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아씨들>을 정신줄 놓고 보다 보니 새벽 1시였다. 9화에서 10화를 보는 동안 2022년은 가고 2023년이 와 있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작은 아씨들>은 상당히 충격적이었고 변태적이었다. 원상아와 박재상 같은 관계를 뭐라고 이해해야 할까? 주종관계? 우엑. 나는 아직도 순진한 건지 멍청한 것인지 저런 관계는 이해가 안 된다. 뉴진스의 Cookie라는 노래가 아주 맘에 들어서 "꺄! 뭐야 가사가 너무 귀엽다!!"
식사는 없어 배고파도. 음료는 없어 목말라도. 달콤만 맛만 디저트만 원하게 될 거 알잖아. 그런데 너 충치 생겨도 난 몰라.
이 가사가 특히 귀엽다고 생각했는데. 외설논란 뭔가 ㅜ. 내 마음의 쿠키는 <퍼스트 카우>의 쿠키다. 난 역시 세상의 외설과 변태성을 따라가기는 버겁다.
어제는 설거지도 않고 씻지도 않았다. 겨우 양치 정도 했다. 모든 것은 새해의 나에게 미루자!! 그리고 새해의 나는 아침에 눈을 떠서 새해 카톡을 보낸 친구와 한 시간 동안 카톡을 주고받다가(새해 첫날 따위 의미 없고요) 간신히 일어나서 머리 감고 샤워했다. 깨끗한 홈웨어로 갈아입고 내가 가진 모든 식기가 엉망으로 쌓여있는 개수대로 가서 설거지를 했다. 배가 고프진 않았지만 혹시나 하고 재어본 체중은 또다시 앞자리가 바뀌어 있어서 시래깃국과 밥과 멸치볶음과 도라지무침으로 식사를 했다.
거국적으로 카톡 프사를 바꾸었다. 펠릭스 발로통의 판화작품 <거짓말>. 사실 누군지 잘 모른다. <김혜리의 그림과 그림자>에서 대충 맘에 드는 걸로 골라서 바꿈. 올해의 테마는 거짓말이다. 연말에 모 블로그에서 읽었는데 뇌를 속이면 행복해질 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 나도 나 자신을 좀 속여 보려고.
나는 지금 제주도 동쪽 표선에 있는 모 호텔의 스위트룸이다. 스위트룸이므로 당연히 바다뷰이며, 동쪽 바다이므로 당연히 일출뷰이다. 다행히도 오늘 아침은 해무가 없어서 완벽하고 선명한 일출을 볼 수 있었다. 제주 바다는 해무가 잘 생겨서 일출을 보기기 쉽지 않다. 하지만 이번 1월 1일은 운이 좋다.
이 정도 소박한 뇌 속임 정도면 충분하다. 충분히 행복하다.
우리는 언제 사랑에 빠지는가? 상대방에 대한 완벽하고 완전한 착각 속에서 사랑에 빠진다. 착각이 오래 지속될수록 사랑은 계속 유지된다. 착각이 깊을수록 사랑도 깊어진다. 이 착각도 당분간은 계속해 볼 생각이다.
넷플릭스에 <헤어질 결심>이 업데이트되어 있어서 봤다. 이미 극장에서 2번 본 영화인데. 3번째 보니까 더 좋았다. 내가 놓친 대사나 장면들도 많았고, 모국어 영화를 즐긴다는 기분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 수 있었다. 마침내, 단일한. 이거 어쩔 거냐!
갈망도 사랑인가? 서래는 해준을 갈망한다. "서래 씨 때문에 나는 완전히 붕괴되었어요!"를 사랑의 고백이라고 여긴다. 썸도 사랑인가? 나에게 있어서 사랑은 색의 삼원색 원 그래프처럼 원 3개가 겹치는 가운데 부분 그곳이 사랑이라고 생각하는데. 갈망+섹스+연애=사랑. 나의 사랑론은 정부가 바라는 완벽한 가족(남녀부부와 아들 딸의 4인 가족) 모형처럼 고리타분하고 편협한 것일까? 해준은 서래에게 "서래 씨는 꼿꼿해요, 나랑 동족이예요."라고 했지만 동족이라는 생각은 해준의 착각 아닌지? 하지만 상대방에 대한 착각이 없다면 우리는 어떻게 타인을 견디고 살 것인가...
뇌를 속이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 착각 속에서 영원한 행복을 느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