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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사랑을 ㅣ 소설의 첫 만남 31
정은숙 지음, 장보송 그림 / 창비 / 2024년 6월
평점 :
#그래도사랑을 #도서협찬
#정은숙
안티 러브 칩을 이식하면 생활 환경 부담금 감면은 물론 입시, 취업, 승진, 대출, 주택 구입 등에서 혜택이 컸다. 지혜는 타인에 대한 사랑을 포기한 것이 아니라 자신에 대한 사랑을 선택한 거라고 분명히 말했다. 나는 지혜의 그런 확신이 부러웠다. 칩 이식은 엄청난 혜택을 안겨 주지만 몇 가지 조건 때문에 함부로 선택할 수도 없었다. 안티 러브 칩은 전기 자극을 통해 사랑의 감정을 고통으로 인식하게 만든다. _22p.
칩 이식에 대한 정부의 공식적인 입장은 '전적으로 개인의 선택'이라는 거였다. 개인의 애정사에 국가가 관여할 수 있냐는 문제 제기를 교묘히 파하기 위해 '선택'이란 단어를 썼지만 그 말을 믿는 사람은 없었다. 칩 이식으로 받는 많은 혜택은 정부의 지원 없이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_27p.
붉은 노을을 등지고 앉은 준서의 옆모습이 보였다. 설마 준서 때문에? 준서는 장난스럽지만 다정하고 듬직한 구석도 많은 아이였다. 어렵고 힘든 순간마다 준서의 얼굴이 떠오르는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사랑으로 인해 내 인생이 송두리째 흔들리는 걸 감당할 자신도 없었다. 나는 사랑이 얼마나 사람을 아프게 하는지 지켜본 목격자였다. 사랑이 도대체 뭔지 어렵고 헷갈렸다. 그래서 준서에게 묻고 싶었다. "너는 사랑을 믿니?" _43p.
"엄마의 사랑은 실패로 끝났어. 객관적으로 그랬고 나도 그렇게 생각했으니까.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실패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 왜냐하면 나는 최선을 다해 사랑했으니까. 아무것도 따지지 않았고 어떤 것도 무섭지 않았어. 그 사람이 떠나고도 나는 도망치지 않았고 결국 너를 지켰어. 그때 그 마음을 생각하면 지금도 용기가 샘솟아. 그래서 엄마는 너에게 다가올 사랑을 미리 포기하라고 말할 수 없어." _5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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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둘이 살고 있는 '나'는 세금 감면 등 막대한 혜택을 주는 '안티 러브 칩' 이식 수술을 고민한다. 아빠의 흔적을 찾아보기 위해 몰래 엄마방을 들어가기 시작한 '나'. 엄마가 자주 사용하는 메일이 아닌, 방치되었지만 휴면계정은 아닌 이메일에서 어떤 흔적을 발견하게 되는데. 짧은 소설에 기후환경 위기, 미혼모 가정, 개개인의 애정사에 관여하는 국가의 이야기 등 다양한 주제를 담고 있지만 어쩐지 귀엽고 애틋하고 사랑스러우면서도 유쾌한 소설이었다. 소설과 잘 어울렸던 일러스트도 너무나 좋았던 소설의 첫 만남 시리즈! 긴 소설이 부담스러운 친구들에게 입문용으로 추천!
창비에서 책을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