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귤색 헤드라이트 - 제주에서 나고 자란 그림 작가 이현미의 적당히 나른한 행복에 관한 이야기
이현미 지음 / 북핀 / 2022년 3월
평점 :
절판
겨울철 제주의 도로는 이른 아침부터 저녁까지 귤 수확을 위한 인부와 귤을 실어 나르는 트럭들로 장사진을 이룰 때가 많다.
이른 아침 여명이 밝아올 때 쯤 과수원 한 편에 장작불로 손을 녹이는 삼춘들이 분주하게 귤을 따기 위한 준비를 한다.
귤색 빛 태양이 밝아오는 과수원에서 언 손을 녹이는 장작불과 과수원 전체가 귤색 헤드라이트 빛처럼 이 책은 나에게 따뜻한 추억으로 다가왔다.
나에게도 이런 기억이 있었구나!
깜빡 잊고 지나쳤던 내 기억이 다시 살아나는 그런 소중한 경험을 해본다.
이 책은 제주에서 나고 자란 저자의 일상과 자신의 추억을 사계절 제주의 아름다운 모습들과 함께 자신의 이야기들을 그림과 글로 이야기하는 에세이 책이다.
평범한 일상이 주는 행복과 우리가 매일 보고 느끼는 자연이 주는 소중함 그리고 추억을 기억하며 살아갈 수 있게 용기를 주는 그런 따뜻한 책이다.
제주의 봄은 꽃의 향연으로 시작한다.
목련꽃으로 시작하여 유채꽃, 벚꽃을 만날 수 있을 것이고 어딜가나 도로변에는 노오란 유채꽃이 우리를 반기고 벚꽃이 휘날리는 꽃눈을 맞으며 걷노라면 자연이 주는 감사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사월이 되면 제주 땅에서는 맛있는 고사리가 머리를 빼꼼히 내미는데 무상무념으로 고사리를 꺽다보면 잡념이 사라지고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을 느끼고 오월의 푸르른 청보리는 이제 여름이 왔구나 하고 알려주듯이 제주의 여름은 에메랄드 빛 푸른 바다가 우리들에게 어서오라고 안내해 줄 것이다.
도로 옆 과수원 귤빛이 노랗게 영글 때면 벌써 가을이 왔구나 손짓을 하며 우리를 맞이해주고
제주의 눈 내린 한라산과 오름은 한 폭의 수묵화처럼 우리의 욕심과 집착을 버릴 수 있게 해줄 것이다.
이 책을 통해 평범해 보이지만 제주의 일상과 자연의 향기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책 속에 그림들은 따뜻한 차 한 잔의 떨림으로 나의 감정을 다독여 주고 희미해져 갔던 내 기억을 매만져 주었다.
코로나19를 통해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과 작은 것에 대한 감사함을 느끼는 요즘 이 책이 나에게는 잊혀졌던 기억들과 감성을 일깨워 주는 그런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