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스마트폰의 유튜브앱을 삭제했다. 유튜브는 평소에는 잘 안보다가도 어쩌다 한 번 보게되면 영화 한 편 감상하듯이 계속 보게 된다. 어제 밤이 느닷없는 그런 날이었다. 괴기스런 일본 추리 소설을 들뜬 마음으로 빌려서는 계속 읽으면 일상이 마비될까하는 근심에 애써 챕터와 챕터 사이에서 브레이크를 밟아 놓고는, 유튜브 영상에서 방심을 해버린 것이다. 유튜브 영상 정도는 얼마든지 정지할 수 있다고 자만했던 것이었다. 


유튜브 시청 따위로 낭비하는 시간이 없는 훌륭한 어른이고 싶다. 요즘은 돈보다는 시간과 체력을 낭비했을 때가 발가락에 50ml 향수병을 떨어뜨린 것처럼 고통스럽고 후유증도 크다. 이것 역시도 어떤 분류의 현대인의 병일지도 모른다. 매사를 알뜰하게 사용하고자 하는 강박같은...


집 안을 생활의 흔적없이 깨끗하게 해두고 싶다. 책을 읽다가 덮었을 경우에는 책상이나 읽던 자리에 그냥 두지 않고 반드시 책상의 정해진 위치(읽기 진행중인 책을 꽂아두는 칸)에 놓아 둔다. 책상도 사용하고 나면 사용하던 필기도구나 공책 등도 반드시 정해진 위치에 반듯하게 놓아 둔다. 매일 쓸고 닦고 정리정돈하고 쓰레기는 찾아내서 주기적으로 비운다. 이것이 어떤 액막이 행위라도 되는 듯이 집중하고 있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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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이 나에게 가져다주는 각성과 아드레날린이 좋다.

출근과 나는 이제 애증의 관계이다.


베이징올림픽에서 역도 금메달을 딴 장미란이 역기를 들어올리는 그 정신(절박함, 패기 그 모든 것)으로 나도 내 눈꺼풀과 상체와 정신을 들어올리면서 매일 아침 침대에서 일어난다. 일단 일어나기만 하면 그 다음 순서는 순조롭다. 컨베이어 밸트 위에서 조립되기를 기다리고 있는 스마트폰과 같달까. 조립은 시간문제. 

1차 각성 - 머리 감기

2차 각성 - 커피 내려 마시기(카페인 섭취)

3차 각성 - 메이크업 & 드레스업(갑옷 혹은 방탄조끼 같은 것!)

4차 각성 - 출근길 운전(출근길의 도덕도 준법도 없는 양아치 운전자들이 마지막 각성을 채워준다. 부가적으로 하루치 아드레날린도 채워준다.)


하고 싶은 일도 하기 싫은 일도 없다. 그저 주 5일 1~4차 각성의 단계를 거칠 수 있다면 이젠 뭐가 되었든 큰 상관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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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엔디아 가문이 세운 마콘도 마을의 대홍수가 문득 문득 생각나는 날들이다. 물론 대홍수가 마콘도에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소설 <대지>에도 대홍수의 시기가 있고 이 때 주인공 왕룽은 타락하게 된다. 

이렇게 쏟아지는 폭우에도 불구하고 나는 우산이 필요없는 생활을 하고 있다. 실내주차장과 자동차와 건물 사이만 이동하면서 다니므로 직접적으로 비와 대면할 기회는 없는 것이다. 바쁘게 움직이는 와이퍼를 보면서 폭우가 쏟아지는 날에도 우산이 필요가 없는 어른의 삶이 나에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곰곰이 따져본다. 도로는 극심한 정체이고 내가 운전하는 이 길은 주변에 사는 조류 부부까지도 죄다 기억하고 있을 정도로 완벽하게 경로를 숙지하고 있기에 '도대체 지금 내가 뭘 하면서 살고 있는지?' 곰곰이 따져볼 수 있는 최적의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살면 살수록 삶보다는 죽음이 명확해진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죽을지 모른다는 막연한 예감. 죽음이라는 완벽한 끝(이어야 하는데, 윤회 혹은 내세가 있다면 정말 절망적이다)이 있기에 오늘도 어찌어찌 임시방편 궁여지책으로 하루하루 적당히 만족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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왓챠 독점공개 HBO 드라마 <나의 눈부신 친구> 시즌1-1화를 봤다. 아역의 릴라는 내 상상보다 못생겼고 레누는 내 상상 이상으로 예뻤다. 나는 이 소설의 1부만 2번 완독하고 나머지 2, 3, 4부는 미루게 된 상태로 책만 전권 소장한 상태. 책이나 영화에 대해서는 의지를 가지지 않는다. 내 마음이 내킬 때까지 기다리는 편이다. 진짜 장편소설이 읽고 싶어서 샀는데 1부를 읽는데만해도 너무 스트레스(부모때문에 태어나서 개고생하는 애들이 너무 불쌍)받아서 도무지 2권을 집어들 마음이 생기지 않았다.

레누가 사는 공동주택은 지옥 그 자체였다. 레누는 엄마들이 이웃과 서로 악담을 퍼붓고 험담하고 심지어는 머리카락을 쥐어 뜯으면서 싸우고 계단에서 굴러떨어지고 기물을 파손하는 이유가 하수구에서 기어나온 수억마리의 벌레들이 밤이면 밤마다 잠든 엄마의 입속으로 들어가서 엄마를 미치게 만들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 나레이션 장면이 어찌나 슬프고 끔찍하던지...


부모가 자식을 돌봐야 하는데 자식이 부모를 돌보는 현실... 미쳐버린 과부 멜리나의 불쌍한(철든) 아들과 자신이 버림받은 것을 만회한다는 동백이의 잘못된 신념에 의해서 미혼모의 자식으로 태어난 필구. 옹산이든 나폴리든 다르지 않다. 


부모가 되어서는 안되는 인간일 수록 번식에 필사적이다.

왜냐하면 그들에게 번식만큼 쉬운 성취는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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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란 인간일수록 번식을 함으로써 그 모자람을 채우려고 한다. 

부모의 모자람 탓에 태어나아짐 당한 인간들만 불쌍하지. 
나 역시도.

먹고 살기 힘들어서 애를 낳지 않는 게 아니란다. 멍청이들아.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쉬운 게 섹스와 임신, 즉 번식.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때 인간은 번식을 한단다.
뭐 일단 섹스를 하는 거지.
가장 하찮고 쉬운 것을 뭐 위대한 업적이라도 되는 것처럼 미화하는 거 보면 너무 가소롭다.
국민연금 고갈을 막기 위해서 인간들이 계속 태어나야 한다는 것처럼 이기적이고 악한 핑계가 있을까?

내 부모는 늘 이렇게 변명한다.
"그때는 먹고 살기가 힘들어서...그게 최선이었다."고
그러면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딱 하나다.
"먹고 살기 힘들면 낳지 말았어야지."
하긴 그 덕에 부모를 반면교사 삼아서 나는 낳지 않는다. 
요즘은 먹고 살기 힘들지 않고, 다만 그냥 사는 거 자체가 힘드니까.

구체적으로 어떤 점이 힘들냐
하면
진상들, 염치 없는 인간들, 공공의 규칙을 지킬 수 있는 능력이 애초에 없는 인간들을
상대해야하는 것이 힘들다.
그냥 아주 내가 동물원 원숭이 우리에 내던져짐 당했구나 싶다.
왜 사람을 죽였을까? - 스트레스 풀려고.
라고 답하는 원숭이 한 마리를 존엄한 인간으로 생각하는 건 쉽지가 않다.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을 봤다. 
옹산 시장의 게장 거리.
바로 그런 정서(특히 찬숙 패거리) 정말 싫어한다.
나는 동백이를 욕하고 괴롭혀도 되지만 너는 동백이를 욕하고 괴롭혀서는 안돼.
내가 하면 로맨스요 니가 하면 불륜.
내가 하면 츤데레요, 니가 하면 괴롭힘.
살인범이 궁금해서 끝까지 시청했지만 드라마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나는 찬숙 패거리가 맘에 들지 않았고, 
그런 한국의 정서가 싫고 또 싫었다.
내가 하면 칭찬, 니가 하면 성희롱.
내가 하면 사랑의 매, 니가 하면 아동학대

웃기고 자빠졌네 진짜.

저런 드라마가 인간적이라고 하는 한국 정서가 나를 아주 빡치게 한다.
나를 아주 황시목+그르누이로 만든다.

그리고 동백아, 필구 왜 낳았어? 니가 제일 나빠.
필구도 그러더만,
내가 낳아달라고 했어? 엄마는 내 허락 받고 낳은거야? 라고


13살 11살 3살 자녀를 가진 83년생 김지영은 아이 키우는 게 너무 힘들다고 눈물을 흘렸다.
김유정 소설 <동백꽃>의 점순이도 아닌데 조혼을 하여 생각없이 애만 낳은 것이다.
그런 부모 밑에서 태어난 애는 무슨 죄인가.
태어난 게 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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