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트 폴 -상
로버트 실버버그 외 지음 / 작가정신 / 1995년 1월
평점 :
절판


아이작 아시모프를 처음 만난 건 <신화 속으로 떠나는 언어여행>을 통해서였다. 과학자라는 전혀 이질적인 분야의 전문가이면서도 신화와 언어의 상관성을 파헤쳐가는 그의 저술에 감탄을 금하지 못했던 기억이 새삼스럽다. 기회가 되면 국내에 소개된 그의 책들을 찾아 읽어보리라던 다짐이 유야무야될 무렵 이 책 <나이트 폴>이 눈에 띄었다. 아이작 아시모프라는 이름은 보고 있던 책도 내팽개칠 만큼 유혹적이었다.

이 책은 아이작 아시모프가 1941년에 발표된 단편을 로버트 실버버그와 함께 장편으로 재집필한 것이라고 한다. 지구와 달리 6개의 태양이 번갈아 떠오르기 때문에 어둠이 존재하지 않는 행성에서 벌어진 에피소드를 통해 아이작 아시모프는 인간이라는 존재가 얼마나 익숙한 것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가를 보여주고 있다.

소설은 한 천문학자가 행성의 궤도가 만유인력 법칙과 다른 궤도로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것으로 시작한다. 동시에 한 고고학자는 한 유적지에서 약 2천년의 주기로 한 문명이 소멸되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천문학자와 고고학자의 노력으로 약 2천년의 주기로 행성에 일식이 찾아오고 일식이 진행되는 시간 동안 어둠이 세상을 지배하게 되리라는 사실이 밝혀진다. 하지만 세상엔 이미 '불의 사도'라는 종교단체에 의해 어둠이 세상을 지배할 것이니 회개하고 신의 품에 안겨야 된다는 메세지가 나돌고 있다. 때문에 과학자들의 주장은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지질 않는다.

소설을 보면서 인간이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가를 새삼 깨닫게 됐다. 2천년에 한번 일어나는 일식을 제외하곤 어둠이 존재하지 않는 행성의 사람들은 어둠이 다가오자 절망에 빠진다. '빛'을 찾아 눈에 띄는 모든 것을 불태우고, 밤하늘에 가득찬 '별'을 보면서 자기들의 행성만이 유일한 우주가 아니라는 것에 절망한다. 인간들의 찬란한 문명은 하루 밤 사이에 무너져 내리고 만다. 익숙한 것에서만 존재감을 느끼는 사람들은 익숙하지 않은 것의 도래에 그만 무릎꿇고 마는 것이다.

과학 소설이라고는 하지만 그 속에 담긴 내용은 결코 쉽지 않은 작품이다. 종교가 보여주는 집단적 광기, 법규가 사라졌을 때 인간에게 나타나는 난폭함, 아픔을 딛고 치유를 가능하게 해주는 인간의 사랑...

책을 덮으면서 아이작 아시모프의 다른 작품들뿐 아니라 다른 소설가의 과학 소설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잘 짜여진 과학 소설이 보여주는 재미를 이 책을 통해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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