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소중했던 것들 (볕뉘 에디션)
이기주 지음 / 달 / 2018년 7월
평점 :
품절


 



자신이 세상에 내어놓은 책을 두루 돌아보며 살피고, 독자들과 만나는 작가.  글쓰기가 천직인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먹고 읽는다면 금방 읽을 수도 있는 책이었지만, 그러고 싶지 않았다.  조금씩 곱씹어가며 읽었고, 때론 울컥 북받치는 감정에 호흡을 가다듬고 책장을 덮었다 읽기도 했다.  말을 줄여 글로 옮겨 쓰기를 얼마나 하면 이런 문장들을 표현들을 담아낼 수 있는 걸까?  작가는 자신의 이야기와 주변에서 보고 들은 이야기를 나지막하게 흘러간 이야기를 해주듯 이야기하고 있다.  



상처와 관련해 인간은 이중적인 심리가 있다. 우린 마음의 흠집과 상처를 꼭꼭 감추려 하면서도,  한편으론 누군가 그것들을 알아채주었으면 한다.  그래서 종종 믿을 만한 사람 앞에서 은연중에 삶의 비애, 허무, 고충 따위를 넌지시 밖으로 흘리는 것이다. 꼭 문제의 해결을 바라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 내 사정을 알아주었으면, 누군가 내 상처를 인지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누군가의 가슴에서 오랫동안 절여진 “마음이 아프다....”라는 문장이 내 귀로 흘러들어올 때마다 나는 몸을 흠칫 거리게 된다. 그러면서 조심스럽게 짐작한다.  타인이 망치로 내 가슴팍에 때려 박은 못을 발견하면 피를 철철 흘리더라도 스스로 못대가리를 잡아당겨서 빼내는 일, 그런 과정일 되풀이하는 것이야말로  세월을 견디는 방법이 아닐까 하고. /p 63. 마음에 박힌 못을 빼내는 일 

글을 읽으며 차분해질 수 있는 시간.  아마도 에세이를 읽는 시간이 아닐까? 생각해보게 된다.  타인의 인생을 바라보는 시선에도 섬세하고 따스함이 느껴진다.  (어떻게 남자가 이런 글을 쓸 수 있는 거죠? 이건 반칙이야.. ㅠㅠ).사실, 내가 작성한 서평도 최종 수정해서 올리기 전까지만 읽지 다시 찾아 읽어보는 일은 거의 없는 편이다.   그런데 자신이 쓴 글을 읽는 독자들을 만나 말을 건네보고, 서점에서 자신의 책을 직접 챙기는 작가라니.. 작업실이 없지만 자신이 있는 모든 장소가 일하는 공간이 될 수 있었기에, 많은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보며 글감들이 찾아들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순수와 열정, 청춘과 젊음처럼 뜨겁고도 투명한 단어들은 ‘나이듦’의 의미를 새삼 돌아보게 한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시간의 풍화를 견디는 일이다.  스스로 터득한 방식으로 시간의 흐름을 견디는 일이다.  삶이라는 비바람 속에서 한때 내 일부였던 것들이 몸에서 떨어져 나와 수분을 잃고 가루가 돼 흩날리는 광경을 덤덤하게 바라보면서, 우린 그렇게 나이라는 것을 먹는다. /p071~072

조금 과장하면, 난 1년 365일 가운데 300일 정도 서점에서 시간을 보낸다.  서점을 어슬렁거리며 신간과 구간을 마음껏 펼쳐보고 책을 한 권 구매한 다음 구석진 곳에 자리를 잡고 활자를 읽는다. 

더욱이 난 집필실이나 작업 공간이 따로 없다.  집에선 다락방에서 글을 쓰되, 밖에선 서점과 서점 근처에 있는 카페를 돌아다니며 원고를 작성하고 업무를 처리한다.  이를 측은하게 바라보지는 마시길.  일하는 공간이 따로 없다는 것은, 모든 장소가 일하는 공간이 될 수 있음을 의미하기도 하니까. /p108

 

 

이기주 작가의 글은 차분해지고 싶을 때 읽게 되는 것 같다.  아마도 기쁘고 신나서 책을 읽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기대고 싶고, 무언가를 찾고 싶지만 길이 보이지 않으며, 세상에서 조금 떨어져 있고 싶을 때.. 난 그렇게 책과 가까워졌다.  <한때 소중했던 것들>은 그럼에도 오늘을 살아갈 이야기를 하고 있다.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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