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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의 야식
하라다 히카 지음, 이소담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7월
평점 :
#도서관의야식 #도서협찬
#하라다히카
"몰라? 안 읽었어? 이노우에 야스시의 『시로밤바』말이야. 그 책에 나오는 요리를 재현한 거지. 오누이 할머니가 만드는 카레라이스야." (중략) "기노시타 씨가 여기 스카우트될 때, 오너가 지시한 소설이나 에세이에 나오는 요리 몇 가지쯤 재현해 내는 것이 조건이었대. 요리도 잘 하니까." _48~4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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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하는 문득 도서관에 처음 왔을 때, 망가진 캐리어를 든 것을 보고 사사이가 "빨간 머리 앤?"이라고 물었던 게 생각났다.
그땐 순간 놀라서 제대로 대답하지 못했는데, 마음 깊은 곳에서 '이 사람과는 마음을 터놓을 친구가 될지도 몰라.'라고 생각하며 조금은 안심했다. 그 이후, 이 도서관에는 마음을 터놓을 친구, 즉 같은 책을 읽고 비슷한 청춘 시절을 보낸 사람들이 잔뜩 있다는 것을 금방 알아챘다. 도서관 직원 중에도, 손님 중에도. _147~148p.
일하던 서점에서 '어떤 사건'에 휘말린 오토하는 그 일을 계기로 퇴직, 갑작스러운 제안, 이직, 이사... 등 한 달 사이 복잡한 시간을 거쳐 '밤의 도서관'으로 이직하게 된다. 오토하가 취직한 곳은 '밤의 도서관'으로 운영시간은 저녁 7시부터 자정까지, 근무시간은 오후 4시부터 새벽 1시까지이며 직원 기숙사도 제공된다. 신간은 없으며 주로 소설가 중심으로 그들이 작고한 뒤에 그들의 장서를 인수해 보존하고 전시하는 도서관으로 열람은 할 수 있지만 대출은 되지 않는다. 도서관, 야식.. 이 둘의 조합 만으로도 이미 꿀 조합!! '밤의 도서관'은 5편의 야식과 함께 저마다의 사연으로 모여 자신들의 시간을 생각하고 다듬기도 하고 서로를 배려하며 지낸다. 도서관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사건 사고와 함께 등장인물들의 사연을 하나씩 들려주며 인물들을 조금 더 입체적으로 볼 수 있게 한다. 화자는 오토하지만 '밤의 도서관'에 모인 인물들은 열심히인 삶에 지쳤거나, 그저 책이 좋아 모여 이야기하고 싶은 공간으로 이끌리듯 향하지 않았을까? 10시, 도서관 카페에서의 야식은 기다려지는 장면이기도 했다. 미스터리한 오너가 지시한 소설이나 에세이에 나오는 요리를 재현해낸다니... 밤의 도서관과 딱 맞는 컨셉이 아닌가! (특히, 밤에 읽을 때 주의.. 괜히 먹을 거 찾게 됨..) 마지막 에피소드에서 드러나는 미스터리 오너의 정체는 글을 읽으며 살짝 예상했던 바였지만, 열린 결말은 예상하지 못했던 터라 아마도 다음 시리즈를 예상한 결말일까?라고 생각해 본다.
작가의 이전적인 <할머니와 나의 3천엔>을 인상 깊게 읽었고 <76세 기리코의 범죄 일기>는 읽는 중인 작가의 신작이라, 더구나 도서관에 관련한 이야기라 호감이 갔던 책으로 역시나 작가 특유의 감성을 느낄 수 있었던 글이라 멈추지 못하고 읽었던 글이다. 책을 애정 하는 이들이라면 한 번쯤 꿈꾸었을 공간, 우리의 현실에도 이런 심야 도서관이 존재했으면 좋겠다. 지친 하루의 끝, 위로가 필요한 당신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오랜 세월 도서관 직원으로 일했다. 도서관에 책이 산더미처럼 많다지만, 그렇다고 제 돈 주고 책을 안 사는 건 아니다. 아니, 오히려 다른 사람보다 많이 샀다. 수중에 두고 싶은 책이 많았고, 새로운 책도 많이 읽었다. 마음에 든 책을 반복해서 읽는 것도 좋아했다.
그런데 문득 정신을 차리자, 집에 읽지 않은 책이 쌓여만 갔다. 서점에 가거나 남에게 이야기를 듣거나 텔레비전에서 봐서 읽고 싶으면 금방 산다. 그러나 몇 페이지만 읽고 대충 던져두게 되고, 그게 방에 쌓여갔다. 그냥 지쳤으니까, 시간이 없으니까, 바쁘니까, 이렇게 생각했다. 그러나 몇 년이 걸려 간신히 인정했다. 이건 뭔가 이상하다. 뭔가 예전과는 다른 일이 생겼다. 언젠가 한가해지면, 언젠가 넉넉한 시간이 생기면 읽을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나는 책을 읽지 못한다. _158~159p.
책을 다루는 직업으로 흔히 서점 직원, 사서, 헌책방 직원, 이렇게 세 가지를 꼽는데, 이해관계가 대립하므로 그다지 연결고리는 없다. 때로는 반목하기도 하고······. 그러나 이렇게 함께 일하다 보면 그런 장벽이 점점 사라진다. 우리는 저마다 역할이 다를 뿐이라고 생각한다. _238p.
이곳이 과연 계속될 수 있을까. 오너는 자신과 한 약속을 지켜줄까.
오토하는 눈을 감았다. 모두의 목소리가 멀게 들리는 것 같은 기분은 취했기 때문이겠지.
여기가 언제까지 있을지는 모른다. 그래도 영원하지 않기에 이토록 아름다운 것이라고 오토하는 생각했다. _36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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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만 제공받아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