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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파리가 정말 좋다 - 파리에서 보낸 꿈 같은 일주일
박정은 지음 / 상상출판 / 2017년 6월
평점 :

파리하면 빼놓을 수 없는 <비포 선라이즈>. 처음부터 끝까지 완전하게 감상하진 못해서 다른 이의 감상을 토막으로 들은 스토리로 이미 영화를 몇 번은 본 듯했다. 실제로 보려고 도전도 했지만 진득하게 봐지지 않는 건 왜인지.... 박정은 작가의 <나는 파리가 정말 좋다>의 프롤로그도 제시와 셀린느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파리가 좋은 이유가 무엇일까?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는 내 집처럼 예뻐해 주고 싶은 그런 곳이다. 무엇보다 곳곳에 쓰인 글귀들이 휘트먼이, 그리고 사람들이 이 공간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느끼게 해 준다.
낯선 사람에게 함부로 대하지 말라. 그들은 변장한 천사일 수도 있다.
우리는 수만 가지 이유로 크고 작은 상처를 받으며 살아간다. 돈이 없다고, 예쁘지 않아서, 학벌이 좋지 않다는 등의 이유로 말이다. 이런 형태의 사회가 올바른 것은 아닌데 경쟁에서 더 뛰어난 사람으로 보이기 위해 어떻게든 외적으로 꾸미고 페이퍼에 기록할 스펙을 쌓는다. 그 누구보다 행복하고 즐거운 시기를 보내야 할 청년들이 참 우울하고 슬픈 세상에서 살고 있다.
/p42~43
플리도르처럼 170년이나 된 식당은 아니지만 우리나라 대학가에도 유서 깊은 카페가 하나 있다. 바로 성균관대 근처에 자리한 '학림다방'이다. 명륜동에 서울대 문리대가 있었던 1953년에 문을 연 다방으로 당시 대학생들의 아지트 역할을 하며 예술과 철학을 논하던 곳이었다고 한다. 한참이나 학번이 다른 내가 대학 선배들에게 들은 이곳의 전설(?)은 김영하가 쓴 무협지에 대한 것이었다. 책의 제목은 『무협 학생운동』으로 80년대 학생운동을 무협지화한 창작소설이다. 대학교, 정파, 대학교 근처의 카페나 서점 등을 실제로 등장시킨 무협지인데 이곳에 바로 학림다방이 등장한다는 것. /p68
1994년 유럽 배낭여행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총 62여 개국을 여행했다는 박정은 작가가 부러 꼽은 '파리'. 사실 '파리' 하면 가보고 싶다는 열망보다는 선뜻 다가설 수 없는 도시?라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하고 있었던 것 같다. 아마도 정감이 간다기 보다 새침한 이미지를 떠올렸기 때문이 아닐까? 유럽이라 물가는 비쌀 테고, 여행객들이 많을 테니 치안도 좋지 않겠지.... 하지만 가끔 영화 속에서 영상으로 만나게 되는 파리들을 볼 때마다 흔들리곤 했다. 저 풍경들을 실제로 보고 싶다. 걸어보고 싶다. 직접 내가 느껴보고 싶다. 저자가 여행한 파리의 일주일은 현지인 같은 조금은 느긋한 일상처럼 느껴져 함께 그 길을 걷는 것 같기도 했고, 가보고 싶어 체크해보기도 했다. 흔히 파리에서 볼 수 있는 관광지들 말고 골목을 걸어야 볼 수 있거나 현지의 교통, 먹거리등 직접 몸으로 체험하고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는 여행은 일상이라는 걸 보여주는듯하다. 책을 읽다 눈에 쏙 들어왔던 김영하 작가의 <무협 학생운동> 이야기는 최근 몰아보는 중인 <알쓸신잡>이라는 프로그램에서도 나왔던 이야기라 어찌나 반갑던지... 방송도 되기 전에 책은 이미 출간되었는데 이런 우연을 발견하는 것도 책을 읽는 사람의 기쁨이 아닐까?
나도 부족한 여행자지만, 지금껏 62여 개국을 여행하면서 만난 사람들 중에 이렇게 무례했던 사람들은 모두 한국 사람이었다. 내 피부색을 보자마자 인종차별을 하는 외국인을 만난 적은 있지만 같은 한국인이라고 사람을 부리며 무례하게 굴고, 묻지도 않고 반말을 시작한 사람은 없다. 나 역시 대한민국 사람이고 타국에서 만나는 동포에게 사심 없이 친절을 베풀 준비가 되어 있다. 그러나 이런 기본적인 예의도 없는 사람들에게 친절하고 싶은 마음은 털끝만큼도 없다.
여행자는 누구나 평등하다. 그러니 여행 중 만나는 사람들에게 나이와 직업에 관계없이 예의와 겸손한 마음을 갖췄으면 좋겠다. /p117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일화 중 한국 남자들과 잠깐 스쳤던 이야기는 읽으면서도 잠시나마 화가 났다. 자신보다 어려 보이면 바로 접고 들어가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습성. 아마도 해외에서 우리나라 사람들을 만나면 슬슬 피하게 되는 것도 오지랖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읽는 나도 섬뜩했던 생 드니 성당 사건은, 그 사건만 보자면 파리는 위험한 도시라는 생각을 하겠지만 그녀가 지냈던 일주일간의 파리를 이야기를 읽다 보면 한 번쯤은 현지인처럼 느긋하게 파리 곳곳을 거닐어보고 싶은 글이었다.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