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 상상 다이빙
김민주 글.그림 / 무한 / 2017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일상 속 상상 다이빙』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표지에 이런 제목이라니 읽기 전부터 호기심 급상승.  도착하자마자 읽기 시작해 단숨에 읽었던 책이었다.   조금은 독특한 이력의 작가는 글을 읽다 보니 많이 아팠던 것 같기도 하다.  아마도 두 번의 큰 수술로 일상생활에 지장이 많았던 것 같고, 고요한 시간을 지나오며 자신의 감정을, 내면을 표출하는 방법으로 그림과 글을 선택한 듯하다. 


삶은 내게 겪지 않아도 될 일들을 선물했지만

그로 인해 비로소 아직도 내게 소중한 것이 남아있음을 알게 했다.


책을 펼치자마자 두 페이지에 걸쳐 한눈에 딱 들어오는 글귀가, 쉽게 아마도 힘겨운 시간을 잘 지내온 이야기를 담고 있지 않을까?  하고 추측하게 된다.   좋은 시간만 살아가는 인생은 없을 것이다.  힘겨운 시간 사이 반짝이는 즐거움이 몇 배의 즐거움을 주듯, 내가 아닌 타인들의 삶도 마냥 즐겁지만은 않은듯하다.  (에세이를 읽을 때마다 한 번씩 해보게 되는 생각)



늘 좋거나, 고약한 사람은 없다.  좋은 사람이라 생각했던 사람도 상황에 따라 변할 수 있고, 내 사람이라 부르는 테두리 밖에 있던 이들이 어려울 때 뜻밖의 힘이 되기도 한다.  돌이켜 보면 모든 것은 선택의 문제였다.  단지 그것이 선택의 문제였다는 것을 깨닫지 못했을 뿐이다.  수많은 관계의 틀어짐 가운데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다가올 다음의 가능성을 지레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함께'라는 이름으로 다가올 다음 관계에 대해 미리 단정 짓지 않는 것. /p39

필사적으로 매달려야 할 일들과 관계의 멀미 속에서 평정심을 유지할 줄 아는 능력자. 

내게 어른이란 그 모든 능력을 두루 갖추어야 비로소 완성되는 일종의 두려운 명제였다.  스무 살의 관문을 넘으면 세상은 이제 성인이 되었으니 그 수식어에 걸맞은 성숙한 사회인이 되기를 요구한다.  어른이란 각자의 명제를 바로 세우기도 전에 이미 어른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  /p41


5개 장으로 나뉜 이야기들은 이야기마다 작은 제목을 달아주었다.  이야기하고자 하는 주제를 정하고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이 에세이를 읽는 듯하기도 했고 미술심리치료에 관한 책을 읽는 느낌도 받았던 글과 그림이었다.  책의 마지막 즈음 당신의 마음과 함께 걷고 있는지를 묻고 있는 작가의 글에 앞에 갈무리 해둔 글들을 다시 한 번 되짚어 읽어보기도 했는데, 내 마음은 어디쯤 머물러 있고, 현실에 안주하고 있는지, 몸은 이미 성인이지만 마음은 아직도 철없는 아이는 아닌지 생각해 보게 된다.  (누구라도 마음 속에 좀 덜 자란 내면 하나 쯤은 가지고 있지 않나요?)



그림을 못 그리는 사람은 없다.  다만 천부적인 재능을 지닌 사람들만의 특별한 능력으로 믿는 우리가 있을 뿐이다.  그림은 활자의 역사가 시작되기 전부터 인간에게 주어진 능력이다, 언젠가부터 우린 그 사실을 잊었지만.  아이들의 상상력에 감탄을 아끼지 않는 우리 역시 한때 그들과 같은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어른이 되면 상상하는 일을 멈춰야 된다고 가르친 사람은 없었다.  단지 현실이 그 틈을 비집고 들어왔을 뿐이다.  /p151

삶을 통째로 집어삼킬 듯한 흔들림 속에서 꼿꼿이 잘 버티다가도 맥없이 무릎이 무너지는 날이 있다.  눈앞이 흐려지는 알 수 없는 원망의 늪을 서성이다 문득 생각한다.  '그래도 고맙다, 아직 잘 버텨주는 나에게.'  인생의 모든 기상 변화가 동반하는 감정의 성장통은 언제나 하나의 면역 항체를 남긴다.  결코 달갑지 않은 그 통증이 오히려 나를 살게 하는 힘이 된다는 것을 깨닫는 데까지 나는 꽤 오랜 시간을 허비했다.  누군가의 어깨를 잠시 빌릴 수도 있지만 통증을 외면하는 것에 익숙해지면 그 어떤 따뜻한 어깨에도 위로받을 수 없고, 누군가의 든든한 어깨도 되어줄 수 없다. /p166


그림 그리기에 대한 갈증이 있었는데, 저자의 글을 읽으며 용기를 얻기도 했다.  여행하며 스케치를 해보는 게 로망이었는데, 뭐만 그려보려 하면 유치하게 보여서 접어버리곤 했는데 그게 상상이 부족하고 잘 하려고 하기 때문에 성에 차지 않아 그랬던 것이라는걸.... 문득 문득 내면의 거울을 마주하는 것 같은 문장들을 마주할 때마다 몇 번이고 읽고 또 읽기도 했던 『일상 속 상상 다이빙』은 책의 여백과 그림들 그 사이 공간에 담긴 문장들의 조화가 잘 어우러졌던 한 권의 책이었다. 



저마다의 삶의 무게가 다르기에 섣부른 위로는 무례하다.  하지만 주어진 모든 삶의 시간들을 잘 지켜냈기에 지금의 그대가 있음을 나는 안다.  당신의 이야기를 감히 이해할 수 있다 고백할 수 있는 것은 나 역시 매일 넘어지고 일어서기를 반복하는 평범한 사람이기에.  단 한 번 사는 인생이기도 하지만 우리 모두 처음 살아 보는 인생이기도 하니까.  너무 오래 머무르진 말자, 슬픔이란 녀석에게 넘어진 횟수가 조금 많았을 뿐, 우린 아직 아무것도 실패하지 않았다. 

수고했고 수고했고 수고했다. 

굿나잇 나의 밤, 

굿애프터눈 너의 낮. /p192~193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주, 조금 울었다 - 비로소 혼자가 된 시간
권미선 지음 / 허밍버드 / 2017년 7월
평점 :
절판


 

 



에세이를 읽어야 할 계절이 따로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여름 장마철이라면 꼭, 에세이 한 권은 읽어야 할 것 같은 기분인 건 아마도 그 계절에만 느낄 수 있는 감성이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연일 이어지는 흐린 날씨, 가끔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책을 쌓아두고 책만 읽어도 좋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오롯이 혼자임을 즐길 수 있는 계절을 지금 계절이라 꼽는다면 억지일까?

"살다 보면 한 번은 오직, 나를 위해 울어야 하는 순간이 있다."  혼자가 된 시간, 비로소 꺼내는 온전한 나의 진심이라는 책 표지 글이 이 책을 읽게 만들었는지도 모르겠다.  살다 보면 가끔은 혼자만을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  그 시간이 카페에서 즐기는 혼자만의 시간이 될 수도 있고, 혼자만의 여행이거나, 전시회 관람 등이 될 수도 있겠지만, 자신의 현재 상태에 따라 혼자만을 위한 시간을 보내는 방법은 달라질 수도 있겠다. 


그냥 혼자여도 괜찮았는데,
누군가를 찾았을 때 대답이 없다는 건,
외로워지는 일이다.
그땐 진짜 혼자라는 생각이 드니까.
그럼, 원래부터 혼자인 존재는 외롭지 않을까?/p015

그런 장면들이 있다.
다른 건 다 잊어도 오래도록 기억되는 한 장면,
잊고 싶지 않아서, 차곡차곡 모아 두고 싶어서,
어쩌면 우리는 마음속으로 찰칵, 사진을 찍어 둔 건지도 모른다. /p023

서로 좋기만 한 관계라는 것은,
그런 시간만 함께 보냈다는 의미이고,
그만큼 충분히 가까이 다가가지 않았다는 의미일 것이다./p029

어쩌면.... 나도... 혹은... 그랬었더라면... 등등 책을 읽으면서 들었던 많은 생각들, 그리고 글로 읽으며 마주하게 되는 마음의 소리 같았던 문장들은 책을 읽으며 다시 읽기를 반복하기도 했었다.  꽤 많은 프로그램의 방송작가 이력을 가지고 있는 권미선의 첫 에세이인 『아주, 조금 울었다』는 투명한 밑줄 카드가 들어 있어 읽으면서 마음에 닿는 문장들에 카드를 대어보며 읽는 소소한 재미도 더한 재미있기도 했던 책이었다.   방송작가의 글이 여느 에세이보다 가깝게 느껴지고 공감하게 되는 건 누구보다 '사람'가까이 '일상'을 이야기해주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15년, 지금껏 글을 썼고, 지금도 쓰고 있다는 그녀의 글은 오롯이 혼자인 시간이 필요할 때, 추천하고 싶은 책이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꽤 오랜 세월 듣지 않았던 라디오가 듣고 싶어졌다.


"얼마 전에 영화를 보는데, 이런 말이 나오더라.
'세상은 일요일이 올 때까지 우리의 마음을 상처 입힌다.'
사람들이 그렇게 주말을 기다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지.
세상은 정글이니까, 집에 숨고 싶은 거야."/p043

인생은, 누군가를 혹은 무언가를 끊임없이 기다리는 일.
하지만 그중 많은 것들이,
까치발로 발돋움을 하고는 기다리는 우리를
못 본 척하고 휘파람을 불면서 지나쳐 간다./p144

"꽃 같은 시절이란,  그저 곱고 예쁜 한때가 아니라
열심히 부딪치면서, 또 끊임없이 일어나면서 만들어가는 건지도 몰라.
바다의 메일꽃처럼."
"그러니까, 지금이 너에겐 꽃 같은 시절인거야."/p197

영화감독 '우디 앨런'이 이런 말을 했어.
이 세상에 '시간'이 있는 이유는 모든 일이 동시에 일어나지 않기 위해서이고,
이 세상에 '공간'이 있는 이유는 모든 일이 나에게만 일어나지 않기 위해서라고./p215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박준 지음 / 난다 / 2017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박준 시인의 첫 산문집,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을 비 오는 저녁마다 조금씩 아껴 읽었다.  젊은 작가의 글이 담백하지만 젊은 사람답지 않은 느낌으로 다가오는 글도 있어서 작가의 이력을 다시 읽어보기도 했다.  문장들을 이렇게 쓸 수도 있구나라는 생각에 옮겨 적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고, 열대야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설쳤던 새벽에 누워서 몇 장을 읽다 잠이 들곤했다. 


시인이라는 불안정한 직업 때문에 자신의 본업 외에도 다른 일들을 해야 생계유지가 가능한 생활이지만, 활동적이지 않은 작가의 성격과는 다르게 사회생활을 하며 일을 바꿔야 할 때마다 생각보다 잘 적응했다는 그는, 여행을 다니며 자신의 성격도 조금은 바뀐 게 아닌가 하고 이야기하고 있다. 


때론 시처럼, 때로는 산문처럼, 일상의 담백한 글을 이야기하는 것처럼 다가왔던 그의 이야기는 아직 읽어보지 못한 그의 시집이 궁금해지게 했다.  총 4부로 나누어 이야기하고 있지만 아무 페이지나 펼쳐 읽어도 좋았다.  매일 밤, 잠들려고 누워서 다음 페이지를 읽기 전 앞에 읽었던 부분을 펼쳐 읽으면서도 어? 어제 읽었을 땐 이 느낌이 아니었는데... 하는 감정의 폭이 넓었던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선물 받았던 책이라 더 좋았고, 곧 그의 시집도 구매할 예정이다.  이번 주말 아마도 마지막 장맛비가 될 것 같은데 박준 시인의 산문집 한 권 읽어보는 건 어떨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는 파리가 정말 좋다 - 파리에서 보낸 꿈 같은 일주일
박정은 지음 / 상상출판 / 2017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파리하면 빼놓을 수 없는 <비포 선라이즈>.  처음부터 끝까지 완전하게 감상하진 못해서 다른 이의 감상을 토막으로 들은 스토리로 이미 영화를 몇 번은 본 듯했다.  실제로 보려고 도전도 했지만 진득하게 봐지지 않는 건 왜인지.... 박정은 작가의 <나는 파리가 정말 좋다>의 프롤로그도 제시와 셀린느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파리가 좋은 이유가 무엇일까?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는 내 집처럼 예뻐해 주고 싶은 그런 곳이다.  무엇보다 곳곳에 쓰인 글귀들이 휘트먼이, 그리고 사람들이 이 공간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느끼게 해 준다.

    낯선 사람에게 함부로 대하지 말라.  그들은 변장한 천사일 수도 있다. 

우리는 수만 가지 이유로 크고 작은 상처를 받으며 살아간다.  돈이 없다고, 예쁘지 않아서, 학벌이 좋지 않다는 등의 이유로 말이다.  이런 형태의 사회가 올바른 것은 아닌데 경쟁에서 더 뛰어난 사람으로 보이기 위해 어떻게든 외적으로 꾸미고 페이퍼에 기록할 스펙을 쌓는다.  그 누구보다 행복하고 즐거운 시기를 보내야 할 청년들이 참 우울하고 슬픈 세상에서 살고 있다.

/p42~43

플리도르처럼 170년이나 된 식당은 아니지만 우리나라 대학가에도 유서 깊은 카페가 하나 있다.  바로 성균관대 근처에 자리한 '학림다방'이다.  명륜동에 서울대 문리대가 있었던 1953년에 문을 연 다방으로 당시 대학생들의 아지트 역할을 하며 예술과 철학을 논하던 곳이었다고 한다.  한참이나 학번이 다른 내가 대학 선배들에게 들은 이곳의 전설(?)은 김영하가 쓴 무협지에 대한 것이었다.  책의 제목은 『무협 학생운동』으로 80년대 학생운동을 무협지화한 창작소설이다. 대학교, 정파, 대학교 근처의 카페나 서점 등을 실제로 등장시킨 무협지인데 이곳에 바로 학림다방이 등장한다는 것.  /p68


1994년 유럽 배낭여행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총 62여 개국을 여행했다는 박정은 작가가 부러 꼽은 '파리'.  사실 '파리' 하면 가보고 싶다는 열망보다는 선뜻 다가설 수 없는 도시?라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하고 있었던 것 같다. 아마도 정감이 간다기 보다 새침한 이미지를 떠올렸기 때문이 아닐까?   유럽이라 물가는 비쌀 테고, 여행객들이 많을 테니 치안도 좋지 않겠지.... 하지만 가끔 영화 속에서 영상으로 만나게 되는 파리들을 볼 때마다 흔들리곤 했다.  저 풍경들을 실제로 보고 싶다.  걸어보고 싶다.  직접 내가 느껴보고 싶다.  저자가 여행한 파리의 일주일은 현지인 같은 조금은 느긋한 일상처럼 느껴져 함께 그 길을 걷는 것 같기도 했고, 가보고 싶어 체크해보기도 했다.  흔히 파리에서 볼 수 있는 관광지들 말고 골목을 걸어야 볼 수 있거나 현지의 교통, 먹거리등 직접 몸으로 체험하고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는 여행은 일상이라는 걸 보여주는듯하다.   책을 읽다 눈에 쏙 들어왔던 김영하 작가의 <무협 학생운동> 이야기는 최근 몰아보는 중인 <알쓸신잡>이라는 프로그램에서도 나왔던 이야기라 어찌나 반갑던지... 방송도 되기 전에 책은 이미 출간되었는데 이런 우연을 발견하는 것도 책을 읽는 사람의 기쁨이 아닐까?



나도 부족한 여행자지만, 지금껏 62여 개국을 여행하면서 만난 사람들 중에 이렇게 무례했던 사람들은 모두 한국 사람이었다.  내 피부색을 보자마자 인종차별을 하는 외국인을 만난 적은 있지만 같은 한국인이라고 사람을 부리며 무례하게 굴고, 묻지도 않고 반말을 시작한 사람은 없다.  나 역시 대한민국 사람이고 타국에서 만나는 동포에게 사심 없이 친절을 베풀 준비가 되어 있다.  그러나 이런 기본적인 예의도 없는 사람들에게 친절하고 싶은 마음은 털끝만큼도 없다.

여행자는 누구나 평등하다.  그러니 여행 중 만나는 사람들에게 나이와 직업에 관계없이 예의와 겸손한 마음을 갖췄으면 좋겠다.  /p117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일화 중 한국 남자들과 잠깐 스쳤던 이야기는 읽으면서도 잠시나마 화가 났다.  자신보다 어려 보이면 바로 접고 들어가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습성.  아마도 해외에서 우리나라 사람들을 만나면 슬슬 피하게 되는 것도 오지랖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읽는 나도 섬뜩했던 생 드니 성당 사건은, 그 사건만 보자면 파리는 위험한 도시라는 생각을 하겠지만 그녀가 지냈던 일주일간의 파리를 이야기를 읽다 보면 한 번쯤은 현지인처럼 느긋하게 파리 곳곳을 거닐어보고 싶은 글이었다.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하루하루가 이별의 날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7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오베라는 남자를 읽으며 까칠한 캐릭터가 이렇게나 매력적일 수도 있구나, 따뜻하게 다가올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는데.  프레드릭 배크만이 전하는 뭉클한 이야기 <하루하루가 이별의 날>.  편하게 읽을수 있는 책의 사이즈와 일러스트가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고 책장을 넘기며 다음 장에 어떤 이야기가 이어질까 하는 설렘도 있었던 글이었다. 



"머리가 빛을 잃어가더라도 몸은 한참 뒤에서야 알아차리지.  인간의 몸은 어마어마하게 부지런하단다.  수학의 걸작이라 마지막 빛이 꺼지기 직전까지 계속 일을 하거든.  인간의 두뇌는 가장 무한한 방정식이라 이 방정식을 해결하면 달에 갔을 때보다 훨씬 엄청난 능력이 우리 인류에게 생길 거야.  우주에 인간보다 더 엄청난 수수께끼는 없거든.  할아버지가 실패에 대해서 뭐라고 얘기했는지 기억하니?"

"한 번 더 시도해보지 않는 게 유일한 실패라고요."

"그렇지, 노아노아야, 그렇지.  위대한 사상은 이 세상에 머무를 수 없는 법이란다." /p68~69

"선생님께서 어른이 돼서 뭐가 되고 싶은지 쓰라고 하셨어요."

노아가 얘기한다.

"그래서 뭐라고 썼는데?"

"먼저 어린아이로 사는 데 집중하고 싶다고 썼어요."

"아주 훌륭한 답변이로구나."

"그렇죠? 저는 어른이 아니라 노인이 되고 싶어요.  어른들은 화만 내고, 웃는 건 어린애들이랑 노인들뿐이잖아요."

"그 얘기도 썼니?"

"네"

"선생님께서 뭐라고 하시던?"

"과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고 하셨어요."

"그래서 너는 뭐라고 했니?"

"선생님이 제 답볍을 이해하지 못하신 거라고 했어요."

"사랑한다."  /p71~72


매우 천천히 진행된다는 알츠하이머, 나이가 들어갈수록 내 가족, 혹은 내가? 하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는 건 눈에 보이게 아프거나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 아니기에 더욱 조심스러운 질병이기도 하다.   자칫 무거울 수 있는 소재를 할아버지와 손자를 주인공으로 동화 같지만 기억을 잃어가는 할아버지와 손자의 긴 이별을 아름답고도 슬픈 이야기는 담담하게 읽다가 덜컥 내려앉기도 한다.  프레드릭 배크만의 묘사가 섬세하고 과하지 않아서 자신의 의지와 달리 먼저 떠나려는 뇌 의식을 인지하고 손자와의 이별을 준비하는 할아버지의 마음이,  짧지만 치매로 고생하다 돌아가셨던 할머니의 마음이 이러했을까?  하는 생각에 울컥하기도 했다.


짧지 않은 생을 살면서, 의도치 않은 이별을 경험하긴 했지만 어린 시절의 기억이고 깊이 남아있는 추억이 많지 않아서, 간접적으로나마 '죽음'이란 이런 것이구나... 라는 정도의 여운이었는데 내가 나이 드는 만큼 노쇠해가시는 부모님을 뵐 때마다 덜컥 겁이 나기도 한다.  난 후회하지 않을 정도의 추억과 시간들을 보냈던가? 하고 말이다.  삶의 어느 한 순간이 끊임없이 재생되고, 현재가 녹아내리며, 완전히 놓아버릴때까지..... 기억을 잃어가는 노인과 헤어짐을 배워가는 손자의 세상에서 가장 느린 작별 인사. <하루하루가 이별의 날> 모든 것을 놓아버리는 과정을 아름답게 그려낸 이 소설은 지금 계절 읽기 좋은 책으로 추천하고 싶다.




"저는 작별인사를 잘 못해요."
아이가 말한다.
할아버지는 이를 훤히 드러내며 미소를 짓는다.
"연습할 기회가 많을 거다. 잘하게 될 거야. 네 주변의 어른들은 대부분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서 제대로 작별 인사를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후회하고 있다고 보면 돼. 우리는 그런 식으로 작별 인사를 하지는 않을 거야. 완벽해질 때까지 몇 번이고 반복해서 연습할 거야. 완벽해지면 네 발은 땅에 닿을 테고 나는 우주에 있을 테고 두려워할 건 아무것도 없을 테지./p77

"노아노아야,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약속해주겠니? 완벽하게 작별 인사를 할 수 있게 되면 나를 떠나서 돌아보지 않겠다고. 네 인생을 살겠다고 말이다. 아직 남아 있는 누군가를 그리워한다는 건 끔찍한 일이거든." /p133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