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길목에 선 31인의 선택 - 삼국시대부터 해방 공간까지 전환기의 인물들
이덕일 / 푸른역사 / 199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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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나라의 역사는 어찌보면 그 나라의 위정자들이 내린 선택의 결과물이라고 볼 수 있다. 역사적인 상황에서 그 나라를 책임진 위정자나 지배계층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그 나라의 운명은 그 줄기를 달리할 수밖에 없으니까. 우리가 역사를 돌아보고 재해석을 내리는 한 가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어떤 기점에서 선택을 하는 건 보통사람들도 마찬가지이지만 그 선택이 한 사람의 일생을 결정짓는 그들과는 달리 위정자나 지배계층의 선택은 한 나라의 운명과 함께 그 나라에 속한 수많은 사람들의 운명을 결정짓기 때문이다. 역사적 상황에서 옛 선조들이 어떤 판단을 내리고 어떤 선택을 했는가를 돌아보고 새롭게 해석을 내리는 일은 그래서 의의가 있다. 옛 선조들을 돌아보면서 지금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를 유추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역사의 길목에 선 31인의 선택>은 그래서 역사의 전환기에서 우리 민족의 운명을 결정지었던 31명의 선조들을 돌아본다. 삼국시대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한반도에 닥친 굵직굵직한 사건들 한 가운데서 몸소 전환기를 체험해야 했던 그 시대 대표적인 위정자와 지식인들은 과연 어떤 선택을 했으며, 그 선택이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 돌아보면서 오늘날 우리는 무엇을 배울 수 있을지 돌아보는 이 책은 그래서 인물들을 다루고 있긴 하지만 일반적인 위인전과는 성격이 많이 다르다. 오늘의 시각에서 새롭게 해석을 내린 탓에 오랫동안 우리들에게 전해내려온 평가와는 상반되는 평가가 내려진 인물도 있으며, 그동안 역사적 상황 때문에, 혹은 그늘에 가려져 제대로 평가를 받지 못했던 인물들도 몇 사람 눈에 보인다.

역사적 전환기에 서 있었던 인물들의 행적은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삼국시대 통일의 꿈을 이루기 위해 행보했던 연개소문과 김춘추를 비교한 글을 읽으면서 '양국의 오랜 상쟁을 중단하자'며 고구려를 찾은 김춘추의 제안을 연개소문이 받아들였더라면 과연 한반도는 또 어떤 모습을 지녔을까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북과 남으로 나뉘어진 해방공간에서 오직 하나된 민족만을 위해 남과 북으로 힘든 행보를 걸어야 했던 여운형의 좌우합작운동이 성과를 거두었더라면... 대한제국 말기 고종과 명성황후가 보여준 행보가 왕권이 아닌 국권을 수호하기 위한 것이었다면 그렇게 쉽게 다른 나라의 식민지가 되는 일도 없지 않았을까.

31인의 행적을 다룬 19편의 논문들은 쉽게 읽히는 것도 있지만 반면 어렵게 읽히는 논문도 있다. 편저의 특성상 감수할 수밖에 없는 사안이지만 읽는 사람을 고려해 비슷한 필력의 저자들을 택하면 좋지 않았을까 생각하게 된다. 모처럼 우리 역사를 읽는 재미가 쉽게 읽히지 않는 글로 인해 반감되는 건 아쉬운 일이니까. 이 책은 누구보다 우리 정치권 사람들에게 읽으라고 권하고 싶다. 국민을 위하고 나라를 위해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한번쯤 깊이 생각해 보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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