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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과 함께 일상과 여행을 철학하다
박병기.박세원 지음 / 작가와비평 / 2026년 8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이 책의 저자는 10년 전 딸과 함께한 유럽여행을 ‘철학자의 길’로 정하고 프랑스 파리의 사르트르 카페에서 시작해 독일 하이델베르크의 ‘철학자의 길’에 이르는 여정을 담아 한 권의 책을 펴낸다. 그리고 10년이 지난 지금, 그때의 책을 다시 돌아보고 새로운 이야기를 더해 개정판을 출간했다.
이 책은 단순한 여행기가 아니라 아버지와 딸이 함께 걸으며 삶에 대해 질문하고 생각하는 과정을 담은 책이다.
특히 1부에서는 10년 전 대학생이었던 딸이 이제는 교사가 되어 다시 아버지와 대화를 나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사람도, 환경도, 생각도 많이 변했을 것이다. 하지만 행복이란 무엇인지, 정의와 평화는 무엇인지, 인간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와 같은 질문은 여전히 우리 곁에 남아 있다. 오히려 나이가 들고 살아온 경험이 많아질수록 이런 질문들이 더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것 같았다.
2부부터는 본격적으로 아버지와 딸이 실제 여행을 하며 찾았던 ‘철학자의 길’이 펼쳐진다. 프랑스 파리에서 시작해 독일로 이어지는 여정 속에서 철학자들의 흔적을 찾아가고, 그들이 남긴 생각을 통해 삶의 의미를 되짚어 본다. 파리의 거리와 카페, 역사적인 장소를 걸으며 사르트르와 데카르트, 레비나스 등의 사상을 만나고, 독일에서는 여러 철학자들의 생각을 통해 인간과 사회, 자유와 정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철학자의 길에서 다시 삶의 방향을 묻는다.
나도 평소 여행을 좋아하지만 여행을 하면서 이렇게 깊이 생각해 본 적은 많지 않았던 것 같다.
좋은 풍경을 보면 사진을 찍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유명한 곳을 찾아다니는 것에 집중했던 것 같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니 여행이라는 것도 결국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에 따라 전혀 다른 경험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같은 길을 걸어도 그곳의 역사와 사람들의 삶을 생각하면서 걷는다면 단순한 관광과는 다른 여행이 될 것이다.
무엇보다 나에게 가장 크게 다가온 부분은 아버지와 딸의 관계였다. 나 역시 딸을 키우는 아버지이기에 두 사람의 모습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나와 자녀들의 관계를 돌아보게 되었다.
나도 자녀들과 많은 대화를 하고자 노력했다. 하지만 생각처럼 되지 않을 때도 많았다. 자녀가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내가 생각하는 옳고 그름의 답을 알려주고, 바른 길로 이끌어 주려고 했던 순간도 많았던 것 같다.
돌이켜보면 자녀의 이야기를 충분히 듣기보다는 내가 살아온 경험과 생각을 기준으로 답을 정해놓고 그 길로 가기를 바랐던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그런 의미에서 아버지와 딸이 함께 여행하고 대화하며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모습이 부럽기도 했다. 나도 앞으로는 자녀들에게 무언가를 가르치려고 하기보다 그들의 생각을 먼저 들어주고, 서로 다른 생각을 인정하면서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아버지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이 책을 읽고 나니 행복은 어쩌면 특별한 어느 순간에 도달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내가 살아가는 일상 속에서 의미를 발견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에도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먼저 하기보다 상대방의 이야기를 먼저 들어보고 싶다.
어쩌면 그것이 이 책에서 말하는 ‘철학자의 길’을 내가 살아가는 일상에서 실천하는 방법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