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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는 온라인 결제와 택배 반품의 연속이었다. 오늘 아침에도 택배기사로부터 반품 수거문자를 받고 모닝홈트를 한 후에 반품물건 상자를 현관문 앞에 놓아두었다. 아마도 오늘 오는 택배기사는 반품 수거와 동시에내가 그제 주문한 물건을 배송해 줄 것이다. 


#1. 느닷없는 마음1 : 스탠드 조명

어제 퇴근하고 오니 현관문 앞에 내 예상보다 더 큰 플로어램프가 서 있었다. 램프의 갓이 내 예상보다 컸는데, 해당 제품의 쇼핑몰에 가서 다시 보니 내가 내 마음대로 작게 생각한 거였다. 제품 사진 속 플로어램프는 그 크기를 가늠할 수 있게 소파 옆에 위풍당당하게 서 있었다. 플로어램프 배송 기사와 시간이 맞추기 힘들었다. 플로어램프 정도는 그냥 배송만으로도 충분할 거 같은데, 굳이 기사가 조립을 해주는 시스템. 가난 탓으로 웬만한 것은 죄다 DIY로 구매하는(하지만 너는 조립하는 솜씨가 전문가급이잖니!!) 남동생이 이 사실을 알면 놀라 자빠질 듯. 반면 나는 부자여서가 아니라 조립할 자신이 없어서(대학생 때 자취하던 시절 첫 DIY 가구였던 2단 책장 조립 실패 후로는 DIY 제품을 사지 않고 있다) 기사가 그러면 조립해서 현관 앞에 세워두겠다고 했고 나는 그러라고 했다. 플로어램프 포장제(쓰레기)를 기사가 가져가서 좋았다. 한 가지 문제라면 '이렇게 다 가져가버리면 반품할 경우 뭘로 포장해야 하는 걸까.' 하는 생각을 잠시 했다.

플로어램프를 집 안으로 가져와 거실에 놓아두었다. 정확히는 1인 리클라이너와 3인용 소파 사이에 두었다. 발가락으로 램프를 켜고 리모컨으로 TV도 켰다. 은은한 주황색의 램프 불빛 아래에서 보는 유튜브 영상은 뭔가 다르게 느껴졌다. 마치 내가 올리비에 아사야스의 영화의 주인공 집 거실에 있는 듯한 착각이 들게 해 주었다. 물론 프랑스 출신 문화 금수저 올리비에 아사야스 감독의 추구미 속에는 75인치 스마트 벽걸이 tv와  노르웨이식 미학의 리클라이너 소파, 뭔지 모를 카피캣 느낌이 가득한 한국의 가구 브랜드의 플로어램프와 소파가 단 1개도 들어있지 않겠지만 극동아시아의 한 귀퉁이에서 생존을 위해 버둥거리는 일개 서민일 뿐인 나에겐 고품격 프랑스 문화 귀족 느낌을 주기엔 충분했다. 

조명은 빌트인이 최고지, 번거롭게 스탠드가 왜 필요해?!!라는 신념의 소유자였던 나는 느닷없이 지난주 일요일밤 잠자는 것도 잊은 채 단스탠드 2, 플로어램프 1을 장바구니에 넣고 체면이라도 걸린 듯이 결제를 했다. 단스탠드 1을 침실의 테이블(단스탠드와 테이블은 같은 브랜드의 유사한 색상이라서 잘 어울렸다) 위에, 엔틱 느낌의 또 다른 단스탠드는 서재의 피아노 위에(우리 집 유일의 고급 엔틱 가구 담당인 피아노의 고동색을 나는 우아하다고 생각하고 좋아한다. 한때는 중고로 팔아버릴까 또는 인근 초등학교의 방과후 피아노 교실에 기증할까라는 생각도 했지만 지금은 럭셔리 장식품으로 사용 중이다. 피아노 위에는 내 사진들이 즐비하게 놓였다) 놓여 있다. 책상에서 사선으로 마주 보는 위치에 피아노가 있기에 단스탠드를 바라보기 좋아서 매우 만족하며, 서재에 있을 때는 천장 조명으로 인해 방이 눈부시게 밝아도 스탠드를 켜 둔다. 지금도 아련하게 오렌지빛을 발하는 스탠드를 흐뭇하게 바라보면서 일기를 쓰는 중이다. 

#2. 느닷없는 마음2 : 숙박업소(aka 호텔, 나는 숙박업소 느낌의 침대프레임과 침구를 좋아하지 않는다, 더 좋아하는 것은 좀 유치한 침구들, 예를 들면 잔꽃무늬, 프린트가 화려한 마리메꼬, 학생 때는 해피엔코를 침구 사용)st 침구 (feat. 좆(김계리김계리)같은 내란수괴 부부, 어서빨리사형당해라! 아리수아깝다)

느닷없는 마음은 알리지 케어 항균 특화를 모토로 상품을 만드는 침구 회사의 겨울 차렵이불을 간절기 차렵이불로 바꾸면서 생겨났다. 이 이불을 언제 샀나를 확인하기 위해서 지난 주거지들을 떠올려보니 분명한 것은 예전에 살던 집이었다. 그렇다면 최소 9년 전!! 

예전 집에서 나는 침대 프레임과 방바닥 사이에 공간이 있는 프레임을 사용 중이었고, 차렵이불이 아닌 오리털 솜통과 새하얀 면으로 된 이불커버를 사용하고 있었다. 이 상황에는 두 가지 불편사항이 있었는데, 첫째는 침대 바닥에 먼지가 너무 빨리 많이 쌓인다는 것. 퀸 사이즈의 침대 아래에 청소기를 집어넣어서 청소하기에 내 팔 길이가 부족했고 여기저기 침대를 떠받치고 있는 침대 다리가 청소기의 움직임을 방해해서 청소를 할 때마다 짜증이 났다. 둘째는 이불 커버를 벗기고 다시 입히는 과정이 하면 할수록 불편하고 번거롭게 여겨졌다는 것. 이런 두 가지 불편함을 마음속에 폭탄처럼 지닌 채 백화점 침구 매장들을 둘러보다가 알게 되었다. 세상에는 먼지가 거의 없는 차렵이불이 존재한다는 걸!! 그 이후 나는 겨울침구, 간절기침구, 여름침구 모두 이 브랜드에서 항상 구매하게 되었다. 단 한 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이불세트의 디자인었다. 열심히 합리화를 해보아도 당췌 맘에 들지가 않았다. 특히 겨울 침구가 그랬다. 이 브랜드의 웃긴 점은 고급 라인의 디자인이 더 구리다는 것이다. 침구는 오래 쓰기 때문에 한 번 살 때 더 좋은 걸 사곤 했다. 

내가 가진 이 브랜드의 이불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 처음으로 산 간절기 차렵이불이다. 이걸 바꾸다가 느닷없이 '다시 돌아가야겠다. 동물털과 숙박업소 느낌의 새 하얀 이불보로!!' 하는 생각이 강렬하게 들었다. 당장 폰을 켜고 침구 검색에 돌입했다. 결제 직전, 잠시만 기껏 구입해서 이틀 밤 정도 덮고 자다가 이게 아니 다하는 생각이 들면 어쩌지? 한 번 실패한 아이템이지 않는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결제를 일시중지하고 생각을 더듬어 보았다. 그래, 우선 테스트를 해보자. 숙박업소 st 동물털 침구 사용 테스트를 해보고 나서도 여전히 새 침구를 사고 싶다는 마음이 남아 있다면 그때 결제하는 걸로 일의 순서를 정했다. 테스트는 무엇으로 하느냐 하면, 나에겐 십 수년 전에 사용하던 오리털 침구가 있는 것이다! 이 집에 이사오던 날부터 지금까지 다락층의 수납장에 들어 있을 거라 추측되는 예전에 사용하던 오리털 이불을 찾으러 다락으로 올라갔다. 오리털 이불은 알레르기케어 이불 살 때 받았던 이불가방에 얌전하게 들어있었다. 아니 잠시만, 이 오리털 솜통은 언제 산 거지?? 이것은 이전 집의 이전 집에 살 때도 쓰던 건데. 생각이 났다. 이 오리털 솜통은 2008년 12월 또는 2009년 1월에 샀다. 그 해 봄 나는 그 집으로 이사를 했는데 그 집의 겨울이 내 예상보다 더 추웠다. 웃풍이 너무 심했다. 그래서 큰맘 먹고 산 것이 오리털 이불이었다. 거위털은 너무 비싸서 사지 못했다. 2025년인 지금은 오리털 이불은 아예 팔지도 않는 거 같고, 심지어는 그 당시 내가 산 오리털 이불 가격보다 싼 거위털 이불도 많이 팔고 있다. 물가를 생각하면 더더욱 놀라운 일이다.

오리털 이불을 이불가방에서 꺼내 상태를 살펴봤다. 얼룩도 없고 구멍 난 곳도 없었다. 이불커버도 멀쩡했다. 흰 면 특성상 부분 부분 누렇게 바랠 법도 한테 며칠 전에 표백이라도 한 듯 새 하얬다. 아님 말고 하는 오리털처럼 가벼운 기분으로 솜통과 이불커버를 통돌이세탁기에 넣고 신나게 세탁을 하고 말렸다. 오리털이 한쪽으로 쏠려 납작해진 걸 보고는 가망없겠는걸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역시나 또 한 번 아님 말고 하는 기분으로 양 손바닥을 이용해 열심히 두들겼다. 놀랍게도 이불은 부불어 올랐다. 너 이 녀석, 필파워가 몇 이냐!!! 누가 보면 조선호텔침구인 줄 알겠구나. 그렇게 나는 이명박 새끼가 대통령인 시절, 구제역 전염병으로 인해 소를 생매장하던 장면이 뉴스에 생중계되는 걸 보고 계란과 우유조차 먹지 않는 극단적 채식을 시작했던 그 해에 아이러니하게도 북서향의 남루하고 저렴한 전셋집의 북풍한설을 견디다 못해 구입한 동물털 이불을 이명박 새끼를 감옥으로 보낸 검사 새끼가 사형에 이르게 되는 재판을 받고 있는 지금 다시 사용하게 된 것이다. 두 새끼들에게 김계리의 지읒 쌍욕을 보내고 싶다. 욕을 찰지게 잘하는 것도 재능이라면 재능. 나는 일기 쓸 때는 ㅈ욕이나 ㅅㅂ욕을 쓰기도 하지만(이 욕들은 마음속으로 할 때 적어도 나에겐 쾌감이 크다) 말로 내뱉지는 않는다. 말로 내뱉고 나면 수치스러울 것 같기 때문이다. 마음속으로 '어휴 이 좆같은 새끼'라고 하면서도 입으로는 "야, 이 수오지심도 없는 놈아!!!"라고 번역해서 한 적이 있다.

세탁한 오리털 이불을 덮고 잔 다음 날 백화점에 갔다. 두 가지 이유에서이다. 첫째, 차렵이불 말고 솜통과 커버가 따로 있는 이불을 다시 사용하고 싶었고. 둘째 십 수년 전에 구입한 오리털 솜통(이건 싱글 사이즈라서 퀸 사이즈인 내 침대보다 작다. 손님방 싱글 침대에 둬야지)이 이렇게 멀쩡하다면 이왕 살 거면 좋은 솜통을 사서 오래 쓰자 하는 생각에서 더조선호텔 매장에 갔다. 사계절 솜통과 이불 커버와 베개커버 2장을 사면 180만 원 남짓. 내 마음이 또 언제 차렵이불로 바뀔지 모르고, 면 이불 커버가 생각보다 먼지가 많이 날지도 모르는데 버리기 쉽지 않은 가격의 침구를 사는 것에 마음이 썩 내키지 않아서 이불 구경만 하고 그냥 집으로 왔다. 하지만 거위털 솜통과 숙박업소 st의 새하얀 이불커버를 포기한 것은 아니었기에 여기저기 산재한 쇼핑몰에서 파는 여러 브랜드의 침구를 네이버 가격비교를 통해서 검색에 또 검색을 했다. 귀찮지 않냐고? 시간이 아깝지 않냐고? 전혀. 사실 나에겐 쇼핑의 여왕 유전자가 있다. 사고 싶은 물건이 생기면 온, 오프라인 손품, 발품 파는 걸 마다하지 않는다. 반품하는 것 역시도 전혀 귀찮아하지 않는다. 

검색의 결과 더조선호텔과 나란히 있는 침구 매장 제품의 저렴이 버전 즉 온라인전용 라벨이 붙은 침구 세트를 주문, 그러고도 아쉬운 마음이 남아서 더조선호텔의 온라인전용 커버세트를 또 주문했다. 이불 커버가 적어도 2장은 있어야 하니까. 침구 세트는 2일 만에 배송이 되었다. 거위털 솜통에 커버를 입히고(놀랍게도 커버 끈이 똑딱이 단추로 되어 있어서 묶지 않아도 되었다!!!!) 덮어 보았다. 내 둔한 몸은 매장 제품과 온라인전용 제품을 구분하지 못했다. 온라인전용도 충분히 좋은데!! 구매확정이다 하며 해당 쇼핑몰에 갔는데, 단 2일 만에 이 침구의 가격이 4만 원이나(?) 인하되어 있었다. 나는 얼른 새 이불을 덮고 싶은 마음을 진정시키고, 1:1 문의를 남겼다. 반품기한이 있으니 인하된 가격으로 재결재해 달라고. 안 된다고 했다. 하는 수없이 기존 물품은 반품신청하고, 인하된 가격으로 재주문했다. 그리고 다시 문의했다. 반품신청한 물건 그냥 내가 지금 쓰고, 재주문한 물건은 발송 안 하는 걸로 하면 안 되냐고 했더니, 안된다 절차대로 반품하고, 재주문 건은 발송한다고 했다. 이런 융통성 없음이 납득이 안 되었지만 회사 나름의 이유가 있겠거니 했다(아마도 내가 상상할 수 없는 작태의 진상 구매자들의 이상한 구매와 반품 사유들 탓일지도). 그래서 나는 솜통과 커버를 분리시키고 이불 포장을 풀 때 기억해 둔 대로 다시 포장을 하고 박스에 넣고 처음 물건을 받은 것처럼 여기저기 테이프를 꼼꼼하게 붙였다. 어제 늦은 오후에 반품신청을 했는데, 오늘 아침에 일어나니 택배기사로부터 반품물건 회수문자가 와 있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현관에 있던 박스를 현관밖에 내어놓았던 것이다. 반품으로 인한 배송비는 5500원. 4만 원-5,500원=34,500원 때문에 굳이 이렇게 까지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을 내란수괴 배우자의 그 가격은 정확하지 않으나 6천~1억 사이 가격이라는 반클리프아펠 목걸이와 함께 생각하니 매우 빡이 쳤다. 180만 원짜리 더조선호텔 침구도 돈 아까워서 안 사고, 온라인전용 제품마저도 고작 4만 원 때문이 이 수고를 하는 내가 낸 세금(심지어 나는 서민계의 유재석 아닌가! 공제받을 항목이 없어서 세금 다 낸다 ㅠ)으로 일주일 동안 물 228톤을 쓰고, 전용기 타고 해외여행을 하고, 반클리프아펠 목걸이를 뇌물로 받은 그 년과 내란수괴를 생각하니 화가 치밀었다. 시발 더 열이 받는 건 좆같은 검사 새끼들이다. 니네들이 노무현 대통령한테 한 거 반이라도 해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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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병원 진료실 앞 의자에 앉아서 순번 모니터를 보면서 내 차례를 기다릴 때면 언제나 긴장이 된다. 이미 답이 정해진 것이겠으나 그래도 긴장이 된다. 오늘은 새로운 과 진료다. 검사를 할 때마다 혹부리 영감의 혹처럼 새로운 장기에서 새로운 문제가 발견된다. 교수의 처방은 이랬다. "살을 찌우면 됩니다. 너무 말라서 이런 경우가 있어요." 교수가 정해준 몸무게는 내가 평생에 가져본 적이 없는 몸무게였다. 10kg 정도 더 찌워야 가능한 몸무게였다. 성인이 된 후 평생 지금 몸무게 근처에서 오르락내리락했던 나로서는 지금의 해결책이 의아할 뿐. "평생 이 몸무게로 살아왔는데 왜 지금 이런 문제가 생긴 거예요?"라고 묻자 몸집이 좋은 교수는 "누적된 겁니다. 가장 쉬운 해결책은 살을 찌우는 겁니다." 6개월 후에 다시 검사해보자고 한다. 돌겠네!


이렇게 몇 분 진료를 보고 본인부담금 80%가 넘는 진료비를 내고 왔다. 공단부담금이 적으면 왠지 손해본 기분이다. 반대로 공단부담금이 더 많으면 조금 위로가 된다. 어떤 점에서 위로가 되냐면 아픈 덕분에 건강보험료 낸 것은 보상받는구나 하는 멍청한 생각을 하는 것이다.


다음 검사하기 전에는 부디 제발 정상으로 되어있기를 ㅜㅜ 


이렇게 홀로 각자 병들어 죽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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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모든 것을 가졌었다. 그러나 모두 속임수였다. 무엇으로도 문제를 고칠 수 없었다. 해결책이라는 개념을 이해하기까지도 몇 년은 거릴 터였다. 오해는 마시라. 꿈이 집, 주급 백만 달러, 모두 황홀했고, 나는 영원히 감사하며 살아갈 것이다. 나는 이 세상에서 가장 운이 좋은 사람 중 하나다. 그리고 정말이지 재밌게 살았다. 

그것들은 그냥 정답이 아니었던 거다. 옛날로 돌아가도 <프렌즈> 오디션을 보겠느냐고? 물론이다. 또 술을 마시겠느냐고? 물론이다. 술을 마시며 긴장을 풀고 즐기지 못했더라면 이십대가 끝나기 전에 고층빌딩에서 뛰어내렸을 것이다. 

(중략)

누군가의 동정을 얻으려고 이 글을 쓰는 게 아니다.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진실이어서다. 

<친구와 연인, 그리고 무시무시한 그것 / 매튜 페리>


매튜 페리(1969~1923, 만 54세)가 쓴 <친구와 연인, 그리고 무시무시한 것>을 매일 잠들기 전에 조금씩 읽고 있다. 매튜 페리에겐 미안하지만 그의 고난이 나에겐 많은 위로가 된다. 꿈의 집(그는 나중에 2천만 달러짜리 펜트하우스 40층(뷰가 끝내주는)을 소유하고 살지만 그곳보다는 재활센터 또는 병원 중환자실 같은 곳에서 더 많은 밤을 보낸다), 여자 친구 줄리아 로버츠(물론 헤어지지만, 줄리아가 자길 버리고 떠날 것이 두려워서 그가 먼저 떠나지만), 주급 백만 달러와 명성과 재능, 그 재능을 알아봐 주는 방송계와 영화계... 정말 가지기 힘든 것을 모조리 다 가졌지만 정작 그는 정말 가지기 쉬운 두 가지를 가져본 적이 없다. 그것은 바로 숙면(깊고 긴 잠)과 중독 없음이다.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중독(알코올, 담배, 약물까지 죄다 중독이었던 매튜 페리)이 필요했던 그는 중독이 선물한 불안감소 효과로 인해 자신의 특별한 재능을 더 잘 발휘하게 되어 엄청난 부와 명성을 가지게 된다. 하지만 중독은 그의 직장까지도 파괴해 버리는데, 이쯤 되면 나는 매튜 페리가 '부와 명성도 다 필요 없고 평범한 삶이 좋아.' 할 줄 알았는데, 이런 상식적인 생각은 <벤야멘타 하인학교> 주인공 또는 니체가 차라투스투라 첫 장부터 비난하는 말종의 인간 같은 패배주의에 찌든 나 같은 사람이나 할 법한 생각이었고, 그는 달랐다.


하지만 아빠는 연극 대본을 쓸 수 없고, <프렌즈>에 출연할 수 없으며,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도울 수도 없다. 어딘가에 7백만 달러를 쓸 재력도 없다. 삶은 이렇듯 반대급부가 있는 모양이다.

궁금해진다. 아빠와 바꾸라면 바꿀 수 있을까?

<친구와 연인, 그리고 무시무시한 그것 / 매튜 페리>


위에 인용한 부분을 읽고 약간 충격받았다. 이런 인생관을 가져야만 성공할 수 있는 거구나 싶어서. 하지만 매튜 페리가 저런 생각을 한 것에 대한 더 논리적인 이유는 아마도 인간은 자신이 처한 상황을 긍정하는 생존 본능 속에서만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쉽게 말해 가지지 못한 것은 전부 신포도이며, 내가 가진 것은 전부 달콤한 레몬이라는 식으로 생각해야 계속 살아갈 수 있는 건지도! 물론 이런 사고방식이 깊어지면 '대통령 3년 하나 5년 하나 똑같다'는 비루한 자기 합리나 하는 자기 망상 속에서 홀로 유희하는 내란수괴 윤 씨 같은 사람이 되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각(증상) 없이 살다가 느닷없는 시한부 선고를 받고 몇 달 투병하다 죽는다. 하지만 나는 운이 억세게 좋게(아니면 나쁘게) 어떤 병의 단서가 발견되어 몇 년째 추적 검사를 받고 있다. 상황은 점점 나빠졌다. 그 정점을 찍은 것이 재작년 하반기와 작년 상반기였다(부디 그러기를 바란다). 천성이 안분지족인 나는 건강악화로 인해 더더욱 안분지족(스트레스가 없는 상황)하게 되었다. 어떤 즐거움(정서적, 금전적 이득)이 스트레스를 담보로 한다면 나는 과감하게 그 즐거움을 포기했다. 대신 내 생활의 중심에는 매일(평균 아님) 8시간 이상의 수면과 운동이 자리 잡게 되었다. 최근에는 독서, 영화감상, 일기 쓰기마저도 뒷전으로 밀려났다. 어느 정도였냐면 bgm으로 켜두는 음악도 없는 적막 속에서 바느질을 하거나 다림질을 하거나 옷장 정리는 하거나 여러 가지 잡동사니들을 정리하고 청소했다. 극장에 가지 않은 지도 한 달이 되었다. 책도 거의 읽지 않았다. 작년부터 읽다가 내란 터지면서 못 읽었던 <삼체 3>을 윤 씨 파면 후에야 집중해서 다 읽어낸 정도가 전부다. 


검사 또 검사. 대학병원 교수는 좋은 결과에는 나빠질 수도 있는 상황을 말해주고, 나쁜 결과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나마 좋은 상태였던 데이터들을 말해 준다. 이 시대의 훌륭한 상담사이자 명의랄까! 요즘은 계속 검사 결과가 좋다. 좋음에도 불구하고 교수는 다음 검사 날짜를 예약하라고 한다. 검사 주기가 2배로 길어졌다는 것이 그나마 실제적인 희소식. 그게 어디냐! 결론만 말하자면 현재는 나도 여느 사람과 똑같이 정상이라는 것이다. 정상 수치를 가진 건강인이다, 당분간은. 


다시는 정상 범위의 수치를 가질 수 없을 줄 알았는데 정상이다!! 정상 수치의 원인을 알고 싶어서 건강이 악화되었던 지난 몇 년간의 변수들을 분석해 보았다. 악화일 때는 있었고, 정상일 때는 없었던 무엇!! 그 무엇이 무엇인지 찾았다!!!! 내가 좋아했던 그것이 건강하지 않은 상태의 나의 육체에 가장 큰 해악을 주는 것이었던 것이다! 그것이 없었을 때의 검사 결과는 대체로 좋았던 것! 하지만 이 분석은 완전히 틀린 것일지도 모른다. 지금의 정상 수치도 한시적인 것일 가능성이 많고, 내가 정상 수치를 가질 수 있었던 것은 티맵 운전 점수처럼 생활의 중심에 8시간 수면 시간 확보라는 철칙을 두고 생활한 시간들의 누적 때문이었을 수도 있다. 


그녀는 다시 바다를, 섬을 둘러보았다. 그러나 나뭇잎 같은 섬의 뚜렷한 윤곽이 사라지고 있었다. 섬은 무척 작았고, 무척 멀리 떨어져 있었다. 이제는 바다가 해안보다 더 중요했다. 그들 주위에는 온통 일었다 가라앉는 파도뿐이었고, 파도에 실려 온 통나무가 뒹굴었으며, 갈매기 한 마리가 다른 파도를 타고 있었다. 이 근방에서 배 한 척이 침몰했다고 그녀는 손가락으로 물을 튕기면서 생각했고, 몽롱한 상태로 꿈꾸듯이 중얼거렸다. 우리는 각자 홀로 죽어 갔지.

<등대로 / 버지니아 울프>


검사 결과가 두려울 때마다 '우리는 각자 홀로 죽어 갔지.'를 기도문처럼 읊는다. '인간은 누구나 홀로 태어나서 자기만의 망상에 빠져 살다 홀로 죽는다.'라고 생각하면 두려움은커녕 편안해지고 약간은 (태어남을 원한 적 없던 나 인지라) 생명에 대해서 복수한 거 같아서 쾌감을 느끼기까지 한다. <삼체 3>을 다 읽은 후로는 1890만 년의 시간을 상상하곤 한다. 반 평생을 살아버린 나에게 여생은 우주의 시간에 비교한다면 무(없음)와 다름없다. 무와 다름없다고 생각하면 편안해진다. 


지드래곤처럼 다섯 손가락 전부 다른 색으로 네일 컬러를 바른 손가락으로 이 일기를 쓰고 있다. 지드래곤을 따라 한 것은 아니다. 어떤 사람이 내 손을 보더니 지드래곤 스타일이라고 해서 알게 된 것이다. 지드래곤이 네일 아트를 하고 다니는 것도 이번에 알게 되었다. 다른 건 몰라도 손 끝만은  화사하게 하고 지내고 싶은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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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리얼 페인

감독: 제시 아이젠버그

수상: 여러 유명 영화제에서 각본상, 남우조연상 다수 받음. 97 아카데미 영화제(2025) 작품상 후보. 97회 아카데미 남우조연상(키에란 킬컨)


솔직히 이 영화에 미국, 영국 등 관객과 영화 관련자들이 열광하는 데 1도 공감 못하겠다. 제목이 리얼 페인인 것부터 반감 폭발. 


얼마 전에 요즘 화제라는 이수지의 몽클레어 강남맘 영상을 보고, 어떤 포인트에서 웃어야 할지 몰랐던 것과 유사하다. 이수지도 첨 봤다. 이수지 몽클레어 연관 영상으로 [추적 60분 7세 고시]가 있어서 이어서 봤는데, 7세 고시가 왜 추적 60분에서 다루어지는도 납득이 되지 않았다. '디올 베이비 가격 이대로 괜찮은가' 같은 그사세 아닌가 싶어서 웃겼다. 추적 60분 진행자나 PD같은 사람, 즉 엘리트 부모 입장에서는 심각한 사회문제일 수 있겠지만, 내 입장에서는 돈지랄 이상도 이하도 아닌 '그들만의 지옥'이었을 뿐.


히틀러 학살로부터의 생존자 3세의 찐 고통은 도대체 뭘까?(라고 2025년 가자 지구 8세 아이에 빙의해서 생각해 본다.)

서른 살이 넘어서도 경제적 독립을 못해서 부모님 집의 지하실에서 사는 게 찐 고통이란 걸까?(난 전쟁통에 부모가 사망하고 집도 다 부서져서 천막 텐트에 사는데. 해외여행은 고사하고 국적이 없어서 여권도 없는데)

벤지(키에란 컬킨)의 고통이란 게 도대체 뭐였지가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의문. 굳이 원인을 찾자면 프로이트가 말하는 거식증 증상 정도? 모든 것이 있지만 내가 원하는 것은 없어서 발병하는 풍요 속 거식증이 벤지의 찐 고통, 리얼 페인??


2. 브루탈리스트

수상: 97회 아카데미 영화제(2025) 작품상 후보, 97회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인정 못하겠다!!!! 그만해 그만!! 시오니즘 그만 좀 해. 그리고 2003년에도 엘리드 유대인 연기로 받았자나, 그만 좀 해.)

같은 배우의 2003년 작 <피아니스트>의 건축가 버전(feat. 시오니즘 만세)


뭐야, 히틀러의 대학살로부터 살아남으려면 천재 피아니스트나 천재 건축가 정도는 돼야 한다는 거야 뭐야 하는 나의 꿍한 마음에 확신을 준 것은 주인공 라즈로 토스의 배우자의 학벌과 직업이 밝혀질 때였다. 과장해서 해석하자면 유대인은 천재 예술가, 영국 명문대(옥스퍼드 영문과 출신이던가?)출신의 우수한 언론인(영어를 미국인보다 잘하는 유대계 헝가리인)이고 유대인 학살자들은 야만인 그 자체라고 하는 듯했다.  두 번째 해석은 재능이 없는 인간들은 죽어도 괜찮지만 유능한 엘리트들은 살려야 한다로 해석되었다. 엘리트 만능주의에 불쾌 100배 상승.


분명한 것은 가자지구 사람들이 이 영화를 봤다면, 특히 마지막 추모 연설을 봤다면 피꺼솟이 되어 극장 내부를 영화 <서브스턴스>의 엔딩씬처럼 만들고 싶었을 것이라는 점!! 제삼자인 내가 봐도 '아... 진짜 졸렬하고 역겹네.'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으니까.


또한 도대체 이 영화의 어디가 그렇게 우수한지? 

영화가 길다는 거?

과감하게 인터미션을 넣었다는 거?


"우리 조상들도 히틀러에게 학살 당했다고요. 억울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사람들은 아직도 리얼 페인에 시달리는 생존자 후손인 나 말고, 독일인에게 가서 따지세욧!!! 나도 희생자란 말이에요. 그리고 나는 네타냐후 지지 하지 않아요. 하지만 이스라엘은 우리 영토에요!!" 이 영화의 본심이라고 확신한다. 졸렬!!! 


히틀러의 학살에 희생당한 유대인의 후손으로서 나치의 만행을 잊지 않고 고발하는 것까지는 좋으나 그 유대인의 후손들이 가자 지구 사람들에게 하는 학살(심지어 현재 진행형)은 면죄되는 거란 말인지. 감독은 부끄러운 줄 알아라. 그리고 이 영화를 작품상 후보로 선정한 자들도 부끄러운 줄 알아라. 


나치와 유대인에 관한 영화가 2편이나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에 있다는 것(이스라엘의 가자 지구 학살은 여전히 진행중인 지금)가 나의 심사를 굉장히 뒤틀리게 한다. 특히 <브루탈리스트>는 졸렬하다! 




3. 쇼잉 업(2025. 1. 8. 개봉)

감독: 켈리 라이카트

주연: 미셸 윌리엄스


영화를 보는 것 자체만으로도 힐링됨!!!

결국 인생은 리지의 그것처럼 사소한 사건들로 채워지는 것 아니겠는가.

그 속에서 짬을 내서 포기하지 않고 계속 예술을 하는 것. 아름다운 것을 추구하는 것!!

거대한 예술은 못하지만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작은 소조 작품을 계속 만들어 가는 것.

우아한 삶!



4. 미키17(2025. 2. 28. 개봉)

감독: 봉준호

주연: 로버트 패티슨


우주에만 가면 개고생 하는 로버트 패티슨.

첫 우주판 체험 삶의 현장은 <하이라이프>다. 독박육아에 눈물을 흘리면서도 딸에 대한 애정을 잃지 않는 부성애를 보여줌 ㅋㅋㅋㅋ

이번 <미키17>에서는 삶은 끔찍한 죽음의 고통이지만 그래도 살고 싶다는 열망을 놓지 않는 그야말로 극한의 고통을 견디는 인간을 보여 줌. 이것은 불교의 윤회 그 자체!! 윤회의 사슬을 끊기 위한 방법으로서 사이클 기계를 폭파시킨다! 남궁민수 드디어 성공한 건가요??


일단 재미있으니 봉준호 믿고 보면 된다. 돈 값, 시간 값 함.


5. 컴플리트 언노운(2025. 2. 26. 개봉)

주연: 티모시 샬라메

수상: 97회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 당연히 남우주연상 받을 줄 알았는데... 홀로코스트 휴머니즘을 이기긴 힘들구나!


밥 딜런의 영광은 계속된다. 노벨 문학상보다 더 큰 영광은 아직은 20대인 티모시 샬라메가 밥 딜런을 연기한 것 아닐지!!! 티모시 샬라메, 못하는 게 뭐야. 노래도 정말 잘 함!!!


이 영화를 보고 나서 티모시 샬라메의 연기력은 김연아의 스케이팅 실력처럼 다른 차원에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영화 <주디>의 르네 젤리거와 비교해서 보면 더 확실히 알 수 있다. 르네 젤리거는 주디 갈란드 역으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는데, 르네 젤리거 연기 잘하네 하고 보게 된다. 티모시 샬라메의 밥 딜런 연기는 잘하고 말고 가 아니고... 저게 가능하나 하는 생각만 하게 됨. 그런데도 주연상을 못 받다니 충격적!!! 미국 놈들의 엘리트 유대인 사랑 징글징글하다. 정말.


ps. 같이 보면 좋은 영화 

<아임 낫 데어 / 토드 헤인즈> 2007년 작

밥 딜런 영화이고, 밥 딜런을 몰랐던 내가 밥 딜런을 알게 된 영화. OST너무 좋아서 CD 구매. 영화도 좋아서 유튜브 영화에서 구매(아직 넷플릭스가 없었던 시절)


<인사이드 르윈 / 코엔 형제> 2013년 작

너무 좋아서 극장에서 2번 본 영화. 최근 왓챠에서 100원에 팔길래 냉큼 구입.

영화 엔딩에 밥 딜런으로 추정되는 자가 나와서 노래하는 장면 나온다. 이 장면이 바로 주인공 르윈 데이비스의 인생 폭망을 암시한다는 것에서 깊은 감동(?)을 준다. 가수 오지은은 당사자성이 너무 강해 고통스러워서 못 봤다는 영화. 하지만 나는 내 고통이 아니므로 즐기면서 약간은 부러운 마음으로 본 영화.


6. 더 폴 : 디렉터스 컷 (2024.12.25. 재개봉. 2008년 작)

개봉 당시에는 못 봤고, 사실 알지도 못했던 영화.

주인공 꼬마 아이 알렉산드리아에게 심하게 감정이입해서 봤다.

나 역시 이야기가 주는 환상과 재미에 의지해서 현생을 존버하고 있기 때문.

이야기 덕분에 정신 건강한 사람으로 살고 있기 때문.

소설과 영화가 없었다면 항우울제를 영양제처럼 복용했을지도 모른다.


상영 끝나기 전에 꼭 한 번 더 극장에서 봐야지.

장면들이 지나치게 아름답다.

재개봉한 이유 100번 이해됨. 


7. 멀홀랜드 드라이브(2025. 2. 5. 재개봉. 2025. 1. 16. 데이비드 린치 작고 기념 재개봉. 2001년 작)

극장에서 본 적은 없었는데, 극장에서 보게 되어 영광이었다.

<더 폴>의 꼬마 알렉산드리아가 잘 못 성장하게 되면 다이안처럼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ps. 97회 아카데미 영화제

홀로코스트 영화 2편(브루탈리스트, 리얼 페인)은 각각 남우주연상, 남우조연상을 받았고

제3 세계 이민자 여성이 주인공인 <아노라>는 작품상, 감독상(션 베이커), 여우주연상(대박 마이키 매디슨! 한편으로는 <서브스턴스>의 데미 무어가 받길 바랐다), 각본상, 편집상 5개 부분 수상. 나는 션 베이커의 <플로리다 프로젝트>를 싫어한다, 정확히는 영화의 내용이 싫다. 그런 상황에서 자식을 낳아서 키우는 것에 반대하기 때문에. 그 영화의 꼬마 무니는 어떤 어른으로 자라 있을까? 역시 '아노라'인가. 

마이키 매디슨(아노라 역)은 내가 인생 빡치고 누구 하나 죽이고 싶을 때 보는 영화 장면, 화염방사기 화염에 불타 죽는 역을 한 엑스트라 배우였다. 영화 <원 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의 마지막 수영장 씬. 그 장면이 너무 좋아서 빡칠 때 마다 응급처치로 보려고 폰에 영화장면 캡처 사진도 담아두고 다닐 정도인데... 사이비교주 광신도 수잔이 <아노라>의 단독 주인공이 되고, 당당히 여우주연상마저도 받아 버리다니!!! 역시 세상은 살고 볼 일이다 싶기도.


아카데미 영화제가 정치적 선택을 했다고 가정하면 이것이 <설국열차>에서 틸다 스윈튼(메이슨)과 윌포드(에드 해리슨)가 말하는 (생태계)균형이라는 걸까. 한편에서는 미국 내 기득권인 유대인을 지지하고, 한편에서는 미국 내 약자인 이민자를 지지하는, 이 방식이 체제를 지속시키는 균형이라는 걸까... 


<리얼 페인>의 키에란 컬킨을 그렇다 쳐도, <브루탈리스트>의 애드리언 브로디가 같은 배역으로 두 번의 남우주연상을 받는 것은 납득 불가. 유대인 엘리드 역할 전속 배우라는 건가? 로만 폴란스키(애드리언 브로디가 남우주연상 받은 <피아니스트> 감독)도 짜증 난다. 사실 이 점은 영화 <원 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에서도 그랬다. 로만 폴란스키... 성범죄자... 그것도 아동 성범죄자... 검색해 보니 1933년 생으로 아직 살아있다. 역시 나쁜 놈이 장수하는 아이러니. 개인적으로 애드리언 브로디는 <다즐링 주식회사>가 최고였다.


극장 상영 끝나기 전에 다시 보고 싶은 영화는 <아노라>와 <더 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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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팟캐스트 영혼의 노숙자

며칠 전에서야 팟캐스트 영혼의 노숙자 331화 가수 이랑 편을 들었다.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랑 3집 타이틀 곡 <늑대가 나타났다>가 이상민 행안부장관의 행정부와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는 것.

사연은 이렇다. 2022년 부마항쟁 기념행사 3주 전에 행정부로부터 이랑의 <늑대가 나타났다> 공연 거부 당한 것이다. 그리하여 이랑과 공연 주최 측은 이에 대해서 행안부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진행 중인 것인데, 사건으로부터 24개월이 지난 2024년 12월에도 그 소송의 1심조차도 진행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참고 기사. 한겨레 [단독] "관여는 당연하다"는 행안부... '늑대가 나타났다' 검열 논란, 결국 법원으로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144992.html


가수 이랑은 내가 오지은 다음으로 좋아하는 가수이고, 이랑 3집은 내가 유일하게 앨범 구매한 이랑의 앨범이다. 이런 훌륭한 가수의 훌륭한 앨범 타이틀 곡을 사전 검열해서 공연 금지를 시켜? 어이없네 진짜.


2. 팟캐스트 김혜리의 필름클럽

227회 미키17 편에서 김혜리 기자는 "왜 미키 반스는 어떻게 이토록 무력해지고 순응해졌나"(무력하고 순응하는 미키 반스라는 캐릭터가 감독의 강조점인 거 같다라고 함)라고 하면서 미키와 정반대의 지점에 있는 <설국열차>에서의 남궁민수를 예로 든다. 


3. 설국열차

봉준호 영화 중에서 <설국열차>는 가장 후순위(주제와 주제의 표현 방식이 너무 쉽다, 더 나아가 유치하다고 생각했다)여서 다시 볼 생각은 없었는데, 개봉할 때 본 이후 어젯밤(낮에는 너무 밝아서 거실에서 보기 힘듦. 전체적으로 어둠이 가득한 영화) 처음으로 다시 봤다. "이 땅에는 충격이 필요합니다(늑대가 나타났다 가사 중)." 이건 남궁민수의 대사 아닌가. "간단히 말해서 폭탄 이 새끼야. 내가 냄새나 킁킁 맡자고 2년 동안 이거 모은 줄 알아? 문 한번 제대로 열어보자고 모은 거지. 성냥이나 빨리 내놔." 


이 영화 속 인물들로 거칠게 진보, 보수, 독재를 분류해 보자면

독재 윌포드, 보수 커티스, 진보 남궁민수!

커티스(크리스 에반스)는 설국열차라는 시스템을 보수해서 영원히 정해진 레일을 달리고 싶을 뿐이었던 것. 정해진 레일을 벗어나고 싶지는 않았던 것. 커티스가 열고 싶었던 문은 엔진 칸(프런트 칸)으로 가는 문이었다면 남궁민수가 열고 싶었던 문을 열차와 열차 레일을 탈출할 수 있는 문이었던 것.


4. 더 폴: 디렉터스 컷 / 노매드랜드

이 영화의 주인공 알렉산드리아가 좋다. 알렉산드리아가 절망적 상황에서도 긍정을 찾고, 현실 속에서 긍정을 찾기 힘들 때는 이야기가 주는 환상 속에서 긍정을 찾고 즐긴다는 설정이 좋았다. 그래서 시간이 되면 상영 끝나기 전에 한번 더 극장에서 볼 생각이었다. 만 5세 정도의 꼬마아이가 노년이 된다면 <노매드랜드>의 주인공 펀(프랜시스 맥도맨드)이 아닐까 하여 며칠 전 <노매드랜드>를 다시 보고 어떤 설움이 치밀어올라 울 뻔했다. 5년 정도의 생애 경험뿐인 알렉산드리아는 경험치의 부족으로 이야기 속 환상에 의지하고, 50년이 넘는 생애 경험치를 쌓은 펀은 아버지가 물려준 사소한 그릇 세트, 남편과의 추억, 수리비용을 생각하면 새 차를 구입하는 게 더 낫지만 그 차를 꾸민 시간들 때문에 버리지 못하는 트레일러(home)와 함께 현실을 버틴다. 용감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알렉산드리아도 펀도 "이 땅에 충격이 필요하다"는 자각은 없는 것이다. 어떻게든 주어진 레일에서 탈선하지 않고 생존하고자 하는 것에만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나 역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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