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물멍 : 오래 볼수록 사랑스러운 것들 - 애착 유물 유물멍
국립중앙박물관 「유물멍 원고 공모전」 필진 지음 / 더베이스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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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우리 집에는 오래된 물건들이 참 많았다. 할머니가 쓰시던 놋그릇, 오래된 장롱, 이름 모를 작은 항아리, 빛이 바랜 사진첩 같은 것들이다. 그때는 그런 물건들이 그저 낡고 촌스럽게만 보였는데, 세월이 흐르고 시대가 바뀌면서 그런 물건들은 하나둘 사라져 갔다.

편리함과 새로움 속에서 오래된 것들은 버려지고 잊혀졌다. 그래서인지 지금은 오히려 그런 옛 물건들이 더 그립게 느껴진다.

 

우리 집에도 아직 남아 있는 옛 물건들이 있다.

1950년대에 사용했던 할아버지의 도민증과 옛날 화폐인 100환 두 장,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에 담가두셨던 항아리 속 매실액기스, 그리고 아버지가 오래도록 정성껏 키워오신 천리향 나무가 그것이다.

남들에게는 오래되고 평범한 물건처럼 보일 수 있지만, 내게는 가족의 시간이 담긴 소중한 기억이다.

그 물건들을 보면 어린 시절의 집 냄새와 부모님의 손길, 가족과 함께했던 시간이 떠오른다. 오래된 물건에는 단순한 기능 이상의 것이 담겨 있다는 사실을 나이가 들수록 더 깊이 느끼게 된다.

 

이 책 유물멍을 읽으며 바로 그런 감정을 다시 떠올리게 되었다.

이 책은 단순히 박물관 유물을 설명하는 책이 아니었다. 접시, 항아리, 풍로, 대접, , 수저, 사발, 목가구 같은 생활용품부터 그림, 병풍, 벼루, 연적, 붓꽂이 같은 문방사우까지, 우리 선조들이 실제 삶 속에서 사용했던 물건들을 보여준다. 그런데 이 책은 유물을 역사적 가치로만 설명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물건을 사용했던 사람의 삶과 마음을 함께 바라보게 만든다.

 


 

책을 읽다 보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이 사발로 누군가는 매일 밥을 먹었겠구나.” “이 항아리에는 어떤 음식이 담겨 있었을까.” “이 낡은 탁자 앞에서 누군가는 편지를 쓰고 공부를 했겠지.” 그렇게 유물은 더 이상 박물관 유리장 안에 있는 딱딱한 전시품이 아니라, 시간을 건너 우리에게 말을 걸어오는 존재처럼 느껴졌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이 책의 제목인 유물멍이라는 표현이었다. 요즘 사람들은 불을 바라보며 마음을 쉬는 불멍’, 숲을 바라보며 위로받는 숲멍같은 말을 자주 쓴다.

이 책은 그런 의 감성을 옛 유물에 담아냈다. 설명을 외우고 지식을 얻기보다, 오래된 물건을 조용히 바라보며 생각에 잠기게 만드는 것이다.

 

무엇보다 좋았던 점은 이 책이 유물을 통해 사람의 마음을 보여준다는 점이었다. 오래된 물건에는 세월이 남고, 세월 속에는 사람이 남는다. 우리 집의 오래된 물건들에 부모님과 할머니, 할아버지의 손때와 기억이 남아 있듯이, 박물관 속 유물에도 분명 누군가의 삶과 마음이 스며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책을 읽는 동안 나는 단순히 유물을 본 것이 아니라, 오래전 사람들의 시간을 함께 들여다본 기분이 들었다.

 

이 책은 옛 물건을 통해 사람의 삶과 기억을 돌아보게 만드는 책이었다. 그리고 나에게는 잊고 지냈던 가족의 시간과 추억을 다시 떠올리게 해준 따뜻한 책으로 오래 기억될 것 같다.

그리고 언젠가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물건들도 누군가에게는 추억이 되고, 시간이 지나면 또 하나의 유물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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