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2호에서는 303호 여자가 보인다
피터 스완슨 지음, 노진선 옮김 / 푸른숲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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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은 스릴러 소설을 제법 읽는 중이다.  개인적으론 즐기지 않는 장르라 부러 찾아읽는 장르가 아니기도 하지만 여름이면 몇 권은 읽어줘야 할 것 같은 그런 기분?  잘 짜인 스릴러 소설을 읽다 보면 더위는 어느새 잊고 글에 빠져들어 숨을 죽이고 읽으며 범인 추리에 빠져들게 된다.  스릴러 작가마다 스토리를 이끄는 방식이 있는데 피터 스완슨은 국내 데뷔 때부터 출간작들을 챙겨보게 되는 작가라 이번 신간인 <312호에서는 303호 여자가 보인다>의 출간 소식에 반가웠다.



"앨런은 집에 혼자 있는 오드리를 속속들이 알고 있었다.

잘 때 어떤 옷을 입는지,

양치를 얼마나 오래 하는지."


앨런은 자신이 잘 알지도 못하는 여자를 미행하느라 긴장하면서도 흥분된 상태임을 깨달았다.  대체 왜 이러는 걸까?  어쩌면 그가 오드리에게 집착한 이유는 오드리 때문이라기보다 그녀를 멀리서 훔쳐볼 수 있다는 사실 때문인지 모른다. /p128


 육촌 코빈과 6개월간 집을 바꿔 살기로 한 케이트.  5년 전 데이트 폭력으로 인한 시간들을 조금이나마 멀리하고 새로운 곳에서 공부하며 기분을 바꿔보기 위해 케이트는 보스턴으로 코빈은 런던으로 향한다.   보스턴의 부촌 비컨힐에 있는 ㄷ 자 모양의 이탈리아식 공동주택에 도착한 날, 코빈의 옆집엔 자신의 친구와 연락이 되지 않는다며 왠 여자가 찾아왔는데 그 모습을 본 케이트는 불길한 예감이 든다.  실종된 것일까? 혹시 죽었을까?  그런데 정말 303호에 살던 오드리 마셜이 살해되었다고 한다.  오드리 마셜은 코빈과 아는 사이였을까? 왜? 코빈이 떠나고 오드리 마셜이 살해되었을까?  오드리를 지켜보던 앨런, 오드리의 대학때 연인이라며 나타난 잭 루도비코, 아니면 이웃이었던 코빈? 아니면 제 3의 인물이 있는것일까?  ㄷ자 모양의 주택의 불편함은 창을 마음껏 열고 있지 못하는 정도일까?  밖에서 누군가 지켜보고 있을지 모른다는 꺼림직함.  '아파트먼트 스릴러'의 시작은 한 여자의 죽음으로 시작하고 연관이 없을 거라 생각했던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는 페이지를 놓지 못하게 만든다.



"있잖아, 코브, 내가 생각하기에 우리에게는 공통점이 있어." 

"그래?"

"클레어 브레넌." 헨리는 미소를 지웠고, 치아 위로 입술이 얇게 퍼졌다.

"그래, 나도 클레어를 알아." 코빈은 방금 테니스공을 삼킨 기분이었다.  /p172

오드리는 창밖을 내다봤다.  "우리 집 맞은편에 사는 남자네.  여기서도 그 집이 보여.  그러니까 아마 그 사람도 우리집을 보다가 당신을 봤겠지.  그뿐이야."

코빈은 거실 창밖으로 안뜰 건너편 건물의 불 꺼진 창문을 바라보며 물었다.  "정말 그럴까?" /p222


15년 전, 교환 학생으로 런던에서 만났던 클레어 브레넌으로 인해 그의 삶은 송두리째 바뀐다.  클레어 브레넌이라는 공통점을 갖게 된 코빈과 헨리는 클레어를 혼내주자고 모의하게 되는데, 코빈의 생각과 달리 폭주한 헨리 때문에 클레어를 죽이게 되고 만다.  이 즈음부터 헨리의 캐릭터가 부담스러워지기 시작했다.  단지 양다리를 걸쳤다는 여자를 단죄하기 위해 그랬다고 하기엔 그 정도가 지나치다고 생각됐으니까...  클레어 사건으로부터 좀 더 주도면밀하고 잔인해지기 시작하는 헨리를 보며, 이제 그만하고 싶다고 헨리에게 선언한 코빈에게 배신감을 느낀 헨리는 코빈을 그대로 놓아주었을까?  이들의 과거가 조금씩 드러나고 과거로부터 멀어지고 싶었던 코빈은 과거의 망령들로부터, 그리고 헨리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는 걸 알고 헨리를 찾기 위해 은밀히 보스턴으로 돌아온다. 



거실에서는 빌 밸런타인이 바 테이블 앞에 서서 아까 그들을 맞이할 때 들고 있었던 긴 스푼으로 유리 피처 안에 든 마티니를 휘젓고 있었다.  그의 다리 사이를 요리조리 빠져나가던 고양이 샌더스가 걸음을 멈추고 새로 온 손님들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어머, 샌더스." 케이트가 말했다.

"샌더스가 들어왔어요?" 캐럴은 그렇게 말하고는 샌더스를 발견했다.  "이 녀석이 당신 집에도 들어가려고 했죠?  내키지 않으면 문을 열어주지 않아도 돼요.  샌더스는 이 건물 전체가 자기 집이고, 입주민이 전부 집사인 줄 안다니까요."  /p248~249

 

5년 전의 사건의 트라우마로 약간의 공황장애와 예전 남자친구인 조지 대니얼스의 망령과 함께 살아가는 케이트에게 다가오는 새로운 남자 앨런 처니. 그리고 옆집에서 일어난 살인사건과 자신과 집을 바꾼 코빈이 범인일지도 모른다는 단서들이 케이트를 점점 죄어오는 것만 같다.  관음증,  복수, 데이트 폭력, 혐오 범죄, 살인 사건...  서서히 조여오는 공포와 불안은 책장을 덮을 때까지 이 책을 손에서 놓을수 없게 한다.  책표지의 고양이가 궁금했는데, 아파트 전체를 자기 집 삼아 돌아다니는 샌더스의 활약도 깜짝 포인트.  <312호에서는 303호 여자가 보인다>  서평을 작성중인 지금, 하늘에 구멍이 난 듯 비가 쏟아지고 천둥번개가 치고 있다.  오늘 같은 날 읽기 딱! 이다.




모든 두려움은 욕망이다.

모든 욕망은 두려움이다.

나무 아래서 담배가 타고 있다.

나무 아래서 스태퍼드셔 살인마들은 공범이자 피해자를 기다린다.

모든 피해자는 공범이다.

 

_제임스 펜턴, '스태퍼드셔 살인마'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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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놀고 싶은 날 다른그림찾기 - 다른그림을 찾아 떠나는 세계 여행 40코스
김용오 지음 / 조선앤북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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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놀고 싶은 날,

휴식이 절실한 날엔 다른그림찾기 퍼즐을 풀면서

지구별을 여행하세요.  다른그림을 찾으며 홍콩의 도심도

슬렁슬렁 거닐고, 버킷 리스트에 올려두었던 카파도키아의 벌룬 투어도

마음껏 즐기고, 히피 버스에 폴짝 뛰어올라 신나게 악기도

연주해보는 거지요.  김용오 작가가 세계 일주 중에 그려 보낸

생생하고 강렬한 일러스트가 스트레스로 무뎌진 두뇌를 자극해

잠들어 있던 모험심과 상상력을 일깨워줄 거랍니다. /시작글



혼놀족을 위한 컬러링북, 안티스트레스북, 스티커컬러링북, 수채화 컬러링북, 캘리그라피, 스케치 등 다양한 취미분야의 책들이 출간되고 있다.  1인가구가 많아지고 여럿이 어울리는 시간보다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고 싶어하는 이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는걸까?  집 책장을 찾아보니 색칠하다 꽂아둔 책도, 캘리그리피나 스케치를 해보겠다고 시도했다가 고이 모셔둔 책도 보였다.  사실 집 책장을 뒤져보면 한 두권씩 있지 않은가?  ㅎㅎㅎ~

 

 

 

 

혼자 온전히 집중할 수 있어야 하면서도 재미있어야 한다.  상상력까지 더해지면 더 좋겠지?  김용오 작가의 <혼자 놀고 싶은 날 다른그림 찾기>는 페이지를 넘기다 시작하고 싶은 페이지 아무곳이나 시작해도 좋다.   워밍업으로 EASY페이지 부터 시작했는데, '어! 이거 쉬운데?' 하고 가볍게 넘어갔다고 생각했지만, 오호라.... 꼭 한 개씩은 찾지 못했다.  (걱정마시길, 뒷장에 답지가 수록되어있음)  틀린그림을 찾아 스티커를 하나씩 붙여나가다보면 성취감도 높아지고 두뇌회전도 잘 되는 느낌?

 

 

 


 

뒷장으로 넘어갈수록 다양한 도시를 만날 수 있고 난이도도 점점 높아진다.  시간을 체크하면서 숨은그림을 찾으니 집중도는 더 높아지고 시간가는줄 모르고 빠져들게 된다.  김용오 작가의 강렬한 일러스트가 처음엔 화려하다고 생각됐는데 집중해서 숨은그림을 찾다보니 상상력을 자극하면서도 빠져들게 되는 매력이 있었다.

 

 

 


숨은그림을 찾다가  색다른걸 해보고 싶다 싶을땐, 뒷장에 컬러링그림도 몇 장 수록되어있으니 채색도 해보자.  여행의 낭만과 숨은그림 찾기의 짜릿함!  지금 함께 떠나보는건 어떨까?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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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내 것이었던
앨리스 피니 지음, 권도희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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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사형제인 우리는 북적이며 노는 걸 즐겼고, 넷이다 보니 가끔 둘, 둘이 편이 되거나 한 명을 세명이 따돌리기도 했었다.  같이 커가는 나이었음에도 가끔 거짓말을 진담처럼 하는 놀이를 하곤 했는데, 이상하게도 거짓말을 하다 보니 진짜 그렇게 이루어지기도 했었고 실제로 사고 비슷한 걸 경험한 이후 '진담 같은 거짓말 놀이'는 하지 않게 되었다. 


크리스마스 다음 날 병원에서 코마 상태로 깨어난 앰버는 정신은 깨어있지만 다른 사람들은 앰버의 상태를 알아차리지 못하고 앰버는 의식과 감각만 살아있는 채로 자신에게 일어난 일들을 생각해보려 애쓴다.  청취율 1위 프로그램 <커피 모닝>의 보조 진행자였으며 남편인 폴과 동생 클레어의 관계를 의심하던 중이기도 했다.  옛 연인이었던 에드워드를 길에서 우연히 만났고, 예전과 달라진 그의 모습에 아주 조금 흔들리기도 했다.



'매들린 작전'은 지금까진 계획대로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다.  모두들 온라인상에 퍼진, 매들린이 <커피 모닝>을 떠난다는 소문에 대해 쑥덕거리고 있다.  내가 만든 거짓 소문이 제대로 퍼진 것을 확인하니 기쁘다.  거짓말도 자주 하면 사실로 보일 수 있다.  /p77

현실과 꿈을 분리하기가 점점 더 힘들어진다.  현실도, 꿈도 다 무섭다.  내가 어디에 있는지 기억이 나도, 지금이 언제인지는 더 이상 알 수가 없다.  아침이 왔다는 구분이 깨지자 오후도, 저녁도 다 깨진다.  내게서 도망간 시간을 되찾고 싶다.  시간에는 고유한 냄새가 있다.  친숙한 방처럼.  시간이 더 이상 자기 것이 아닐 때, 갈망하고 군침을 흘리며 갈구하게 된다.  시간을 되찾을 수 있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다시 시간을 가질 때까지 몇 초 훔치고, 몇 분을 집어삼킨다.  그렇게 빌린 시간들을 하나로 모아, 더 늘어나길 바라며 섬세하게 고리로 연결한다.  그 시간이 다음 페이지로 넘어갈 수 있을 정도로 길어지면 좋겠다.  다음 페이지라는 게 존재한다면.   /p91


크리스마스 며칠 전, 매들린이 담당 피디에게 더 이상 자신과 일하지 않겠다고 통보한 사실을 전해 듣고는 조와 '매들린 계획'이란 걸 세우게 된다.   폐쇄적인 대인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앰버가 방송국, 라디오 관련 일을 하고 있다는 설정도 독특했지만 조금은 강박인 것 같은 그녀의 일상 상활에서 보이는 행동들은 그녀에게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했다.  현재, 과거의 일기장, 그리고 며칠 전의 이야기들이 병행으로 진행되는 이야기는 매들린이 자신에 대해 한 이야기와 브라이언과의 만남, 그리고 폴과 동생 클레어를 의심하기 시작하면서 점점 그녀를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곳까지 몰아붙이는 것만 같았다.



아무도 나를 보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자, 사무실에 있는 여자들의 얼굴을 살핀다.  눈을 깜박거리는 게 모두들 근심 걱정이 있어 보이고, 많은 것을 잃은 것처럼 보인다.  변화무쌍한 바다 위에 가만히 떠 있기 위해 모두 모여 선헤엄을 치는 것 같다.  이들은 내 친구가 아니다.  정말 아니다.  우리 모두는 물에 빠지지 않기 위해 다른 사람을 밀쳐내고 있다.  나는 그런 면에서는 아무 걱정을 하지 않는다.  그들은 진짜 내 모습을 모른다.  심지어 자기 자신에 대해서도 모른다. /p164~165

어린 시절에 비하면 많은 것이 변했다.  어쩌면 우리가 좋아하는 만큼은 아닐지 몰라도 완전히 다른 세상이 되었다.  좀 더 빨라지고 좀 더 시끄러워지고 좀 더 고독해졌다.  우리를 둘러싼 세상과 달리, 우린 변하지 않았다.  역사는 거울이고, 우리는 애들이 어른으로 변장한 것처럼, 그저 나이만 더 먹었을 뿐이다.  /p315

우리는 모두 무엇이라도, 누구라도 사랑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 안에 있는 사랑이 갈 곳이 없으니까. /p413


일기장의 내용이 현재와 무슨 연관이 있길래 계속 등장하는 걸까?  하는 생각을 하며 읽었는데 중반 이후부터 마지막 결말은 정말 뒤통수 강타!  생각지도 못한 반전에 책을 읽다 내가 숨을 죽이고 집중하고 있다는 것도 모른 채 숨을 몰아쉬기도 했다.   책장을 덮고도 한동안 목덜미의 오싹함과 명치에 걸린 쳇증과도 같은 뒷부분은 3번 이상 되풀이해서 읽기도 했다.   어느 순간 누가 누구인지 헷갈리기도 했다.  진실 같은 거짓말에 속지 않을 자신이 있는가?   광기, 배신, 집착, 살인이 어우러진 <원래 내 것이었던>을 읽으며 즐거운 추리를 해보시길...  마지막 페이지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할 일이다.


나는 아니라고 했어.

물론, 나는 가끔 거짓말을 해.

그리고 사람은 누구나 거짓말을 하면서 살지.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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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비행 夜間飛行 - 홍콩을 날다
이소정 지음 / 바른북스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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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47년,
홍콩이 중국에 영구 귀속되는 해이다.
그러므로 홍콩이라는 유통기한 짧은 단편영화를 하루라도 빨리 보길 원한다면, 서둘러야 한다. 홍콩은 수천 개의 유기물이 용솟음치는 작은 용암이며, 거대한 비디오아트이며, 온갖 언어와 냄새와 표정과 추억이 떠다니는 섬이다. /p7


17~8년전쯤?  아마도 첫 해외여행지가 홍콩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당시 자유여행이라는 개념이 많지 않았던 터라, 패키지여행으로 다녀왔던 홍콩.  짧은 시간 많은 관광지를 둘러봐야 했고 하필, 최고 습하고 더웠던 계절에 다녀왔던지라 홍콩의 기억은 침사추이 구룡베이의 야경, 명품거리, 리펄스베이 해변, 그리고 다닥다닥 한 상가와 아파트로 기억에 남았다.  짧은 일정에 열심히 다녔지만 그래도 못 본 곳이 많아서 곧 다시 가야지 생각했던 게, 생각만 하고 가보진 못한 채 시간이 이렇게나 지나버리다니...



야간비행을 택한 이유는, 새벽의 고요한 홍콩을 맞이하기 위해서였다. 새벽 세 시쯤 도착한 홍콩은, 내가 제일 먼저 이 땅에서 눈떠 움직이고 있다는 묘한 쾌감을 가져다줬다. 공항에서 벗어나면, 그제서야 막 하루가 시작된다. 그동안 수없이 다닌 홍콩행의 반 이상은, 이렇듯 야간비행이었다. /p17


여행 에세이스트들의 글을 읽다 보면 애정 하는 여행지가 있는데, 이소정 작가에겐 홍콩이 그런 도시였다.  2047년 홍콩이 중국에 영구 귀속되는 해.  그럼 홍콩이 홍콩이 아니게 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것 같다.   저자의 글을 읽다 보니 중.고등학교 학창시절  빠져 살았던 중국 영화들이 새록새록 기억난다.  금성무, 양조위, 홍금보, 장만옥, 장국영, 주윤발 그리고 여명... 참 좋아했는데...


사실 해마다 가보고 싶은 여행지들이 늘고 있어서, 홍콩은 한 번 가봤으니 됐다, 고 생각했다.  매년 가고 싶어 늘어나는 여행지를 다 갈 수 있는 만큼 금전적인, 시간적인 여유가 되지 않으니 추리고 추리다 보면 아직 가보지 못한 여행지들을 먼저 꼽게 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이소정 작가의 글을 읽다 보면 내가 알던 그 홍콩이 맞나? 싶을 정도로 새롭고 보고 싶고 경험하고 싶은 것도 많아진다.  그리고, 오래전 봤던 영화들도 새삼 다시 보고 싶어졌다.  책에 실린 사진과 글을 읽으며 항공권 검색을 해보고 있다.  뭐, 검색은 해볼 수 있으니까... 홍콩이 중국에 영구 귀속되기 전에 한 번은 그대로의 홍콩을 느끼러 가봐야겠다.



화려한 한때에 올인하길 원하는 시절은 누구에게나 있다. 다만 용기의 양이 다를 뿐이다. 누군가는 비난하고 부러워한다.
마음껏 사랑하고 폭주하는 사람들을.  그러나, 살면서 그런 사랑 한 번쯤 해보고 받아 보았는지 되물어보기로 한다. 추억 하나 없이 금침대에서 쾌적하게 죽는 말년보다, 어쩌면 영화 같은 페이지 하나쯤 가슴에 간직하고 쓸쓸히 작렬해 버리는 것도 저는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오늘은 또 오지 않으니까, 죽도록 간절하게 영화 같은 인생을 살고 싶다. 그리고 보란 듯이 남기고 싶다. 이야기로, 사진으로, 글로, 일기로, 공익광고에 나오는 똑같은 일상을 사는 것보다, 두려워도 그 편이 나을 것이다./p116~117 #총총나년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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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우리를 데려다 주겠지 - 삶을 은유하는 영화 그리고 여행
박준 지음 / 어바웃어북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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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의 여권에 500여 개가 넘는 스탬프를 찍었지만 다른 세상이 궁금한 작가 박준.   길 위의 여행자인 그는 책과 미술 <떠나고 싶을 때, 나는 읽는다>, <여행자의 미술관> 이후 <영화가 우리를 데려다 주겠지>로 돌아왔다.  영화를 즐겨보던 때도 있었는데, 생각해보면 자영업을 시작한 이후 영화랑은 좀 멀어지게 됐다.  가끔은 혼자 영화도 잘 보러 다니곤 했는데, 극장을 가야 한다는 게 번거롭게 생각되면서 부터였던 것 같다. 



뉴욕이건 클리블랜드이건 마이애미이건 이들에겐 다 똑같다.  가진 것 없는 이들은 세계 바깥을 떠돌 뿐이다.  낯선 세계로 떠나기만 한다고 다 좋아지는 게 아니다.  오히려 세계는 가난한 이들에게 종종 모질다.  어쩌면 세상의 시스템이라는 게 그렇다.  누군가에겐 비행기를 타고 어딘가 갔다가 무사히 돌아오기만 해도 그건 아주 운 좋은 일이다.  동경을 품고 낯선 세계를 찾아갔지만 창밖에선 누군가 날카로운 소리를 지르거나 슬프게 흐느끼는 소리가 들릴 수도 있다.  끊임없이 사이렌 소리나 총소리가 울릴 수도 있다  우리가 잘 모르는 다른 세계 얘기다. /p018 #뉴욕, 천국보다 낯선

리스본에서 마지막 여정은 '마르디뇨 디 아르카다' 카페다.  리스본의 몽상가, 시인 페르난두 페소아가 단골로 드나들었던 카페다.  카페 한 편에는 중절모를 쓰고 타이틀 한 페르난두 페소아의 그림이 걸려있다.  그의 시는 쉽게 슬픔을 극복할 수 있다고 말하지 않는다.  잘 될 거라고 말하지도 않는다.  추측이지만 여행 후 삶이 간단히 바뀔 거라고 말하지도 않을 것 같다.  몽상가인 그에게도 인생은 기쁨보다 슬픔에 가까웠을까?  /p098 #포르투갈리스본 , 리스본행 야간열차


영화 위주의 이야기겠지? 하고 책장을 몇 장 넘기다가 다시 앞 페이지로 돌아와 읽어본다.  어? 영화 이야기 맞는데 여행 이야긴가? 영화와 여행에 대한 이야기가 저자의 여행 에세이와 영화의 이야기가 적절한 비중으로 어우러져 새로운 영화를, 여행길을 읽는듯한 기분이 들게 한다.  책에 등장하는 영화들, 여행지들의 2/10는 대부분 모르는 장소, 영화였지만 전혀 모르지 않으니 모른다고도 하기 애매한 어설프게 알고 있어서 더 궁금한 그런 이야기들이었다.



"에전부터 엄마는 하고 싶은 일이 생기면 바로 떠나버렸어요.  그것도 즐겁게 말이죠.  너무 이기적이야, 도대체 왜 나를 일본에 버려두고 여기에 혼자 온 거지?" 

사요는 따지지만, 엄마 쿄코는 미안한 기색 없이 또박또박 말한다.

"어쩔 수 없잖아.  스스로 결정한 거니까.  사는 데 우연이란 없어.  매 순간 자신이 원하는 것을 선택해야 하는 거야.  하고 싶은 걸 하며 사는 것을 이해 못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난 자신이 선택한 길을 가는 게 좋다고 생각해.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게 좋아.  어른이든 아이든 똑같아.  사람과 사람이 늘 함께인 것만이 좋은 건 아닐 거야." /p147 #태국치앙마이 , 수영장

달이 조금만 더 높이 떠올랐으면, 달빛이 그처럼 밝지 않았으면 달무지개를 보는 건 불가능했다.  그날 밤, 내가 맨눈으로 뿌연 빛만 보고, 달무지개를 거의 보지 못한 것도 자연스럽다.  낮에 보이는 무지개와 밤에 보이는 무지개는 완전히 다르다.  사람 눈으로 보고 느끼기에 달빛은 워낙 약한 탓에 무지개의 색이나 형체를 인식하기란 쉽지 않다.  실제로 희마한 정도가 아니라 거의 안 보인다 해도 괜찮다.  눈앞에 있지만 보이지 않는다.  카메라를 빌려서야 겨우 볼 수 있다.  달부지개의 매력이다.  어쩌면 보이지 않아 다행이다.  다 보이면 달무지개가 지금처럼 신비하고 고귀하게 여겨질까? <하와이언 레시피>의 비아는 이렇게 말했다. 

"쉽게 볼 수 있으면 봐도 고맙지 않아요." /p219~220 #하와이 호노키아, 잠비아 빅토리아 폭포/ 하와이안 레시피


여행과 영화는 다르지 않다, 는걸 박준 작가의 글을 읽으며 생각하게 된다.  상영관의 어둠 속에서 감상하는 영화를 보며 저마다 생각하는 바가 다르겠지만 여행도 영화만큼이나 많은 생각의 갈래들로 흩어지기 때문이다.  어쩌면 우리는 꿈을 꾸기 위해 여행을 하고 영화를 보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쉽지 않은 일상에서의 일탈을 시도해볼 수 있다는 맥락에선 비슷하게 생각되니까... 영화를 다 알고 봤더라면 더 재미있게 읽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글로 읽었으니 궁금한 영화를 하나둘 찾아보고 글을 다시 읽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우리는 종종 여기 아닌 다른 세계를 꿈꾼다.  스물일곱 편의 영화에 찍힌 바람의 지문을 좇는 여정을 읽다보면  어떻게 이런 글을 썼을까? 하는 생각이 들곤했다.  영화가 안내하는 낯선 세상을 읽는 동안 상상 속에 즐거운 책 읽기였다.



나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다는 나라, 부탄에 사는 남자를 만났지만 그는 행복하지 않다고 했다.  부탄에만 가면 모든 고민이 해결될 줄 알았는데 전혀 아니올시다.  그럼 행복은 어디에 있을까? 

티베트에는 이런 속담이 전해진다. 

'내일이 먼저 올지 다음 생이 먼저 올지 아무도 모른다.' 

'스스로 행복을 가꾸지 않으면 다른 사람이 고통을 줄 것이다.'

'샹그릴라'는 티베트어로 '마음속의 해와 달'이란 뜻이다.  /p247 #부탄 , 중국 샹그릴라 / 나그네와 마술사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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