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거울 속에는 소나무 한 그루가 있습니다. 보통 소나무와는 다른 것입니다. 보통 소나무가 숲에서 자라남에 이 소나무는 벼랑 위에서 자라난 것입니다. 보통 소나무는 쉽게 자기 동료들과 어울려 풍부한 흙에서 보라는 듯 직선의 절대를 이루며 자랐지만 이 소나무는 벼랑 위 양분 없는 토박한 바위틈에서 겨우 곡선의 극치를 이루었을 뿐입니다.
이 소나무는 그 동안 자기 동료들로부터 멸시를 당했습니다. 이 소나무는 자기 동료들이 보기에는 아무데도 쓸모가 없는 것으로 간주되었습니다. 이 소나무는 집을 짓는 데도 배를 만드는 데도 쓸모가 없는 게 사실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지금 나는 이 소나무의 기쁨을 공감합니다. 모든 자기를 쓸모 없는 것이라 비웃었던 동료 소나무들이 건축재료로 쓰기 위해 벌목된 것입니다. 오직 이 소나무만이 남아 있습니다.
이 소나무의 가치는 자기 표현에 있습니다. 언젠가 이 소나무는 자기 동료들의 죽은 시체로 지은 집 속에서 오직 살아 있는 생명의 상징이 되어 자기 동료들을 투시할 것입니다. 이렇게 말하면서 “ 특수를 보편으로 이해 받으려 하지 마시오.”

-송건식의 <지상에 별로 온 손님>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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