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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소방차 ㅣ 마르틴 베크 시리즈 5
마이 셰발.페르 발뢰 지음, 김명남 옮김 / 엘릭시르 / 2018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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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선으로 호출된 경찰이 문을 부수고 아파트로 들어간 건 3월 7일 새벽 3시 40분이었고, 그때 집안 침대에 누운 남자는 삽십이 분 동안 죽어 있던 상태였다. 남자의 죽음이 틀림없이 자살이라는 걸 확인하는 데는 그다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중략) 남자가 남긴 글은 거실 전화기 옆 메모장에 적힌 단어 두 개가 전부였다. 두 단어는 사람 이름이었다. 두 경찰이 익히 아는 이름이었다.
마르틴 베크 _1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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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 개인적으로도 이 사건이 사고라고 믿나?"
뢴은 자기 손을 내려다보다가 한참 후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다른 설명이 없어. 모든 정황이 부합하니까."
"그래. 그 불똥만 빼고."
"어, 그건 사실이야. 하지만 그 문제에 대해서 뭘 증명하기란 불가능해."_133p.
침대에 반듯이 누워 총을 입에 물고 자살한 한 남자. 그 남자가 남긴 것은 '마르틴 베크'라는 메모가 전부였지만 베크와 그의 접점은 없어 보인다. 한 발의 총성으로 시작된 소설은 스톡홀름 경찰이 감시하고 있던 차량 절도범의 집이 돌연 폭발하면서 대량의 인명피해가 발생하고, 곧장 화재신고를 했지만 소방차는 나타나지 않았다. 군발드 라르손의 활약으로 생명을 구한 사람도 있었지만 사망한 사람들도 있었는데 그들이 감시하고 있던 절도범은 폭발전 이미 가스중독으로 죽어있었다는 부검 결과가 나오고, 정교한 기폭장치가 그의 매트리스에 설치되어 화재가 발생했던 것.
화재신고를 했지만 소방차는 어디로 간 것일까? 자살한 사람을 굳이 또 죽인 이유는 무엇일까? 단순 사고로 종결지어진 수사 이후 하나씩 단서가 재기되면서 사건은 글을 읽으며 추리하는 것과 다른 방향으로 흐르는 것만 같다. 역시나 도무지 풀리지 않을 것 같던 사건은 '이렇게까지 추리해 봤어?' 하고 약 올리듯 독자들을 열심히 끌고 가 끝을 보고야 말게 한다. 마지막 몇 페이지는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두근두근했다고!
<로재나>, <연기처럼 사라진 남자> <발코니에 선 남자> <웃는 경관>에 이어 다섯 번째 시리즈인 <사라진 소방차>. '북유럽 미스터리의 원점', '경찰 소설의 모범'이라 불려온 마르틴 베크 시리즈는 최근 추리, 범죄소설들이 잔인하고 잔혹한 묘사들에 피로함과 불편함을 느꼈던 이들에게 아날로그 한, 지적 유희를 느껴볼 수 있는 시리즈가 될 것이다. 오랜만에 읽는 맛을 알게 해준 마르틴 베크 시리즈는 다음에 읽게 될 시리즈가 더욱 기대되는 책이다.
우리 경찰은 지금까지 이런 실수를 무수히 반복하면서, 중요한 수사를 무수히 망쳐왔어. 처음에 우리는 확실한 단서로 보이는 어떤 사실을 알아내지. 그리고 그 사실이 가리키는 특정 방향으로 만 수사를 진행해. 그 밖의 다른 견해는 억압되거나 기각돼. 보통은 제일 떠올리기 쉬운 가설이 옳을 때가 많다는 이유로. 언제나 반드시 그런 것처럼 행동하지. 세상에는 경찰이 그런 교조적인 방식으로 생각하는 바람에 법망을 피한 범죄자가 넘쳐 나. _243p.
그는 자신의 거짓말을 무척 진지하게 여겼다. 자신이 평소에는 못된 짓을 별로 하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고, 그래서 더더욱 이 상황이 익숙하지 않았다. 훨씬 더 나중에 그는 자기 인생에서 뒤늦은 크나큰 변화의 씨앗이 바로 이 순가 싹텄다고 돌아보게 될 것이었다. 이 문제는 그가 경찰이라는 사실과는 아무 관계가 없었다. _343p.
"어린애가 쓴 이야기처럼 들리는군." 함마르가 말했다. "죽은 사람은 이제 셋이 됐는데, 한 명은 살해되었고, 다른 한 명은 살해된 동시에 자살했고, 나머지 한 명은 자살만했고. 이 연속 자살 병을 어떻게 설명할 텐가?" _35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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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만 제공받아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