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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탈한 오늘
문지안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1월
평점 :
품절

움츠러든 어깨로 길을 걷고 있을 이들에게 보내는 작은 응원
책이 읽어지지 않을 때면 sns에 올라온 이웃들의 글을 읽어보곤 한다. 때론 취향의 글을 발견하기도 하고, 읽었던 책의 글을 다시 읽어보기도 한다. 최근 가장 많이 취향이 겹치고 있는 현주님의 피드에서 이 글을 발견한 건 우연이었을까? 새벽감성이긴 했지만 폭풍오열과 글이 너무 좋아 다시 읽기를 하고 계신다는 글을 읽고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구입했다. 보통 구입한 책들을 길게는 몇 년씩 묵혀 읽기도 하지만 몇 장 읽어보겠다고 들었다가 몇 페이지 넘기지 못하고 먹먹함과 함께 눈물이 주르륵 흐르고 있었다. 하... 뭐지?
모든 인연에 끝이 있고
노력이나 사랑으로 거스를 수 없음을 알기에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언제일지 모르는 그날까지 편하기를 바라는 것,
그 바람이 현실에 구현되도록 움직이는 것.
그것이 전부이다. /p029
상처받은 존재를 대함에
우리는 얼마나 쉬이 우를 범하는가.
잘해주면 금세 친해질 거라는 생각과
친해지면 금세 상처가 아물 거라는 착각은
얼마나 자기중심적인 것인가.
기대만큼 다가오지 않는 네 한 걸음이 과연
내가 화낼 이유가 되는가. /p048
안온하다 ; 조용하고 편안하다 누구나 꿈꾸는 일상이 아닐까? 이만하면 됐다고 생각할 만큼 충만하게 느껴지는 삶이란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야 하는 걸까? 5마리의 고양이와 5마리의 강아지와 살아가는 저자의 글을 읽다 꽤 오래전 키웠던 강아지들이 떠올랐다. 마당이 있는 집에 살 때도 2~3마리 키웠던 것 같지만 그땐 강아지를 무서워하기도 해서 기억이 흐릿하지만 막 20살이 되어 지인에게 분양받아 가족이 되었던 검정색 푸들은 애완견이라는 명목으로 집안에서 우리와 함께 생활하는 가족이 되었다. 겁이 많아 외출해도 떨기만 하고 가족이 아닌 사람이 방문하면 미친 듯이 짓기도 했던 그 초롱이가 며칠 집에 다니러 간 조카를 질투해서 집을 나갈 줄이야..
계단을 내려가는 걸 가르친지 얼마 되지 않기도 했을 때였지만, 눈에도 아이를 질투하는 게 보여서 참 신기하다고 가족들과 이야기 하곤 했는데 그 당시 집에 있던 가족들의 말에 의하면 정말 잠깐 사이에 없어졌다고 했다. 아이 재롱에 빠져있던 가족들이 강아지가 이상하게 조용해서 찾아보니 현관문이 열려있었다고...
그게 마지막이었다. 온 동네를 찾아헤매고 전단지를 만들어 붙이고, 당시 유행하지도 않았던 sns에까지 올려서 찾았지만 결국 찾지 못했다. 당시 다리도 좀 불편하고 나이도 꽤 먹어서 더 마음이 쓰였기 때문에 이후 한동안 반려견, 반려묘는 생각도 하지 않았었다. 너무 많은 정이 들었었고 갑작스러운 이별의 후유증이 커서 몇 개월 심하게 앓기도 했던 터라...
그래서일까? 이 많은 아이들을 키우면서 괜찮을까? 사람보다 짧은 생을 사는 아이들, 하지만 이 아이들로 인해 얻는 기쁨이 너무도 큰 걸 알기에 글을 읽으며 몇 번이나 오열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땐 왜 몰랐을까? 작은 생명들이 주는 의미를, 온전하게 자신을 내보이며 주는 신뢰를... 언제고 다시 읽어보고 싶은 글이었다. 사실 너무너무 좋은데, 생각과 글이 정리가 잘 되지 않아 며칠을 읽고 다시 읽었던 책이지만... 역시 직접 읽고 느껴보시길 권하고 싶다.
세상은 대체로 잘 사는 이들로 꽉 찬 듯 보이지만
드러나는 세상이 그러할 뿐이다.
말하지 못하는 감정들을 홀로 쓰다듬으며 잠드는 밤.
서늘함과 통증은 오롯이
개인의 것이기에. /p101
생명이 있는 모든 것에는 인연이 있고
모든 인연의 끝에는 헤어짐이 있다.
끝이 있음을 받아들일 수 있다면
사는 동안 더 많은 존재와
좋게 닿았다가 헤어질 수 있겠지.
닿아있는 시간이 따사롭다면
그것으로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