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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조금 울었다 - 비로소 혼자가 된 시간
권미선 지음 / 허밍버드 / 2017년 7월
평점 :
절판

에세이를 읽어야 할 계절이 따로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여름 장마철이라면 꼭, 에세이 한 권은 읽어야 할 것 같은 기분인 건 아마도 그 계절에만 느낄 수 있는 감성이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연일 이어지는 흐린 날씨, 가끔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책을 쌓아두고 책만 읽어도 좋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오롯이 혼자임을 즐길 수 있는 계절을 지금 계절이라 꼽는다면 억지일까?
"살다 보면 한 번은 오직, 나를 위해 울어야 하는 순간이 있다." 혼자가 된 시간, 비로소 꺼내는 온전한 나의 진심이라는 책 표지 글이 이 책을 읽게 만들었는지도 모르겠다. 살다 보면 가끔은 혼자만을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 그 시간이 카페에서 즐기는 혼자만의 시간이 될 수도 있고, 혼자만의 여행이거나, 전시회 관람 등이 될 수도 있겠지만, 자신의 현재 상태에 따라 혼자만을 위한 시간을 보내는 방법은 달라질 수도 있겠다.
그냥 혼자여도 괜찮았는데,
누군가를 찾았을 때 대답이 없다는 건,
외로워지는 일이다.
그땐 진짜 혼자라는 생각이 드니까.
그럼, 원래부터 혼자인 존재는 외롭지 않을까?/p015
그런 장면들이 있다.
다른 건 다 잊어도 오래도록 기억되는 한 장면,
잊고 싶지 않아서, 차곡차곡 모아 두고 싶어서,
어쩌면 우리는 마음속으로 찰칵, 사진을 찍어 둔 건지도 모른다. /p023
서로 좋기만 한 관계라는 것은,
그런 시간만 함께 보냈다는 의미이고,
그만큼 충분히 가까이 다가가지 않았다는 의미일 것이다./p029
어쩌면.... 나도... 혹은... 그랬었더라면... 등등 책을 읽으면서 들었던 많은 생각들, 그리고 글로 읽으며 마주하게 되는 마음의 소리 같았던 문장들은 책을 읽으며 다시 읽기를 반복하기도 했었다. 꽤 많은 프로그램의 방송작가 이력을 가지고 있는 권미선의 첫 에세이인 『아주, 조금 울었다』는 투명한 밑줄 카드가 들어 있어 읽으면서 마음에 닿는 문장들에 카드를 대어보며 읽는 소소한 재미도 더한 재미있기도 했던 책이었다. 방송작가의 글이 여느 에세이보다 가깝게 느껴지고 공감하게 되는 건 누구보다 '사람'가까이 '일상'을 이야기해주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15년, 지금껏 글을 썼고, 지금도 쓰고 있다는 그녀의 글은 오롯이 혼자인 시간이 필요할 때, 추천하고 싶은 책이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꽤 오랜 세월 듣지 않았던 라디오가 듣고 싶어졌다.
"얼마 전에 영화를 보는데, 이런 말이 나오더라.
'세상은 일요일이 올 때까지 우리의 마음을 상처 입힌다.'
사람들이 그렇게 주말을 기다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지.
세상은 정글이니까, 집에 숨고 싶은 거야."/p043
인생은, 누군가를 혹은 무언가를 끊임없이 기다리는 일.
하지만 그중 많은 것들이,
까치발로 발돋움을 하고는 기다리는 우리를
못 본 척하고 휘파람을 불면서 지나쳐 간다./p144
"꽃 같은 시절이란, 그저 곱고 예쁜 한때가 아니라
열심히 부딪치면서, 또 끊임없이 일어나면서 만들어가는 건지도 몰라.
바다의 메일꽃처럼."
"그러니까, 지금이 너에겐 꽃 같은 시절인거야."/p197
영화감독 '우디 앨런'이 이런 말을 했어.
이 세상에 '시간'이 있는 이유는 모든 일이 동시에 일어나지 않기 위해서이고,
이 세상에 '공간'이 있는 이유는 모든 일이 나에게만 일어나지 않기 위해서라고./p215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