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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가에 어둠이 새겨질 때 - 쓸쓸한 식탁에 빛이 되어 준 추억의 음식들
김미양 지음 / 두두 / 2021년 9월
평점 :
우리는 누구나 어린시절 먹던 추억의 음식을 통해 옛 생각에 잠기곤 합니다.
추억의 맛은 타임머신을 타고 당신의 즐겁고 행복했던 순간들, 아프고 슬펐던 기억들 기쁨과 환희를 느꼈던 시간들을 탐험할 수 있는 시간여행과도 같은 것 같습니다.
이 책은 제주에서 태어나 제주에서 학창시절을 보내고 대학생활과 직장생활을 위해 육지에서 생활하면서 어렸을 적 먹었던 식탁 위 음식과 그 음식 속 추억들 그리고 삶의 이야기들을 하나 둘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오랜 세월 혼자 생활하다보면 외로울 때가 많은데 그때마다 생각나는 것이 아마도 어린시절 기억과 가족 그리고 음식일 것이다.
가족의 그리움과 고향의 맛은 언제나 떼려야 뗄 수 없는 그런 관계일 것이고 그만큼 음식 속에는 그리움과 추억이 밀접할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제주에는 많은 음식들이 있지만 특히 돼지고기 사랑은 남다를 정도의 애정이 있고 또한 많은 사람들이 선호하고 즐겨먹는 음식일 것입니다.
제주도에서는 돼지고기를 이용한 음식집이 많은데 제주 돼지근고기집, 흙돼지집, 고기국수, 몸국, 접짝뼈국, 돔배고기, 두루치기 등 제주사람들에 돼지고기 사랑은 아주 큽니다.
특히 제삿날 먹는 돼지고기 적갈은 배지근한게 참 맛있습니다.
이처럼 돼지고기는 제주 사람의 특별한 음식이자 친구 같은 음식입니다.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곤밥은 제주에서 하얀 쌀밥을 이르는 말이다.
제주에서는 화산지대 특성상 논농사가 어려워 흰쌀밥은 아주 귀했고 제삿날, 명절, 잔치날에나 먹을 수 있었습니다.
그 당시 하얀 흰쌀밥이 어찌나 희던지 겨울 밤 함박눈 소복이 쌓인 것 마냥 잎 속에서 사르르 녹는게 인생 처음 맛본 곤밥의 맛은 지금도 잊을 수 가없습니다.
특히 제삿날에 새벽시간까지 기다리며 곤밥에 적갈을 맛 볼라고 눈 비벼가며 기다리곤 했는데 그 시절 추억이 아른하게 젖어드네요.
여름철 쌈 채소로 먹을 수 있는 콩잎의 향은 투박하지만 구수한 맛을 자랑하고
여린 호박잎에 밀가루를 풀어 걸쭉하니 호박잎국 한 숟가락 생각이 납니다.
반찬으로 곁들인 미스이까라 불리우는 무늬오징어의 맛은 아마도 최고의 식감을 자랑할 것입니다.
어린시절 저 또한 햄, 소시지, 계란말이, 어묵 등 초딩 입맛을 자랑하는 아이였습니다.
고기는 비계가 있는 부분은 때어먹었고 나물무침은 왜이리 싫었던지,
하지만 나이를 먹고 나니 그 당시 어렸을 적 먹기 싫었던 음식들이 자꾸 생각나고 그 깊은 맛을 이제야 알 것 같습니다.
특히 어머니의 음식이 왜 이리 그립고 생각나는지 저 또한 음식의 맛을 통해 그 옛날 추억 속으로 빠져듭니다.
이 책은 제주의 소박한 음식들과 제주의 투박한 언어, 저자의 삶을 지탱할 수 있게끔 해준 제주음식의 맛과 가족의 사랑 그리고 추억들이 이 책에서 고스란히 느껴볼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