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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빛 겨울차 - 한국약선차꽃차연합회 다인들이 큐레이션한 가을 그리고 겨울 차 40선
이은주 외 지음 / 대경북스 / 2025년 12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처럼 커피를 사랑하는 국민도 드물 것이다. 한 길만 건너도 커피숍이 보이고, 한겨울에도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는 모습은 이제 너무도 익숙한 풍경이다. 그렇게 커피는 우리의 일상 깊숙이 스며들어 있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우리는 원래 커피보다 차에 더 익숙한 민족이었다. 우리 조상들은 차를 마시며 마음을 가다듬었고, 누군가는 차로 몸을 달랬으며, 누군가는 차 향기 속에서 생각을 정리했다.
빠르고 자극적인 커피의 시대가 되었지만, 최근 들어 다시 차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싶을 때, 강한 자극 대신 부드러운 위로가 필요할 때 우리는 자연스레 차를 떠올린다.
차 한 잔에는 속도를 늦추는 힘이 있고, 마음을 가라앉히는 여백이 있다. 향을 맡고, 빛깔을 바라보고, 손끝으로 온기를 느끼는 그 짧은 순간이 하루의 리듬을 바꿔놓기도 한다.
어쩌면 우리가 다시 차를 찾는 이유는, 단순히 음료를 넘어 ‘쉼’과 ‘사색’을 원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이 책은 ‘한국약선차꽃차연회’ 소속 다섯 명의 저자가 함께한 공저로, 우리 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산야초와 꽃을 소재로 사계절의 차 이야기를 풀어낸다. 그중에서도 이 책은 가을과 겨울에 집중해, 계절이 우리에게 건네는 감정의 풍경과 삶의 온도를 차 한 잔에 담아낸다.
책을 읽으며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차가 단순한 건강 음료가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차는 어쩌면 나를 가장 잘 아는 친구 같은 존재였다.
쓰기도 하고 달기도 하며, 때로는 향기롭게 위로를 건네는 그 따뜻함이 나를 알아채고, 다시 일어서서 걸어가 보라고 응원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이 책은 결국 우리에게 “스스로에게 ‘나를 돌보는 시간’을 선물하라”고 말하고 있었다.
책은 1장에서 가을이 주는 감정의 풍경을, 2장에서는 사계절을 마무리하는 겨울의 풍경을 담아내며 가을차와 겨울차 40선을 소개한다.
다섯 저자는 각자의 삶의 이야기로 문을 열고, 그 경험과 감정을 차에 담아 풀어낸다.
산야초차, 꽃차, 발효차 등 우리 전통차의 세계를 보여주며, 차의 효능뿐만 아니라 재료, 만드는 방법, 우리는 법, 블렌딩 팁까지 컬러 사진과 함께 아주 자세히 설명해 준다. 읽다 보면 마치 차를 배우는 수업에 앉아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특히 책 속의 사진들을 보고 있으면, 올겨울 따뜻한 차 한 잔이 절로 떠오른다. 감기 기운이 올 때 마시면 좋다는 발효생강차, 밤새 지친 몸을 깨워준다는 회복차, 기와 혈을 조화롭게 해주는 쌍화차, 기관지에 좋은 도라지발효차, 심신을 안정시켜 준다는 황칠잎차, 소화를 돕는 귤피차, 활력을 북돋아 주는 오가피열매차, 백 가지 병을 낫게 한다는 백년초차까지. 책을 덮으며 나는 이 중 몇 가지는 꼭 직접 만들어 마셔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을빛 겨울차’는 화려하거나 자극적인 책이 아니다. 대신 조용하고, 따뜻하고, 오래 남는다. 이 책은 나에게 차를 마시는 법이 아니라, 나를 돌보는 법을 알려주었다.
앞으로 나는 차 한 잔을 마실 때, 단순히 목을 축이는 시간이 아니라 나 자신에게 건네는 작은 선물이라고 생각하게 될 것 같다. 바쁘게 흘러가는 하루 속에서 잠시 멈춰 서고 싶을 때, 이 책과 함께 따뜻한 차를 우려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