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내일에게 (특별판) 특별한 서재 특별판 시리즈
김선영 지음 / 특별한서재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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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된 내가 열일곱 살의 '나'에게 건네는 위로



  청소년 성장소설은 몇 년에 한 두 권 읽을까 말까 하는 편인데, 아무런 정보 없이 읽으려고 했던 글을 먼저 읽었던 분들의 추천사가 쏟아졌던 글이었다.  아마 이 글을 읽고 나면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하고 울컥 눈물이 쏟아지기도 할지 모르며, 입안에선 '연두야 연두야~'가 맴돌 거라고....



나는 늘 결핍 상태였다.  

누군가는 자동으로 채워지는 부분을 나는 끝끝내 채우지 못하고 영원히 부재인 상태로 끝나버렸다.  /p17

커피 향을 맡으며 누웠다.  왠지 삶이 업그레이드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먹기 위한 삶이 아니라 그것과는 차원이다른 시간이 올 것 같은 막연한 느낌 같은 것.  살아남는 것 이상의 그 무엇을 추구해도 될 것 같은 시간이 내 앞에 툭 떨어진 기분이었다. /p22

- 연두야, 연두야, 네가 고를 연두 콩이다. /p55


 17살 연두, 부모님이 이혼하고 엄마와 살았지만 엄마가 병으로 돌아가시고 재혼한 아버지 집으로 가지만 아버지도 돌아가시고 새엄마와 이복동생과 함께 살게 된다.  허름한 동네, 만두가게가 나갔던 자리엔 무엇이 들어올까 싶었는데 '이상'이라는 커피집이 들어온다.  뭘 해도 후져 보이는 이 작은 카페가 연두의 친구가, 우체통이, 생계를 유지하고 하루 하루를 살아갈 힘이 되어주는 공간이 된다. 

  학교에서도 겉도는 것 같기만 했는데 유겸이도 자신과 같은 겉도는 아이인 걸 알아본 걸까?  연두가 유겸이를 조금은 위태롭게 바라보는 것처럼 유겸이도 연두에게 주변 사람들이 보지 못한 무언가를 보았을 것이다.  17살,  공부하고 때론 부모에게 반항도 하고 자매랑 싸우기도 하면서 살아가는 게 보통의 평범한 소녀의 모습이 아닐까?  하지만 연두의 삶은 녹록치 않다.  행여 쫓겨나거나 동생만 데리고 사라져버릴 것 같은 엄마의 눈치를 보며 살다가 동생을 때리는 엄마를 보고 상을 뒤엎은 뒤로 엄마가 집에 잘 들어오지 않게 된다.  가스는 끊기고 쌀도 조금밖에 남지 않았는데 보라가 열이 오르고 아파 엄마에게 전화를 하니 엄마가 집에 왔다.



생명은 무엇으로 만들어지는 것일까?  물일까, 공기일까.  도대체 숨은 무엇일까, 살아 있다는 건 무엇일까, 죽음은 또 무엇일까.  무슨 차이일까.  엄마는, 아버지는 지금 무엇이 되어 있는 것일까.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돌아간 것일까? /p105

안 좋은 일은 늘 한꺼번에 왔다.  신이 있다면 마치, 견뎌봐, 이것도 견딜 수 있어?  네가 어디까지 견딜 수 있는지 지켜볼 거야, 하는 것 같았다.  뒷짐 진 신의 손에는 다음 고난의 카드가 또 그다음의 카드가 쥐어져 있을 것이다. /p192


  보라의 이야기로 듣는 중학교 생활도 녹록치 않지만 연두의 삶은 어디 한 번 살아봐라, 하고 던져진 듯 위태롭게만 보인다.  누구에게든 의지하고 기대도 좋으련만 꿋꿋이 참아내고, 날마다 간절히 살고 싶다고 한다.   보라가 다시 아프기 시작하고 두 번째로 엄마가 집에 돌아왔을 때, 엄마는 연두가 아이 같지 않아서 힘들었다고 이야기한다.  엄마가 자기를 버리고 갈까 두려웠지만 저런 이야기를 듣고 어떻게 견딜 수 있을까?  연두는 보라를 데리고 가도 된다고 엄마에게 이야기했지만 '넌 어떻게 하려고' 가 속에서 계속 맴돌았다. 

  연두의 세상은 따뜻하지 않고 다정하지도 않았지만, 그런 그녀의 삶을 응원하는 사람이 있다는 걸 알게 되며 글은 끝을 맺는다. 

보라와 새엄마는 어떻게 되는지, 그들은 다시 모여서 가족의 이름으로 살아갈 수 있는지, 카페 이상과 마농은 다시 재회하게 되는지 연두는 어떻게 성장하게 될지... 당장의 내일이 걱정스러운 삶을 살아가는 연두지만 살고자 하는 강한 의지가 아이를 살게 하는 게 아닐까?  책장을 덮는 순간까지 '연두야, 연두야...'를 되뇌게 된다.



연두를 보며 종종 놀라기도 하지만 부끄러울 때가 있습니다. 

피하지 않고 당차게 맞서는 것을 보며 가끔 그 아이의 나이를 잊을 때가 있습니다.

노점 상인들을 위해 싸우다 죽은 아버지를 보며 나는 권력과 자본에 편입하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이곳에 오게 되었습니다.  피한다고 그것이 없는 세상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요즘 실감하고 있습니다.  다시 뒷걸음질 치는 나를 보게 될까 겁이 나기도 하고요.  연두에게 우리가 아무것도 해줄 수 없지만 그 아이의 미래를 기대하는 것만으로도 힘이 되리란 생각이 듭니다.  그대가 언젠가 돌아왔을 때 근원의 냄새를 맡도록 이 자리를 지켜내는 것도 내겐 의미 있는 일이란 생각이 듭니다. /p214~215

내 미래를 기대해주는 누군가 있다는 것.  세찬 비바람을 맞고 있을 때 등 뒤에 따뜻한 모포 한 장이 날아와 감싸주는 기분이었다.  내가 뭐라고, 나 따위가 뭐라고....(중략)... 어느 날엔가, 나에게 사회복지사가 올지도 아니면 보라와 영원히 이별할지도 아니면 카페 이상과 헤어질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다시 학교로 간다.  자고 일어나고 밥 먹고 다시 학교로.  나는 살아 있으니까.  살아 있어야 하니까.  살고 싶으니까. /p215~217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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