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잘잤다. 정말이지 고품격 수면이었다. 잘잤다의 기준은 첫째 자고 일어났을 때 몸이 새 것처럼 여겨질 때이다. 어딘가 쑤시는 곳이 없고 깃털처럼 가벼운 상태. 둘째 자면서 한 번도 깨지 않고(이것은 늦잠자면 안된다는 강박으로 인해서 얻은 정신의 병) 아침6~8시 사이에 일어나기 싫은데 더 자고 싶은데 하는 마음없이 일어나는 것이다. 오늘은 그 어려운 미션을 둘 다 성공했다. 

이 미션을 둘 다 성공한 이유는 어제 오후부터 밤까지 숙면에 도움을 주는 사소한 스트레스 상황이 있었고 그것이 70% 정도 해결된 탓(나머지 30%는 약 15년 후에나 해결될 듯), 또 오늘이 늦잠에 대한 강방이 없는 토요일이라는 점이다. 오늘은 대충 일어나서 세탁기 돌리고, 늦은 오전에 아랍영화제에 가서 영화 1편 또는 2편을 보고 잠시 백화점에 들러서 가구 구경을 할 예정이다. 그거 말고는 딱히 계획이 없다. 
마스크만 잘 착용하면 코로나에 걸리지 않는다고 하니(동생에게 이 말을 듣고는 정말 초딩스러운 말이다며 웃었는데 동생왈 정말 뉴스에서 그랬다면서 하하하하하하하) 절대반지라도 가진듯한 기분이 들어서 외출을 감행하기로 했다. 마스크만 잘 착용하면 된다라... 

만 5년만(<복종>은 2015년 7월 출간)의 우엘벡의 신간은 아까워서 첫 몇 장을 읽고 나서는 덮었다. 주중에 찔끔찔끔 읽으면 재미가 반간되기 때문이다. 좋은 술 혹은 좋은 음식을 허기진 상태에서 허겁지겁 먹지 않는 것과 같은 마음이라고 보면 된다. 출퇴근이라는 방해자가 없는 주말에 읽고 싶어서 일시정지 후 첫 페이지만 되새김질 하고 있다.  "나는 새벽 다섯시에 깨어나고, 더러는 여섯시경에 깨어나기도 한다."  첫 문장부터 맘에 들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나 역시 그런 인간이기 때문이다.  또한 "전날 물탱크에 물을 채우고 필터엔 원두를 분쇄하여 채워놓았다. 커피를 첫 모금 넘기기 전에는 담배에 불을 붙이지 않는다. 스스로 만든 규제 사항이고, 하루하루 그걸 지켜나가는 건 이제 내 자긍심의 주요 원천이 되었다." 이 문장들에서는 담배만 제거한다면 이것 역시도 나의 습관과 동일하다. 나 역시 잠자기 전에 내일 커피 내릴 때 사용할 물을 미리 브리타 정수기에 받아두고 내가 사용하는 컵도 미리 설거지해둔다. 요즘 아침 출근을 위한 카페인 섭취용 커피를 마실 때는 기분에 따라서 프린트가 화려한 마리메꼬 2020신상 컵 혹은 자코메티 컵(이건 자코메티 전시회 갔을 때 구입한 것으로 흰 바탕에 자코메티의 걸어가는 사람이 검게 프린트 되어 있다 정말 맘에 든다)을 사용한다. 자코메티 컵은 다시 구매할 수 없기 때문에 만약 깨어진다면 울지도 모른다. 

패션 잡지들에서 다이어리를 사은품으로 주던 잡지의 황금기에 사춘기를 보낸 나는 여전히 종이 수첩을 분신처럼 매일 들고 다니면서 하루하루의 임무를 수첩에 쓰고 임무수행 후엔 빨간볼펜으로 체크표시를 해둔다. 내가 임의로 그린 사각형에 빨간체크표시를 할 때 느껴지는 희열감이 있고 그게 내 자긍심의 주요 원천이 되어 하루하루 스스로를 규제하면서 하루하루 버티는 중이다. 내 자긍심의 주요 원천은 나름 실천하기가 꽤나 어려운 것으로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서 외모를 다소 화려하게 꾸미고 잘 갖추어진 옷을 입고 외관이 잘 관리된 깨끗한 자가용을 타고 일찍 출근하여 내가 좋아하는(그래서 항상 주차하는) 곳에 주차를 하는 것이다. 이 아침의 첫 단추가 잘 꿰어지면 나머지 하루가 어찌되었든 상관없다. 내가 조절할 수 없는 하루의 대소사들은 자연재해와 같은 것이고 그것에 대해서 나는 무감하다. 아무튼 내가 이 비루하고 무의미한 인간세상에 태어나서 하루하루 버티면서 알아낸 생존법은 외모를 잘 갖추고, 그와 동급으로 업무능력을 갖추면 똥파리들이 꼬이지 않는다는 간단명료한 진리다. 남들보다 조금만 딱 반걸음이나 한걸음만 더 앞에 있으면 된다. 두 걸음도 아니다. 최대 한 걸음만 앞에 있으면 된다. 그리고 내가 한 걸음 더 앞에 있을 수 있는 이유는 당연하게도 나는 나 자신만 돌보면서 살면 되기 때문이다. 나는 결혼을 해서 자식을 낳고 그 자식을 키우면서 또 부동산과 주식 정보를 공부하는 그 모든 일을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것은 나에게 아무 가치도 없는 시간낭지 체력낭비이기 때문이다. 현재의 나는 돈에는 아무 가치를 두지 않고 있고(우엘벡 책은 15500원인데 이것도 10% 할인해주고 여타 쿠폰을 사용하면 더 저렴하게 구매 가능하고, 아랍영화제는 심지어 1000원이다.), 다만 시간과 체력에 큰 가치를 두는데 그 시간과 체력을 무의미하게 낭비했을 때 무척이나 슬프다. 신체 기관이 아직은 노화로 인해서 망가지지 않은 지금 더 많은 책을 읽고 음악을 듣고 영화를 보고 싶다. 그리고 가끔 기분전환용 여행 정도 간다면 완벽하다. 다시 말하지만 나는 (이 멍청한) 인간들이 만든 세상에 대해서 큰 기대를 하지 않는다. 방향지시등 하나 제대로 사용 못하면서 운전하는 인간들에게 뭘 기대한단 말인가? 차로변경구간 하나도 제대로 지키지 못하는 멍청이들에게 뭘 기대한단 말인가? 그저 서로를 죽이지나 않으면 다행인거지. 사실 나에게 뉴스에서 보여지는 사건 사고들은 너무나 당연해서 비분강개하는 사람들을 보면 어디 천국에서 어제 하강했나보군 하는 기분이 들 때도 있다. 상황이 바닥일 때, 모든 경계가 허물어 졌을 때 인간은 어김없이 자신의 천박한 본성을 드러낸다. 상황이 좋을 때 보여지는 인간의 모습이 진짜라고 생각하는 인간만큼 병신은 없다. 환경만 좋게 만들면 인간은 선하게 행동할거라고 믿는 인간들은 도대체 뭔가 싶다. 환경을 좋게 만든다는 그 전체 자체가 '인간 본성'에 대한 포기선언이라는 것을 모르는 걸까???????????????????????????????? 또한 모두에게 공평하게 좋은 환경이 되면 그 속에서 또 인간 본성의 등급에 따라서 인간의 인격이 드러날 건데??????????? 환경을 좋게 공평하게 하는 게 무.의.미.하.다는 말이지. 

아무튼 다시 우엘벡으로 돌아와서 내가 우엘벡 소설을 좋아하는 이유는 내가 하필 인간으로 태어나서 느끼은 인간의 하찮음, 인간됨의 비루함, 인간됨의 구질구질함이 그의 소설에 노골적으로 잘 드러나있기 때문이다. 

세탁기가 빨래 종료를 알린다. 오늘은 날이 좋으니 빨래를 옥상 테라스에 널어야지. 빨래는 널고 나면 슬슬 외출 준빌를 하고 아랍영화제 영화를 체력이 허락하는 만큼 봐야지. 그리고 남은 주말은 우엘벡의 신간<세로토닌>을 그 어떤 방해도 없이 완벽하게 몰입해서 읽어야지. 생각만 해도 행복하다. 


이번 주의 명언 : 마스크만 잘 끼고 다니면 코로나 안 걸 려 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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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의 극남지역에서 무너지는 남극빙하를 보고 싶었다. 

하지만 나는 겁이 많은, 모험은 오직 <반지의 제왕>을 읽는 것으로 족한, 인간인지라

정- 빙하가 보고 싶다면 그린란드(덴마크령)를 택할 인간.


지구온난화로 인해서 빙하가 무너져내리고 있다는 국제환경기사를 접할 때마다 약간의 쾌감을 느낀다.

나는,

인간이 자신의 죗값을 치르고 멸종해버리는 바란다.


미셸 우엘벡 신간이 나왔다. 

졸작이었던 <복종>이후에 신간 소식이 없길래 

우울증 약을 먹으면서 자살할까 말까 망설이는 걸로 하루하루를 보내는 줄 알았는데

드디어 신간이 나왔다.

홍보 글귀만으로도 100% 맘에 든다.

읽고 나면 더 맘에 들겠지.


(학습능력)지능도 낮고

도덕적 지능은 더 낮은 인간들에게 둘러 싸여서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다보면

그래, 여긴 지옥이고, 내 주변의 각종 지능이 낮아보이는 짐승과 진배없는 인간들과 살아가는 것이

나의 형벌이다, 버티든지 죽든지 선택하자. 

하는 생각을 종종한다.


어떤 천재들의 자발적 죽음을 볼 때마다

드는 생각은

짐승우리에 같혀 사는 기분을 더 이상 견딜 수 없어서 

죽었구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1급수에만 살 수 있는 플라나리아와 구정물에서도 살 수 있는 미꾸라지...

를 떠올리며.


bam 요한 요한슨 orp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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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중에는  출근 때문에 여유로운 아침 시간을 보낼 수가 없기에 주말에는 꼭 여유로운 아침을 보내려고 한다. 나에게 있어서 여유로운 아침이란 잘만큼 자고 일어나서 잠옷 차림으로 드립 커피를 만들고 주방 식탁이나 서재 책상에 앉아서 느긋하게 무의미한 서핑을 하거나 무의미한 글자를 끄적대거나 하는 것이다. 그런데 어제(토요일)는 아침부터 동생이 들이닥쳤다. 동생은 휴가를 내고 오랜만에 부모님집에 왔는데 급하게 서너 시간정도 컴퓨터를 쓸 일이 생겨서 내 집에 온 것이다. 혼자 온 것도 아니고 엄마랑 같이 왔다. 그래서 나의 느긋하고 조용한 토요일 아침은 소멸해버렸다. 


다시 한번 가족(2인 이상의 사람이 같은 집에 사는 것)이 얼마나 거추장스럽고 방해스러운지 깨닫게 되었다. 


오늘, 나의 일요일 아침은 고요하다. 어제 빼앗긴 여유로운 아침을 보내는 중이다. 혼자 조용히 그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을 시간과 공간이 없다면 나는 진즉에 미쳐버렸을지도 모른다. 다행히도 나는 내가 어떤 성격의 인간인지 잘 알고 있고, 그런 성격에 알맞는 라이프스타일을 택하는 현명함을 발휘했다. 정말 대견하다, 나 자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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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아무 이유없이 아침부터 사는 게 너무 무의미하다라는 생각이 극도로 많이 들었다. 그런 내 기분을 반영이라도 하듯이 출근할 때는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을 챙겼다. 책은 세월에 닳아 책등은 본래의 색을 잃고 희미해졌고 책장은 누렇게 바랬다. 첫 에피소드 뫼비우스의 띠는 건너뛰고 바로 두번째 에피소드인 칼날을 읽었다. 어렸을 때는 몰랐는지 지금 다시 읽으니 선악이 너무 분명하고 너무 도드라진 정의감에 다소 눈쌀이 찌푸려졌다. 어쨌든 세상은 바야흐로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의 시대로 접어들었으니까 말이다. 


폭우가 쏟아졌고 차량들도 쏟아졌다. 가벼운 접촉사고가 몇 번 목격 되었고. 덕분에 퇴근길은 평소보다 1시간인 더 지연되었다. 하지만 나는 이 모든 사태를 겸허히 받아들인다. 사고 당하지 말고 살아서 집에 돌아가야만 한다.에 내 모든 에너지를 집중시켰다. 그리고 무사히 집에 돌아왔다. 비지엠은 바흐의 골든베트크 변주곡.


내일 죽어도 부끄럽지 않을 정도로 삶을 정리하고 지낸다. 내일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러면 내가 마지막으로 들은 음악은 골든베르크 변주곡이다. 나쁘지 않다.


지금도 골든베르크 변주곡을 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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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기대 없이 아담 스미스의 <도덕감정론>을 읽었다. 다 읽은 것은 아니고 어제 저녁에 첫 장을 읽기 시작했다. 자와 빨간볼펜을 들고 밑줄을 그어가면서 읽었다. 조금 읽었을 뿐이었는데 잠이 쏟아졌고, 토요일 밤 9시가 되기도 전에 잠에 빠졌다. 다음 날 5시 40분쯤 깼다. 그 사이에 한 번도 잠에서 깨지 않았다. 무엇보다 최근 들어 육체에 대한 경멸감을 더 자주 느끼에 해주었던 극심한 어깨 결림(과 더불어 이젠 등 결림까지)이 (일시적이겠지만)깜쪽같이 사라졌다는 점이다. 


오늘 이 순간부터 세상에서 가장 존경하는 사람은 아담 스미스이다. 


내가 도덕감정론을 굳이 구입해서 읽기 시작한 이유는 사람들이 부rich를 추구하고 가난poor을 멸시하는 이유가 공감하는 능력 때문이라고 아담 스미스가 도덕감정론에서 말했다는 것을 어디선가 주워 들었기 때문이다. 어찌되었든 조금 읽었을 뿐인데 대단하다 싶었던 점은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감정들이 왜 그런지 분석하고 설명해준다는 점이다. 


아담 스미스 덕분에 어깨 결림이 없는 한가로운 일요일을 보내게 되었다. 책 내용은 별개로 이것 만으로도 내가 그를 존경할 이유는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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