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다르게 살아도 괜찮아
박철우 지음 / 다연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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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가에서 카페를 운영했던 4년간, 많은 이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들었고 때론 작게나마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현재에 대한 불만, 미래에 대한 두려움, 현재에도 충실하지 못하고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이도 저도 하지 못하고 방황하는 청춘들도 꽤 많다고 느꼈었는데... 학생들의 이야기 중 가장 큰 고민은 '지금의 전공이 과연 사회생활에서 써먹을 수 있을 것인가?'라는 생각.  비싼 학비에 학자금 대출까지 받아 가며 공부하지만 학교를 졸업시즌이 다가오면 '취준생'이 되어 더 치열하게 공부하고 스펙을 쌓아가며 수 십 군데의 회사에 이력서를 제출하다가 취업을 포기하고 다시 학교로 돌아가거나 아예 다른 길을 찾는 이들도 봐왔다.



고3 대부분은 수능 성적에 맞춰 전공을 선택하지, 적성을 고려해서 선택하지 않아요.  그런 전공이 앞으로 40년 이상 일해야 할 내 직업과 연관성이 있을 리 만무하잖아요.  후회하진 말아요.  대학교 전공은 열 아홉 살의 내가 선택했던 것일 뿐, 스물여섯 살의 내가 하고 싶은 게 있으면 그걸 하면 돼요.  사회가 정해놓은 틀에 기죽어서 졸업한 뒤 전공을 억지로 살려야 한다면 우리의 20대가 너무 불쌍하잖아요.  고정관념이란 한 끗 차이로 시작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좁힐 수 없는 끝이 돼버리기도 합니다. /p75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노력이 아니라, 나를 만족시키기 위한 노력이었으면 좋겠어요.  그걸 자존감이라고 불러요.  글로 쓰려니 어감이 좀 이상하지만 '개썅 마이웨이'라는 말, 참 속 깊은 표현인 것 같아요.  이 말이 너무 세면 '그래서 뭐!' 정도로 바꿀게요.  개인적으로 참 좋아하는 말입니다.   /p103~104


이 십여 년쯤 전, 낮엔 회사를 다니며 2년제 야간대학을 '전산정보처리학'이라는 과목으로 졸업했다.  그 당시 작은 사무실의 경리일을 보면서 학교를 다니며 컴퓨터 관련 프로그래밍언어를 배우고 교양과목들을 이수하면서 '이건 나랑 맞지 않는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중간에 진로를 바꾼다고 뭐가 달라질까?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당시 IMF 여파로 취직이 힘든 때기이도 했는데, 졸업하기도 전에 대형 증권사에 취업이 결정되어 이직을 하면서 새로운 일을 배워가기 시작했다.  증권사에 취업을 하긴 했지만 뭐하는 곳인지도 모르고 취업해서 배워나갔고 지점에서 일한 지 6개월 만에 본사 비서실로 발령이 나서 업무의 분야갸 또 바뀌는 계기가 되었고 그렇게 비서실에서 7년간 일을 하고 퇴직해서 잠시 휴식기간을 가지며 부모님이 하시던 식당을 1년간 운영하기도 했다.  인생의 과도기? 힘든 시기에 책을 본격적으로 읽기 시작하면서 책과 카페를 평생 업으로 삼으면 좋겠다...라는 막연한 생각에 바리스타 과정을 이수하고 국내 커피 프렌차이즈매장 창업 멤버로 일하기도 했으며, 이런저런 경력을 쌓다가 5년전부터 현재는 브런치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또 다른 일들을 시도해보고 싶어 매일 생각하고 꿈을 꾸고 있기도 하다.



물론 모든 인연을 장기적인 관계로 반드시 발전시키려는 노력도 부질없는 짓인 거 같아요. 다만, 얼굴을 마주하는 사람에게 먼저 웃어줬으면 좋겠어요.  그럼 훗날 인연으로 덕을 봤음 봤지, 손해 보진 않을 것 같아요./p164


혹자는 꿈이 확고해서 그 꿈을 이루는 목표로 살아가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런 확고함이 있다는 건 정말 부러운 일이지만,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해보고 싶은 걸 해볼 수 있다는 것에 더 많은 가능성을 두고 싶다.  저자도 그래왔던 게 아닐까?  흔들리면서, 자신과 같은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이야기하면서 남긴 글은 어린 나이에 자신이 선택한 진로에 대해 너무 큰 부담을 갖지 말고 생각하고 도전해보길 권하고 있는 게 아닐까?  사실 겁이 난다.  내가 이걸 포기하면 또 무얼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 것이다.  해도 후회, 하지 않아도 후회라면 해보는 게 낫지 않을까?  경험은 남을 테니 말이다.  미래는 불투명하지만, 꿈꾸고 실천하는 미래는 시도하지 않는 자보다 밝을지도 모른다.




한 사람에게 주어진

두려움의 총량은 모두 같습니다.


단지 사는 동안

얼마만큼 빠르게 없애느냐에 따라

삶의 질이 달라질 뿐입니다. /p226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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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백하게 산다는 것 - 불필요한 감정에 의연해지는 삶의 태도
양창순 지음 / 다산북스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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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 도서에 꾸준한 관심을 갖게 되는 건, 나도 잘 모르겠는, 알쏭달쏭 한 내 마음에 대한 길을 찾기 위해서가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가끔 너무나 많은 상황이 꼬이고 복잡해 질 때면, 왜 이지경에 이르게 된 거지?라는 생각을 하지만 정작 행복하고 즐거울 땐 내 마음을 돌아볼 여유가 있었던가?라는 생각도 더불어 해보게 된다. 



먹을거리가 풍성해지고 맛을 즐기는 이들이 늘어났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 생활이 윤택해졌다는 뜻이므로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정신 의학적으로 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은 요소들이 있다.  먹방이 유행하는 또 다른 이유를 정신의학적으로 분석해보면, 그만큼 우리 사회의 스트레스 지수가 높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중략)....우리는 누가 먹는 모습을 보며 대리 만족을 느낀다.  왜 그럴까?  그건 곧 우리에게 쌓인 스트레스가 너무 많은데, 정작 그것을 해결할 방법은 적다는 사실을 뜻한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먹방의 유행이 일종의 '정신적 퇴행 현상'과도 관계가 있다고 생각한다....(중략).... 스트레스란 한마디로 '평상심을 잃게 만드는 모든 것'이다.  마음이 불안하면 우리의 뇌는 이를 '전쟁 상태'로 받아들인다.  우리의 신체 중에서 스트레스에 가장 민감한 조직이 뇌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스트레스 반응이란 그러한 전쟁 상태에서 뇌가 마음의 평화를 되찾기 위해 분투하는 일련의 행동을 의미한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온 몸이 긴장되고, 머리가 아프며, 심장이 빨리 뛰는 등의 신체적 변화가 일어나는 것은 그러한 전쟁 상태에 대비하라는 몸의 신호다. /p25~26

 『나는 까칠하게 살기로 했다』, 『나는 외롭다고 아무나 만나지 않는다』의 양창순 박사의 『담백하게 산다는 것』은 너무나 많은 것을 생각하고 짊어지고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담백하게 살아가기'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sns, 유튜브 등에서 제일 많이 볼 수 있는 '먹방'의 이면에 스트레스와, 정신적 퇴행 현상의 현상이 관련되어 있다고 생각이 나 했겠는가?  이 책을 읽어보지 않았더라면, 그냥 유행 정도로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너도 나도 많이들 하니까, 하는 것.. 내가 할 수 없으니 영상을 보며 대리만족을 할 수 있으니까 보기도 할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현상들이 사회적인 스트레스 지수가 높기 때문이라니...


담백한 관계란 '지나치지 않고 적절하게' 상대의 입장과 욕구를 배려하는 데서 시작한다.  더불어 상대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서도 적절히 마음을 쓰며 내 행동을 조심해야 한다.  그런데 그게 말처럼 쉽지가 않다.  '적절하다'는 것이 사람마다 다 다르기 때문이다....(중략)....지금 인간관계가 힘들다면, 자신의 행동이 적절했는지 되돌아보라.  그럼 그 힘든 이유를 찾을 수 있다.  모든 것을 남의 탓으로 돌리는 사람들은 대개 오지랖이 넓거나 자기주장이 지나친 면이 있다.  자기 자신이나 상대에 대한 기대치가 너무 높아 모든 걸 자신이 좌지우지하기 바라면서, 상대가 자신에게 다 맞춰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p58~59

 

나를 움켜쥐고 놓지 못한다.  내가 마음에 안 들고 성에 차지 않아서 괴롭고, 대인관계도 어렵기만 하다.  사실 모든 관계의 끈을 놓고 살아가면 정말 편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그러면 정말 담백해지지 않을까?  하지만 이러한 마음들도 눈에 보이는 기대치들로 높아진 나의 마음 높이가 높아진 탓에 내가 '나'에게 스트레스를 주면서 마음의 짐과 병을 키우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니까....

날 힘들게 하는 건 다른 누구도 아닌 '나'자신일 것이다.  내 마음 나도 모르겠다, 힘들다라는 생각이 든다면... 혼자서는 알 수 없지만, 글을 읽어가며 곰곰히 생각하다 보면 조금은 알 수 있을지도 모른다. 



나는 오로지 내 눈으로 보고, 내 귀로 듣고, 내 혀로 맛을 안다. 그러니 내가 내 눈을 보호하고 몸과 마음을 귀하게 여기지 않으면 안 된다.  그리고 뭐든지 혼자 스스로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끊임없이 배우고 도전할 줄 알아야 한다.  /p107



​늘 어딘가에 얽매여서 남들 따라 흔들리면서

재고 따지고 비교하고 평가하면서

그렇게 아등바등 살아왔다.


그러나 이제는 대단한 사람이 되기 위해

양손에 이것저것 꽉 쥔 채로 살고 싶지 않다.


내려놓아야 할 것은 내려놓고

버려야 할 것은 미련 없이 버리고 싶다.


내 삶에 정말 필요한 것과 쓸모없는 것을 구분하면서

단순하고 담백하게 삶을 살아가고 싶다.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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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소중했던 것들 (볕뉘 에디션)
이기주 지음 / 달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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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세상에 내어놓은 책을 두루 돌아보며 살피고, 독자들과 만나는 작가.  글쓰기가 천직인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먹고 읽는다면 금방 읽을 수도 있는 책이었지만, 그러고 싶지 않았다.  조금씩 곱씹어가며 읽었고, 때론 울컥 북받치는 감정에 호흡을 가다듬고 책장을 덮었다 읽기도 했다.  말을 줄여 글로 옮겨 쓰기를 얼마나 하면 이런 문장들을 표현들을 담아낼 수 있는 걸까?  작가는 자신의 이야기와 주변에서 보고 들은 이야기를 나지막하게 흘러간 이야기를 해주듯 이야기하고 있다.  



상처와 관련해 인간은 이중적인 심리가 있다. 우린 마음의 흠집과 상처를 꼭꼭 감추려 하면서도,  한편으론 누군가 그것들을 알아채주었으면 한다.  그래서 종종 믿을 만한 사람 앞에서 은연중에 삶의 비애, 허무, 고충 따위를 넌지시 밖으로 흘리는 것이다. 꼭 문제의 해결을 바라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 내 사정을 알아주었으면, 누군가 내 상처를 인지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누군가의 가슴에서 오랫동안 절여진 “마음이 아프다....”라는 문장이 내 귀로 흘러들어올 때마다 나는 몸을 흠칫 거리게 된다. 그러면서 조심스럽게 짐작한다.  타인이 망치로 내 가슴팍에 때려 박은 못을 발견하면 피를 철철 흘리더라도 스스로 못대가리를 잡아당겨서 빼내는 일, 그런 과정일 되풀이하는 것이야말로  세월을 견디는 방법이 아닐까 하고. /p 63. 마음에 박힌 못을 빼내는 일 

글을 읽으며 차분해질 수 있는 시간.  아마도 에세이를 읽는 시간이 아닐까? 생각해보게 된다.  타인의 인생을 바라보는 시선에도 섬세하고 따스함이 느껴진다.  (어떻게 남자가 이런 글을 쓸 수 있는 거죠? 이건 반칙이야.. ㅠㅠ).사실, 내가 작성한 서평도 최종 수정해서 올리기 전까지만 읽지 다시 찾아 읽어보는 일은 거의 없는 편이다.   그런데 자신이 쓴 글을 읽는 독자들을 만나 말을 건네보고, 서점에서 자신의 책을 직접 챙기는 작가라니.. 작업실이 없지만 자신이 있는 모든 장소가 일하는 공간이 될 수 있었기에, 많은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보며 글감들이 찾아들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순수와 열정, 청춘과 젊음처럼 뜨겁고도 투명한 단어들은 ‘나이듦’의 의미를 새삼 돌아보게 한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시간의 풍화를 견디는 일이다.  스스로 터득한 방식으로 시간의 흐름을 견디는 일이다.  삶이라는 비바람 속에서 한때 내 일부였던 것들이 몸에서 떨어져 나와 수분을 잃고 가루가 돼 흩날리는 광경을 덤덤하게 바라보면서, 우린 그렇게 나이라는 것을 먹는다. /p071~072

조금 과장하면, 난 1년 365일 가운데 300일 정도 서점에서 시간을 보낸다.  서점을 어슬렁거리며 신간과 구간을 마음껏 펼쳐보고 책을 한 권 구매한 다음 구석진 곳에 자리를 잡고 활자를 읽는다. 

더욱이 난 집필실이나 작업 공간이 따로 없다.  집에선 다락방에서 글을 쓰되, 밖에선 서점과 서점 근처에 있는 카페를 돌아다니며 원고를 작성하고 업무를 처리한다.  이를 측은하게 바라보지는 마시길.  일하는 공간이 따로 없다는 것은, 모든 장소가 일하는 공간이 될 수 있음을 의미하기도 하니까. /p108

 

 

이기주 작가의 글은 차분해지고 싶을 때 읽게 되는 것 같다.  아마도 기쁘고 신나서 책을 읽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기대고 싶고, 무언가를 찾고 싶지만 길이 보이지 않으며, 세상에서 조금 떨어져 있고 싶을 때.. 난 그렇게 책과 가까워졌다.  <한때 소중했던 것들>은 그럼에도 오늘을 살아갈 이야기를 하고 있다.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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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은 회전목마처럼
오카자키 다쿠마 지음, 한수진 옮김 / ㈜소미미디어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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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선택한 결정적인 문장은 "계절을 해야겠어"였다.  일상 속의 미스터리와 애타는 짝사랑의 조합이라니.... 제목도 <계절은 회전목마처럼>이야.  겨울이란 뜻의 후유코, 여름이란 이름의 뜻을 가진 나츠키 이 둘은 고교시절 교실에서 처음 만났다.  교복치마의 길이 때문에 난처해하는 후유코를 보고 도움을 준 나츠키와 기묘한 사건의 '계'기를 알아내어 '절'차에 맞게 설명하는 '계절'이란 취미를 공유하게 되는 친구가 되지만 나츠키는 후유코를 짝사랑하고 있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며 자연스레 멀어졌지만 오랜 세월이 지나 어느 겨울날, 고베에서 오랜만에 만나게 된 나츠키와 후유코는 밸런타인데이 트리를 피해서 기념사진을 찍는 커플을 보고 "계절을 해야겠어." 라는 말로 그들의 과거 한 시절을 소환한다.



“—-계절을 해야겠어.”

—-기묘한 사건의 계기를 알아내어 절차에 맞게 설명하는 것.

이 ‘계절’이란 단어의 어원을 찾으려면 나의 고등학교 입학식날로 돌아가야 한다. /p15

한자로 표기하자면 계기와 절차를 합쳐 ‘계절’인데, 이것은 물론 우리 두 사람의 이름에 공통으로 사용된 요소인 ‘계절’과도 발음이 똑같았다.  우리는 계절이란 단어를 우리 마음대로 쓰기로 했다.  진실을 해명하는 행위를 ‘계절한다’고 표현하기도 하고, 그 과정에서 우리 둘이 저마다 세우는 가설을 ‘계절’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그야말로 우리끼리 만들어낸 신조어였다. /p25


일상의 상황을 관찰하고 그 사건의 계기를 알아내어 절차에 맞게 설명하는 건 나츠키와 후유코의 탐정놀이? 같은 것이었다.  철저히 관찰자의 시선으로 바라보며 통찰력 있게 추리하는 나츠키의 추리는 명탐정 같았지만 짝사랑하는 후유코 앞에서만은 한 여자를 짝사랑하는 남자일 뿐이다.  후유코의 계절도 타당성 있고 조리 있지만  감상적으로 치우치는 경향이 있어 나츠키와의 계절에선 조금 밀리는 부분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나츠키, 넌 정말 하나도 안 변했구나.  뭐든지 다 환히 꿰뚫어 보고 말이야.  난 그저 입만 딱 벌릴 수밖에 없고.  넌 왜 그렇게 계절을 잘해?” 

후유코의 그 말도 고등학교 때 이미 몇 번이나 들었던 말이다.  나는 그 시절을 떠올리면서 대답했다.

“—-나는 철저히 관찰자의 입장을 고수하니까.  기묘한 사건을 고찰할 때 나 자신의 가치관이나 기호는 배제하고, 그 장면 속에 나라는 존재를 끼워 넣지 않고.  그렇게 바깥쪽에 머무르면서 있는 그대로의 사실 자체만 살펴보는 거지.  그러면 저절로 중요한 요소만 부각되거든.” /p72~73

   어느새 정신을 차려보면 저절로 나에게 달라붙어서 떨어지지 않게 되어 있는 것이 사랑이라고.  이루어질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도 사랑을 포기하지 못하는 거야.  

그러나 나는 그 말을 입 밖에 내지 못했다.  누나는 스스로 말한 것처럼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현실을 완전히 받아들인 상태일 것이다.  하지만 나는 다르다.  머리로는 이미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결론지었어도,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아직도 기적을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즉, 방금 하루노가 말했듯이 ‘이루어질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것이었다. /p111


겨울에 다시 재회하여 사계절을 다시 겪을 동안에도 고백을 하지 못하고 타이밍만을 보고 있던 나츠키.  짝사랑의 절절함과 고교시절 고백이 실패로 돌아갔던 사건을 회상하는 부분에선 후유코도 나츠키의 짝사랑을 알고 있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후유코는 나츠키와 사귀다가 헤어지는 애인보다는 '계절'을 함께 즐기는 친구로 남고 싶었던 걸까?  나츠키와 후유코가 고베에서의 첫 만남 이후 봄, 여름, 가을을 지나 다시 겨울이 되어 봄이 다가오는 계절의 중간 즈음.  나츠키는 결심을 하게 되고 후유코와 대화를 시작하지만 "네가 할 말이 뭔지, 내가 계절을 해보고 싶은데, 그래도 돼?" /p300  이전에도 결정적인 순간에 엄한 이야기로 주위를 돌리곤 했던 후유코라 또 그런 건가 싶었다. '지금은 고백의 순간이라고!!!' 소리쳐 주고 싶었지만....  하지만 뒤통수 맞은 기분. 완전 제대로!  이 부분을 위해서라도 꼭 읽어보길 추천하고 싶다.



   죄책감은 없었다.  후회 없는 삶을 살아가는 것이 우리 가족에게 보은하는 길이라면, 나는 오늘 정확히 그것을 실행한 셈이니까.  후유코라면 분명히 이해해줄 것이다.  /p196

 회전목마에 같이 오를 타이밍만을 관찰하던 나츠키는 회전목마에 함께 오르지도, 회전목마 밖에서도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누군지 몰랐던 건 아닐까?  어릴 적 우상의 아이콘 같은 회전목마 안에 올라있는 후유코를 바라보기만 하느라 주변의 많은 것을 놓치고 있는 건 아니었을까?  친구인 듯 친구 아닌 친구 같은 너 라는 애매모호한 사이에서, 이제 후유코와는 아무런 사이도 아니게 되어버린 나츠코.  그 이후의 이야기도 조금은 궁금해진다.   일본소설 특유의 분위기랄까?  가을이 가기 전에 읽어야지 생각했던 책이었는데, 10월이 가기 전에 읽긴 했다.  '작가의 말'을 읽다 보니  저는 마치 신들린 것처럼 단기간에 일필휘지로 글을 써서 원고를 완성했고, 그래서인지 완성한 순간에는 "뽑히지 않아도 상관없어.  이 작품을 쓰길 잘했어"라고 생각할 정도로 스스로 만족했습니다.  라고 했다고 한다.  책장을 덮고 작가가 왜 그렇게 말했는지를 알겠더라는... 이 작가 자신 있을만했네...라는 혼잣말을 하고 있었으니 꽤 재미있게 읽었다고 해야겠다.  



-하나의 사랑에 마침표를 찍기 위해서.

....(중략)...

   첫 만남이 이루어졌던 고등학교 시절의 기억, 서로 헤어져 있었던 공백의 시간.  그리고 올해, 겨울로 시작해서 다시 겨울로 끝나는 사계절 한 바퀴.  기억을 더듬을수록 감정이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크게 부풀어 오른다는 것을 알면서도, 나는 도저히 거기서 벗어날 수 없었다. 

   떨쳐내려고 걸음을 빨리했다.  잠시 후 목적지인 공원이 보였다.  거기서 기다려줘.  저절로 시선을 잡아끄는 추억 속에 가둬놓지 말아줘.  그동안 말 못하고 감춰왔던 비밀을 밝히기 위해, 지금 당장 그쪽으로 갈 테니까-. /프롤로그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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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이대로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타구치 히사토 지음, 사모 그림, 김윤희 옮김 / 나무의철학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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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제목과 책표지만으로 읽게 되는 책이 있다.  이 책은 무조건 읽어야하는, 궁금해서 읽지 않으면 도저히 궁금해서 다른 책은 읽히지 않는 그런 책이 있다.  일본 젊은 독자들 사이에서 가장 뜨거운 인기를 누리고 있는 에세이 작가 타구치 히사토의 <문득 이대로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가 사모 작가의 그림과 만나 국내 출간되었다.



   어쩌면 우리는 매일 길을 잃고 있는 중인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두렵고, 매 순간 길을 되찾으려고 너무 애쓰는 중인지도 모릅니다.  이럴 때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자신을 믿는일입니다.  당신의 두려움과 불안, 상처, 좌절과 슬픔에게 줄 언어들을 여기에 차곡차곡 모아봤습니다. 당신과 동시대를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들이 치유받은 언어들을 오랜 시간을 들여 정성스럽게 묶어보았습니다.  ....(중략)....  어쩌면 우리는 매일 길을 잃어 다행인지도 모릅니다.  길을 잃지 않아, 열심히 길을 찾는 노력이 큰 의미가 없다면 우리가 서로에게 용기와 격려 그리고 따뜻한 언어를 건넬 일도 없을 테니까요. /p006~007


왜?  책을 읽고 문장을 읽으며, 뒤적이며 뭔가를 찾고자 하는걸까?  이렇게 읽고 문장을 건져냈는데도 달라지는게 없는것 같을까?  때론 모든걸 잠시 내려놓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책은 분들고 있게 되는걸까?  어쩌면 힘겨운 시대를 살아가고 있기에 집중하고 싶어지는 것일지도 모른다.  누구에게도 하지 못하는 이야기를 글로는 이야기 할 수 있고, 이야기 하지 않아도 글을 읽으며 위로를 받기도 한다.  어쩌면 우리는 매일 길을 잃기에 힘든 시간들을 겪어 보았기 때문에 응원과 격려를 받아들일 수 있고 따뜻한 안부에 다시 힘을 낼 수 있는 것이 아닐까? 



   5년 후, 10년 후가 아니라 지금부터 5분 동안 행복한지가 더 중요합니다.  행복한 하루하루가 모여 행복한 삶이 되고, 용기를 낸 하루하루가 쌓여 삶을 바꾸는 도전이 됩니다.  내가 지금 좋은 삶을 살고 있는지를 알고 싶다면 다음 두 가지 질문을 검토하면 됩니다.  나는 지금 나에게 가장 중요한 일을 하며 하루를 보내고 있는가?  나는 지금 나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과 하루를 보내고 있는가? /p054


어떻게 이런 글들을 쓸 수 있었을까? 하는 감탄을 꽤 자주 했던것 같다.  갈무리해 놓은 문장들은 필사로 따로 옮겨적어볼 예정이기도 하고, 책표지의 영향인지 늦음 밤, 따뜻한 커피, 또는 차 한잔과 읽기 좋았던 책이었다.  어느 페이지부터 읽어도, 휘릭 넘기다 내 마음이 닿는 문장을 먼저 읽어도 좋았던 <문득 이대로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먼 미래를 보고 살기때문에 지금이 행복하지 않은건 아닌지?  생각해보게 된다.  오늘 지금 행복하길...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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