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슬픔을 껴안을 수밖에 - 양장본
이브 엔슬러 지음, 김은지 옮김 / 푸른숲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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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슬픔을껴안을수밖에 #도서협찬

#이브엔슬러

이 책은 속도를 줄이는 것과 되돌아보고, 보고, 진정으로 다시 보는 것에 관한 이야기다. 책임과 불편함에 관한 이야기다. 우리의 가장 연약한 부분과 순간을 기억하고 기리는 것에 관한 이야기다. 지독히도 외로운 우리가 갈구하는 손길, 잃어버린 사랑에 관한 이야기다. …… 이것은 슬픔, 트라우마, 지독한 바이러스, 그리고 글쓰기에 관한 이야기다._1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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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여성 인구 3분의 1이 성폭행을 당했거나 폭력을 경험한 적 있다면 당신들 중에서도 이런 일을 겪은 사람이 있을 것입니다. (중략) 거짓 속에 사는 것은 삶을 반만 사는 것과 같습니다. 나의 진짜 이야기를 시작하고 나서야 저도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 자유가 무엇인지 알게 되었어요. (중략) 당신도 우리와 함께 싸워주십시오. 여성에게 가해지는 폭력은 우리 영혼을 파괴합니다. 자아를 완전히 말살하고 감각을 무디게 합니다. 우리를 우리 육체에서 떼어놓습니다. 폭력은 우리를 이등 시민으로 붙잡아 두기 위한 도구입니다. 우리가 입 다물고 문제를 제기하지 않으면 우울증, 알코올과 마약중독, 폭식, 자살로 이어질 수도 있어요. 폭력은 우리가 스스로 행복할 자격이 없다고 믿게 만듭니다. _121~123p.

<아버지의 사과 편지> <버자이너 모놀로그>의 작가 이브 엔슬러가 45년간에 걸쳐 써온 산문과 시, 편지, 에세이등 그중에서도 아름답고 밀도 높은 글을 선정해 모은 <그들의 슬픔을 껴안을 수밖에>.

팬데믹의 시간을 통과하며 사라진 소녀와 여자들은 많아졌고, 가부장적인 폭력, 전쟁지역의 무차비하고 무차별적인 성폭력, 그저 잔인하고 폭력적이라고밖에는 이야기할 수 없는 수많은 현장들... 지난 45년간 파괴와 폭력의 현장에서 만난 사람들, 어쩌면 희망이랄 것이 없을 것 같은 처참한 사람들에게서 희망과 미래를 찾아내고, 희망을 말하기 어려운 시대일수록 정직하게 절망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날것의 현장에서 만나고 체험하고 써 내려간 글은 고통스럽고, 아프고, 슬프지만 그럼에도 희망과 사랑을 삶을 기대하게 된다.

몇 년 전, <아버지의 사과 편지>를 읽었던 터라, 이번 작품은 다양한 그의 글을 읽고 조금 더 깊은 사유를 할 수 있었던 책으로 순서대로 읽지 않아도, 어느 페이지부터 펼쳐 읽어도 좋다. 기록하고 필사해두고 싶은 문장이 많아 발췌해 둔 문장들만 다시 한번 읽어보기도 했던 <그들의 슬픔을 껴안을 수밖에> 안온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가 한 번쯤 읽어봐야 할 아프지만 아름다운 글이다.

사유는 대체 무엇이며 지금 우리에게 왜 그토록 중요할까? 사유의 과정은 기억하기, 인식하기, 책임지기의 행위를 수반한다. 눈앞에 있으나 우리가 바라보기를 거부하는 바로 그것에서 눈을 돌리지 않고 들여다보고 살펴보고 수치심을 기꺼이 끌어안으라고 요구한다. 사유는 개인과 집단의 책임과 그 둘이 언제, 어떻게 교차하는지를 결정한다. 진정한 사유에는 실수와 잘못, 악행을 인정하고 사과하며 필요하다면 생각이나 행동을 바꾸는 일까지도 뒤따른다. _20p.

글쓰기는 자살과 광기로부터 나를 구원했다. 적어도 그 광기로 무언가를 만들게 해주었다. 나의 글쓰기는 증인이었다. 고발이며 고백, 발굴, 구원이었다. 단어를 나열하는 일은 일종의 벽돌쌓기였다. _22p.

문화가 바뀌지 않고 가부장제가 완전히 해체되지 않는 한, 우리는 영원히 같은 쳇바퀴를 돌게 된다. 이 지구에서 계속 살아가기 위해서는 좀 더 진보적인 방식을 상상해야만 한다._187~188p.

연대란 그것이 모두의 문제임을 의미합니다. 우리는 이 안에서 모두 평등하다고요. 동맹은 서로 간의 거리를 보장해 주기에 안락합니다. 연대는 위험을 더 무릅쓰고 더 직접적이며 더 급진적이고 더 강렬하고 더 헌신합니다. 기꺼이 선을 넘어 우리 모두를 위해 투쟁하는 일이에요. _36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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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만 제공받아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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