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연엽산 편지 - 원임덕 스님의 다정함이 묻어나는 산사의 봄 여름 가을 겨울
원임덕 지음 / 스타북스 / 2025년 12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연엽산 편지’는 문정고을 연엽산 깊은 곳, 암자에서 산사의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을 살아낸 저자의 삶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새소리와 물소리를 들으며 자연의 흐름에 몸을 맡기고, 낮에는 해와 함께 채소를 가꾸며, 밤에는 달과 별을 바라보는 삶. 이 책은 그런 일상의 풍경을 담담히 풀어내며, 우리에게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조용히 건넨다.
저자는 자연을 관찰하면서 동시에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그 성찰을 편지처럼 우리들에게 말하고 있다.
특히 이 책이 인상적인 이유는 사계절의 변화가 곧 인간의 삶과 닮아 있기 때문이다.
겨울 동안 얼어붙은 물을 길어 오며 느끼는 감사, 봄비가 올 때마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산의 풍경, 여름의 만개한 꽃들, 가을을 맞이하는 선물 그리고 겨울을 대비해 땔감과 양식을 준비하는 모습까지. 이러한 장면들은 단순한 자연 묘사가 아니라, 삶을 대하는 태도에 대한 이야기로 넓혀진다.
“세상에 공짜로 얻어지는 것은 없다”는 저자의 말은, 편리함에 익숙해진 현대인의 삶을 돌아보게 한다.
“깨어 있어야 하늘을 보고 별을 본다”는 문장은 이 책의 핵심을 담고 있는 말처럼 느껴졌다.
저자는 ‘거리’라는 개념을 통해, 깨어 있는 나와 하늘 사이에 별이 존재한다고 말한다.
이 말은 곧, 우리가 스스로를 돌아보지 않으면 아무리 아름다운 것들이 있어도 보지 못한 채 지나쳐 버린다는 뜻처럼 다가왔다.
우리는 늘 밖을 향해 시선을 두고 살아간다. 하지만 이 책은 ‘밖을 보는 삶’보다 ‘나를 보는 삶’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저자는 자신을 종교인이라 부르기보다, “자기를 돌아보며 살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라고 표현한다. 이 말이 참 따뜻하게 느껴졌다.
수행이란 특별한 누군가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삶을 성찰하며 살아가는 모든 사람이 이미 수행자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나 역시 이 문장을 읽으며, 지금까지 너무 결과와 속도에만 집착해왔던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되었다.
이 책에서 수행이란 거창한 것이 아니라, 하루하루 자신을 비추는 일이다. 라는 것을 일깨워 주고 있다.
또한 이 책은 삶의 무상함을 담담히 받아들이는 자세를 보여준다.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 반려견을 떠나보내며 “왔다가 그냥 갑니다”라고 말하는 장면은, 모든 것이 지나간다는 사실을 조용히 일깨운다. 그러나 그 담담함은 체념이 아니라, 오히려 삶을 더 깊이 사랑하게 만드는 태도처럼 느껴진다.
“나는 지금 무엇을 하는 것이 마땅한가?” 그리고 말한다. “우선 멈춤, 그리고 나를 바라보기.”
사계절이 흘러가듯, 인생 또한 여행이라는 말로 책은 조용히 마무리된다. 봄이 오고, 여름이 지나고, 가을과 겨울이 다시 찾아오듯, 우리의 삶도 그렇게 흘러간다.
중요한 것은 어디까지 갔느냐가 아니라, 그 길 위에서 무엇을 느끼고 어떻게 살아왔느냐일 것이다.
‘연엽산 편지’는 종교적인 책이라기보다, 삶을 천천히 바라보게 만드는 책이다.
이 책을 읽고 난 후, 나는 조금 더 느리게 살고 싶어졌다. 조금 더 자주 멈추고, 조금 더 자주 나 자신을 바라보고 싶어졌다.
바쁜 일상 속에서 나를 잃어버렸다고 느낄 때, 이 책은 조용히 나를 다시 나에게로 데려다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