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기억 못하겠지만 아르테 미스터리 1
후지마루 지음, 김은모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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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지않아 다가올 기억을 잃은 세상,

어쩌면 나는 거기서 희망을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시간 외 수당이 없어.  교통비도 물론 없지. 

아무렇지도 않게 이른 아침부터 불러내고 유령 같은 '사자'를 저세상으로 보낸다는 상식 밖의 일을 해야 해, 무엇보다 시급이 300엔이야.

하지만 말이야, 하지만 "그래도 너한테 이 아르바이트를 추천할게."

어느 날 사쿠라 신지에게 찾아온 동급생 하나모리 유키에게 '사신'아르바이트를 제안받는다.  미련이 남아 이 세상을 떠나지 못하는 '사자'의 소원을 들어주고 저세상으로 보내주는 일을 한다.  계속되는 의심을 하는 사쿠라에게 반년의 근무기간을 채우면 어떤 소원이든 하나를 들어주겠다는 이야기를 듣고 반신반의로 시작한 사신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게 된다.



"거두절미하고 설명할게.  난 '사신'이라는 조직에서 일해.  너도 일하고 싶어 하니까 설명해주라는 지시를 받고 왔어.  일단 우리 목적은 미련이 남아 이 세상을 떠나지 못하는 '사자'를 저세상으로 보내주는 거야.  그리하여 사람들을 '행복'으로 가득 채우고 사회를, 더 나아가 세계를 '행복'하게 만든다는 이념 아래 일하고 있어. '행복'이야말로 인류의 희망! '행복'이야말로 존엄한 희망의 빛! 그걸 실현하는 게 우리의..." /p15

 

  유망한 축구선수로 살아가던 사쿠라는 개인적인 사고로 축구를 못하게 되고 설상가상 집안의 사정도 어려워지며 부모님은 이혼을 하게 되었다.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빚을 떠안은 가정에 혼자 살고 있었던 사쿠라에게도 뭔가 간절한 게 있어 사신 아르바이트 제의가 온게 아니었을까?  생각보다 가까웠던 지인을 저세상으로 안내하기 시작하면서 제대로 마음먹고 사신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기로 마음먹은 사쿠라.  가끔 어디로 튈지 모르겠는 하나모리의 행방에 정신이 없지만 동급생들 사이에 인기인이고 그보다 오랜 시간 사신으로 일해왔던 그녀는 어쩌면 유능한 사신일지도 모르겠다. 



"추가시간은 몹시 잔혹해.  죽음이라는 운명에서는 절대 못 벗어나고, 아무리 발악한들 남의 기억에 남지도 못하지.  해소할 길 없는 미련을 조명해서 대체 무엇을 위한 인생이었는지 돌이켜보는 시간에 지나지 않아.  신은 죽은 사람에게 그렇듯 부조리한 시간을 주는 아주 매정한 존재야."  /p109


   사신은 사자를 구원한다.  그리고 사자를 구원하면서 사신도 구원을 받는다.  감성 미스터리 소설이라는 타이틀을 걸고 있지만 살짝 애매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현 세계를 맴도는 이들이 생전에 풀지 못했던 억울한, 또는 미련이 남는 무언가를 이루지 못해 떠나지 못하고 있는 걸 돕는다는 이야기.  읽기 시작하면서부터 설마, 했던 가설이 뒤로 가면 갈수록 확신으로 굳어지면서 가독성이 조금 떨어지기 시작했고 사신으로서의 시절을 잘 마무리하고 현재를 살아가다 생각지 못했던 순간 마주하게 된다는 이야기.   생에 미련이 남아 떠나지 못한 이들에게 주어진 추가시간을 '사자'로 살아가는 생이 길고 짧은 건 그들의 희망사항 대로라곤 하지만 뭔가 풀리지 않은 마음이 있어 떠나지 못하는 게 아닐까?   이 시간은 그들에게 행복일까? 불행일까? 



 "하지만 지금은 달라.  지금은 인생을 새로 시작하겠다는 생각이 없어.  아무리 괴롭고 힘들더라도 그 나날들이 바로 내 인생이니까.  재출발이 아니야.  받아들일 건 받아들이고 앞으로 나아가는 게 중요해.  다들 그렇게 살아왔지.  그러니까 나도 과거를 품에 안고 앞으로 나아갈 거야.  모든 걸 잊어버린 세상에서도 힘차게 살아갈 자신이 있으니까." /p341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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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내일에게 (특별판) 특별한 서재 특별판 시리즈
김선영 지음 / 특별한서재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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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된 내가 열일곱 살의 '나'에게 건네는 위로



  청소년 성장소설은 몇 년에 한 두 권 읽을까 말까 하는 편인데, 아무런 정보 없이 읽으려고 했던 글을 먼저 읽었던 분들의 추천사가 쏟아졌던 글이었다.  아마 이 글을 읽고 나면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하고 울컥 눈물이 쏟아지기도 할지 모르며, 입안에선 '연두야 연두야~'가 맴돌 거라고....



나는 늘 결핍 상태였다.  

누군가는 자동으로 채워지는 부분을 나는 끝끝내 채우지 못하고 영원히 부재인 상태로 끝나버렸다.  /p17

커피 향을 맡으며 누웠다.  왠지 삶이 업그레이드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먹기 위한 삶이 아니라 그것과는 차원이다른 시간이 올 것 같은 막연한 느낌 같은 것.  살아남는 것 이상의 그 무엇을 추구해도 될 것 같은 시간이 내 앞에 툭 떨어진 기분이었다. /p22

- 연두야, 연두야, 네가 고를 연두 콩이다. /p55


 17살 연두, 부모님이 이혼하고 엄마와 살았지만 엄마가 병으로 돌아가시고 재혼한 아버지 집으로 가지만 아버지도 돌아가시고 새엄마와 이복동생과 함께 살게 된다.  허름한 동네, 만두가게가 나갔던 자리엔 무엇이 들어올까 싶었는데 '이상'이라는 커피집이 들어온다.  뭘 해도 후져 보이는 이 작은 카페가 연두의 친구가, 우체통이, 생계를 유지하고 하루 하루를 살아갈 힘이 되어주는 공간이 된다. 

  학교에서도 겉도는 것 같기만 했는데 유겸이도 자신과 같은 겉도는 아이인 걸 알아본 걸까?  연두가 유겸이를 조금은 위태롭게 바라보는 것처럼 유겸이도 연두에게 주변 사람들이 보지 못한 무언가를 보았을 것이다.  17살,  공부하고 때론 부모에게 반항도 하고 자매랑 싸우기도 하면서 살아가는 게 보통의 평범한 소녀의 모습이 아닐까?  하지만 연두의 삶은 녹록치 않다.  행여 쫓겨나거나 동생만 데리고 사라져버릴 것 같은 엄마의 눈치를 보며 살다가 동생을 때리는 엄마를 보고 상을 뒤엎은 뒤로 엄마가 집에 잘 들어오지 않게 된다.  가스는 끊기고 쌀도 조금밖에 남지 않았는데 보라가 열이 오르고 아파 엄마에게 전화를 하니 엄마가 집에 왔다.



생명은 무엇으로 만들어지는 것일까?  물일까, 공기일까.  도대체 숨은 무엇일까, 살아 있다는 건 무엇일까, 죽음은 또 무엇일까.  무슨 차이일까.  엄마는, 아버지는 지금 무엇이 되어 있는 것일까.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돌아간 것일까? /p105

안 좋은 일은 늘 한꺼번에 왔다.  신이 있다면 마치, 견뎌봐, 이것도 견딜 수 있어?  네가 어디까지 견딜 수 있는지 지켜볼 거야, 하는 것 같았다.  뒷짐 진 신의 손에는 다음 고난의 카드가 또 그다음의 카드가 쥐어져 있을 것이다. /p192


  보라의 이야기로 듣는 중학교 생활도 녹록치 않지만 연두의 삶은 어디 한 번 살아봐라, 하고 던져진 듯 위태롭게만 보인다.  누구에게든 의지하고 기대도 좋으련만 꿋꿋이 참아내고, 날마다 간절히 살고 싶다고 한다.   보라가 다시 아프기 시작하고 두 번째로 엄마가 집에 돌아왔을 때, 엄마는 연두가 아이 같지 않아서 힘들었다고 이야기한다.  엄마가 자기를 버리고 갈까 두려웠지만 저런 이야기를 듣고 어떻게 견딜 수 있을까?  연두는 보라를 데리고 가도 된다고 엄마에게 이야기했지만 '넌 어떻게 하려고' 가 속에서 계속 맴돌았다. 

  연두의 세상은 따뜻하지 않고 다정하지도 않았지만, 그런 그녀의 삶을 응원하는 사람이 있다는 걸 알게 되며 글은 끝을 맺는다. 

보라와 새엄마는 어떻게 되는지, 그들은 다시 모여서 가족의 이름으로 살아갈 수 있는지, 카페 이상과 마농은 다시 재회하게 되는지 연두는 어떻게 성장하게 될지... 당장의 내일이 걱정스러운 삶을 살아가는 연두지만 살고자 하는 강한 의지가 아이를 살게 하는 게 아닐까?  책장을 덮는 순간까지 '연두야, 연두야...'를 되뇌게 된다.



연두를 보며 종종 놀라기도 하지만 부끄러울 때가 있습니다. 

피하지 않고 당차게 맞서는 것을 보며 가끔 그 아이의 나이를 잊을 때가 있습니다.

노점 상인들을 위해 싸우다 죽은 아버지를 보며 나는 권력과 자본에 편입하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이곳에 오게 되었습니다.  피한다고 그것이 없는 세상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요즘 실감하고 있습니다.  다시 뒷걸음질 치는 나를 보게 될까 겁이 나기도 하고요.  연두에게 우리가 아무것도 해줄 수 없지만 그 아이의 미래를 기대하는 것만으로도 힘이 되리란 생각이 듭니다.  그대가 언젠가 돌아왔을 때 근원의 냄새를 맡도록 이 자리를 지켜내는 것도 내겐 의미 있는 일이란 생각이 듭니다. /p214~215

내 미래를 기대해주는 누군가 있다는 것.  세찬 비바람을 맞고 있을 때 등 뒤에 따뜻한 모포 한 장이 날아와 감싸주는 기분이었다.  내가 뭐라고, 나 따위가 뭐라고....(중략)... 어느 날엔가, 나에게 사회복지사가 올지도 아니면 보라와 영원히 이별할지도 아니면 카페 이상과 헤어질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다시 학교로 간다.  자고 일어나고 밥 먹고 다시 학교로.  나는 살아 있으니까.  살아 있어야 하니까.  살고 싶으니까. /p215~217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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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탈한 오늘
문지안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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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츠러든 어깨로 길을 걷고 있을 이들에게 보내는 작은 응원


  책이 읽어지지 않을 때면 sns에 올라온 이웃들의 글을 읽어보곤 한다.  때론 취향의 글을 발견하기도 하고, 읽었던 책의 글을 다시 읽어보기도 한다.  최근 가장 많이 취향이 겹치고 있는 현주님의 피드에서 이 글을 발견한 건 우연이었을까?  새벽감성이긴 했지만 폭풍오열과 글이 너무 좋아 다시 읽기를 하고 계신다는 글을 읽고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구입했다.  보통 구입한 책들을 길게는 몇 년씩 묵혀 읽기도 하지만 몇 장 읽어보겠다고 들었다가 몇 페이지 넘기지 못하고 먹먹함과 함께 눈물이 주르륵 흐르고 있었다. 하... 뭐지?



모든 인연에 끝이 있고

노력이나 사랑으로 거스를 수 없음을 알기에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언제일지 모르는 그날까지 편하기를 바라는 것,

그 바람이 현실에 구현되도록 움직이는 것.

그것이 전부이다. /p029

상처받은 존재를 대함에

우리는 얼마나 쉬이 우를 범하는가.

잘해주면 금세 친해질 거라는 생각과

친해지면 금세 상처가 아물 거라는 착각은

얼마나 자기중심적인 것인가.

기대만큼 다가오지 않는 네 한 걸음이 과연

내가 화낼 이유가 되는가.  /p048


안온하다 ; 조용하고 편안하다  누구나 꿈꾸는 일상이 아닐까?  이만하면 됐다고 생각할 만큼 충만하게 느껴지는 삶이란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야 하는 걸까?  5마리의 고양이와 5마리의 강아지와 살아가는 저자의 글을 읽다 꽤 오래전 키웠던 강아지들이 떠올랐다.  마당이 있는 집에 살 때도 2~3마리 키웠던 것 같지만 그땐 강아지를 무서워하기도 해서 기억이 흐릿하지만 막 20살이 되어 지인에게 분양받아 가족이 되었던 검정색 푸들은 애완견이라는 명목으로 집안에서 우리와 함께 생활하는 가족이 되었다.  겁이 많아 외출해도 떨기만 하고 가족이 아닌 사람이 방문하면 미친 듯이 짓기도 했던 그 초롱이가 며칠 집에 다니러 간 조카를 질투해서 집을 나갈 줄이야..

계단을 내려가는 걸 가르친지 얼마 되지 않기도 했을 때였지만, 눈에도 아이를 질투하는 게 보여서 참 신기하다고 가족들과 이야기 하곤 했는데 그 당시 집에 있던 가족들의 말에 의하면 정말 잠깐 사이에 없어졌다고 했다.  아이 재롱에 빠져있던 가족들이 강아지가 이상하게 조용해서 찾아보니 현관문이 열려있었다고...

그게 마지막이었다.  온 동네를 찾아헤매고 전단지를 만들어 붙이고, 당시 유행하지도 않았던 sns에까지 올려서 찾았지만 결국 찾지 못했다.  당시 다리도 좀 불편하고 나이도 꽤 먹어서 더 마음이 쓰였기 때문에 이후 한동안 반려견, 반려묘는 생각도 하지 않았었다.  너무 많은 정이 들었었고 갑작스러운 이별의 후유증이 커서 몇 개월 심하게 앓기도 했던 터라...


  그래서일까?  이 많은 아이들을 키우면서 괜찮을까?  사람보다 짧은 생을 사는 아이들, 하지만 이 아이들로 인해 얻는 기쁨이 너무도 큰 걸 알기에 글을 읽으며 몇 번이나 오열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땐 왜 몰랐을까?   작은 생명들이 주는 의미를, 온전하게 자신을 내보이며 주는 신뢰를...  언제고 다시 읽어보고 싶은 글이었다.  사실 너무너무 좋은데, 생각과 글이 정리가 잘 되지 않아 며칠을 읽고 다시 읽었던 책이지만... 역시 직접 읽고 느껴보시길 권하고 싶다.



세상은 대체로 잘 사는 이들로 꽉 찬 듯 보이지만

드러나는 세상이 그러할 뿐이다.

말하지 못하는 감정들을 홀로 쓰다듬으며 잠드는 밤.

서늘함과 통증은 오롯이

개인의 것이기에.  /p101


생명이 있는 모든 것에는 인연이 있고

모든 인연의 끝에는 헤어짐이 있다.

끝이 있음을 받아들일 수 있다면

사는 동안 더 많은 존재와

좋게 닿았다가 헤어질 수 있겠지.


닿아있는 시간이 따사롭다면

그것으로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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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엄마와 인도 여행이라니! - 세 여자의 ‘코믹액숀’ 인도 방랑기
윤선영 지음 / 북로그컴퍼니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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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갑 다 된 엄마가 인도에 가겠다고 말했다.

골드미스 이모와 서른한 살 딸과 함께...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미친 짓이다!



  모녀의 여행 에세이에 관심이 많다.  근 10년 가까이 엄마랑 여행을 가야지 않겠냐며 이야기하는 자매들이랑 시간을 맞추지 못한 건 집안의 대소사도 있었지만 올해 69세의 연세에도 매일 같이 매장에 출근하시는 부모님의 일정을 조율하기가 쉽지 않은 탓도 있었다.  그래서 이런 여행 에세이들이 보이면 먼저 읽어보고 엄마, 아빠 눈에 잘 띄는 곳에 슬쩍 놓아두기도 했다.  언젠가 엄마가 넋두리처럼 "너네 어릴 땐 너희 아빠가 해만 넘어가면 나 데려오라고 너희를 보내서 내가 이 나이 되서 친구가 하나도 없잖아." 하시는데 그게 왜 그리도 슬프게 들리던지.....

  지극하게도 옛날 사람인 아빠는 '어디 여자가!'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사시는 분이다.  그래도 그런 아빠가 어린 시절엔 넷이나 되는 우리 형제를 데리고 여름이면 이고지고 어디는 휴가를 떠나서 추억을 만들어주시고 집안 대청소를 할 때면 엄마는 열외! 였다는 거?  두 분이 여행도 꽤 많이 다니셨는데, 자영업 12년 차가 되는 기간 동안 어딘가를 떠난다는 게 손에 꼽을 정도로 드문 일이 되어버렸다.


  엄마와 딸의 여행은 옳다.  거기에 까칠한 골드미스 이모까지 낀다고 했을 땐 '이 여행 쉽지 않겠는데?'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행선지도 심지어 '인도!!!'.  심상치 않았던 여행 멤버와 여행지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참으로 기대가 됐지만, 눈여겨보게 되었던 건 역시 엄마가 여행을 즐기는 방식이었다.    딸이 생각했던 엄마의 이미지는 잊어라.  여행지에서는 내 엄마가 아닌 '생활 여행자'인 박귀미 여사일 뿐이었다.  살림만 하시던 엄마가, 해외여행은 가본 적 없었던 분이 불편하지 않을까? 싶었지만 이 멤버들 중 누구보다도 즐겁게 인도에서의 여행을 즐기는 분이 되셨다.  딸의 여행을 적극 지지하다가, 딸과의 여행에 설레는 마음으로 여행길에 올라서 책으로만 읽었던 인도를 직접 경험했던 엄마의 마음은 얼마나 두근거렸을까? 

   엄마 또는 아빠와 여행을 계획하는 이들에게 한 번쯤 권해보고 싶은 글이다.  꼭 여행을 계획하고 있지 않더라도 글을 읽고나면 어디든 함께 떠나고 싶어질 지도 모르겠다.  세상에, 엄마와 인도여행이라니  책장을 넘기며 '엄마랑 여행을 한다면?' 이라는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기 시작했다.



처음이었다.

가까운 사람과 배낭여행을 하는 것이.

걱정됐다.

잘할 수 있을까 싶어서.

이 여행을 무사히 끝낼 수만 있다면 지금 당장 일어나 무릎을 꿇고 인도의 '시바 신'에게라도 기도를 드리고 싶은 심정이다. /p37

  사실 나는 엄마에 대해 잘 모르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항상 엄마는 엄마라고만 생각했다.  엄마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싫어하는지에 대해 단 한 번도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이 없다.

길을 가다가 신기한 것을 만나면 휴대폰 카메라를 드는 엄마.

영어는 못하지만 인도인에게 나보다 더 다정하게 말을 거는 엄마.

맛이나 보라며 사다준 망고를 맛있게 먹는 엄마.

창밖에 있는 물건들을 자세히 관찰하는 엄마.

나는 이번 여행이 '엄마와 딸'의 여행일 뿐만 아니라 '58세, 박귀미 씨'의 새로운 면을 발견하는 여행이 되었으면 한다. /p87

나는 여행이 끝날 때쯤 엄마에게 꼭 묻고 싶은 게 있었다. 

"여행하니까 어때?  뭔가 달라진 게 있어?"

"음...."

아무 말이 없었다.  나는 엄마가 입을 열 때까지 조용히 기다렸다.

"혹시라도 다음 생을 산다면 나는 다르게 살아볼 끼다.  더 많이 도전하고, 더 많은 사람을 만나고, 더 많은 세상을 구경하고, 그동안 닥치지도 않은 일들을 왜 그렇게 두려워하며 살았나 후회가 된다."

엄마의 말은 내 질문에 대한 답이라기보다 엄마가 스스로에게 던지는 말이었다.  나는 쟁여놓았던 또 하나의 질문도 던졌다.

"엄마도 인도가 좋아?"

"좋지! 아주 좋다. 좋아!"  /p219

혼자 좋은 것 보고 다니는 게 죄송해서,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여행에 대한 기대 때문에 벌인
'여행 이벤트'가 왠지 헤어 나올 수 없는 블랙홀이 된 것 같다고
느끼는 건 나 뿐일까?
세상에 처음나와 마냥 수줍던 엄마가 인도와 친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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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 돈이 되는 순간 - 전 세계가 열광한 빅히트 아이디어의 비밀
앨런 가넷 지음, 이경남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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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트하는 것들엔 공식이 있다."



  창의적인 발상으로 상업적인 성공을 거둔이들에겐 어떤 패턴이 있다고 한다.  전 세계를 열광시킨 빅히트 아이디어!  당사자들은 의도했을까? 의도하지 않았는데 저절로 이루어 진것일까?  이미 상업적으로 성공한 이들을 대상으로 인터뷰와 자료조사등을 통해 이들의 업적 이면의 '패턴'을 예측이 가능한 과학으로 인지하고 공식을 만들었다.  돈이 되는 크리에이티브의 법칙은 영감의 순간을 창조하는 씨뿌리기인 소비, 각 분야의 성공 공식을 터득하는 모방, 프로젝트를 수행할 협력자를 구하기인 공동체, 친숙성과 색다름의 이상적인 배합 만들기인 반복 으로 구성된다고 한다.



  이 책에서 나는 여러분에게 내가 찾아낸 그 패턴을 자세히 설명할 것이다.  이 책은 마케팅 서적도 아니고 자기계발서도 아니다.  이 책은 창의력이 필요한 분야에서 대단한 성공을 낳는 패턴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는 지침서다....(중략).... 주의할 점은 한 가지다.  창의성에 관한 학문적 정의는 색다른, 그러면서도 가치가 있는 어떤 것을 만드는 능력이다. /p35


해당 분야의 전문가들을 조사해보니 1만시간 가량의 시간이 쌓여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된 이들이 많았다.  하지만 어떤 일이든 1만시간만 수행하면 전문가가 된다고 볼 수 있을까?   우리의 두뇌가 '아하!' 하는 순간을 위해선 '목적이 있는 연습'이 더 중요하다고 한다.  목적이 있음과 없음의 차이, 일상생활에서도 쉽게 경험 할 수 있지 않은가?  생각보다 두께가 있는 책이지만 읽다보면 우리가 무심코 지나쳤던 이야기들이 새롭게 다가옴을 느낄 수 있다.  생각이 돈이 되는 순간  돈,이 다가 아니라고 이야기 하지만 조금더 행복해지기 위해, 편한 삶을 위해 필요한 요소이기도 하다.  전문적인 용어들이 꽤 등장하지만 천천히 읽어가다보면 꽤 재미있고 흥미로운 비밀을 만날 수 있고 생각을 돈으로 바꾸는 과학은 꽤 흥미로운 주제를 던져주는 글이었다.



에릭슨의 연구는 단순히 1만 시간을 반복해서 어떤 과제를 연습하는 것이 아니라, '목적이 있는 연습'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목적이 있는 연습이란, 확실한 목표와 피드백 매커니즘을 가지고 사소한 기술도 반복적으로 익혀가는 특별한 형태의 연습을 말한다. /p83

그렇다고는 해도 다윈과 월리스의 이야기는 창의성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의외일지 모르지만, 천재는 객관적 지표에 근거해 부여받는 라벨이 아니다.  천재 크리에이터로 여겨지려면, 대중이 그들의 혁신을 받아들여야 한다.  아무리 멋진 소설을 써도 책을 출간하지 않는 소설가를 역사는 기억하지 않는다.  자신을 알리는 데 겸손한 과학자는 곧 잊히고 만다. /p102

이들 창의적 예술가들은 보통 일정이 아주 바쁜 편이지만, 그래도 하루에 서너 시간, 즉 일하는 시간의 약 20%를 어김없이 이런식의 소비에 투자한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그들은 마치 본능처럼 어떤 아이디어가 크리에이티브 커브의 어느 부분에 위치하는지 알아내는 데 필요한 대표사례를 개발할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이 내가 말하는 '20% 법칙'이다.  깨어 있는 시간의 20%를 자신의 창작 분야에 속한 자료에 소비한다면, 직접 경험하지 않고도 어떤 아이디어가 어느 정도 친숙한지, 즉 그것이 크리에이티브커브의 어디쯤에 해당하는 것인지를 직관적으로 전문가 입장에서 이해할 수 있게 된다.  /p172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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