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손
마이런 얼버그 지음, 송제훈 옮김 / 연암서가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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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1940년대 대공황이 끝나가던 시절 미국 뉴욕에서 청각장애를 지닌 부모와 간질장애를 가지고 있는 동생을 책임져야했던 한 소년의 가족이야기 이다.

마이런 얼버그의 아버지는 손으로 말을한다.

아버지는 어릴때 뇌수막염을 앓고나서 평생을 소리가 없는 세상에서 살아야 했다.

이 책은 그렇게 시작한다. 아버지의 손에 담긴 이야기를 아들의 입을 통해 평범하지만은 않은 가족 이야기를 마치 영화처럼 생생하게 펼쳐지고 그날의 여정을 자신의 아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진다.

아버지는 어린시절 팬우드 농아학교에서 매일 밤 몰래 배워야 했던 수화를 익히면서 침묵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닫혀 있던 정신의 공간을 확장해 나가는 기쁨을 누렸다.

학교에서 배운 인쇄기술로 뉴욕 데일리 뉴스의 식자공 견습사원이 되었고 아주 오랜 기간을 견습 사원으로 보낸 뒤 아버지는 마침내 노동조합원증을 발급받았다. 아버지의 인생에서 가장 자랑스러은 순간이었다.

코니아일랜드 해변에서의 어머니와의 만남 그리고 사랑이야기 이 모든 아름다운 기억들을 아버지의 손으로 아들에게 고스란히 전달이 되었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말을 수화로, 수화를 말로 옮길 수 있는 아들은 때론 대여섯살난 아이가 아닌 어른으로의 갑작스런 변신을 마이런 얼버그는 혼돈스러울때도 많았을 것이다.

주변사람들이 아버지를 멍청이라 불러도 아들은 그말을 아버지에게 전달할 수가 없다.

그 수간 아버지와 아들은 수화를 주고받지 않았다. 아버지가 아들를 꼭 감싸는 아버지의 체온만으로도 충분했다. 아버지는 나에게 사랑한다고 말했다. 체온의 언어로.....

아버지는 당신이 맞서 싸운, 해독하기 어려운 기호와도 같은 세상을 쳐다보고 있다. 곡 다문 가느다란 입술은 어떤 언어도 머금고 있지 않다. 아버지의 언어는 당신의 손에 있었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난 아버지를 생각해본다. 오랜만에 아버지의 손을 보았다.

노안이 있어 눈도 많이 어둡고 소리도 들리지 않아 계단을 오르고 내릴때는 항상 나의 손을 잡는다.

어린시절 그렇게 커 보였던 아버지의 모습은 지금은 막내아들을 의지한채 길을 걷는다.

서로를 의지한채 그렇게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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