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게 천천히 가도 괜찮아 - 글로벌 거지 부부 X 대만 도보 여행기
박건우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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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한파를 피해 대만 땅 1,113km를 걸어 횡단한 박건우, 미키 부부의 <느리게 천천히 가도 괜찮아>.  2년 전 짧게나마 여행했던 대만에 대한 인상이 기분 좋게 남아있던 나라였던 터라, 그들의 여행이 궁금해졌다.  걸어서 횡단을 하겠다고?  그들도 대만을 걸어서 횡단하려고 정보를 찾았을 때 생각보다 정보가 많지 않았다.  리어카로 대만 남북을 종단한 부부의 여행기와 대만 친구의 조언을 참고해 동쪽에서 서쪽으로 걷기로 했다.   교통수단은 이용하지 않고 10kg 안팎의 배낭을 하나씩 메고 약 두 달간 대만을 동서로 횡단하는데, 대도시인 타이베이와 가오슝은 대중교통으로 횡단하려 했지만 시작부터 그의 아내 미키는 타이베이를 걸어서 통과하자고 제안한다.  (이 부부 뭐지?)


  도보여행을 하며 숙소는 따로 예약하지 않는다.  하루 예산은 2인 기준으로 1일 300위안, 한국 돈으로 만 원이 조금 안되는 금액이지만 타 물가 대비 숙박비가 비싼 편이라 긴 여행 일정을 고려했을 때, 매일 숙소를 잡는다는 건 그들의 예산상 불가능.  텐트와 카우치 서핑으로 숙박을 해결하며 여행을 다니기로 한다.  때론 도로와 차도의 구분이 없는 길이 나타나기도 하고 산길을 걸어야 하기도 해서 그들은 배낭 커버에 [대만 도보 일주]를 테이프로 붙여 좀 더 안전하게 걷고, 길을 알려주는 현지인들에게도 '도보'라는 것을 인식시키기 위해서 붙이고 다녔다고 한다.  후에 여행을 하는 동안 이 스티커를 보고 대만 현지인들은 이들 부부에게 다양한 구호물자를 아낌없이 건넨다.  때론 생면부지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에게 방을 내어주기도 하고, 자신의 집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동네 주민들에게 연락을 해 숙소를 해결해주기도 했다.  때론 하루 머물 곳이 없어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쪽잠을 청하는 날도 있었지만 대만 사람들은 처음 보는 타국의 여행자들에게 따뜻한 손길을 내밀어 준다.


  사실 여행의 스타일이 맞지 않아 읽으면서 크게 공감하진 못했다.  왜 이렇게까지 힘들게 여행을 해야 하는가?  하지만 길 위에서 만난 사람과 사람으로 이어지는 여행을 보면서 이런 여행이라면...이라고 잠시 생각하기도 했다.  얽매임 없이, 자신들이 걷고자 하는 길을  걸어나가며 환경이나 길 위에서 변수가 생길 때면 가끔 다투긴 할지라도 서로를 조금 더  의지하며 걷지 않았을까?  (이렇게 말은 하지만 정말, 이들 부부처럼 여행은 하지 못할 것 같다.)  이들 부부가 앞으로 또 어떠한 길들을 걷게 될지, 어떠한 사람들을 만나며 이야기를 만들어갈지 기대가 된다.



#느리게천천히가도괜찮아 #박건우 #소담출판사

#글로벌거지부부 #대만도보여행기



028~029p.

  대만에 온 이후로 한 번도 포만감을 느끼지 못했는데 아침 식사를 또 편의점에서 때웠다.  대만에는 한국과 달리 아침 식사만 팔고 문 닫는 조찬식당이 많다.  우리는 시세도 모르고 메뉴도 읽을 줄 모르며, 주문하는 방법도 모른다.  그래서 아직은 편의점을 찾게 된다. 오늘 예상 거리는 15km.  아직 하루 20km를 못 채우는 것은 완주에 대한 의구심을 낳게 하지만, 어제 고생을 생각하면 잘 곳을 확보하고 5km를 덜 걷는 편이 훨씬 나았다.



185p.

  길을 나서자마자 우리가 지나는 걸 지켜보던 아저씨가 례우라는 과일을 주었다.  아저씨는 다가오기 전부터 망설이는 게 보였다.  못 본 체하자니 눈에 밟히고, 접근하자니 오지랖이 넓은 것 같아 망설이는 것 같았다.  그 망설임이 어떤 느낌인지 나는 잘 안다.  순수한 선심을 나쁜 속셈으로 받아들이면 상처가 되기 때문에 망설여지는 거다.  그렇다고 못 본 체하면 몇 날 밤이고 눈에 밟히는 경우가 있다.   특히 상대방이 비슷한 여행자일 때는 더욱더 그렇다.  이상하리만큼 감정이입이 되면서 휘발성 모성 본능이 생긴다.  아저씨가 용기를 낸 거로 보아 그 역시 여행자였던가 싶다.


234~235p.

감기 기운이 스멀스멀 올라오는 걸 느끼고서야 힘겹게 일어났다.  일어난 시간은 기가 막히게도 저녁밥 때였다.  잠자리를 제공받은 마당에 오메가3 반찬이 가득한 저녁까지 대접받고 말았다.  우리는 단순히 걷기만 할 뿐이다.  이 나라를 위해 좋은 일 하나 하지 않는다.  그런데 어째서 이렇게까지 온정의 손길을 뻗는 건지 정말 의문스럽다.


339p.

  68일간의 대장정

  내 자신이 대장정이라는 단어를 쓰는 데 전혀 주저하지 않을 정도로 엄청난 여정이었다.... (중략)... 중간에는 서로의 얼굴을 다시는 보지 못하겠구나 싶을 정도로 크게 다투기도 했지만, 모두 증오가 아닌 불쾌지수 때문에 생긴 다툼이었다.  다리는 당연한 거고, 각자 크고 작게 아픈 날도 있었다.  아픔은 자신에게 더 솔직해지는 계기가 됐다.  우리는 상대를 대신해 아파주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오히려 자신이라도 아프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마지막으로 68일간의 밀착은 하늘에서 정해준 짝을 관찰하기에 최적의 시간이었다.  단언컨대 이 기간을 다투면서도 버텨줄 사람은 부모 형제도, 절친도 아닌 배우자였다.  우리는 서로 과소평가했던 인내력이 결코 부족하지 않았음을 증명했다.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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