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중록 4 아르테 오리지널 4
처처칭한 지음, 서미영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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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 스케일 인정! 지난 4월 시작된 잠중록 앓이. 드디어 대장정의 막을 내리는 마지막권이 출간되었다. 열일곱 소녀 황제하는 자신의 가족을 독살한 사건의 살해범으로 수배당하게 되고 몰래 장안에 숨어드는데 성공하지만 몸을 숨기려 올라탄 마차가 기왕 이서백의 마차였다. 황제하를 알아본 이서백은 신고하지 않을 테니 조용히 사라지라고 하지만, 황제하는 이서백만이 자신의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 꼭 필요한 사람이란 걸 직감하게 된다. 그렇게 그의 왕부에 숨어들어 새로운 신분의 환관 양숭고로 지내며 사건들을 하나둘 풀어가기 시작하는데....

내치려 했던 황제하가 사건 해결을 꽤 잘 해나가면서 이서백과 주변 인물들에게 조금씩 관심의 대상이 되어가고 그럴수록 이서백이 질투하는 듯한 모습이 조금씩 보이는 게 또 묘미!!

황재하의 첫사랑 우선, 재하가 사랑하게 된 이서백, 재하의 약혼자 왕온 이 네 사람의 관계만으로도 흥미진진했다. 사랑하는 이를 지키기 위해 조금은 무모한 선택도 할 줄 아는 사람들, 노력했으나 인연이 아니기에 포기도 할 줄 아는 사람의 뒷모습까지, 시리즈 내내 맹활약을 한 주자진의 캐릭터를 어느 배우가 맡을지도 드라마의 흐름을 이끌어가데 큰 역할을 하지 않을까 생각해보기도 했다. 앞서 일어났던 사건들이 하나씩 맞춰들어가며 마침내 진실에 마주하게 된 서백과 재하. 이 과정에서 두드러진 왕종실과 왕온의 활약이 이야기를 더욱 긴장감 있게 이끌어간다.

잠중록의 묘미는 재하를 중심으로 이서백, 왕온, 우선의 로맨스 라인과 사건을 수사하는 스릴러로 분류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범인을 지목하는데 감이 좋다고 생각해왔는데 이런!!! 읽으면서 이 사람이? 얘가? 짐작하며 읽었지만 마지막장까지 그 무엇을 상상하든 이상을 보여줬던 이야기. 인물 한 사람 한 사람을 세세하게 묘사하는데도 지루함이 없이 글의 흐름이 매끄러워서 읽는 재미를 주었던 잠중록. #삼생삼세십리도화#조우정 주연으로 드라마화가 제작 예정이라 하니 더욱 생생하게 읽을 수 있었어요

서백씨, 재하야, 자진공자, 왕온 덕분에 올여름 즐겁고 행복했어요.

아직 읽지 않으셨다고요?

미스터리 사극 로맨스 잠중록 세트로 들이셔야 합니다. 진짜 강추!!

78p.

내가 가진 기억이라는 것은 참일까, 거짓일까. 지금까지의 인생이 누군가에 의해 곡해되거나 왜곡된 것은 아닐까. 의심할 여지도 없어 굳게 믿었던 것이 사실은 누군가가 보태 넣은 기억이거나, 마음 깊이 새겼던 것이 누군가에 의해 철저하게 지워진 것은 아닐까.

137p.

“전하께서는 비바람이 저를 해치지 못하도록 온 힘을 다해 저를 지키시고 싶겠지만, 저는 전하께서 홀로 그 모든 시련을 감당하시도록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순 없습니다. 저는 전하의 인생에서 화려한 비단 위에 더해지는 한 송이 꽃이 되고 싶은 것이 아니라, 전하와 손을 잡고 나란히 설 수 있는 한 그루 오동나무가 되고 싶습니다. 비바람이 몰아치면 서로 비바람을 막아줄 수 있는 존재 말입니다.”

이서백이 천천히 고개를 내저으며 말했다. “물고기가 마른 바닥에서 서로 거품으로 적셔주며 목숨을 잇느니, 차라리 강과 호수에서 서로를 잊고 사는 것이 낫다고 하지 않느냐.”

159p.

왕종실은 유리병 속 물고기를 응시하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다음 생애에는 나도 저들처럼 아는 것도 없고, 느끼는 것도 없으며, 기억하는 바도 없이 그저 얕은 물속에서 평생을 살아갈 수 있다면 좋겠네.”

316p.

“제가 원하는 건, 진심으로 사모하는 사람과 밝은 햇살을 느끼며, 둘이 손을 잡고서 가고 싶은 곳은 어디든 함께 가는 삶이에요. 그런 인생을 살 수 없다면... 이 일로 죽는다 해도 무엇이 아깝겠어요?”

422p.

황재하는 속으로 간단한 길을 선택하자고 생각했다. 황재하가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이 너무 많이 연루되었다. 황재하도 이젠 지쳤다. 인생을 어떻게 걸어가든, 결국 그 걸음엔 끝이 있기 마련이다.

누구와 함께하는 것이 뭐 그리 중요하겠는가? 이서백에게 다른 인생이 주어질 수 있다면, 그리고 소중한 이들이 더 이상 자신 때문에 비참한 결말에 이르지 않을 수 있다면, 다른 것들은 무엇이 대수겠는가?

520p.

“그날 이후, 난 마음속으로 거듭 생각했다. 만약 너의 손을 잡을 수 있는 날이 온다면, 내 마음이 원하는 대로 네 손을 잡을 수 있는 날이 온다면, 내 마음이 원하는 대로 네 손을 꼭 잡고 절대 놓지 않을 거라고. 만약 너를 품에 안을 수 있는 날이 온다면, 내 마음이 원하는 대로 너를 품에 꼭 안고 절대 놓아주지 않을 거라고. 그리고 만약 다시 한 번 네게 입을 맞출 수 있는 날이 온다면, 그것이 네 손이든, 네 이마든, 아니면 네 두 입술이든...”

527p.

“네. 이 사건은 이미 종결되었습니다.”

528p.

이서백은 황재하를 응시하며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껏 살면서 많은 사람과 거래를 해왔지만, 너와의 이 거래가 가장 남는 장사였다.”

“지금의 상황에서는 아직 제가 전하께 정말 도움이 될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지 않습니까. 그런데 어찌 벌써 남는장사라고 단정하십니까?”

“설령 네가 나를 돕지 못한다 할지라도, 내 인생에서 너와 만날 수 있던 것만으로 그 거래는 이미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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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게 여름을 보낸다 - 윤진서 에세이
윤진서 지음 / 달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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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은하게 매력을 발하던 배우 윤진서. 그녀가 세상의 바다를 떠돌며 만난 사람과 파도의 이야기 그리고 사방이 바다인 제주도 한 켠에 집을 짓고 살아가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서핑이라니! 서퍼라니! 그녀를 떠올리면 매치가 되지 않을 것 같았는데, 글을 읽으며 흘러가다 보니 어느새 바다에서 파도를 기다리는 서퍼가 된 기분이 들기도 했다. 그대로의 자연에 몸을 맡겨야 하는 서핑, 취미라기엔 ‘정말 반했구나!’ 싶을 정도로 전문적인 서퍼가 된듯한 윤진서의 글은 그녀가 보고 느낀 바다와 서핑이라는 스포츠를 궁금하게 한다.

오롯이 바다와 내가 하나가 되어야 무사히 즐길 수 있는 스포츠가 서핑이 아닐까? 우리나라에도 서핑을 즐기는 사람들이 꽤 있다는 걸 알게 된 건 최근이었다. 언젠가 방송에서 한 연예인이 제주도의 잔잔한 바다에 서핑보드를 띄우고 올라누워있는 모습은 너무도 잔잔해서 그 느낌은 어떨까? 체험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단아하고 잔잔한 이미지의 윤진서와 또 다른 느낌의 글이었지만, 꽤 매력적이었다. 끊임없이 자신에게 질문하고 하고 싶은 바를 실천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이 인상적이기도 했다. <너에게 여름을 보낸다> 한 여름에 읽어야 그 매력을 제대로 느낄 수 있지 않을까? 문득 바다가 가고 싶어지는 글이다.

034p.

내 인생에서 필요한 것은 무엇이고 불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우선은 마트에서 장을 볼 때부터, 당장 필요하지 않은 것들을 카트에서 골래내고 빼보자.

066p.

도시는 어쩌면 신종 전염병을 가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네가 가지고 있으면 나도 가지고 있어야 하는 것. 네가 잘나면 나도 그만큼 잘나야 하는 것. 네 아이가 잘하는데 내 아이가 그만큼 못하면 큰일 나는 것. 성공해야 하는 것. 혹은 그렇게 보이는 것. 이대로, 나대로 살면 게으른 것. 뒤처지는 것.

083p.

‘나는 정말 내 삶에 만족하는 걸까?’라는 문장이 섬광처럼 번쩍였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채로 도돌이표처럼 매일을 그 속에서 소비했다. 일도 여행도 무엇도 마음 편히 즐기지 못했다. 무엇 하나 새로울 것 없이 이렇게 나머지 일생을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니 남은 시간이 소중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즈음 우연인지 필연인지는 모르겠으나 마치 인연처럼 서핑을 만난 것이다.

223p.

나는 언제쯤 내가 원하는 것을 정확하게 꿰뚫어보는 혜안을 가지게 될까. 언제쯤 나 자신의 공부를 끝내고 새로운 공부를 시작해 전념할 수 있을까.

물음표가 많은 인생이다. 여전히.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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썸씽 인 더 워터 아르테 오리지널 23
캐서린 스테드먼 지음, 전행선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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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너무도 매력적인 제목과 책표지의 <썸 씽 인 더 워터>는 영화 <어바웃 타임>의 배우 ‘캐서린 스테드먼’의 데뷔작이기도 하다. 리즈 위더스푼 영화화도 확정된 영화라고?!

완벽한 커플의 완벽한 허니문. 하지만 결혼식 전 마크의 실직으로 그들은 그동안 누려왔던 많은 것을 수정해야 할지도 몰랐다. 신혼여행지인 보라보라 섬의 깊은 물에서 발견한 돈과 다이아몬드 뭉치는 그들을 순식간에 백만장자로 만들어주고 그들은 완벽한 범죄를 꿈꾸는 이들은 서로를 얼마나 믿을 수 있을까?

그들이 보라보라 섬에서 건져올린 의문의 가방, 바다에 밑에 있던 추락한 비행기와 그 안에 있던 사람들... 200만 달러에 달하는 다이아몬드와 의문의 USB, 핸드폰을 두고 에린과 마크는 의견차를 보이게 되고, 그 와중에도 에린의 마크를 찬양하는, 사랑한다고 이야기하는 독백들은 오히려 글을 읽는데 방해가 되는 기분이 들었다. 이 작가님 외모지상주의 자임? 로맨스 소설에서 나 볼 수 있는 남자들의 외모 찬양이 오히려 글을 읽는데 방해가 되는 느낌이었다.

에린의 시점으로 진행되는 글은 대화체가 아닌 문장들의 호흡이 너무 짧아 100페이지까지 책장이 넘어가지 않아 힘겹게 느껴지는 글이었다. 심각하게 번역의 문제일까? 원작의 문제일까를 고민하기도 했는데 사건이 진행되며 대화체의 문장이 많아지면서는 읽기가 좀 수월해지기도 했다. 그의 끝을 봤음에도 잊지 못하고 죽을 때까지 사랑할 거라니... 에린은 마크를 정말 사랑했을까? 집착은 아니었을까? 한편 그녀에게 은근 도움을 주었던 에디 비숍이라는 인물의 활약이 혹시 이 글의 다음 편도? 하고 생각하게 했던 글이었다. 원작은 솔직히 개인적인 취향은 아니었지만 영상으로 만들어지면 어떨까? 궁금해지는 소설이다.

18p.

나는 나쁜 사람이 아니다. 아니 어쩌면 나쁜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그건 아마도 당신이 결정해야 하지 않을까?

50p.

그의 시선이 마침내 내 시선과 만나 나를 빨아들였다. 내 위에서 춤을 추는 그의 시선을 난 알아봤다. 내가 앞으로 남은 생애 내내 그리워하게 될 그런 눈빛이었다. 그의 시선이 내 얼굴을 탐색하듯이 바라보며 ‘나’를 찾아 내 눈에서 입으로 쏜살같이 돌진해 다녔다.

158p.

마크의 뺨이 햇볕에 살짝 그을어 건강하고 활기차 보인다. 나는 지금까지 그가 이렇게 행복해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사랑스러운 마크. 나는 잠시도 그의 몸에서 손을 뗄 수가 없다. 그의 갈색 피부에서. 보트를 타고 호텔로 돌아오는 동안, 나는 그의 따뜻한 허벅지에 내 허벅지를 기대놓는다. 내 것이라고 선언이라도 하듯이.

164p.

아, 나는 그를 정말 사랑한다.

297p.

그가 웃는다. 진짜 승자의 미소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의 외모는 평균 이상인 듯하다.

312p.

세상에, 어쩜 이렇게 잘생긴 거야.

324p.

만약 마크가 그만 좀 하라고 말한다면 그렇게 할 것이다. 막무가내로 밀어붙이기에는 난 그를 너무 사랑한다.

352p.

나는 그를 정말 사랑한다. 지금 상황이 너무 위험하다는 그의 말은 옳지만, 그렇다고 그냥 포기해버리고 싶지는 않다.

489p.

하지만 다 끝났다. 그는 떠났다. 그리고 나는 혼자다. 난 다시 새로운 관계를 시도하지 않을 것 같다. 할 수 있을 것 같지도 않다. 대신 죽을 때까지 마크를 사랑할 것이다. 우리 관계가 진짜였든 아니든 간에, 나는 그를 사랑했다.

젠장, 그가 보고 싶다.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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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유주얼 an usual Magazine Vol.3 : 준비중ing니다
서귤 외 지음 / 언유주얼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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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요즘 이야기를 끌어안은 매거진 #언유주얼

새로운 달이 시작되었다.

장마인가? 싶은 짧은 비가 지나고 폭염이 시작되었던 오늘, 종일 가동되는 에어컨을 끄지도 못하고 추워다 더웠다를 반복하며 이 무더위가 얼마나 남은 걸까?를 생각해보게 된다. ‘준비’로 점철된 우리의 일상. 결과만 중시하다 보니 준비나, 중간 과정은 중요하지 않게 생각되기도 하지만 그 시간들 또한 우리의 온전한 삶이 아닐까? 이번 호도 알차고 충실하다. 아껴읽고, 함께 읽고 싶은 우리들의 요즘 이야기 an usual.

23p.

이력서에 한 줄을 추가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쉽지 않은 일이다. 그리고 그 한 줄을 둘러싼 세부적이고 내밀한 개인의 서사는 누구와도 공유할 수 없다. 누구도 볼 수 없고, 읽을 수도 없는 나만의 이력서에 한 줄, 또 한 줄을 추가하는 것은 서투르고 미숙한 나를 마주하는 일이자 실패와 좌절을 비밀스럽게 기록하는 일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 그 기록은 포기하거나 무너지지 않고 계속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스스로를 확인하는 일이며, 이따금씩 나 자신을 덮쳐 오는 불안과 걱정으로부터 스스로를 단련시키는 일이다. /#김혜진

25p.

준비가 무의미해졌을 때, 그동안 들인 노력과 시간이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하게 되었을 때, 인생의 어느 한 부분이 갑자기 의미를 잃고 공허한 구멍으로만 남게 되었을 때, 우리는 허송세월을 보냈다고 말한다. 그 시간을 아까워하며 뭐라도 했으면 좋았을 것이라 아쉬워하고, 어떤 부모들은 자식의 등짝을 때리면서 그 시간을 타박할 것이다. 하지만 그 시간은, 정말로 아무것도 아니었던 시간인가? / #김겨울

58p.

수많은 것들 중 우리를 만족시키는 것은 언제나 단 하나의 무엇이다.

81p.

쉽게 얻을 수 있는 여행 정보보다 중요한 것은 낯선 공간에 한 발 더 내디딜 용기, 그리고 예상치 못한 변수에도, 어긋난 계획에도, 작은 언쟁에도 여유 있게 대처할 수 있는 여행자의 마음이다. 바쁘고 힘든 일상인이 아닌, 한 뼘쯤은 넓고 여유로운 바로 그 마음.

소중한 여행을 ‘망치고’ 싶지 않다면 기억하자. 우리는 낯선 공간으로 모험을 떠나온 ‘여행자’다. /#소중희

119p.

산다는 건 어쩔 수 없이 선택의 연속이다.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결국 모든 선택에는 ‘만약’이 남는다. 오늘 점심 메뉴부터 시작해서 인생의 큰 결정까지. ‘만약’이 배제된 순간은 없다. 하지만 ‘만약’은 어디까지나 ‘만약’이다. 가보지 않았기에 알지 못하고, 선택하지 않았기에 미련만 가득한 단어다. 그 모든 ‘만약’에 대한 답은 하나뿐이다. ‘나는 다른 길을 선택했다’라는 답. /#김민철

지금, 우리에게 가장 중요하고 흥미로운 한 가지 집중하고,

그 한 가지에서 가지를 뻗어 인터뷰, 소설, 에세이, 시, 리뷰를 모아 만든 매거진.

평범해서 특별한 [an usual]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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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펙트 마더
에이미 몰로이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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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으면 읽을수록 제목 자체가 스릴러로 여겨졌다. <퍼펙트 마더> 라니 완벽한 엄마라니... 마이더스가 사라지고 아이 엄마들인 프렌시, 넬, 콜레트가 엄마가 되기 이전의 삶에 대한 이야기는 한 생명을 잉태하고 키우는 데 드는 노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그런 그녀들이 경제적인 생활도 고려해 맞벌이까지 해야 하는 고단함과 비참함까지를 이야기하고 있다. 임신을 하고 출산을 해서 아이를 키운다는 것. 여동생들이 아이들을 키우고 있지만 가끔 이런저런 훈수를 두기도 했다. 동생들이 조카들을 키우며 ‘엄마가 미안해’라는 말을 얼마나 많이 하던지 나중엔 “그게 왜니가 미안할 일이야? 다른 집 애들도 다 그러면서 커”라고 말하며 옆에서 듣는 사람은 듣기 좋지 않다고, 아이에게도 좋지 않을 것 같다고 이야기했었다. 가끔 나도 동생들처럼 아이를 낳아 키웠더라면 지금과는 달랐을까?라는 생각도 해보지만, 솔직히 아이를 임신하고 낳아 키운다는 생각만으로도 겁이 앞선다. 예전엔 당연한 수순처럼 어른이 되면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키우고 그 아이들이 결혼을 해서 또 아이를 낳고.... 하는 게 자연스럽다고 생각했는데 여자들의 ‘임신’이 축하만 받을 일이던가?

“아기를 낳았다고? 축하해! 이제 모든 게 네 잘못이 될 거야.”

내가 그 모임에 가입하지 않았더라면, 그들이 다른 날짜를 택했더라면, 하다못해 다른 술집에 갔더라면,

아니면 그날 밤 알마가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아기를 봐달라고 부탁했더라면, 휴대폰에 그런 일이 생기지 않았더라면.

아니, 그날 넬이 그런 말을 하지 않았더라면, 하늘로 고개를 젖히고 얼굴에 찬란히 쏟아지는 햇살을 받으면서,

마치 예언과도 같은 그 말을 하지 않았더라면.

이렇게 더운 날은 안 좋은 일이 일어나기 마련이죠.

임신을 하고 출산을 하면서, 관련 정보를 찾아 가입하게 된 온라인 카페 ‘맘동네’. 그 안에서 비슷한 시기에 임신과 출산을 하며 자연스럽게 결성된 ‘5월 맘’멤버들은 아이들을 키우며 정보를 교환하며 가까워진다. 기분전환을 위해 잠시 밤 외출을 하기로 한 엄마들. 그런데, 앱으로 마이더스를 지켜보지 않은 사이 위니의 아기 ‘마이더스’가 감쪽같이 사라졌다. 이날 함께 했던 엄마들은 간절하게 마이더스가 돌아오길 기다리지만 시간만 지나고.... 그들이 알고 있던 위니가 20년 전 TV 드라마 하이틴 스타이며 부자였다는 사실도 언론을 통해 알게 되고 그날 함께 있던 엄마들은 어린아이를 돌보지 않고 외출했다는 이유로 ‘자격 없는 엄마들’이란 악몽이 시작된다. 그녀들이 아이를 키우며 최선을 다하지만, 그들의 배우자도 분명 그만큼의 노력을 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어린 아기는 엄마에게 전적으로 더 의지하게 되는데 아이를 키우면서 더 많은 이야기가 필요한 게 이런 부분 때문이 아닐까? 이야기하지 않으면 모른다, 잘 해나가고 있는 것 같은데 배우자는 이미 에너지 고갈로 쓰러지기 일보 직전일지도... 어쩌면 아이가 사라졌다는 자체만으로도 이미 스릴러의 시작이다. 아니, 극한의 공포감 속에 아이가 돌아올 때까지 살아있어도 살아있는 게 아닌 일상을 살아갈 것이다.

아이를 낳지 않는 사회라고 탓만 할 일이 아니다. 아이를 키우기 위한 준비가, 사회가 되어야 하는 게 아닐까?

새삼 임산부들을 위해 더 많은 배려와 존중이 필요하고, 아이를 낳은 산모들이 원할 경우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복지도 나아져야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퍼펙트 마더>를 읽으며 먼 나라, 다른 문화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인데 아이를 키우는 데 있어선 다를 게 없구나라는 생각도 해보게 되었던 글이다.

19p.

5월 맘. 내가 속한 엄마 모임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맘이라는 용어를 좋아했던 적이 한 번도 없다. 그건 너무 정치적이고 안 좋은 단어다. 우리는 맘이 아니었다. 우리는 엄마였다. 그저 사람일 뿐인데, 어쩌다 보니 같은 시기에 배란하고 같은 달에 아이를 낳게 된 여자들이었다. 이렇듯 낯선 사이였지만, 아기를 위해, 우리의 정신 건강을 위해 친구가 되기로 선택한 것이다.

52p.

“캐나다에서는 출산휴가 간 여자의 자리를 1년 동안 지켜줘요. 이 세상에 유급 휴가를 의무로 두지 않는 나라가 미국이랑 파푸아뉴기니밖에 없다는 거 알아요? 가족의 가치를 그토록 중시하는 미국이 말이죠.”

“아기란 게 사실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배아에 불과했다는 걸 깨우쳐주면, 사람들이 출산휴가를 좀 더 많이 지원해줄까요?”

118p.

“왜 사람들은 임신한 여자가 어떤 축복을 받는지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려 드는 걸까요? 왜 우리가 입는 손해에 대해서는 아무도 말하지 않는 거죠?”

185p.

찰리에게 사실대로 털어놓으면 모든 게 훨씬 쉬울 텐데. 일을 그만두고 싶었다. 포피만 오롯이 신경 쓰며 살고 싶었다. 지금 마음 같아서는 다 필요 없고 오로지 엄마로 살고 싶었다. 그래서 어떻게든 꼭 포피가 괜찮아질 수 있게 해주고 싶었다. 그 애를 사랑해주고 건강하게 지켜주고 싶었다.

하지만 콜레트는 그 생각을 떨쳐버렸다. 그런 말을 찰리에게 할 수는 없다.

그녀는 그렇게 될 수 없다.

콜레트 예이츠는 로즈메리 카펜터의 딸이다. 모성이라는 곤경에 대해서, 가정 내의 부부관계에서 일어나는 내재적인 성차별에 대해서, 여성이 남자에게 의존하지 말아야 할 필요성에 대해서 글을 써서 유명 인사가 된 바로 그 로즈메리 카펜터의 딸이란 말이다. 그런데 그 딸이 집에서 애를 보는 엄마의 길을 선택한단 말인가?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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