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게 천천히 가도 괜찮아 - 글로벌 거지 부부 X 대만 도보 여행기
박건우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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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한파를 피해 대만 땅 1,113km를 걸어 횡단한 박건우, 미키 부부의 <느리게 천천히 가도 괜찮아>.  2년 전 짧게나마 여행했던 대만에 대한 인상이 기분 좋게 남아있던 나라였던 터라, 그들의 여행이 궁금해졌다.  걸어서 횡단을 하겠다고?  그들도 대만을 걸어서 횡단하려고 정보를 찾았을 때 생각보다 정보가 많지 않았다.  리어카로 대만 남북을 종단한 부부의 여행기와 대만 친구의 조언을 참고해 동쪽에서 서쪽으로 걷기로 했다.   교통수단은 이용하지 않고 10kg 안팎의 배낭을 하나씩 메고 약 두 달간 대만을 동서로 횡단하는데, 대도시인 타이베이와 가오슝은 대중교통으로 횡단하려 했지만 시작부터 그의 아내 미키는 타이베이를 걸어서 통과하자고 제안한다.  (이 부부 뭐지?)


  도보여행을 하며 숙소는 따로 예약하지 않는다.  하루 예산은 2인 기준으로 1일 300위안, 한국 돈으로 만 원이 조금 안되는 금액이지만 타 물가 대비 숙박비가 비싼 편이라 긴 여행 일정을 고려했을 때, 매일 숙소를 잡는다는 건 그들의 예산상 불가능.  텐트와 카우치 서핑으로 숙박을 해결하며 여행을 다니기로 한다.  때론 도로와 차도의 구분이 없는 길이 나타나기도 하고 산길을 걸어야 하기도 해서 그들은 배낭 커버에 [대만 도보 일주]를 테이프로 붙여 좀 더 안전하게 걷고, 길을 알려주는 현지인들에게도 '도보'라는 것을 인식시키기 위해서 붙이고 다녔다고 한다.  후에 여행을 하는 동안 이 스티커를 보고 대만 현지인들은 이들 부부에게 다양한 구호물자를 아낌없이 건넨다.  때론 생면부지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에게 방을 내어주기도 하고, 자신의 집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동네 주민들에게 연락을 해 숙소를 해결해주기도 했다.  때론 하루 머물 곳이 없어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쪽잠을 청하는 날도 있었지만 대만 사람들은 처음 보는 타국의 여행자들에게 따뜻한 손길을 내밀어 준다.


  사실 여행의 스타일이 맞지 않아 읽으면서 크게 공감하진 못했다.  왜 이렇게까지 힘들게 여행을 해야 하는가?  하지만 길 위에서 만난 사람과 사람으로 이어지는 여행을 보면서 이런 여행이라면...이라고 잠시 생각하기도 했다.  얽매임 없이, 자신들이 걷고자 하는 길을  걸어나가며 환경이나 길 위에서 변수가 생길 때면 가끔 다투긴 할지라도 서로를 조금 더  의지하며 걷지 않았을까?  (이렇게 말은 하지만 정말, 이들 부부처럼 여행은 하지 못할 것 같다.)  이들 부부가 앞으로 또 어떠한 길들을 걷게 될지, 어떠한 사람들을 만나며 이야기를 만들어갈지 기대가 된다.



#느리게천천히가도괜찮아 #박건우 #소담출판사

#글로벌거지부부 #대만도보여행기



028~029p.

  대만에 온 이후로 한 번도 포만감을 느끼지 못했는데 아침 식사를 또 편의점에서 때웠다.  대만에는 한국과 달리 아침 식사만 팔고 문 닫는 조찬식당이 많다.  우리는 시세도 모르고 메뉴도 읽을 줄 모르며, 주문하는 방법도 모른다.  그래서 아직은 편의점을 찾게 된다. 오늘 예상 거리는 15km.  아직 하루 20km를 못 채우는 것은 완주에 대한 의구심을 낳게 하지만, 어제 고생을 생각하면 잘 곳을 확보하고 5km를 덜 걷는 편이 훨씬 나았다.



185p.

  길을 나서자마자 우리가 지나는 걸 지켜보던 아저씨가 례우라는 과일을 주었다.  아저씨는 다가오기 전부터 망설이는 게 보였다.  못 본 체하자니 눈에 밟히고, 접근하자니 오지랖이 넓은 것 같아 망설이는 것 같았다.  그 망설임이 어떤 느낌인지 나는 잘 안다.  순수한 선심을 나쁜 속셈으로 받아들이면 상처가 되기 때문에 망설여지는 거다.  그렇다고 못 본 체하면 몇 날 밤이고 눈에 밟히는 경우가 있다.   특히 상대방이 비슷한 여행자일 때는 더욱더 그렇다.  이상하리만큼 감정이입이 되면서 휘발성 모성 본능이 생긴다.  아저씨가 용기를 낸 거로 보아 그 역시 여행자였던가 싶다.


234~235p.

감기 기운이 스멀스멀 올라오는 걸 느끼고서야 힘겹게 일어났다.  일어난 시간은 기가 막히게도 저녁밥 때였다.  잠자리를 제공받은 마당에 오메가3 반찬이 가득한 저녁까지 대접받고 말았다.  우리는 단순히 걷기만 할 뿐이다.  이 나라를 위해 좋은 일 하나 하지 않는다.  그런데 어째서 이렇게까지 온정의 손길을 뻗는 건지 정말 의문스럽다.


339p.

  68일간의 대장정

  내 자신이 대장정이라는 단어를 쓰는 데 전혀 주저하지 않을 정도로 엄청난 여정이었다.... (중략)... 중간에는 서로의 얼굴을 다시는 보지 못하겠구나 싶을 정도로 크게 다투기도 했지만, 모두 증오가 아닌 불쾌지수 때문에 생긴 다툼이었다.  다리는 당연한 거고, 각자 크고 작게 아픈 날도 있었다.  아픔은 자신에게 더 솔직해지는 계기가 됐다.  우리는 상대를 대신해 아파주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오히려 자신이라도 아프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마지막으로 68일간의 밀착은 하늘에서 정해준 짝을 관찰하기에 최적의 시간이었다.  단언컨대 이 기간을 다투면서도 버텨줄 사람은 부모 형제도, 절친도 아닌 배우자였다.  우리는 서로 과소평가했던 인내력이 결코 부족하지 않았음을 증명했다.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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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 간 심리학
윤현희 지음 / 믹스커피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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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서 찾은 예술가의 삶과 심리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던가?  모든 분야가 그렇겠지만 미술의 경우는 책을 읽을수록, 화가와 시대적인 배경, 작가의 개인사나 그림에 영향을 미친  주변 이들의 이야기를 알아가면 갈수록 그림이 조금 더 선명하고 의미 있게 다가온다.    문자가 생기기 이전에 인류의 역사를 기록했던 건 '그림'이었다.  그래서일까?  회화의 역사는 우리가 발전해온 과정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미술관에 간 심리학>은 대중적으로 알려진 화가들이 대거 활동했던 시기의 19세기와 20세기 초의 화가와 작품을 심리학이라는 렌즈를 통해보며 화가들의 인생과 작품, 역사를 다루고 있다.


  • 1장 나이브 아트와 긍정심리학
  • 2장 아방가르드 화가들과 아들러 심리학
  • 3장 추상의 세계와 게슈탈트 심리학
  • 4장 화가 내면의 상처와 표현주의
  • 5장 여성 화가의 정체성 ; 전문성과 여성성 사이에서


  목차를 보면 심리학에 관한 전문적이고 어려운 글일 것 같다는 느낌이 오지만 글쎄?  모지스, 클림트, 마네, 디에고 벨라스케스, 세잔, 피카소, 몬드리안, 뭉크, 고흐, 에곤 실레 등등 화가나 작품으로 알고 있는 작가들이 대부분이라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다.  5장에 등장하는 여성화가들의 이야기들이 흥미로웠는데 19~20세기에 활동했던 작가들이 대부분 남자들이었던걸 감안하면 작가로서의 활동이 쉽지 않았을 거란 생각이 들지만 꽤 왕성한 활동을 했던 작가의 인생과 그림에 대한 이야기를 읽다 보면 조금 더 알고 싶다는 생각에 빠져들기 시작한다.  그동안 작가들의 그림을 보며 궁금했던 부분을 어느 정도 해소 할 수 있었던 글이기도 했다.


  그림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이길래, 오랜 세월이 흘러도 사람들의 관심을 받게 되는 걸까? 아니 어쩌면 더 궁금해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긴 삶을 살아가다 보면 아무런 의지도, 의욕도 없는 순간이 아주 가끔 오곤 한다.  무엇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는 그 순간 누구나 하나쯤은 자신만의 동굴을 가지고 있다.  때론 일상을 잠시 떠나기도 하고, 책으로 숨기도 하고, 미술관이나 공연장을 찾기도 한다.  미술과 심리 공부를 한 번에 할 수 있는 책이라 심리학에 대한 전문성이 짙은 책일거라는 생각은 접어두어도 좋다.  생각보다 쉽고 재미있게 읽혀서 페이지에 수록된 그림들을 보며 글을 읽다보면 어느새 마지막장에 다다라 있을지도 모른다.




#미술관에간심리학 #윤현희 #믹스커피

#미술심리 #미술심리학



5p.

  이 책은 심리학과 미술이 공명하는 지점을 발견한 사적인 지도이며, 동시에 심리학과 미술을 사랑하는 독자들의 마음과 내 마음이 공명하기를 바라는 소망의 기록이다.  화가가 그림에 풀어놓은 생각과 감정에 공감할 기회가 많아지면서, 그러한 생각과 감정의 스펙트럼을 형성한 화가들의 인생이 궁금해졌다.  그림 너머에 있는 그들의 삶을 생각해보는 일이 잦아졌다.  이 책에 미술관에서 느낀 화가와 나의 인생에 관한 소회를 담았다.  몸에 밴 심리학적 글쓰기 방식은 은연중에 화가들에 관한 심리평가 보고서와 유사한 결과를 낳았다.


38p.

  헤세는 문학과 예술을 통해 스스로를 치료했다.  그가 남긴 자기 치료의 성과물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전 세계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치유하고 있다.  현대 심리학에서는 과거 그 어느 때보다도 그림이 가지는 치료적 효과를 폭넓게 사용한다.  특히 유아, 청소년이나 언어 사용에 제약이 있는 성인의 경우, 그림을 사용한 소통은 치료 초기 단계에서 치료를 위한 관계 형성을 보다 유연하게 이끌어올 수 있고 내담자의 저항을 줄이는 방법이기도 하다.


53~54p.

  소확행이라는 신조어의 유행은 사람들의 달라진 지향을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  외부의 시선과 평가를 고려한 '복'을 받기를 지향하기보다는 자신의 내면세계의 안녕과 평화에 시선을 맞춘 '지금-여기서' 자신의 '행복'을 발견하려는 조용한 노력을 지향한다는 말이다.  소확행을 추구하는 삶이란 자연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안분자족의 삶을 주장했던 노장사상과 18세기 프랑스의 계몽주의 철학자 장자크 루소의 철학과 맞닿아 있다.


188p.

  자신이 아동기에 그린 그림을 발견한 1902년 어느 날, 파울 클레는 아내 릴리에게 편지를 쓰며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작품들을 찾았다고 고백한다.  그는 의식의 통제를 받지 않은 원초적인 생각과 기성체제에 물들지 않은 독창적인 상상력을 드러내는 아이들의 시선에서 영감을 얻곤 했다.  유아들은 그림을 통해 자신들이 경험한 세계를 해석하고 표현한다.  세상을 보는 눈이나 생각이 학습이나 인습에 의해 획일화되지 않은 유아들은 똑같은 것을 보고도 천양지차의 다양한 모습으로 표현한다.  그래서 유아의 그림은 독창적인 개성을 가진 소우주의 표현과 다름없다.


278p.

 인생을 처음 스퍼트가 중요한 단거리 경주가 아니라 장거리 마라톤이라고 생각해보자.  결승점에 도달하는 데는 지능보다 끈기가 더 중요한 요소라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싫어하는 일을 끈질기게 할 수는 없으니 그 일에 대한 흥미를 잃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탁월한 능력으로 한순간 빛을 발하기보다는 좋아하는 일을 열정적으로 꾸준히 해나가는 장거리 주자 같은 자세가 더 좋다.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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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일락 2019-04-29 1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술작품 속에는 화가의 마음이 담겨 있게 마련이지요, 그래서 작품에 대한 해설을 읽게되면 몰랐던 화가의 삶과 생각을 엿 볼 수 있습니다.
좋은 리뷰, 잘 읽었습니다.
 
스페인은 순례길이다 - 지친 영혼의 위로, 대성당에서 대성당까지
김희곤 지음 / 오브제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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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길고 아름다운 박물관은 ‘산티아고 순례길’이다’

최근 즐겨보는 예능 ‘스페인 하숙’은 산티아고 순례길의 길목에 위치한 한마을에서 알베르게를 운영하며 순례자들을 맞이하는 프로그램이다. 728킬로미터의 산티아고 순례길을 사람들은 왜 걷는 걸까? 하는 의문을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표정을 보며 책으로 읽었을 때와는 또 다른 기분이었다. 20kg은 충분히 넘을 것 같은 무거운 배낭을 메고 하루에 몇 십 킬로를 걸으면서 무엇을 보고 어떤 생각을 할까? 하지만 그들의 표정은 상당히 밝았다. 그 순례길에 무엇이 있길래?

006p.

오늘날 산티아고의 무덤을 찾는 도보 여행자들의 70퍼센트는 프랑스 길을 따라 산티아고 대성당으로 걸어간다. 이 순례길은 중세 기독교 세력과 이슬람 세력이 서로 대치하며 치열하게 싸웠던 피의 전선이었다.

015p.

스페인 건축을 2층 집에 비유하면 1층은 이슬람 건축이 되고, 2층은 기독교 건축이 될 것이다. 프랑스 길을 따라 팜플로나, 부르고스, 레온,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로 이어지는 건축은 스페인 건축의 대들보가 될 것이다. 기독교 세력이 연대해 이슬람 세력을 몰아내기 위해 구축한 프랑스 길을 따라 신들의 궁전이 줄지어 서 있다. 오비에도가 스페인 기독교 건축의 용마루라면 레온 대성당, 부르고스 대성당, 팜플로나 대성당은 산티아고 대성당으로 이어진 스페인 건축의 대들보다.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은 산티아고 대성당의 대문이었다.

 

 

산티아고 순례길의 대문이라고 불리었던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의 화재(19.04.16)는 전 세계인에게 충격적인 화재이고 안타까운 문화재의 손실이었다. 산티아고 순례길의 역사, 순례길 728km를 걷는 동안 볼 수 있는 눈부신 건축물들과의 만남은 스페인 성당의 아름답고 화려한 외관 역사를 함께 보고 읽을 수 있어 사진으로 보는 건축물들의 이면에 아픈 역사들도 함께 짚어가는 길이기도 했다. 페이지를 넘기며 읽게 될 문장들도 설렜지만 사진으로 보는 건축물들과 산티아고 순례길의 하늘은 실제로 보게 되면 어떨까?라는 상상을 해보기도 했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어보고 싶은 마음이 5%쯤 높아졌다.)

037p.

광장을 가득 메운 여행자들 사이를 비집고 별 모양의 제로 포인트에 다가섰다. 원형의 장식 속에 '프랑스 길'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다. 우장한 대성당 앞으로 다가섰다. 세 개의 거대한 아치문이 입을 벌리고 있고, 그 위로 수평 띠를 이루며 유대 왕들의 조각이 세밀한 조각으로 새겨져 있다.

 

 

프랑스 길의 제로 포인트 파리 / 순례자의 공식 체류지 팜플로나 / 카스티야 왕국의 머릿돌 부르고스

붉은 그리스도의 궁전 레온 / 영광의 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 산티아고의 발코니 피스테라

211p.

중세 문화를 간직한 건축의 정신을 21세기 시대정신으로 재생해 현대건축에 살려낸 것은 스페인 건축의 특징이다. 오래된 것과 새로운 것이 소통하는 건축문화를 생산하는 것이 스페인 건축의 멋이다.

261~262p.

인간이 만든 종교 건물 중에서 수도원 중정보다 더 내면을 비추는 공간을 보지 못했다. 성모 마리아가 아기 예수를 품듯이 시간의 그릇으로 빛을 품었기 때문이다. 우리의 삶은 수도원의 복도처럼 빛과 어둠 사이로 걸어가는 일상의 연속이다. 삶은 언제나 풍만한 언어가 지키고 있는 작은 중정의 유혹과 장미 가득한 큰 중정의 교훈 사이에서 비틀거렸다.

728km의 길, 한 달을 쉬지 않고 걷는다고 계산해보면 평균 하루 24km를 걸어야 한다. 하루 10시간을 한 시간 평균 2.5km를 걸어야 한다. 수치상으로만 보면 할 수도 있겠는데? 싶지만 걷는 동안 필요한 개인 물품을 등에 메고 걸어야 하는데 그 배낭의 무게가 족히 20kg은 된다는 것, 날씨와 기온의 변화도 있겠지... 사람들은 왜 이러한 고행을 굳이 찾아가 하는 것일까? 이전에도 수없이 읽어왔지만 이 책만큼 산티아고 순례길이 궁금하게 했던 책은 없었던 것 같다. 에세이 형식의 글로 대부분 접했던 것과 달리 김희곤의 <스페인은 순례길이다>는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으며 순례자들이 만나는 성당과 건축물의 이야기는 오랜 세월 그 길 위에서 길을 걷는 영혼들을 위로하기 위해 있었던 게 아닐까? 세상에서 가장 길고 아름다운 박물관 '산티아고 순례길', 사진과 글 풍부한 역사적 지식과 건축에 대한 이야기를 읽으며 페이지를 넘기다 보면 728km의 길고 긴 길도 짧게 느껴진다. 우리의 삶 또한 길고 긴 길이 아닐까? 가끔은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기도 하고 아름다운 풍경을 만나기도 한다. 갈림길에서 고민을 하기도 하지만 이내 선택한 길을 또 무심히 살아간다. <스페인은 순례길이다>를 읽으며 '인생'을 생각하기도 했던 건 길 위에 먼저 살아간 세대들이 쌓아올린 역사와 길 위의 이야기들을 느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비범한 삶은 언제나 평범한 사람들의 길 위에 있습니다." 파울로 코엘료 의 문장은 한 권의 책으로 만나는 산티아고 순례길이 세계인의 버킷리스트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보여주는 책이기도 했다. 산티아고 순례길, 스페인 건축물, 대성당의 역사 등에 관심 있는 이들에게 좋은 친구가 되어줄 한 권의 글이었다.

333p.

인간이 대성당을 지었지만 대성당이 인간을 성장시켜주었음을 산티아고 순례길의 건축이 사랑의 온기로 증명해주었다.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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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반 스케치 핸드북 : 컬러와 채색법 어반 스케치 핸드북
샤리 블로코프 지음 / EJONG(이종문화사)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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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를 여행하는 또 하나의 방법,

어반 스케치 핸드북 ; 컬러와 채색법




어반 스케치는 주변의 세계와 관련하여 그 풍성함을 진실 되게 바라보고 종이 위에 이를 담아내는 시간을 가지는 경험입니다.  외국의 복잡하고 이국적인 시장에 있든, 집 근처 나무의 시원한 그늘 아래 앉아있든, 우리는 색에 둘러싸여 있습니다.  밝고 채도가 높은 색부터 부드럽고 채도가 낮은 색에 이르기까지, 매일매일, 모든 장면이 다 다르죠....(중략)... 연필, 잉크, 수채화물감 또는 이들을 모두 복합적으로 사용하면서 이 책에 나오는 팁과 전 세계 스케처들의 엄선한 작품들을 보면, 새로운 기법을 시도해 볼 영감을 받고 또 스케치 도구 가방에 들어있던 색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가질 수 있게 될 겁니다. /들어가며

  여행을 즐기는 또 하나의 방법, 바로 스케치가 아닐까?  순간의 기록을 카메라, 핸드폰 사진으로 남길 수 있지만, 여행지에서의 느낌, 생각 시간들을 더 깊게 느낄 수 있는 건 내 손으로 직접 그려보는 그림 한 장이 아닐까 싶다.   최근 온라인 과정으로 수업을 듣고 있기도 한데 '난 정말 그림에 재능이 없어!'라는 긴 생각이 무색하게도 배우니 그림이 그려지더라!!  사실 여행을 다녀오고 봄이 시작되면서 이런저런 핑계로 연습을 아예 하지 않았는데 이 책을 손에 들고 주섬주섬 스케치북과 연필, 물감을 꺼내보기도 했다.


  사실 스케치는 연필, 펜, 만년필 등등 그릴 수 있는 도구와 종이만 있으면 된다.  한데 채색을 시작하게 되니 색감이라는 게 정말 중요하더란 말씀... 채색도 이론을 알면 그림의 완성도를 더 높일 수 있지 않을까?  사실 그런 욕심보다 색이 어떻게 변하는지, 물의 농도 조절로 어떻게 색감을 조절할 수 있을지가 더 궁금했다. 


  한 손에 쏙 들어오는 사이즈의 적당한 두께를 가진 이 책은 건물과 도시 풍경 / 인물과 움직임 / 원근법과 투시도 / 컬러와 채색법 시리즈로 구성되어있다.   같은 재료로 표현하지만 사용하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표현되는 미술, 그리고 물감 다루기는 표현이 잘 된 그림을 볼 때면 더 욕심이 나곤 했다.  연습은 1도 하지도 않으면서 '저렇게 잘 그리고 싶다.' 라는 마음만 앞서진 않았는지... sns에 어반스케치를 하시는 스케쳐들의 그림이 워낙 많이 올라오기 때문에 그림을 보고 내 스타일의 그림을 찾아보기도 한결 쉬워진 요즘이다.


  어반 스케치 핸드북 ; 컬러와 채색법  스케치에 대한 기본 지식, 물감과 색의 혼합, 색과 명도, 색의 제한, 관계, 무채색등 기본적으로 달아두면 좋은 지식을 소개하며 그림에 어울리는 컬러와 느낌도 실제 그림과 함께 이야기하고 있다.  색의 다양한 조화를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어 그림을 그리며 연습해본다면 그림의 느낌을 살리는 채색도 가능해지지 않을까?  책에 소개된 다양한 작품과 작가들의 그림을 보며 어떻게 표현했는지를 보고 읽는 것만으로도 꽤 많은 공부가 되는 것 같은 책이었다.  어반스케치를 하며 채색까지 확장시켜 관심있는 이들에게 도움이 될만한 책!  물론,  연습만이 답이겠지!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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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권일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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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행복해질 수 있는 날이 올까?

외면할 수도, 포용할 수도 없는 살인자로부터 온 편지  


  책장엔 아직도 10년쯤 전 구입해둔 개정판 이전의 <편지>가 꽂혀있다.  책의 내용도 알지 못한 채, 작가명만 보고 책을 모으던 시절에 구입해둔 책이라 언젠가 읽겠지 하고 방치해뒀는데, 올해 개정판으로 출간된 책으로 읽게 된 히가시노 게이고의 편지.   꽤 오래전 출간된 책이고 그도 글을 쓰며 스스로가 답을 찾아가며 쓴 작품이라고 한다.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육체노동으로 생계를 꾸려가고 있던 츠요시는 동생 나오키의 대입을 앞두고 큰돈이 필요하게 된다.  이삿짐센터, 가구 운송 등을 하며 몸이 망가지자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온 세상이 불경기라고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다 풍족해 보였다.  그런 여유 가운데 조금이라도 자신과 동생에게 나누어지는 것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가난하다고 남의 것을 훔치는 건 안된다고 생각했지만 달리 방법이 없었다.  이삿짐센터 일을 하며 맨 먼저 떠오른 오가타 할머니, 함께 살던 자식들은 분가하고 함께 살던 개도 죽고 없는 고요한 집이 그의 표적이 되었다.  잠시만 돈을 빌렸다 갚을 생각이었다.  그러지 않았더라면...

  강도 살인을 저지른 살인범 된 츠요시.  자신을 위해 형이 살인범이 되고 이야기는 살인범인 형을 가족으로 둔 나오키가 살아가는 이야기로 진행된다.  매달 나오키 앞으로 도착하는 벚꽃 도장이 찍힌 편지.  답장을 하지 않아도, 이사를 가도 도착하는 편지는 나오키가 삶의 안정이나 행복을 움켜쥐려고 하는 순간 그의 발목을 잡는다.   다니던 학교에서도, 밴드 활동의 데뷔를 앞두고도, 사랑하는 여인도, 직장에서도, 그리고 자신의 아이에게까지... 범죄자의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차별을 받는다.


  츠요시가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았더라면 나오키와 츠요시는 평범하게 살아갈 수 있지 않았을까?  나오키의 진학 여부를 진지하게 서로 이야기했더라면 최악의 선택은 면할 수 있지 않았을까?  나오키의 형을 알기 이전, 나오키 한 사람만으로 좋았던 평가가 범죄자인 형이 있다는 게 밝혀지고 순식간에 달라지는 걸 보며 안타깝기도 했지만 만약 '나였다면?'이라는 질문을 반복하게 된다.   범죄를 저지른 사람의 인성이 착하다고 해도 타인에 의해 죽은 사람이 살아돌아오진 않는다.  갑작스러운 가족의 죽음을 감당해야 하는 가족들의 삶이 범인이 감옥 안에서 형기를 채우며 죗값을 치르며 속죄한다고 괜찮아지는 것일까?   또, 범죄자의 가족으로 살아가야 하는 이들이 받는 차별은 정당한 것인가?   우리는 자신과 나의 테두리에 있는 가족과 사람들에겐 한없이 너그럽지만 타인에 대해서는 냉혹하다.  타인의 일엔 너그러우면서 그 일이 나의 사람들에게 해당된다 해도 너그러울 수 있을까?  <편지>를 읽으며 히가시노 게이고가 스스로에게 수도 없이 했을 질문들을, 읽는 독자들도 답을 찾기 위해 하게 될 것이다.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62p.

 다케시마, 거짓말을 하기는 싫지만 세상을 살다 보면 숨기는 게 나을 때도 자주 있단다. 



87p.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형이 저를 키웠습니다.  특별한 기술이 없는 형이 할 수 있는 일은 육체노동뿐이었습니다.  형은 이른 아침부터 밤까지 거의 쉬는 시간 없이 계속 일을 했습니다.  형의 몸이 망가진 것이나 걷기 힘들 정도로 허리가 아픈 것도 그 때문입니다.  형은 이미 육체노동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렇지만 형은 어떻게 해서든 저를 대학에 보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게 돌아가신 어머니의 뜻이었고, 형의 유일한 목표였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아시다시피 대학에 가려면 돈이 필요합니다.  형은 그걸 고민했습니다.  사건 당시 형의 머릿속은 그 생각으로 가득 찼을 겁니다.  저는 지금 너무나 후회스럽습니다.  좀 더 일찍 진학을 포기하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형과 의논을 했어야 합니다.  형이 그런 짓을 하게 만든 원인은 제게 있습니다.  형만 고생시킨 제 잘못입니다.  앞으로 저는 형과 함께 죄를 갚아나갈 것입니다.  그러니 부디 정상 참작해주시기 바랍니다."



183p.

드디어 악몽에서 해방된 거라고 생각했다.  앞으로는 다른 젊은이들처럼 살아갈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음악과 만나면서 닫혀 있던 모든 문이 열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모두 착각이었다.  상황은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  세상과 자신을 가로막는 싸늘한 벽이 여전히 눈앞에 있었다.  그 벽을 넘어서려 해봐야 더욱더 차가워질 뿐이다.



200p.

많은 사람이 자신을 응원해주고 있었다.  그러나 한편으론 사람들이 응원은 해도 자기 손을 내밀어 주지는 않는다는 것을 재확인했다.  나오키가 잘 살기를 바라긴 하지만 관계를 맺고 싶진 않은 것이다.  누군가 다른 사람이 도와주면 좋을 텐데.  이게 그들의 진심일 것이다. 



236p.

착한 사람도 누구에게나 늘 착하게 대할 수는 없는 법이야.  이걸 얻으려면 저걸 얻을 수 없지.  그런 경우는 얼마든지 있단다.  뭔가를 선택하는 대신 다른 뭔가를 포기해야 하는 일이 반복되는 거야, 인생이란.



362p.

 "바로 그걸세.  사람에게는 관계라는 게 있네.  사랑이나 우정 같은 것 말일세.  누구도 그런 걸 함부로 끊어서는 안 되지.  그래서 살인을 해서는 절대로 안 되는 걸세.  그런 의미로 보면 자살 또한 나쁜 거지.  자살이란 자기 자신을 죽이는 거야.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죽기를 원한다 해도 주위 사람들까지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고는 할 수 없지.  자네 형은 말하자면, 자살을 한 셈이야.  사회적인 죽음을 선택한 거지.  하지만 그 일로 인해 남겨진 자네가 얼마나 고통스러워할 것인가를 생각하지 않았어.  자신이 벌을 받는 걸로 끝나는 게 아닐세.  자네가 지금 겪고 있는 고난까지도 자네 형이 저지른 죄에 대한 형벌이란 말일세."



448p.

"차별과 편견이 없는 세상.  그런 건 상상에 불과해.  인간이란 차별과 편견을 갖고 살아갈 수밖에 없는 동물이지."



476p.

형, 나오키는 마음속으로 형을 불렀다.

형, 우린 왜 태어난 걸까.

형, 우리도 행복해질 수 있는 날이 올까?  우리가 서로 마주 앉아 이야기할 수 있는 날이 올까?  둘이서 어머니에게 밤을 까 드리던 그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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