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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곳에서 살아보기 - 어쩌면, 때로는… 그렇게
윤서원 지음 / 알비 / 2015년 5월
평점 :
올해는 봄이 좀 길어서 즐겁다 해야할까? 매일같이 똑같은 실내에 앉아서 같은 일상을 반복하는 내게, 요즘 '여행'이라는 단어는 그 자체만으로도 울렁증을 일게 할 정도의 설레임을 안겨주는 단어다. 여행을 하는 이들이라면 정해진 일정에 따라 틀에박힌 관광지들을 돌아보고 한 곳이라도 더 돌아보기 위해 빡빡한 일정을 짜다보니, 사진을 찍기위해 돌아본 곳 말고는 그 장소에 대한 추억거리가 딱히 떠오르지 않을때가 있다. 만일 카메라를 분실해서 여행 내내 찍었던 사진들을 분실한다면... 기억나는 추억거리가 있을까? 조금 쉬어가는 여행의 묘미를 알아갈 즈음, '한번쯤 조금은 길게 여행지에서 현지인들처럼 살아보면 어떨까?' 라는 생각을 해보기도 했고, 짧지만 미국에서 한 달 여간 머물러보기도 했다. 그러던 중 <낯선 곳에서 살아보기> 라는 반가운 책을 만났다. 반갑게도 작가는 현지인들처럼 조금 길게 체류하며 일상을 만들어보는 여행을 택했다. 적지도 많지도 않은 그녀의 나이, 안정적인 일상을 버리고 '여행'을 선택한 그녀에게 남는건 무엇이었을까?
내 인생도 내 마음대로 움직이려면 연습이 필요하겠지?
한 번, 두 번, 세 번.....
그렇게 가다 보면
어느 순간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어 나가는 힘이 생기겠지. / 14
떠나야 할 이유도 없지만, 그렇다고 떠나지 않을 이유도 없었다.
어떤 일을 하는, 하지 않는 타이밍...
그 타이밍은 내가 결정하는 거다. /p42
그녀가 삶의 순간 순간에 내린 결정들, 어쩌면 안정된 직장을 놓고 나와서 홀로서기가 가장 힘들지 않았을까? 나도 10년차 직장 생활을 접고 사회로 나왔을 때, 답답한 조직을 떠나서 너무 좋고 홀가분 했던 기분은 1년이 채 가지 않았다. 줄어가는 통장 잔고, 미래에 어떤 일을 해야할지 불투명하고 나이는 너무 많다고 느껴저서 선뜻 뭔가를 시작하기가 두려웠던 기간이 있었다. 조금은 무리하게 떠났던 여행들을 통해서 내가 무엇을 해야할지 생각할 수 있었고, 선택을 시작한 이후 부터 다른것은 보지 않고 하나만을 보며 달려왔던것 같다. 물론 가끔은 직장생활이 그립기도 하다. 규칙적인 생활, 주말이면 쉴 수 있고 때론 짬을 내서 여행도 가고 쉴 수 있는... 하지만 지금 이 생활도 그리 나쁘진 않다. 물론 가끔은 매일 같은 일상이 조금은 힘들기도 하지만 사무실에 앉아 있을때보다 난 더 많은것을 보고, 만나고 배우고 있다고 생각하니까... 그녀도 그렇지 않았을까? 할까, 말까... 생각에만 그쳤다면 아마도 안정된 직장생활을 통해서 남들과 다를것 없는 평범한 삶을 살았겠지만 여행지에서 여행자가 아닌 현지인으로 지내면서 부딪히고 경험한 일들을 통해 더 큰 성장을 하지 않았을까?
때론 자기 계발서에 나오는 희망과 긍정의 말들이 지칠 때가 있다.
비전이 없고 희망이 안 보이는데 '하면 된다'라는 말보다는
오히려 '되면 한다, 너무 어려운 길은 길이 아니다, 즐길 수 없으면 피하라'라는 말들이 더 위로가 될 때가 있다.
그러고 보면 위로는 '힘내'. 라는 말보다 '힘들지'라는 말로
마음을 알아주는 게 아닐까? /p120
인생이 생각대로 되지는 않지만,
생각대로 되지 않아서 생각지 못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기는 한 것 같다. /p252
어쩌면 인생은 남들만큼 사는게 더 어려울지도 모르겠다. 다른이들은 이만큼 사는데 나도 그정도는 해야하지 않을까? 라는 기준이 나를 더 힘들게 했었으니까. 하지만 어느 순간 그 잣대를 조금 내려놓은 후로 마음이 조금은 더 평안해졌던것 같다. 그녀의 글을 읽으며, 함께 웃기도 하고, 생각도 해보게 되고, 때론 눈물 짓기도 했다. 책을 멀리하던 동생도 몇 장 넘겨보더니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하는걸 보니 '여행' '떠남'이라는 갈망은 누구에게나 있는게 아닐까? 내가 하지 못한걸 책의 글을 통해 대리만족하고 나서의 느낌이란.... 나도 정말 해보고 싶다! 라고나 할까? 팍팍한 일상에 조금은 숨차고 힘겹다면 이 책 한 권을 들고 조금은 시끌벅적한 카페에 앉아 그녀와의 여행에 동참해보는건 어떨까? 권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