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과 마찬가지로
추억도 어떤 땅에서는 뿌리를 내리지만
다른 땅에서는 말라 죽는다.
슈바벤 지방의 어떤 도시,
검은 숲 지방의 어느 고원,
부르고뉴의 어느 작은 마을,
브르타뉴의 어느 해변,
스위스의 어느 호수는
그 매혹적인 정경을 생각만 해도
금방 온갖 영상들과 감동이 솟구쳐 오르는데
그에 비하여 여기(노르망디)에서는
흔적도 자취도 유령도 남은 게 없다.
지나간 날들은 높이 자란 풀 속으로 떨어지고
탐욕스럽고 너그러운 이 땅 속에
흔적없이 빨려들어 영원히 사라진다.



- 미셸 투르니에의 《짧은 글 긴 침묵》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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