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무새의 부활 세계 거장들의 그림책 3
에두아르도 갈레아노 글, 안토니오 산토스 그림, 남진희 옮김 / 살림어린이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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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어린이 그림책이라고 하기엔 뭔가 색다른느낌이 드는 책, <앵무새의 부활>. 이책은 살림어린이에서 나오는 초등학생을 위한 세계 거장들의 그림책시리즈 3권이다. 그래서 일까, 너무너무 많이 기대를 하고선 펼쳐본 책이다. 표지부터가 강렬한 느낌의 남미나 아프리카의 색채를 담고있는 듯하다. 아니나 다를까, 남미의 그것도 브라질의 오래된 전설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썼다고 한다.



앵무새의 부활, 어떤 내용일까? 물론, 유추는 가능하다. 죽은 앵무새가 다시 살아나는 거겠지. 이렇게 생각하고 그냥 책장을 넘기면 정말 큰코 다친다. 어린이 그림책들이 늘 그렇듯이 단순한 글과 그림이 모든것을 드러내진 않기 때문이다. 특히나, 이책은 정말이지, 초등학생을 위한 거장들의 그림책이란 부제가 붙어있듯이 조금은 심오한 내용을 담고 있는 듯하다. 정말 초등학생들이, 아니 어른들이 봐도 괜찮을 정도로 좋은 책이다.



평소에 그림책에서 보지 못했던 색감부터, 그림에서 느껴지는 포스라고 해야하나? 그림 하나하나가 정말 제대로된 하나의 미술작품을 보는 듯한 느낌이다. 부글부글 끓는 냄비를 지켜보고 있던 호기심 많은 앵무새, 너무가까이들여다 보다 그 속에 빠져 죽고 만다. 그걸 본 앵무새의 친구 소녀가 너무 슬퍼하고, 슬퍼하는 소녀를 위해서 오렌지가 스스로 껍질을 까 소녀에게 자신을 바치고, 냄비를 데우던 불꽃은 자신을 후회하며 스스로 꺼져버리고, 돌멩이는 벽을 튀어나온다.



계속해서, 나무가, 바람이, 하늘이, 신사가 앵무새의 죽음을 슬퍼한다. 그러다가 지나가던 도자기 만드는 남자가 모두의 슬픔을 모아 정성껏 빚어 다시 앵무새를 부활시킨다는 내용. 정말 있을수도 없는 일이지만, 우리는 이 일련의 사건들을 통해서 누군가의 슬픔을 모두가 함께 나눈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그리고 그 슬픔을 나눈 결과가 무엇을 만들어내는지 알게 된다.



이 책의 지은이 에두아르도 갈레아노는 중남미를 대표하는 지성인이라고 한다. 그는 사회문제에 신랄한 비판을 아끼지않을뿐만 아니라, 이책을 만들어낸 것 역시, 약자의 편에 서서 그들을 위해서, 중남미의 어려운 환경에서 자라는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기위해서라는데, 정말이지, 이 책을 보고 누가 희망을 가지지 않을수 있을까, 누군가가 자신들을 위해서 눈물을 흘리고, 슬퍼해준다는 것만으로도 어려운 환경의 아이들에겐 희망이 되지 않을까.자신이 이 세상에서 제일 불우하다고 생각할때, 자신의 편에 서줄 누군가가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삶이 즐거워질수있을것만같다.



정말 요즘 처럼 각박한 세상속에서 우리 아이들은 무조건 자신의 슬픔, 자신의 행복, 자신의 기쁨만을 생각하는 이들이많은데, 다른 누군가를 위해서 슬퍼할 수있고, 다른 누군가를 위해서 자신의 것을 조금 나눈다는 것이 어떤건지를 이책을 통해서 배웠으면 좋겠다. 어른들도 마찬가지다.



행복은 나누면 두배가 되고, 슬픔은 나누면 반이 된다고들 말하는데, 나는 행복을 나누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것은 슬픔을 나눌수 있는 사람이 되는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또한번 하게 된다. 어려운 처지에 있을때 도움을 주는 친구가 진정한 친구라는 말이 있듯이, 자신의 소중한 친구를 위해서, 자신의 소중한 물건을 위해서 슬퍼할수 있고, 그걸 다른 누군가와 나눌수있다는게 얼마나 큰 행복이고,축복일까.



짧은 내용의 앵무새의 부활은, 한 사람의 노력이 아니라, 많은 이들이 슬퍼하고, 많은 이들의 염원이 모이면 다시 무언가를 만들어낼수있다는것을 너무 잘 보여준것같다. 이기적인 세상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에게 경종을 울리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정말이지, 강렬한 느낌의 표지에 이끌려 책장을 넘겼는데, 많은걸 배우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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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상상력 사전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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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베르나르 베르베르를 처음 만났던게 언제였는지 정확히 기억이 나지를 않는다. 처음 만났던것이 나무라는 책이었던 것같은데, 그뒤로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책이나오는 족족이 사모았던 것같다. 아니면 도서관에서 빌려봤던가, 책을 읽을때 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대체 어디서 이런 기발한 상상력의 영감을 얻는걸까 라는 생각을 참 많이 했었다.


일반인들이 생각할수 없는 것들을 생각해낸다는 것, 그리고 그것을 이야기로 풀어낸다는 것, 그건 분명히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아무렇지 않게 자신만의 세계 속에서 펼쳐지는 상상의 이야기를, 자신의 색깔을 덧 씌운채 우리들에게 이야기를 펼쳐 내고 있다. 그때마다 놀라움을 금치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정말로 한때는 진지하게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천재가 아닐까 라는 생각을 했었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이 상상력 사전을 보고는 조금은 그가 이해가 된다.

14살때부터 자신만의 사전을 만들어왔다는 베르나르 베르베르, 그의 상상력의 원천이 되었던 수많은 책과 정보들을 이 책에서 다 만날 수는 없겠지만, 그의 사전의 일부분을 훔쳐볼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너무 짜릿했다. 383편의 이야기들, 정말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얼마나 무지했는지 너무 잘 알았다. 신화, 음악, 역사, 인류학, 과학, 문학, 케잌 레시피까지 정말 종횡 무진 하는 그의 다양한 분야의 지식에 정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정말이지, 나만의 사전을 만든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 나도 이렇게 내 스스로의 영감을 위해서 기록을 남겨둔다면, 정말 기상천외한 글을 써낼 수 있을까? 하는 물음이 저절로 드는 책이다. 우리가 알고 있던 사실조차도 베르나르 베르베르 자신만의 색깔로 풀어내고 있는데, 책장을 넘기지 않을수가 없다. 짧은 한편의 이야기들, 길어봐야 세쪽, 대부분 한쪽에서 끝내는 이야기는 백과사전이라는 이름 앞에 우리가 지루하지 않을 수 있게 끔 만들고 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 그를 만난 것은 정말 행운일지도 모른다. 다른 작가들과는 다른 그 만의 상상의 세계는 우리들의 잠재된 상상력을, 우리 내면의 잠재된 욕구를 일깨우고 있는지도 모른다. 어린 시절, 자신만의 공상에 빠져, 자신이 공주가, 혹은 왕자가 되어보기도 하고, 현실에서 실현할 수 없는 멋진 자신만의 꿈을 상상하고 즐거워했던적 누구나에게 한번 쯤은 있지 않을까? 그런데, 어른이 된 지금은 어떨까? 우리들에게 꿈이라는 것은 어차피 이루지 못할것이고, 무언가를 상상한다는 것 자체가 어렵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우리는 상상하는 법을 까먹은지도 모른다. 우리들에게 또다른 즐거움을 가져다 주고, 또 다른 꿈을 가져다 줄, 그 상상력을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우리들에게 가르쳐 주는 것이다.

자신은 소설가임에도 불구하고 다방면에서 지니고 있는 지식들, 그 지식들이야말로 베르나르 베르베르 자신의 상상력의 원천임을 밝히고 있다. 문득 이글을 읽다보면 자신이 얼마나 무지했는지, 그리고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기발한 발상에 또 한번 놀라고, 자신안의 샘솟는 즐거운 상상력의 힘을 느낄 수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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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탄생을 시간의 교향곡에 맞춰 춤을 춘다고 말하고 있고, 쥐 세계의 계급 제도를 통해 천덕꾸러기, 피착취형, 착취형의 형태를 보여주며 우리 인간들을 떠올리지 않을수 없게 만들고 있다. 상대방의 허를 찌르는 심리 역이용게임, 세딸아이의 나이를 푸는 문제, 마요네즈를 맛있게 잘만드는 법까지 정말 신기한 내용과 독특한 발상의 글들이 눈에 많이 띈다.

특히나, 친구에게 선물 받은 러시아 인형 마트료시카가있는데, 같은 인형을 보고도 베르나르 베르베르와 내가 생각하는 것이 다르구나하는 걸 절실히 느꼈다. 단지 나는 인형이 여러개 들어있구나, 예쁘구나로 끝을 맺었지만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큰 것속에 작은 것이 들어있고, 작은 것 속에 더 작은 것이 들어있는 러시아 인형 마트료시카를 보며 신의 존재를 인식했다. 인간들이 자기들의 세계보다 높은 차원에 실제로 존재할 수 있는 어떤 것 대해 아찔함을 느끼고, 현기증을 느낄 때 그에 맞서서 안도감을 줄수 있는 존재가 바로 신이라는 거다. 우리 인간들의 편의에 맞춰 만들어진 신. 한번도 신이라는 존재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생각에 나도 모르게 고개가 끄덕여졌다.

정말 너무너무 대단한 사실들도 있고, 내가 아는 사실들도 383편중에 몇몇개가 있었지만, 생전 처음보는 듯한 낯설음을 느낄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왜냐하면, 그건 나의 시각이 아니라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시각이기 때문이다. 사람이 같은 사물을 보고도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해석을 해내느냐에 따라서 정말 많은 것들이 달라질 수 있는구나 하는 걸 절실히 느꼈다. 383편의 다양하고 방대한 지식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상상력의 원천이라는 상상력 사전 속에서 나는 내안에 숨쉬고 있을 잠재된 상상력을 또한번 살펴보게 된다.

베르나르 베르베르를 따라갈수는 없겠지만, 나도 나만의 사전을 만들고 싶다. 어느 누구와도 같지 않은 생각, 나만의 독특한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법을 배우고 싶다. 처음 책이 너무 두껍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한 장한장 넘길때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기상천외하고,독특한 발상의 전환들이 나로 하여금 책에서 눈을 뗄수 없게 만들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상상력 사전, 우리 모두 그의 상상력 사전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상상력을 찾아보는건 어떨까? 어린 시절 내가 꿈꾸던 그 세상을 다시 한번 상상해보는것도 좋지 않을까? 정말 좋은 경험을 한것같다. 다양한 지식들과 그에 따른 해석까지, 내스스로가 한층더 커진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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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하는 보통날 - 매일매일 연애하듯 살아가는 램블부부의 결혼 만들기
조용진.조선민 지음 / 나무수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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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우연찮게 책 소개를 보고 관심이 가던차에 내게 온 책. 함께 하는 보통날. 사실은 책을 받아 들기전까지 한번도 들어 보지 못한 부부의 이야기 였다. 네이버 파워 블로그를 운영중인 램블부부의 이야기 책이라는데 나는 왜 몰랐을까~ 사실, 오늘 아침에 키친에 잠깐 들렀다가 램블부부의 레시피라길래 한번 눌러서 확인해봤더니, 이 책의 주인공들이 아니겠는가~ 그래서 지금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지도 모른다. 우연찮게 보게 된 블로그지만, 나도 모르게 한층 가까워진 느낌이랄까~





어제 잠깐 들춰보면서 정말 결혼하면 이렇게 살아야지~ 라는 로망을 가졌던 책인데, 나도 모르게 마지막 장을 덮고 있었다. 그 만큼 이책은 부담없이 읽을 수 있고, 술술 읽혀진다. 뭐랄까 그냥 잡지책 보는 느낌? 깜찍한 일러스트와 가끔 보이는 부부의 사진, 그리고 맛깔 나는 요리사진들 하며 편안한 문체가 참 마음에 든다.





그리고 더 마음에 드는 건 내용이다. 어쩌면 내가 미혼이라서 이것 밖에 공감하지 못할지도 모르겠지만, 나에게 결혼생활에 대한 로망과, 결혼 생활에 대한 조언을 해주는 책이랄까~ 신혼부부에게 꼭 선물해주고 싶은 책이다. 정말이지. 아직 결혼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은 없지만, 뭐랄까 이들 부부처럼 살아간다면, 나도 결혼생활을 잘 할수 있을 것같은 느낌? 결혼 9년차 부부라는 느낌이 들지 않을정도로 정말 다정해보이고, 책에 묻어나는 그 사랑이 너무 보기 좋다.





요즘 세상에는 결혼도 너무 쉽게 하고, 이혼도 너무 쉽게하는데 이들 부부가 보여주는 결혼생활은 수 많은 이들에게 정말 부러움을 갖게 해주는게 아닌가 싶다. 결혼을 커뮤니케이션으로 표현했다는 남편분, 그런 프로포즈 받으면 나라도 결혼 할것만 같은느낌? 정말 최소한 25년 이상을 따로 산 사람들이 하루아침에 서로에게 맞춰간다는 것은 너무도 힘들었을 텐데, 이들 부부에게는 그런 것 조차 없는 것 같다.





어린시절 퇴근하는 아빠가 사오던 간식들이 더 기다려졌다는 조선민씨, 그래서 남편 조용진씨가 간식거리를 사다 나르기를 바랬다고, 떡볶이와 순대를 좋아한다고 했더니, 떡볶이와 순대만 사왔다고, 어묵도팔고 튀김도 파는데. 어쩜말하는 거만 사오냐는데,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뭐랄까 왠지 인간적으로 보였달까? 모든게 완벽해 보이는 부부이지만, 보통사람 같구나 하는걸 느꼈다랄까~






나는 부부가 서로 이름을 부르는 것도 너무 좋고,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면서, 결혼 안식년을 갖는 것도, 결혼 1년후에 유럽 여행을 간것도 너무너무 마음에 든다. 나중에 정말 결혼을 하게 된다면 남편과 함께 서로 평등한 입장에서 여행도 하고, 안식년을 가져보는 것도 너무 좋을것같다는 생각이 드는게, 결혼이라는게 여자의 희생이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했던 내게 이책은 새로운 시각을 안겨 준것이 분명하다.





결혼하기 싫은 사람이라면, 이제 결혼을 앞둔 이라면 꼭 한번 읽어봤으면 좋겠다. 정말 결혼생활에 대한 조언을 제대로 얻을수 있을 거라 믿는다. 그리고, 맛깔나는 레시피와 여행기들, 언제 나도 꼭 한번 이들을 따라 여행을 해봐야지 하는 생각을 절로 들게한다. 아무 생각없이 든 한권의 책. 이제는 내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해준다. 부담없이 읽으면서도 뭔가 많이 얻을수(?)있는 책이다. 신혼부부에게 강추~@ 내 친구가 결혼하게 되면 이책 꼭 선물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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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려 3 - 미천왕, 낙랑 축출
김진명 지음 / 새움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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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권까지 단숨에 다 읽었네요. 재미있습니다. 그전에나온소설과는 또 다른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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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을 본 적이 있나요? (반양장) 보름달문고 44
김려령 지음, 장경혜 그림 / 문학동네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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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유아인 주연으로 제작되고 있다는 완득이의 작가, 김려령의 신작이다. 김려령이라는 이름 앞에 나도 모르게 들게 된 책이지만, 결코 후회하지 않는다. 아니,정말 읽어보라고 추천해주고싶다. 문학동네 청소년문학상대상작 <불량가족레시피>보다 더 추천해주고 싶다. 물론 개인적 취향일지 모르지만, 나는 이런 가슴 따뜻하고, 실제로 있을 법한 이야기들이 참 좋다.

 



정말 어딘가에 건널목씨가 살고 있고, 어딘가에 태희, 태석이와 도희가 살고만 있을 것 같은 느낌이다. 이야기는 문밖동네 문학상을 수상하며 작가로 등단한 필명 오명랑 작가가 이야기듣기 교실을 여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야기 듣기 교실, 듣도 보도 못한 생소한 곳이 아닐까? 나는 여태 이런 학원이 있다는 것은 들어보지 못했는데. 다른 분들은 들어보셨나요? 물론, 최근 경청의 중요성이 대두 되고있다는 것은 분명하고, 김려령 작가가 요즘 아이들이 남의 이야기를 잘 듣지 않는 것에서 착안해서 이야기 듣기 교실을 등장시켰는지는 모르겠지만, 덕분에 이야기를 듣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또 깨닫게 된다.

 



작가로 등단한지 몇 년이 지나도 제대로 된 작품을 쓰기는 커녕 빈둥빈둥 놀기만 하자, 주변에 가족들이 일을 시작하라고 해서 오명랑 작가가 시작한 것이 이야기듣기교실이다. 이야기듣기교실이 뭔가 싶어서 문의 전화도 오곤하지만 정작 등록한 아이들은 달랑 3명, 그것도 한달간 공짜라는 말에 등록했음이 틀림이 없었다. 물론, 영어학원대신에 이야기듣기 교실을 선택하기도 하고, 나중에 작가가 되기 위해서 왔다고는 하지만, 처음 아이들은 이야기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일뿐이다.

 



이 세상 어느 책에도 나오지 않은 단 하나뿐인 이야기, 건널목씨의 이야기를 해주는데, 건널목씨라는 말을 듣고는 나도 처음에는 지어낸 이야긴지, 실제 이야긴지 구분이 가지 않았다. 하지만 건널목씨가 아리랑 아파트 아이들을 위해서 아침에 카페트 건널목을 만들어 길을 건너게 해주고, 교통정리를 해나가면서 다른 이웃들의 호감을 사고, 진정성을 보여줌으로써 건널목씨에게 마음을 열게 되기 시작했다. 정말 자기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타인을 위한 배려를 할줄 아는 건널목씨. 건널목씨가 이 세상 어딘가에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세상이 더 밝아보인다. 아니, 지금도 그런 건널목씨가 보이지 않는 어느 곳에 살고 있다고 믿고 싶다.

 



쌍둥이 형제의 깡패 사건으로 아리랑 아파트 경비실에서 살게 된 건널목씨. 그러면서 부부싸움으로 경찰을 부르기까지 하는 도희네를 알게 되고, 자신의 화장실로 피난을 오는 도희와 친해진다.

 



건널목씨가 아리랑 아파트 앞에서 건널목을 만들기(?) 시작한데에는 가슴 아픈 사연이 있었다. 바로 자신의 아이들이들을 교통사고로 잃었기 때문인데, 전국 방방곡곡을 돌며, 건널목이 설치되지 않은 곳에 건널목을 빨리 설치해달라는 항의조로 카페트 건널목을 만든다고 한다. 아리랑 아파트의 쌍둥이 형제를 보며 자신의 아이를 떠올렸다고 한다. 아직 부모의 마음을 내가 알지는 못하지만, 건널목씨가 얼마나 가슴이 아팠고, 그렇기에 다른 아이들이 다치지 않도록 신경쓰고 있는지 잘 알것만 같다. 건널목씨가 도희에게 안식처가 되어주, 태석이와 태희의 안전막이 되어주었다는 것에 나는 정말 아직 세상이 살만하구나 하고 느낄 있었다. 태석이와 태희는 아버지가 위암으로 돌아가시고, 어머니는 집을 나가 돌봐줄 사람이 없는 11살, 7살의 아이들이었다. 태석이 아버지가 건널목씨에게 고물상을 소개시켜줘 알게되었는데, 태석이 아버지가 돌아가시고도 아무런 연고도, 아무런 친분도 없었음에도 아이들에게 반찬거리를 사다주고, 기름을 넣어주고 신경을 써주고 있었다.

 



정말 부모님 두분이 모두 계시지 않았을 때, 어린 아이들이 느꼈을 그 불안감과 그 슬픔을 어떻게 표현하겠는가, 건널목씨가 없었더라면 태석이와 태희는 삶을 살아간다는 것 자체가 힘들었을지도 모른다.

 



건널목씨와 함께 태석, 태희를 찾은 도희는 엄마가 없다고 놀림받는 아이들에게 사촌누나 행세를 하며 아이들을 감싸주고, 친구가 없는 아이들에게 친구가 되어준다. 그러다 부모님이 시골 집으로 가면서 헤어지게 되는데.... 아이들에게 도희와의 헤어짐은 또 다른 슬픔이고, 아픔이었을 것이다. 그런 아이들에게 건널목씨가 있어 다행이었다. 어느 날 집을 나간 엄마가 돌아온다.엄마가 돌아옴과 동시에 건널목씨는 아이들 곁을 떠나게 된다. 건널목씨가 떠났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아이들은 눈물을 흘리게 되는데, 그 눈물의 의미를 어렴풋이 알것만 같다.

 



엄마가 돌아와도 자기는 집나간 엄마가 다시 돌아온 아이일 뿐이라고, 달라질건 없다고 자조적으로 내뱉는 태희를 보면서 너무나도 가슴이 아팠다. 어른들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말하는 것들이 어린 아이들에겐 얼마나 큰 슬픔이 될수 있는데, 그것이 커서도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칠수 있는데.....

 



엄마가 돌아오고 나서 태희, 태석이 내뱉는 말들 한마디 한마디가 너무 가슴이 아팠다. 아무렇지 않게 태희가 내뱉는 말들, 그 말들에 엄마 역시 상처받았겠지만 나는 태희가 더 아파하는 것같아서 너무 슬펐다.

 



오명랑 작가가 들려주는 건널목씨 이야기. 이건 바로 오명랑 작가의 이야기였다. 건널목씨 이야기를 통해서 엄마와 응어리 진것을 풀어버리고 싶었고,오명랑 작가는 털어내버리고 싶었던 것이다. 족히 20년은 더된 자신의 마음의 짐을 말이다.

 



책을 읽는 내내 이야기듣기교실은 뒷전이고, 건널목씨 이야기가 진짜 일까? 정말이라면 너무 가슴 아프다, 소설은 있을 법한 이야기를 다루는 거니깐 당연히 지어낸 이야기겠지? 이러면서 책을 내려 놓지 못하겠다.

 



김려령, 정말 다시한번 그녀의 저력을 확인했다. 어쩌면 이렇게 가슴 아프고, 정말 아련한 이야기를 아무렇지 않게 내뱉을 수가 있을까, 어떻게 이야기를 생각해냈을까, 잔잔한 감동이 밀려오는 책, 그러면서 가슴이 너무 따뜻해지는 책이다. 완득이를 재미있게 읽었다면 분명히 이책도 재미 있게 읽을것이다. 꼭 한번 읽어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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