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산도 하늘길
한승원 지음 / 문이당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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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손암 정약전이라는 인물은 정약용의 형이자 자산(현산)어보의 저자 정도로만 알다가 영화 자산어보를 통해 정약전이라는 인물에 대해 좀 더 자세히 들여다 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 책 흑산도 하늘길1801년 역사적 배경인 황사영 백서 사건으로 인해 신유박해가 일어나면서 천주학을 접했던 많은 이들이 처형되거나 유배를 가게 되는데 이 소설의 주인공인 정약전도 정약용, 정약종 세형제와 함께 처벌을 받게 된다.

정약종은 끝내 처형을 당하지만 정약전과 정약용은 머나먼 유배길을 가게 되는데 정약용은 강진으로 정약전을 깊은 섬 흑산도로 유배를 가게 된다.

나주 율정점에서 동생 정약용과 헤어질 때 정약용은 형이 가는 흑산흑산이라 부르지 않고 현산(玆山)이라 부르겠다고 말하며

정약용은 흑산이란 이름이 어두침침하고 무서워서 차마 흑산이라 말하지 못하고 검어도 현묘하다는 뜻을 지닌 현산으로 고쳐 부르겠다고 한다.

 

조선 후기의 실학자이자 병조좌랑이었던 정약전은 정조의 신임을 받는 신하였으나, 1801년 신유박해로 인해 흑산도로 유배를 가게 되었고 유배 생활은 그에게 고통과 좌절을 안겨주지만, 흑산도에서의 삶은 정약전에게 인간의 삶과 죽음, 자연의 아름다움과 잔혹함을 깊이 있게 성찰하는 계기가 된다.

그는 소흑산도에서의 훈장생활, 대흑산도에서 장창대와의 만남을 통해, 그들의 삶과 문화를 이해하고 존중하게 된다.

이러한 경험은 그가 '자산어보'를 집필하는 데 큰 용기와 도움을 얻는데,

'자산(현산)어보'는 흑산도 주변의 해양 생물을 연구하고 기록한 책으로, 흑산도 주변 바다에 서식하는 물고기와 해양 생물을 중심으로 생김새, 서식지, 어획 방법 등을 기록하였으며 어류뿐만이 아니라 해조류, 조개류, 갑각류 등 다양한 해양 생물과 생태적 특징까지 자세히 기록 되어 있는 국내 최초의 근대 어류학서라 말할 수 있다.

또한 당시 생활상을 생생히 엿 볼 수 있어서 이를 통해 사람들에게 유배생활을 하고 있지만 실학자로서 어떻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을지 깊은 고뇌와 노력을 엿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소설은 정약전이 흑산도에서 겪는 다양한 사건과 감정을 세밀하게 묘사하며 작가의 섬세한 문체와 풍부한 상상력 그리고 방언이 어우러져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하다.

특히, 자산어보의 집필과정과 흑산도의 자연 경관을 묘사하는 부분은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생생하게 느껴졌고 정약전의 삶의 외로움과 치열한 삶이 이 책 속에 고스란히 담겨 지금도 가슴이 먹먹히 아려온다.

저자가 말 했듯이 정약전에게 있어 하늘길은 자유의 길로 가는 길이었을 것이다.

사람은 오직 자기 혼자의 힘으로 세상을 뚫고 나가야 한다. 액면 그대로의 고통스러운 삶과 죽음은 살아 있는 자기의 몫일 뿐이다.’ 이 문장만이 지금도 내 머릿속을 맴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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