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가 이별의 날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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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베라는 남자를 읽으며 까칠한 캐릭터가 이렇게나 매력적일 수도 있구나, 따뜻하게 다가올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는데.  프레드릭 배크만이 전하는 뭉클한 이야기 <하루하루가 이별의 날>.  편하게 읽을수 있는 책의 사이즈와 일러스트가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고 책장을 넘기며 다음 장에 어떤 이야기가 이어질까 하는 설렘도 있었던 글이었다. 



"머리가 빛을 잃어가더라도 몸은 한참 뒤에서야 알아차리지.  인간의 몸은 어마어마하게 부지런하단다.  수학의 걸작이라 마지막 빛이 꺼지기 직전까지 계속 일을 하거든.  인간의 두뇌는 가장 무한한 방정식이라 이 방정식을 해결하면 달에 갔을 때보다 훨씬 엄청난 능력이 우리 인류에게 생길 거야.  우주에 인간보다 더 엄청난 수수께끼는 없거든.  할아버지가 실패에 대해서 뭐라고 얘기했는지 기억하니?"

"한 번 더 시도해보지 않는 게 유일한 실패라고요."

"그렇지, 노아노아야, 그렇지.  위대한 사상은 이 세상에 머무를 수 없는 법이란다." /p68~69

"선생님께서 어른이 돼서 뭐가 되고 싶은지 쓰라고 하셨어요."

노아가 얘기한다.

"그래서 뭐라고 썼는데?"

"먼저 어린아이로 사는 데 집중하고 싶다고 썼어요."

"아주 훌륭한 답변이로구나."

"그렇죠? 저는 어른이 아니라 노인이 되고 싶어요.  어른들은 화만 내고, 웃는 건 어린애들이랑 노인들뿐이잖아요."

"그 얘기도 썼니?"

"네"

"선생님께서 뭐라고 하시던?"

"과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고 하셨어요."

"그래서 너는 뭐라고 했니?"

"선생님이 제 답볍을 이해하지 못하신 거라고 했어요."

"사랑한다."  /p71~72


매우 천천히 진행된다는 알츠하이머, 나이가 들어갈수록 내 가족, 혹은 내가? 하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는 건 눈에 보이게 아프거나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 아니기에 더욱 조심스러운 질병이기도 하다.   자칫 무거울 수 있는 소재를 할아버지와 손자를 주인공으로 동화 같지만 기억을 잃어가는 할아버지와 손자의 긴 이별을 아름답고도 슬픈 이야기는 담담하게 읽다가 덜컥 내려앉기도 한다.  프레드릭 배크만의 묘사가 섬세하고 과하지 않아서 자신의 의지와 달리 먼저 떠나려는 뇌 의식을 인지하고 손자와의 이별을 준비하는 할아버지의 마음이,  짧지만 치매로 고생하다 돌아가셨던 할머니의 마음이 이러했을까?  하는 생각에 울컥하기도 했다.


짧지 않은 생을 살면서, 의도치 않은 이별을 경험하긴 했지만 어린 시절의 기억이고 깊이 남아있는 추억이 많지 않아서, 간접적으로나마 '죽음'이란 이런 것이구나... 라는 정도의 여운이었는데 내가 나이 드는 만큼 노쇠해가시는 부모님을 뵐 때마다 덜컥 겁이 나기도 한다.  난 후회하지 않을 정도의 추억과 시간들을 보냈던가? 하고 말이다.  삶의 어느 한 순간이 끊임없이 재생되고, 현재가 녹아내리며, 완전히 놓아버릴때까지..... 기억을 잃어가는 노인과 헤어짐을 배워가는 손자의 세상에서 가장 느린 작별 인사. <하루하루가 이별의 날> 모든 것을 놓아버리는 과정을 아름답게 그려낸 이 소설은 지금 계절 읽기 좋은 책으로 추천하고 싶다.




"저는 작별인사를 잘 못해요."
아이가 말한다.
할아버지는 이를 훤히 드러내며 미소를 짓는다.
"연습할 기회가 많을 거다. 잘하게 될 거야. 네 주변의 어른들은 대부분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서 제대로 작별 인사를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후회하고 있다고 보면 돼. 우리는 그런 식으로 작별 인사를 하지는 않을 거야. 완벽해질 때까지 몇 번이고 반복해서 연습할 거야. 완벽해지면 네 발은 땅에 닿을 테고 나는 우주에 있을 테고 두려워할 건 아무것도 없을 테지./p77

"노아노아야,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약속해주겠니? 완벽하게 작별 인사를 할 수 있게 되면 나를 떠나서 돌아보지 않겠다고. 네 인생을 살겠다고 말이다. 아직 남아 있는 누군가를 그리워한다는 건 끔찍한 일이거든." /p133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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