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흘러넘쳐도 좋아요 - 혼자여서 즐거운 밤의 밑줄사용법
백영옥 지음 / arte(아르테)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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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 기다리게 되는 작가의 글.   누구도 만나고 싶지 않고, 누구와도 이야기 하고 싶지 않았던, 하지만  혼자이고 싶지 않은 수많은 날들을 책에 기대어 지나와 보기도 했기에 그녀가 혼자 그은 밑줄들이 더욱 궁금해졌다.  작가로서 그녀가 읽고, 지내온 시간들을 담은 글을 읽는다는 건 어쩌면 책을 읽는 사람만 알 수 있는 나만의 시간이기 때문이기 때문일 것이다.


​힘들어 죽겠는데, 쉬고 싶은데, 자꾸 힘내라고 말하는 사람이 미웠습니다. 도와주지도 않을 거면서 충고만 하는 사람도 원망스러웠어요. 그때의 저에게는 충고를 받아들일 여유가 없었습니다. 막막하고 답답한 시간이었어요.
그때 제 손을 잡아준 건 책이었습니다. 좋아했던 사람이 제 곁을 떠났고, 가장 친한 친구를 잃었지만, 책만은 외로운 저의 곁에 끝까지 남아줬어요. 지친 날, 침대로 기어가 스탠드를 켜면 머리맡의 책이 제게 속삭였습니다.
‘자. 이제 혼자 책 읽을 시간이야.’/p6

이사하면서 책장의 책들을 꽤 비웠다고 생각했는데, 8칸 책장과 장식장, 방 한켠에 들여놓은 책장까지 책들이 들어차기 시작했다.  출간되는 책들, 관심 가는 책들을 읽기에도 바빠 읽었던 책을 다시 읽는다는 건 그 당시의 마음뿐이었는데 최근 2,3년 전부터 읽었던 책을 소장할 책과 가지고 있지 않을 책으로 분류하고 소장하고 있는 책들 중에서 재독을 하는 책들도 한 두 권씩 늘고 있기도 하다.  읽다보면  놀랍게도 그 당시의 마음과 다시 읽는 감상은 크게 다르기도, 비슷하기도 하다.  아마도 책을 읽는 시기의 마음이 다르기 때문이겠지.  어쩌면 시작 글에 쉼보르스카의 '두 번은 없다'를 보고 본격적으로 책을 읽기 시작하기도 전에 그녀의 글을 좋아하기로 했던 것 같다.  몸도 마음도 너무나 휘청여서 어찌하지 못했던 시기, 우연히 읽게 된 이 시는 내가 제대로 살아갈 수 있게 해준 버팀목이 되어준 글이기도 했다.  휘청거리며 살아가고 있다.  그럴 때마다 현실을 바로 보고 그 시간들을 지나올 수 있었던 건 , 지나온 시간들을 함께 해준 책 들이었다.



우리에게는 마음을 뜻하는 말이 몇 개나 될까요?
마음속 풍경을 비출 수 있는 유리 같은 말을, 당신은 몇 개나 가지고 있나요? 시인은 사람에게 마음이
없었다면 유리 같은 건 만들지 않았을 거라고 말해요.
보여주면서 동시에 가리는 것. 그것이 유리의 성질입니다. 특유의 성질 때문에 유리로 된 용기는 일상생활에서도 많이 사용되죠. 약병, 화장품 용기, 물병과 술병들.... 어쩌면 유리는 삶의 아이러니를 재밌는 방식으로 보여주는 것 같아요. 가고 싶지만 가고 싶지 않은 마음, 말하고 싶지만 말하고 싶지 않은 마음, 가까이하고 싶지만 가까이하고 싶지 않은 마음./p18~19


아직 오래된 고전들을 깊이 있게 읽지 못하고, 문장이 잘 읽어지지 않는 책들은 읽다 덮어버리기도 한다.  그럼에도 줄기차게 에세이를 읽고 애정작가도 생기고 애정하는 책들도 늘어나고 있는건,  아마도 내 삶의 빈 공간들을 다른 이들의 일상을 읽으며 조금씩 채워보고자 함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그녀가 책 속에서 밑줄 그으며 건져올린 문장들을 읽으며 책 속의 책들을 건지기도 했다.  책과 영화, 일상을 넘나드는 이야기를 읽으며 책과 영화의 리스트들도 차곡차곡 담아보기도 했다.  책표지의 여유로움이 책을 읽기도 전부터 와닿기 시작해 글을 읽지 않고 책 속의 일러스트들부터 넘겨봐도 마음이 차분해지는 것을 이내 경험할 수 있었다.  아마도 한동안 눈에 잘띄는 곳에 두고 간간히 꺼내 읽게 될 책으로 살포시 꽂아둔다.  



우리는 살아가는 동안 온갖 군데서 돈을 최대한 짜내고 분초를 다투면서까지 시간을 빈틈없이 쓰려고 노력합니다.  하지만 우리에게 필요한 건 어쩌면 '멈추는 것'인지도 몰라요.  내면에서 흘러나오는 비명을 알아차려야 합니다.  절박한 몸이 내게 보내는 신호이니까요.

'내가 지금 뭘 해야 하지?'  이건 옳은 질문이 아니었어요.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 거지?' 이것이 옳은 질문이었습니다.

그건 바로 나와 지금 이 순간이 냅고 있는 관계에 대한 질문이었어요.  과거의 나와 끊임없이 경쟁하는 현재의 내가 아니라, 현재의 내가 만나는 지금 이 순간에 대한 질문이었습니다. 

이상신호를 감지하고 멈출 줄 아는 것.

좋은 신호를 얻기 위해 2분을 기다릴 줄 아는 것.

어쩌면 그 2분이 당신의 인생을 바꿀지도 모릅니다.  /p200~201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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