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은 순례길이다 - 지친 영혼의 위로, 대성당에서 대성당까지
김희곤 지음 / 오브제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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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길고 아름다운 박물관은 ‘산티아고 순례길’이다’

최근 즐겨보는 예능 ‘스페인 하숙’은 산티아고 순례길의 길목에 위치한 한마을에서 알베르게를 운영하며 순례자들을 맞이하는 프로그램이다. 728킬로미터의 산티아고 순례길을 사람들은 왜 걷는 걸까? 하는 의문을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표정을 보며 책으로 읽었을 때와는 또 다른 기분이었다. 20kg은 충분히 넘을 것 같은 무거운 배낭을 메고 하루에 몇 십 킬로를 걸으면서 무엇을 보고 어떤 생각을 할까? 하지만 그들의 표정은 상당히 밝았다. 그 순례길에 무엇이 있길래?

006p.

오늘날 산티아고의 무덤을 찾는 도보 여행자들의 70퍼센트는 프랑스 길을 따라 산티아고 대성당으로 걸어간다. 이 순례길은 중세 기독교 세력과 이슬람 세력이 서로 대치하며 치열하게 싸웠던 피의 전선이었다.

015p.

스페인 건축을 2층 집에 비유하면 1층은 이슬람 건축이 되고, 2층은 기독교 건축이 될 것이다. 프랑스 길을 따라 팜플로나, 부르고스, 레온,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로 이어지는 건축은 스페인 건축의 대들보가 될 것이다. 기독교 세력이 연대해 이슬람 세력을 몰아내기 위해 구축한 프랑스 길을 따라 신들의 궁전이 줄지어 서 있다. 오비에도가 스페인 기독교 건축의 용마루라면 레온 대성당, 부르고스 대성당, 팜플로나 대성당은 산티아고 대성당으로 이어진 스페인 건축의 대들보다.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은 산티아고 대성당의 대문이었다.

 

 

산티아고 순례길의 대문이라고 불리었던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의 화재(19.04.16)는 전 세계인에게 충격적인 화재이고 안타까운 문화재의 손실이었다. 산티아고 순례길의 역사, 순례길 728km를 걷는 동안 볼 수 있는 눈부신 건축물들과의 만남은 스페인 성당의 아름답고 화려한 외관 역사를 함께 보고 읽을 수 있어 사진으로 보는 건축물들의 이면에 아픈 역사들도 함께 짚어가는 길이기도 했다. 페이지를 넘기며 읽게 될 문장들도 설렜지만 사진으로 보는 건축물들과 산티아고 순례길의 하늘은 실제로 보게 되면 어떨까?라는 상상을 해보기도 했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어보고 싶은 마음이 5%쯤 높아졌다.)

037p.

광장을 가득 메운 여행자들 사이를 비집고 별 모양의 제로 포인트에 다가섰다. 원형의 장식 속에 '프랑스 길'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다. 우장한 대성당 앞으로 다가섰다. 세 개의 거대한 아치문이 입을 벌리고 있고, 그 위로 수평 띠를 이루며 유대 왕들의 조각이 세밀한 조각으로 새겨져 있다.

 

 

프랑스 길의 제로 포인트 파리 / 순례자의 공식 체류지 팜플로나 / 카스티야 왕국의 머릿돌 부르고스

붉은 그리스도의 궁전 레온 / 영광의 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 산티아고의 발코니 피스테라

211p.

중세 문화를 간직한 건축의 정신을 21세기 시대정신으로 재생해 현대건축에 살려낸 것은 스페인 건축의 특징이다. 오래된 것과 새로운 것이 소통하는 건축문화를 생산하는 것이 스페인 건축의 멋이다.

261~262p.

인간이 만든 종교 건물 중에서 수도원 중정보다 더 내면을 비추는 공간을 보지 못했다. 성모 마리아가 아기 예수를 품듯이 시간의 그릇으로 빛을 품었기 때문이다. 우리의 삶은 수도원의 복도처럼 빛과 어둠 사이로 걸어가는 일상의 연속이다. 삶은 언제나 풍만한 언어가 지키고 있는 작은 중정의 유혹과 장미 가득한 큰 중정의 교훈 사이에서 비틀거렸다.

728km의 길, 한 달을 쉬지 않고 걷는다고 계산해보면 평균 하루 24km를 걸어야 한다. 하루 10시간을 한 시간 평균 2.5km를 걸어야 한다. 수치상으로만 보면 할 수도 있겠는데? 싶지만 걷는 동안 필요한 개인 물품을 등에 메고 걸어야 하는데 그 배낭의 무게가 족히 20kg은 된다는 것, 날씨와 기온의 변화도 있겠지... 사람들은 왜 이러한 고행을 굳이 찾아가 하는 것일까? 이전에도 수없이 읽어왔지만 이 책만큼 산티아고 순례길이 궁금하게 했던 책은 없었던 것 같다. 에세이 형식의 글로 대부분 접했던 것과 달리 김희곤의 <스페인은 순례길이다>는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으며 순례자들이 만나는 성당과 건축물의 이야기는 오랜 세월 그 길 위에서 길을 걷는 영혼들을 위로하기 위해 있었던 게 아닐까? 세상에서 가장 길고 아름다운 박물관 '산티아고 순례길', 사진과 글 풍부한 역사적 지식과 건축에 대한 이야기를 읽으며 페이지를 넘기다 보면 728km의 길고 긴 길도 짧게 느껴진다. 우리의 삶 또한 길고 긴 길이 아닐까? 가끔은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기도 하고 아름다운 풍경을 만나기도 한다. 갈림길에서 고민을 하기도 하지만 이내 선택한 길을 또 무심히 살아간다. <스페인은 순례길이다>를 읽으며 '인생'을 생각하기도 했던 건 길 위에 먼저 살아간 세대들이 쌓아올린 역사와 길 위의 이야기들을 느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비범한 삶은 언제나 평범한 사람들의 길 위에 있습니다." 파울로 코엘료 의 문장은 한 권의 책으로 만나는 산티아고 순례길이 세계인의 버킷리스트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보여주는 책이기도 했다. 산티아고 순례길, 스페인 건축물, 대성당의 역사 등에 관심 있는 이들에게 좋은 친구가 되어줄 한 권의 글이었다.

333p.

인간이 대성당을 지었지만 대성당이 인간을 성장시켜주었음을 산티아고 순례길의 건축이 사랑의 온기로 증명해주었다.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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