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기억 못하겠지만 아르테 미스터리 1
후지마루 지음, 김은모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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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지않아 다가올 기억을 잃은 세상,

어쩌면 나는 거기서 희망을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시간 외 수당이 없어.  교통비도 물론 없지. 

아무렇지도 않게 이른 아침부터 불러내고 유령 같은 '사자'를 저세상으로 보낸다는 상식 밖의 일을 해야 해, 무엇보다 시급이 300엔이야.

하지만 말이야, 하지만 "그래도 너한테 이 아르바이트를 추천할게."

어느 날 사쿠라 신지에게 찾아온 동급생 하나모리 유키에게 '사신'아르바이트를 제안받는다.  미련이 남아 이 세상을 떠나지 못하는 '사자'의 소원을 들어주고 저세상으로 보내주는 일을 한다.  계속되는 의심을 하는 사쿠라에게 반년의 근무기간을 채우면 어떤 소원이든 하나를 들어주겠다는 이야기를 듣고 반신반의로 시작한 사신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게 된다.



"거두절미하고 설명할게.  난 '사신'이라는 조직에서 일해.  너도 일하고 싶어 하니까 설명해주라는 지시를 받고 왔어.  일단 우리 목적은 미련이 남아 이 세상을 떠나지 못하는 '사자'를 저세상으로 보내주는 거야.  그리하여 사람들을 '행복'으로 가득 채우고 사회를, 더 나아가 세계를 '행복'하게 만든다는 이념 아래 일하고 있어. '행복'이야말로 인류의 희망! '행복'이야말로 존엄한 희망의 빛! 그걸 실현하는 게 우리의..." /p15

 

  유망한 축구선수로 살아가던 사쿠라는 개인적인 사고로 축구를 못하게 되고 설상가상 집안의 사정도 어려워지며 부모님은 이혼을 하게 되었다.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빚을 떠안은 가정에 혼자 살고 있었던 사쿠라에게도 뭔가 간절한 게 있어 사신 아르바이트 제의가 온게 아니었을까?  생각보다 가까웠던 지인을 저세상으로 안내하기 시작하면서 제대로 마음먹고 사신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기로 마음먹은 사쿠라.  가끔 어디로 튈지 모르겠는 하나모리의 행방에 정신이 없지만 동급생들 사이에 인기인이고 그보다 오랜 시간 사신으로 일해왔던 그녀는 어쩌면 유능한 사신일지도 모르겠다. 



"추가시간은 몹시 잔혹해.  죽음이라는 운명에서는 절대 못 벗어나고, 아무리 발악한들 남의 기억에 남지도 못하지.  해소할 길 없는 미련을 조명해서 대체 무엇을 위한 인생이었는지 돌이켜보는 시간에 지나지 않아.  신은 죽은 사람에게 그렇듯 부조리한 시간을 주는 아주 매정한 존재야."  /p109


   사신은 사자를 구원한다.  그리고 사자를 구원하면서 사신도 구원을 받는다.  감성 미스터리 소설이라는 타이틀을 걸고 있지만 살짝 애매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현 세계를 맴도는 이들이 생전에 풀지 못했던 억울한, 또는 미련이 남는 무언가를 이루지 못해 떠나지 못하고 있는 걸 돕는다는 이야기.  읽기 시작하면서부터 설마, 했던 가설이 뒤로 가면 갈수록 확신으로 굳어지면서 가독성이 조금 떨어지기 시작했고 사신으로서의 시절을 잘 마무리하고 현재를 살아가다 생각지 못했던 순간 마주하게 된다는 이야기.   생에 미련이 남아 떠나지 못한 이들에게 주어진 추가시간을 '사자'로 살아가는 생이 길고 짧은 건 그들의 희망사항 대로라곤 하지만 뭔가 풀리지 않은 마음이 있어 떠나지 못하는 게 아닐까?   이 시간은 그들에게 행복일까? 불행일까? 



 "하지만 지금은 달라.  지금은 인생을 새로 시작하겠다는 생각이 없어.  아무리 괴롭고 힘들더라도 그 나날들이 바로 내 인생이니까.  재출발이 아니야.  받아들일 건 받아들이고 앞으로 나아가는 게 중요해.  다들 그렇게 살아왔지.  그러니까 나도 과거를 품에 안고 앞으로 나아갈 거야.  모든 걸 잊어버린 세상에서도 힘차게 살아갈 자신이 있으니까." /p341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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