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역(國譯) 송은(松隱) 박익(朴翊)선생 문집
박현문 지음, 신계재 감수 / 글로벌콘텐츠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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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고려 말 충절을 대표하는 인물이라 하면 흔히 포은 정몽주, 목은 이색, 야은 길재를 떠올린다.

학창 시절 국사를 배우거나 역사 드라마를 통해서도 이들에 대한 이야기는 비교적 자주 접할 수 있었다. 그러나 송인 박익 선생에 대해서는 이름조차 낯설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바로 이 책은 그동안 역사 속에서 충분히 조명받지 못했던 송인 박익 선생의 삶과 정신을 다시금 되새기게 해준다.

 

우리 역사에서 충절이라 하면 누구나 얼른 고려말을 생각하게 되고 고려말이라 하면 또 삼은을 헤아린다. 목은, 포은, 야은 등 삼은은 그만큼 널리 알려진 인물이거니와 그들 못지않게 충절로써 일생을 마친 분들을 같이 헤아려 팔은으로 일컨는 중의 한 분으로 송은 박익선생이 계시다.

 

선생은 고려 왕조의 운명이 다해가고 있음을 예견하고 관직을 내려놓은 뒤, 아우 밀성군 천경과 함께 고향 밀양으로 돌아가 은거하며 포은, 목은, 야은, 도은 등 여러 현자들과 시로 화답하였다.

조선 태조 이성계가 공, , , 이 네 조의 판서 및 좌의정으로 다섯 번이나 불렀으나 이에 응하지 않으시고 고려 왕실에 대한 충성과 절개를 지키신 일은 길이 후세에 전할 빛나는 행적이며 훌륭한 문장과 도덕을 잘 보여주는 일이다.

특히 선생은 정국의 흐름을 꿰뚫어 보는 통찰이 남달랐고, 네 아들에게는 선천과 후천은 다르고, 부자지간이라 행도 시대가 다르니 이씨 왕조에 충성을 다하라는 유서를 남기셨는데 이러한 점에서 선생의 현실 인식과 시대 의식이 얼마나 분명했는지를 엿볼 수 있다.

 

지금 전해오는 송은 선생의 문집은 조선 말 순조 때에 형조판서 홍명주와 규장각 검교전교 조두순의 서문과 함께, 선생의 시문 십육수와 잠송(箴頌) 이치, 그리고 유서 수삼행이 실려 있는 글들로 이루어져 있다. 이 책은 이러한 원전 자료를 바탕으로, 그동안 한문으로만 접할 수 있었던 송은 박익 선생의 사상과 삶을 원문과 함께 국역을 통해 오늘날 후세들에게 온전히 전하고자 한다. 아울러 기존에 한문으로만 읽히던 글들을 쉽게 한글로 풀어내어, 박익 선생의 사상과 삶은 물론 그의 문학 세계까지 폭넓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문집에 실린 작품들의 수는 많지 않지만, 그 내용은 선생의 삶의 태도와 가치관을 보여 준다. 그는 혼란한 시대 속에서도 세상의 흐름에 쉽게 몸을 맡기지 않았으며, 글을 통해 끊임없이 자신을 경계하고 뜻을 다잡고자 했다. 이러한 글들은 단순한 문학 작품이 아니라, 한 인간의 정신적 기록이자 삶의 과정이며 결과라 말할 수 있다.

책 속에 시문에서는 절제된 언어 속에서 자연과 함께하는 은거의 삶, 그리고 세속적 가치로부터 거리를 둔 마음가짐이 담담하게 드러난다. 이를 통해 박익 선생의 충절은 격렬한 저항이나 극적인 선택이 아니라, 조용하지만 흔들림 없는 태도로 이어졌음을 느낄 수 있었다.

 

송은 박익 선생 문집은 한 인물이 시대의 전환기 속에서 어떻게 자신의 삶을 정리하고 마무리했는지를 깊이 있게 보여 주는 책이다.

송은 박익 선생의 충절은 말보다 실천으로, 감정보다 절제로 드러난다. 조선이라는 새로운 시대가 열렸음에도 그는 자신의 뜻을 저버리지 않았고, 그 선택을 글로 남겨 후대에 전하고자 했다.

이 문집을 통해 박익 선생은 더 이상 교과서 밖의 이름이 아니라, 오늘날에도 자신의 신념과 가치에 대해 고민하게 만드는 살아 있는 인물로 다가왔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단순한 고전 문집을 넘어, 지금을 사는 우리에게도 조용하지만 깊은 질문을 던지는 책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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