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순간 흔들리는 마음이 울려주는 대로만 마음이 느껴주는 대로만 내 생에 깊이 각인되는 것들로만 내용을 채우려 했다. 그러나 누구나 그러하듯이. 생에 깊이 각인되는 일들이란 그리 흔한 것들이 아니었다.

삶이 주는 숱한 잡다한 것들을 이겨내지 않고서는 깊게 각인되는 것들을 쉽게 찾아낼 수는 없었다. 무엇이든 쌓이고 쌓여야만 했던 것이리라.

생각이든 경험이든 마음이든 혹은 다른 형태의 이름으로든 간에. 조금은 거칠고 꺼끌꺼끌한 관계를 이겨낼 줄도 알아야 했고.. 지루한 일상을 견뎌내는 인내심 또한 필요로 했다. 그리고 조금조금 가슴이 이성을 일깨워줄 때까지 다소곳이 기다려야만 했다. 아니. 가슴이 이성을 이겨내는 그 순간을 포착할 수 있어야만 했다. 언제나 따듯한 마음이 샘솟기를... 그래서 더욱 따순 기운이 몸 곳곳으로 퍼져나가 주기를... 그 매 순간들을, 생의 한 순간들을 어쩌면 지독히도 바랬는지 모른다.

매순간 삶은 흔들리지요. 짜증 섞이고, 까탈스럽고, 마음 흔들리게 하는 요소들이 비일비재해요. 언제나 마음을 마름질해야 하는 건 자신들의 몫이죠. 우린 자신들의 몫을 잘 알고 있으니 능히 잘 이겨낼 터이지요. 그러길 바래요. 늘, 한결같이, 그러한 모습으로 흔들리길 바래요. 흔들리는 모습이 얼마나 어여쁜지 아나요? 흔들리는 들꽃들이 얼마나 아련한 아름다움을 품어내는 지도요.

"당신의 영혼 깊이 새겨진 진실한 경험이 아니라면 그것은 글로 쓸 가치도 없소. 머리 속에 한순간 스쳐 지나가고 마는, 그래서 금방 잊어버릴 수도 있는 것들을 갖고 글을 쓴다면, 그것 이 어찌 다른 사람들을 감동시킬 수 있겠소?" . .. "당신이 쓰는 글을 다른 사람이 읽기 전에 맨 먼저 읽는 이가 있다는 걸 잊지 마시오. 그이는 다름아닌 신이오. 왜냐하면 당 신이 쓰는 글은 당신의 영혼에 맨 먼저 새겨질 것이고, 신은 언 제나 당신의 영혼 속에 새겨진 것들을 읽고 있기 때문이오."

- 지구별여행자, 류시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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