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리석음은 언제나 악착 같은 것이다. 만약 사람들이 늘 자기 생각만 하고 있지 않는다면 그 사실을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 시민들은 다른 모든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자기네들 생각만 하고 있는 셈이다. 다시 말해서 그들은 휴머니스트들이었다. 즉 그들은 재앙의 존재를 믿지 않고 있었다. 재앙이란 인간의 척도로 이해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재앙이 비혀실적인 것이고 지나가는 악몽에 불과하다고 여긴다. 그러나 재앙이 항상 지나가버리는 것은 아니다. 악몽에서 악몽을 거듭하는 가운데 지나가버리는 쪽은 사람들, 그것도 첫째로 휴머니스트들인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대비책을 세우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 시민들이 딴 사람들보다 잘못이 더 많아서가 아니었다. 그들은 겸손할 줄 몰랐다는 것뿐이다. 그래서 자기에게는 아직 모든 것이 다 가능하다고 믿고 있었으며 그랬기 때문에 재앙이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추측하게 된 것이었다. 그들은 사업을 계속했고 여행을 떠날 준비를 했고 제각기 의견을 지니고 있었다. 미래라든가 장소 이동이라든가 토론 같은 것을 금지시켜버리는 페스트를 어떻게 그들이 생각할 수 있었겠는가? 그들은 자신들이 자유롭다고 믿고 있었지만 재앙이 존재하는 한 그 누구도 결코 자유로울 수는 엇는 것이다. 


<페스트> 알베르 카뮈 


좋게 말하면 휴머니스트이고 사실대로 말하면 게으르고 충동적인 인간들일 것이다. 그들과 함께 이 코로나 시대를 살아내야 하는 것이 나의 신탁이다. 


오래전에 사놓고선(카뮈 전집을 모으던 때) 읽지 못했던 <페스트>를 읽고 있다. 나의 장점이자 단점이며 강점인 독서를 이 코로나 시국에서도 유지하는 중이다. 나는 의사 리유와는 정반대 쪽의 인간이지만 일단 의사 리유를 최대한 이해해 보려고 노력 중이다. "이름이 중요한 건 아닙니다. 그 이름이 무엇이 되었던 중요한 것은 오랑 시민 절반이 죽을 수도 있다는 사실입니다!!!" 라고 하는 노벨 의학상이든 노벨 평화상이든 아니 둘 다 받아도 이의가 없을 것만 같은 의사 리유의 외침에 "아니 그건 행정적인 문제가 걸려있어. 책임은 누가 질 건가?" 라고 반문하는 행정책임자(이름이 뭐였더랔ㅋ)


그리고 내 머릿속에는 이런 내레이션이 댕댕 거린다. 그때 우리는 아무도 몰랐다. 진짜 재앙은 시작도 하지 않았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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