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기묘한 이야기>를 이제야 보는 중이다. 어떻게 이렇게 몰입도가 높을 수가 있지? 대단하다! 이제 시즌3만 남겨둔 상태다. 벌써부터 슬픔과 상실감이 밀려온다. 이걸 다 보고 나면 이제 나는 무엇으로 또 즐거울 수 있을까... 계속 즐거울 수는 없는 거야? 응 없어. 


어지러운 마음을 정리 정돈하기 어렵지만 집안은 정리 정돈하고 비울 수 있기에 나는 계속 청소와 빨래를 한다. 수납장들을 계속해서 열어보고 버릴 것은 없나 유통기한을 확인해본다. 얼마 전에 또 마음이 떠난 의류들을 한 상자 만들어서 보냈다. 어수선한 마음도 방청소처럼 옷장 정리처럼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는 지금의 내가 좀 지겹다. 다들 좀 나처럼 지겹게 사는 건가? 아니면 나만 유독 지겹게 사는 걸까? 계속 이렇게 소확행 정도나 하면서 안분지족 하는 게 맞는 걸까? 


하루하루의 몸상태는 좋은 것 같다. 잠도 잘 자고, 화장실도 잘 가고, 하루 세끼도 잘 챙겨 먹는 중이다. 집안도 깨끗하고 내 몸도 청결하다. 운동도 주 5회 이상 규칙적으로 하고 있다. 통장 잔고도 넉넉하다. 빚도 없다. 돈 고민도 일 고민도 없다. 다만 일을 좀 그만두고 싶다. 그만두고 싶다기보단 직종을 완전히 바꾸어서 다른 일을 해보고 싶다. 그래서 지겨운가? 일을 너무 오래 해서 지겨운 건가...


이 지겨움 속에서 유일한 낙은 당분간은 <기묘한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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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엔  매사에 시큰둥하다. '내가 너무 오래 살았나...'하는 생각을 많이도 하는 나날들이다. 뭘 봐도 뭘 해도 시큰둥하다. 어렸을 때는 경험치가 쌓이면 좋을 줄 알았었는데 아니었다. 에반게리온 서 주제가 가사를 너무 믿었나. 그래도 경험치가 쌓이잖아 어쩌고 하는 가사가 뇌리에 박히던 시절. 생각해보면 그런 나이였던 것. 


재미있는 책을 못 만나서 그런가. 


중학교 2학년 여름방학. 책 읽기 말고는 그 무엇도 할 수 있는 게 없었던 땡볕의 한낮. 우리 집은 낮동안에는 TV조차 나오지 않던 그런 원시시대였다. 낮에 TV가 나왔나? 그랬을 수도 있지만 그랬더라도 내 흥미를 끄는 프로는 없었던 듯. 나는 영화 말고는 공중파에 아무 흥미가 없었다. 비디오를 빌려 볼 돈도 비디오 가게까지 걸어갈 체력도 없었던 때. 너무  더웠다. 나는 오렌지 색으로 빛바랜 세로 줄글로 된 펄벅의 대지를 찾아낸다. 심심하니까 읽는다. 골드스타 선풍기를 1단으로 켜 두고 읽는다. 선풍기 바람이 거슬려서 선풍기를 끈다. 간간히 불어오는 바람에 의지해서 읽는다. 계속 읽는다. 오란이 너무 불쌍하다. 계속 읽는다. 


찬란한 여름방학이었다. 


그 시절에 대한 또 하나의 기억은 

나는 하복 블라우스가 1벌뿐이어서 매일 집에 오면 땀이 젖은 블라우스를 손빨래하고 탈수한 후 잠시 마당에 널었다가 다림질 하기 적당한 정도로 물기가 남았을 때 다림질을 했었다. 매일 아침 잘 다려진 깨끗한 블라우스를 입을 때 기분이 좋았다. 그래서 매일 저녁의 빨래와 다림질일 수고롭다는 생각을 딱히 하지 않았었다. 그것은 일종의 경건한 의식. 


찬란한 시절이었다.


그 시절에도 여름방학 특강 같은 걸 하는 애들도 있었겠지만 나는 그냥 놀았다. 


지금 나는 그 정반대 편에서 존재하는 어엿한 어른이 되었다. 

여름 흰 면티를 명품드라이클리닝을 맡기고

방마다 에어컨이 있어서 실외기를 무려 3대나 소유하고 있고

거실에는 ott 서비스가 되는 75인치 TV

서재에는 책장 가득 책

침실과 이어진 드레스룸에는 최신상 옷과 명품 가방들이 전시되어 있지만

하.나.도.즐.겁.지.가.않.다.


나이가 든다는 것, 늙는다는 것, 경험치가 쌓인다는 것은

즐거움을 하니씩 잃어가는 과정인지도 모른다.


인생의 무쓸모를 깨닫기 위해서 태어난 건지도 모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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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리석음은 언제나 악착 같은 것이다. 만약 사람들이 늘 자기 생각만 하고 있지 않는다면 그 사실을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 시민들은 다른 모든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자기네들 생각만 하고 있는 셈이다. 다시 말해서 그들은 휴머니스트들이었다. 즉 그들은 재앙의 존재를 믿지 않고 있었다. 재앙이란 인간의 척도로 이해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재앙이 비혀실적인 것이고 지나가는 악몽에 불과하다고 여긴다. 그러나 재앙이 항상 지나가버리는 것은 아니다. 악몽에서 악몽을 거듭하는 가운데 지나가버리는 쪽은 사람들, 그것도 첫째로 휴머니스트들인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대비책을 세우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 시민들이 딴 사람들보다 잘못이 더 많아서가 아니었다. 그들은 겸손할 줄 몰랐다는 것뿐이다. 그래서 자기에게는 아직 모든 것이 다 가능하다고 믿고 있었으며 그랬기 때문에 재앙이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추측하게 된 것이었다. 그들은 사업을 계속했고 여행을 떠날 준비를 했고 제각기 의견을 지니고 있었다. 미래라든가 장소 이동이라든가 토론 같은 것을 금지시켜버리는 페스트를 어떻게 그들이 생각할 수 있었겠는가? 그들은 자신들이 자유롭다고 믿고 있었지만 재앙이 존재하는 한 그 누구도 결코 자유로울 수는 엇는 것이다. 


<페스트> 알베르 카뮈 


좋게 말하면 휴머니스트이고 사실대로 말하면 게으르고 충동적인 인간들일 것이다. 그들과 함께 이 코로나 시대를 살아내야 하는 것이 나의 신탁이다. 


오래전에 사놓고선(카뮈 전집을 모으던 때) 읽지 못했던 <페스트>를 읽고 있다. 나의 장점이자 단점이며 강점인 독서를 이 코로나 시국에서도 유지하는 중이다. 나는 의사 리유와는 정반대 쪽의 인간이지만 일단 의사 리유를 최대한 이해해 보려고 노력 중이다. "이름이 중요한 건 아닙니다. 그 이름이 무엇이 되었던 중요한 것은 오랑 시민 절반이 죽을 수도 있다는 사실입니다!!!" 라고 하는 노벨 의학상이든 노벨 평화상이든 아니 둘 다 받아도 이의가 없을 것만 같은 의사 리유의 외침에 "아니 그건 행정적인 문제가 걸려있어. 책임은 누가 질 건가?" 라고 반문하는 행정책임자(이름이 뭐였더랔ㅋ)


그리고 내 머릿속에는 이런 내레이션이 댕댕 거린다. 그때 우리는 아무도 몰랐다. 진짜 재앙은 시작도 하지 않았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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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일이 없어도 세상은 지옥인데 코로나까지 세상을 덮쳤다. 초복과 중복 사이, 연일 폭염주의보 아니면 폭염경보다. 그 속을 얼굴엔 마스크를 왼쪽 손목엔 미밴드를 낀 내가 걷고 있다. 걸으면서 내가 제일 많이 하는 생각은 '이런 좆같은 세상에 태어난 내가 불찰이다, 시발.'이다. 


매일 5-6km 사이를 걷는다. 왜 걷냐면 바람을 피부로 느끼고 싶어서! 덥고 짜증이 나다가도 바람이 불면 기분이 정말 좋아진다. 회사에서도 집에서도 창문을 닫고 주야장천 에어컨이다. 나에게는 잔잔한 바람이 필요하고 그래서 걷는다. 좆같은 세상이지만 그래 바람이 있으니 참고 산다.


오늘 밤 잠들면 고통 없이 편하게 죽을 수 있다 아니 더 나아가서 내 존재 자체가 이 세상에서 싹 지워져 버릴 수 있다고 한다면 나는 1초의 망설임도 없이 그 편을 택할 것이다. 처음부터 내가 존재하지 않아서 내 고통의 원인 제공자인 부모 등등 그 누구도 나를 기억하지 못하게 된다고 하면 나는 그걸 택할 것이다. 하지만 그런 빨간약 파란 약을 선택할 수 있는 구원은 영화 속에나 있는 것이므로 나는 대신 걷는다. 


아버지는 영화를 볼 줄 모른다. 늘 하는 말은 '저거 다 가짜잖아.'이다. <택시운전사>나 <1987> 같은 실화 배경의 영화를 봐도 실화를 큰 줄거리로 하는 가짜라고 해버린다. 그리고는 되돌이표처럼 김영삼은 정말 대단한 정치가였으며 요즘은 그런 사람이 없다. 나라가 망할 것이다. 라고 말한다. 나는 인생을 살 줄 모른다. 늘 하는 생각은 '태어나지 않으면 되었을 것을...'이다. 세상은 언제나 지옥이고 그 지옥을 벗어나는 방법은 죽거나 태어나지 않는 것 말고는 없다고 생각한다. 무슨 생각으로 무슨 기대로 애를 낳아서 애를 고생시키나..악취미... 이런 생각만 가득하다. 내가 이런 얘기를 고장 난 라디오처럼 중얼대면 아버지는 "다 자기 먹을 건 가지고 태어난다."라고 한다. 무책임한 꼰대의 헛소리다. 오늘 하루도 아버지가 사는 이 지역사회의 청소년 몇 명이 자살을 시도했으며 그중 몇 명이 자살에 성공했는지 알고서도 저런 말을 할 수 있을까? 


마스크를 벗을 수 있는 시절이 올 거라는 기대를 접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걷는다. 연일 폭염이지만, 한 줄기 바람을 기대하면서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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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놀라운 일이 있었다. 하루 한 번 희미하게 웃기도 힘든 나날 속에서 웃다가 너무 웃어서 호흡곤란으로 죽을 뻔했기 때문이다. 그것도 여러 번!!!!!!!!!!!!!!!!!!!! 


장마 시작이라고 하는 토요일 오후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영화 한 편을 보고 뭔가 좀 아쉬운데 그렇다고 해서 2시간짜리 영화를 한 편 더 볼 집중력과 체력은 없어서 쉬운 걸 보자 싶어 이리저리 리모컨을 조작하다가 한 편이 30분 정도 되는 걸 발견, 시트콤이겠거니 하고 큰 기대 없이 보기 시작했는데, 1화 첫 장면 시작부터 웃기 시작해서 엘리베이터 주먹 씬에서는 난 이미 천식환자였다. 너무 웃어서 호흡곤란에 눈에서는 눈물이 콸콸. 진짜 대박 많이 세게 웃으면 눈에서 눈물이 줄줄 흐르는 거 알아?? 그래 알긴 알았지만 살면서 그럴 기회가 별로 없어서 완전히 잊고 있었던 인체의 신비였지. 


나에게 5년 치의 웃음을 반나절 사이에 선사한 기적의 드라마는 <이 구역의 미친 X>. 13화 완결까지 다 보고 나니까 새벽 2시 반이었다.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난 탓에 수면 점수는 낮아졌지만 많이 웃은 덕에 건강 수명은 최소 5개월 정도 늘어났을 것이다.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웃음 포인트는 줄어들지만 정말 오랜만에 드라마 보면서 행복했다. 또 이런 순간이 올까... 살면서 또 경험할 수 있을까...


희로애락이 인생인 건 알겠어, 알겠는데 

그중 제일은 락이라, 락락락락락락락락락!!

너무 웃어서 심폐기능 좋아지고 복근 생기고 뭐 그러면 얼마나 좋을까.

너무 웃어서 윗몸일으키기 500개 정도 한 통증을 느껴본지도 까마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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