쉴 틈을 주었다.  답답함이 없었다....(중략).... '자신의 일은 가능한 한 스스로 한다'를 모토로 하고 있지만, 타인에게 맡겨 좋은 일은 타인에게 해달라고 해도 괜찮다는 마음의 변화.  그 끝에 자리한 건 어쩌면 '요양원'에서의 생활일까.  이런 식으로 사람은 원래 자기 위치를 조금씩 바꾸면서, 깨닫고 나면 '노년의 삶'이라는 것에 미끄러져가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p023~024 

"하나 짱, 살아간다는 건 원치 않는 것도 견디는 일이야." /p035


최근 매장 주차장 한켠에 ‘똘순이’라는 10개월 된 믹스 대형견을 반려견으로 맞이하게 되었다.  조카가 우리도 강아지를 키우자고 간절히 바라왔는데, 아마도 똘순이는 우리 가족이 되려고 했었나 보다.  오자마자 낯가림도 없이 가족들을 다 잘 따르는데, 신기하게도 낯선 사람을 보곤 제법 짖기도 한다.  매일 조금씩이라도 놀아주고 이야기를 하는데, 그걸 아는지 참 즐기는 것 같은 표정이기도 한 귀여운 우리 가족! 똘순양. 



내가 읽고 즐긴 에세이나 평전, 소설에 대해 쓰는 것이 작가들에게 민폐가 되거나 유쾌하지 않은 일일지 모른다는 생각도 들지만, 이 나이가 되면 책을 읽고 재미있었다고 함께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주변에 '전혀 없다'고 말해도 좋을 정도다.  세상의 수많은 예순한 살은 이제 더 이상 책을 읽지 않는 것인가.  읽는다 해도 전문적인 문헌이나 읽는 것인가.  책을 읽고도 아무 말 없이 침묵하는 건 정말이지 괴롭고, 그래서 결국 이 지면을 빌려서 평상시의 근심을 떨쳐버리고 말았다.  서평에는 걸맞지 않은 서툰 코멘트도 있는 게 정말 죄송하지만.  /p049~050 

"그래도 가끔은 이런 생각이 들어.  이 나이가 돼서, 내 인생이 이런 것이었나, 이 정도로 끝나는 것인가 하고." /p081


똘순이가 우리에게 오고 한 달이 조금 넘었을 즈음 소설가 이자 에세이스트인 도도 시즈코의 <저 독신 아니에요, 지금은 강아지랑 살고 있어요>는 예순한 살에 새 가족이 된 하나와 일상과 이전에 함께 했던 반려견들의 이야기를 읽게 되었다.   부모님도 돌아가시고 남편도 자녀도 없이 오롯하게 강아지와 살아가는 일상을 이야기하고 있다.   산책을 좋아하는 주인과 다른게 하나는 산책을 심각하게도 싫어하는 강아지.  그 강아지와 산책을 하기 위해 많은 준비물을 챙기고, 안고 산책을 해야 하지만 그래도 하나와 함께 하는 시간들이 좋은 그녀에게 이제 한살이 좀 넘은 하나는 그녀의 삶에 마지막 반려견일지도 모른다.  하나가 싫어하는 건 억지로 시키려 하지 않으며 있는 그대로의 하나를 받아들이고 살아간다.  그녀는 가끔 생각하곤 한다.  자신이 하나의 죽음을 지켜보고 잘 보내주고, 자신의 마지막 순간을 맞이할 수 있기를... 시즈코씨의 글을 읽다보면 그녀의 일상과 하나의 모습, 그리고 서점을 거닐며 책을 고르는 그녀의 이미지가 생생하게 그려지는 것 같다.  그녀의 필력이 꽤 내 취향?


칠순이 다 되어가시는 부모님은 아직도 일을 하신다.  자신들의 노후를 아직도 하고 계신다고 말씀하시는데, 도도 시즈코 작가의 글을 읽으며 너무 연세가 들어 저물어가는 분위기의 글이 아닌가?라는 생각도 살짝 들었다.  조금 더 활기 차도 좋을 것 같은데... 한편 강아지와 둘이 살아가는 삶이 뭐 그리 활기찰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20년쯤 후의 나? 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녀의 이야기가 그리 멀지 않게 느껴지기도 했는데, 시즈코씨의 일상을 보며 강아지가 없었다면 그녀의 인생은 삭막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저자는 이야기 한다.  "누군가는 예순한 살의 나이에 강아지 한 마리와 사는 나를 안쓰럽게 여길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하나와 함께 산책을 하는 그 순간이 가장 행복하다." 누구나 자신에게 맞는 확실한 행복의 순간이 있다. 타인의 시선 때문에 나만의 행복한 순간을 지나치지 않고 소중히 여기는 시즈코씨와 반려견 도도의 이야기를 담아낸 이 글은, "나에게 있어 행복한 순간은?" 을 생각해보게 하는 글이기도 했다.    충실하고 완전하다는 기분을 시즈코씨의 나이 즈음이면 나도 알 수 있을까?



20대나 30대에는 이런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  이런 대화가 싫었다기보다 무엇을 어떻게 이야기해야 좋을지 몰랐다.  그래서 이웃 사람들과 길에 서서 기분 좋게 이야기를 나누는 예순한 살의 내가, 나는 좋다.  드디어 온전해졌다.  충실히 살아가고 있다, 완전하게 생활하고 있다, 라는 기분이 든다.  /p115


60대가 되어보니 젊은 시절과는 다르게, 그저 자연스럽게 눈앞의 오늘 일에만 머리가 움직이게 된 것이다. 

포기라고 하는 귀찮은 파도타기를 하지 않아도 벌써 포기하고 있는, 힘이 빠져 있는 내가 있었다.

그런 것이었나.

그렇게 되는 것이었다.

그런 것이었구나.

나이를 먹는 것은 이런 것이었나.

그때부터 나의 기분은 밝아졌다.

하나라고 이름 붙인 개의 체중 3.4킬로그램이, 지금의 내 행복의 총량이다. /에필로그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조금 다르게 살아도 괜찮아
박철우 지음 / 다연 / 2018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대학가에서 카페를 운영했던 4년간, 많은 이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들었고 때론 작게나마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현재에 대한 불만, 미래에 대한 두려움, 현재에도 충실하지 못하고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이도 저도 하지 못하고 방황하는 청춘들도 꽤 많다고 느꼈었는데... 학생들의 이야기 중 가장 큰 고민은 '지금의 전공이 과연 사회생활에서 써먹을 수 있을 것인가?'라는 생각.  비싼 학비에 학자금 대출까지 받아 가며 공부하지만 학교를 졸업시즌이 다가오면 '취준생'이 되어 더 치열하게 공부하고 스펙을 쌓아가며 수 십 군데의 회사에 이력서를 제출하다가 취업을 포기하고 다시 학교로 돌아가거나 아예 다른 길을 찾는 이들도 봐왔다.



고3 대부분은 수능 성적에 맞춰 전공을 선택하지, 적성을 고려해서 선택하지 않아요.  그런 전공이 앞으로 40년 이상 일해야 할 내 직업과 연관성이 있을 리 만무하잖아요.  후회하진 말아요.  대학교 전공은 열 아홉 살의 내가 선택했던 것일 뿐, 스물여섯 살의 내가 하고 싶은 게 있으면 그걸 하면 돼요.  사회가 정해놓은 틀에 기죽어서 졸업한 뒤 전공을 억지로 살려야 한다면 우리의 20대가 너무 불쌍하잖아요.  고정관념이란 한 끗 차이로 시작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좁힐 수 없는 끝이 돼버리기도 합니다. /p75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노력이 아니라, 나를 만족시키기 위한 노력이었으면 좋겠어요.  그걸 자존감이라고 불러요.  글로 쓰려니 어감이 좀 이상하지만 '개썅 마이웨이'라는 말, 참 속 깊은 표현인 것 같아요.  이 말이 너무 세면 '그래서 뭐!' 정도로 바꿀게요.  개인적으로 참 좋아하는 말입니다.   /p103~104


이 십여 년쯤 전, 낮엔 회사를 다니며 2년제 야간대학을 '전산정보처리학'이라는 과목으로 졸업했다.  그 당시 작은 사무실의 경리일을 보면서 학교를 다니며 컴퓨터 관련 프로그래밍언어를 배우고 교양과목들을 이수하면서 '이건 나랑 맞지 않는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중간에 진로를 바꾼다고 뭐가 달라질까?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당시 IMF 여파로 취직이 힘든 때기이도 했는데, 졸업하기도 전에 대형 증권사에 취업이 결정되어 이직을 하면서 새로운 일을 배워가기 시작했다.  증권사에 취업을 하긴 했지만 뭐하는 곳인지도 모르고 취업해서 배워나갔고 지점에서 일한 지 6개월 만에 본사 비서실로 발령이 나서 업무의 분야갸 또 바뀌는 계기가 되었고 그렇게 비서실에서 7년간 일을 하고 퇴직해서 잠시 휴식기간을 가지며 부모님이 하시던 식당을 1년간 운영하기도 했다.  인생의 과도기? 힘든 시기에 책을 본격적으로 읽기 시작하면서 책과 카페를 평생 업으로 삼으면 좋겠다...라는 막연한 생각에 바리스타 과정을 이수하고 국내 커피 프렌차이즈매장 창업 멤버로 일하기도 했으며, 이런저런 경력을 쌓다가 5년전부터 현재는 브런치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또 다른 일들을 시도해보고 싶어 매일 생각하고 꿈을 꾸고 있기도 하다.



물론 모든 인연을 장기적인 관계로 반드시 발전시키려는 노력도 부질없는 짓인 거 같아요. 다만, 얼굴을 마주하는 사람에게 먼저 웃어줬으면 좋겠어요.  그럼 훗날 인연으로 덕을 봤음 봤지, 손해 보진 않을 것 같아요./p164


혹자는 꿈이 확고해서 그 꿈을 이루는 목표로 살아가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런 확고함이 있다는 건 정말 부러운 일이지만,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해보고 싶은 걸 해볼 수 있다는 것에 더 많은 가능성을 두고 싶다.  저자도 그래왔던 게 아닐까?  흔들리면서, 자신과 같은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이야기하면서 남긴 글은 어린 나이에 자신이 선택한 진로에 대해 너무 큰 부담을 갖지 말고 생각하고 도전해보길 권하고 있는 게 아닐까?  사실 겁이 난다.  내가 이걸 포기하면 또 무얼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 것이다.  해도 후회, 하지 않아도 후회라면 해보는 게 낫지 않을까?  경험은 남을 테니 말이다.  미래는 불투명하지만, 꿈꾸고 실천하는 미래는 시도하지 않는 자보다 밝을지도 모른다.




한 사람에게 주어진

두려움의 총량은 모두 같습니다.


단지 사는 동안

얼마만큼 빠르게 없애느냐에 따라

삶의 질이 달라질 뿐입니다. /p226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담백하게 산다는 것 - 불필요한 감정에 의연해지는 삶의 태도
양창순 지음 / 다산북스 / 2018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심리학 도서에 꾸준한 관심을 갖게 되는 건, 나도 잘 모르겠는, 알쏭달쏭 한 내 마음에 대한 길을 찾기 위해서가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가끔 너무나 많은 상황이 꼬이고 복잡해 질 때면, 왜 이지경에 이르게 된 거지?라는 생각을 하지만 정작 행복하고 즐거울 땐 내 마음을 돌아볼 여유가 있었던가?라는 생각도 더불어 해보게 된다. 



먹을거리가 풍성해지고 맛을 즐기는 이들이 늘어났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 생활이 윤택해졌다는 뜻이므로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정신 의학적으로 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은 요소들이 있다.  먹방이 유행하는 또 다른 이유를 정신의학적으로 분석해보면, 그만큼 우리 사회의 스트레스 지수가 높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중략)....우리는 누가 먹는 모습을 보며 대리 만족을 느낀다.  왜 그럴까?  그건 곧 우리에게 쌓인 스트레스가 너무 많은데, 정작 그것을 해결할 방법은 적다는 사실을 뜻한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먹방의 유행이 일종의 '정신적 퇴행 현상'과도 관계가 있다고 생각한다....(중략).... 스트레스란 한마디로 '평상심을 잃게 만드는 모든 것'이다.  마음이 불안하면 우리의 뇌는 이를 '전쟁 상태'로 받아들인다.  우리의 신체 중에서 스트레스에 가장 민감한 조직이 뇌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스트레스 반응이란 그러한 전쟁 상태에서 뇌가 마음의 평화를 되찾기 위해 분투하는 일련의 행동을 의미한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온 몸이 긴장되고, 머리가 아프며, 심장이 빨리 뛰는 등의 신체적 변화가 일어나는 것은 그러한 전쟁 상태에 대비하라는 몸의 신호다. /p25~26

 『나는 까칠하게 살기로 했다』, 『나는 외롭다고 아무나 만나지 않는다』의 양창순 박사의 『담백하게 산다는 것』은 너무나 많은 것을 생각하고 짊어지고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담백하게 살아가기'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sns, 유튜브 등에서 제일 많이 볼 수 있는 '먹방'의 이면에 스트레스와, 정신적 퇴행 현상의 현상이 관련되어 있다고 생각이 나 했겠는가?  이 책을 읽어보지 않았더라면, 그냥 유행 정도로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너도 나도 많이들 하니까, 하는 것.. 내가 할 수 없으니 영상을 보며 대리만족을 할 수 있으니까 보기도 할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현상들이 사회적인 스트레스 지수가 높기 때문이라니...


담백한 관계란 '지나치지 않고 적절하게' 상대의 입장과 욕구를 배려하는 데서 시작한다.  더불어 상대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서도 적절히 마음을 쓰며 내 행동을 조심해야 한다.  그런데 그게 말처럼 쉽지가 않다.  '적절하다'는 것이 사람마다 다 다르기 때문이다....(중략)....지금 인간관계가 힘들다면, 자신의 행동이 적절했는지 되돌아보라.  그럼 그 힘든 이유를 찾을 수 있다.  모든 것을 남의 탓으로 돌리는 사람들은 대개 오지랖이 넓거나 자기주장이 지나친 면이 있다.  자기 자신이나 상대에 대한 기대치가 너무 높아 모든 걸 자신이 좌지우지하기 바라면서, 상대가 자신에게 다 맞춰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p58~59

 

나를 움켜쥐고 놓지 못한다.  내가 마음에 안 들고 성에 차지 않아서 괴롭고, 대인관계도 어렵기만 하다.  사실 모든 관계의 끈을 놓고 살아가면 정말 편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그러면 정말 담백해지지 않을까?  하지만 이러한 마음들도 눈에 보이는 기대치들로 높아진 나의 마음 높이가 높아진 탓에 내가 '나'에게 스트레스를 주면서 마음의 짐과 병을 키우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니까....

날 힘들게 하는 건 다른 누구도 아닌 '나'자신일 것이다.  내 마음 나도 모르겠다, 힘들다라는 생각이 든다면... 혼자서는 알 수 없지만, 글을 읽어가며 곰곰히 생각하다 보면 조금은 알 수 있을지도 모른다. 



나는 오로지 내 눈으로 보고, 내 귀로 듣고, 내 혀로 맛을 안다. 그러니 내가 내 눈을 보호하고 몸과 마음을 귀하게 여기지 않으면 안 된다.  그리고 뭐든지 혼자 스스로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끊임없이 배우고 도전할 줄 알아야 한다.  /p107



​늘 어딘가에 얽매여서 남들 따라 흔들리면서

재고 따지고 비교하고 평가하면서

그렇게 아등바등 살아왔다.


그러나 이제는 대단한 사람이 되기 위해

양손에 이것저것 꽉 쥔 채로 살고 싶지 않다.


내려놓아야 할 것은 내려놓고

버려야 할 것은 미련 없이 버리고 싶다.


내 삶에 정말 필요한 것과 쓸모없는 것을 구분하면서

단순하고 담백하게 삶을 살아가고 싶다.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한때 소중했던 것들 (볕뉘 에디션)
이기주 지음 / 달 / 2018년 7월
평점 :
품절


 



자신이 세상에 내어놓은 책을 두루 돌아보며 살피고, 독자들과 만나는 작가.  글쓰기가 천직인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먹고 읽는다면 금방 읽을 수도 있는 책이었지만, 그러고 싶지 않았다.  조금씩 곱씹어가며 읽었고, 때론 울컥 북받치는 감정에 호흡을 가다듬고 책장을 덮었다 읽기도 했다.  말을 줄여 글로 옮겨 쓰기를 얼마나 하면 이런 문장들을 표현들을 담아낼 수 있는 걸까?  작가는 자신의 이야기와 주변에서 보고 들은 이야기를 나지막하게 흘러간 이야기를 해주듯 이야기하고 있다.  



상처와 관련해 인간은 이중적인 심리가 있다. 우린 마음의 흠집과 상처를 꼭꼭 감추려 하면서도,  한편으론 누군가 그것들을 알아채주었으면 한다.  그래서 종종 믿을 만한 사람 앞에서 은연중에 삶의 비애, 허무, 고충 따위를 넌지시 밖으로 흘리는 것이다. 꼭 문제의 해결을 바라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 내 사정을 알아주었으면, 누군가 내 상처를 인지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누군가의 가슴에서 오랫동안 절여진 “마음이 아프다....”라는 문장이 내 귀로 흘러들어올 때마다 나는 몸을 흠칫 거리게 된다. 그러면서 조심스럽게 짐작한다.  타인이 망치로 내 가슴팍에 때려 박은 못을 발견하면 피를 철철 흘리더라도 스스로 못대가리를 잡아당겨서 빼내는 일, 그런 과정일 되풀이하는 것이야말로  세월을 견디는 방법이 아닐까 하고. /p 63. 마음에 박힌 못을 빼내는 일 

글을 읽으며 차분해질 수 있는 시간.  아마도 에세이를 읽는 시간이 아닐까? 생각해보게 된다.  타인의 인생을 바라보는 시선에도 섬세하고 따스함이 느껴진다.  (어떻게 남자가 이런 글을 쓸 수 있는 거죠? 이건 반칙이야.. ㅠㅠ).사실, 내가 작성한 서평도 최종 수정해서 올리기 전까지만 읽지 다시 찾아 읽어보는 일은 거의 없는 편이다.   그런데 자신이 쓴 글을 읽는 독자들을 만나 말을 건네보고, 서점에서 자신의 책을 직접 챙기는 작가라니.. 작업실이 없지만 자신이 있는 모든 장소가 일하는 공간이 될 수 있었기에, 많은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보며 글감들이 찾아들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순수와 열정, 청춘과 젊음처럼 뜨겁고도 투명한 단어들은 ‘나이듦’의 의미를 새삼 돌아보게 한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시간의 풍화를 견디는 일이다.  스스로 터득한 방식으로 시간의 흐름을 견디는 일이다.  삶이라는 비바람 속에서 한때 내 일부였던 것들이 몸에서 떨어져 나와 수분을 잃고 가루가 돼 흩날리는 광경을 덤덤하게 바라보면서, 우린 그렇게 나이라는 것을 먹는다. /p071~072

조금 과장하면, 난 1년 365일 가운데 300일 정도 서점에서 시간을 보낸다.  서점을 어슬렁거리며 신간과 구간을 마음껏 펼쳐보고 책을 한 권 구매한 다음 구석진 곳에 자리를 잡고 활자를 읽는다. 

더욱이 난 집필실이나 작업 공간이 따로 없다.  집에선 다락방에서 글을 쓰되, 밖에선 서점과 서점 근처에 있는 카페를 돌아다니며 원고를 작성하고 업무를 처리한다.  이를 측은하게 바라보지는 마시길.  일하는 공간이 따로 없다는 것은, 모든 장소가 일하는 공간이 될 수 있음을 의미하기도 하니까. /p108

 

 

이기주 작가의 글은 차분해지고 싶을 때 읽게 되는 것 같다.  아마도 기쁘고 신나서 책을 읽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기대고 싶고, 무언가를 찾고 싶지만 길이 보이지 않으며, 세상에서 조금 떨어져 있고 싶을 때.. 난 그렇게 책과 가까워졌다.  <한때 소중했던 것들>은 그럼에도 오늘을 살아갈 이야기를 하고 있다.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