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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 때 시 - 아픈 세상을 걷는 당신을 위해
로저 하우스덴 지음, 문형진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9년 5월
평점 :
절판

시를 한 번도 읽지 않은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읽어본 사람은 없을 것이다. 감수성 예민한 사춘기 시절 제일 많이 찾아 읽었던 건 시,였다. 형제가 많은 집안의 첫째, 게다 아버지 집안 본가 쪽 많은 형제들 중에서도 첫째여서 부담감이 꽤 컸던 걸로 기억한다. 사춘기 반항? 마음은 불쑥 불쑥 들었지만 흔들리지 않고 그 시기를 무사히 보낼 수 있었던 건 ‘시’였다. 도서관, 친구의 책장을 뒤적이며 시집이 보이면 무조건 읽고 봤던 시기였는데 지금 생각해도 그 시들을 다 이해했는지는 모르겠다. 지금도 기억나는 건, 그 시들을 반복해서 읽을 때마다, 조그맣게 소리 내어 문장을 읽어내려갈 때마다 나도 조금은 차분해질 수 있었다.
어려운 시기에 ‘시’가 필요한 이유
로저 하우스덴의 ‘10편의 시’ 2004년 가슴속에 평생 남을 10편의 시 <Ten Poems To Last A Lifetime>은 이후에도 시리즈로 이어져 2007년, 2012년, 2018년에 걸쳐 출간되었고 <힘들 때 시>의 원서 <Ten Poems for Difficult Times>가 시리즈의 마지막을 장식하고 있다고 한다. 10편의 시를 주제에 따라 고르고 읽는 이가 충분히 공감할 수 있도록 예시와 배경 설명을 길지 않은 열 페이지 내외의 분량으로 구성했다. 판형 자체가 얇고 작은 편이라 출퇴근길, 또는 이른 아침이나 잠들기 전 읽기 최적화되어있다. 꽤 오래전 의미도 모르고 읽었던 시가 로저 하우스덴의 해설로 한층 더 깊고 다정하게 다가오기도 한다.
시에는 세상을 변화시키는 힘이 있다?
세상엔 말로 표현되지 않은 현상들이 많지 않은가? 시도 그중 하나라 믿고 싶다.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개인적인 경험상 큰 영향을 줄 수 있긴 하다. 그저 소리 내어 읽는 것만으로도 괜찮아지고 있으며 괜찮아질 것만 같다. 우리는 위기 속에 살아가고 있으며 늘 그랬지만, ‘시’가 있는 한 두려움과 고정관념 등으로부터 맞설 수 있는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꽤 오랜 시간 조금씩 곱씹고 아껴가며 읽었던 <힘들 때 시>는 좋은 시를 엄선해 맛깔스럽게 조리해 읽는 이로 하여금 시를 읽는 즐거움이 배가 될 수 있도록 해준 글이었다.
p7~8.
지금 우리는 위기 속에 살고 있다. 아니, 우리가 사는 세상은 언제나 그래왔다. 그뿐 아니라, 우리 개인에게도 근심과 걱정은 아주 흔한 일상이 되었다. ... (중략)... 시에는 변화를 이끌어내는 힘이 있다. 그 힘이 충분히 발휘될 수 있다면, 우리 내면의 깊은 부분까지 들어와 그것이 격려하고자 하는 이상적인 삶을 이룰 수 있게 우리를 돕는다. 고정관념과 아집, 혹은 두려움으로부터 오는 안일함을 깨고 감히 그것에 맞설 수 있도록 우리에게 용기를 북돋는다.
10p.
시는 우리로 하여금 주변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게 함으로써 세상을 망각으로부터 지켜낸다. 우리의 관심은 우리 주변 세계의 것들을 존중하고 그들에게 적절한 이름과 가치를 부여한다. 특히,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것들이 의미 있는 존재가 되도록 만든다.
14p.
시는 우리 모두가 아는 단어를 사용하면서도 우리가 평소에 사용하는 어법에서 벗어난 예상치 못한 배열과 순서를 사용한다. 상상력과 지식, 영감과 노력을 독창적인 방식으로 배합하여 우리가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한 세상에서 삶을 재조명하고, 새로운 생명의 호흡을 불어넣으며, 새로운 것을 바라보고 음미하게 한다. 시는 우리로 하여금 삶을 가감 없이 맛보게 한다.
24p.
시는 종종 한 사람의 인생에 새싹처럼 깜짝 피어나기도 한다. 평생에 한 번도 시를 읽거나 쓰지 않았던 사람에게도 그런 일은 얼마든지 생길 수 있다.
56p.
시는 한하고 작은 경험들을 떼어내어, 느낌과 감성을 겹겹이 덧입혀, 서정적이면서 때로는 깊은 철학으로 마무리 짓는다.
96p.
사람들이 시로 인해 소심해지거나 혹은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말할 때에는, 그 구절 속에 있는 즐거움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저 페이지 위에 적힌 글씨를 보듯 시를 읽으면 우리가 받을 수 있는 즐거움도 그만큼 적어진다. 시의 소리와 리듬은 인간의 목소리를 통해 우리 흉골까지 전달된다. 자신의 목소리나 타인의 목소리를 통해서 시가 생명력을 얻을 때까지, 페이지를 채운 단어들은 양쪽의 차원에서 읽힐 모험을 감수해야만 한다. 이것이 시와 산문의 차이점이다.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